
노동자의 체불 임금을 대신 받아주는 앱
로드리고 카마레나(Rodrigo 카마레나)는 의문을 제기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택시를 부르고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면, 스마트폰으로 권리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카마레나가 총괄하는 비영리 혁신 스타트업 지원 기관 저스티시아 랩(Justicia Lab)에서는 리클라모(Reclamo)라는 웹 앱을 새로 개발했다. 이 앱은 임금 착취를 경험한 일반 노동자 및 불법 이주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제공한다. 앱 사용자는 노동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영어 또는 스페인어로 된 질문에 답을 선택한다. 그러면 사건에 대한 세부 정보가 수집되고 사용자는 자신의 권리를 검토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바로 제출할 수 있는 법적 청구서가 작성된다.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변호사와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진행했던 작업을 이제 1시간 안에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이 도구는 지난해 10월 뉴욕에서 특정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베타 테스트를 통해 처음 출시되었다. 베타 테스트는 특히 노동자들의 권익침해가 심각한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업무 중 상해 또는 질병 때문에 근무할 기회를 놓친 노동자들의 손실 임금(lost wage) 청구를 지원했다. 그 규모는 백만 달러(한화 약 12억 6,800만 원)에 이른다. 지난 5월 중순에는 노동자들이 고용주와의 관계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서비스 범위를 제조업 및 주택 청소업 부문 사업체 노동자로 확장하였다.
카마레나는 “우리는 변호인들이 함께 공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비영리적인 디지털 법률 도구를 구축하여, 기술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게 보다 공정한 경쟁의 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에 따르면 고용주가 초과 근무 또는 정규 급여를 일부만 지급하거나 전혀 지불하지 않는 임금 착취로 인해 미국 노동자가 입는 연간 피해액은 500억 달러(한화 약 63조 4천억 원)에 이른다. 검사들은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대부분 이를 기소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많은 경우 이민자들은 적법한 노동자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임금 체불의 피해자가 된다. 이는 이주민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한 또는 법적 구제 수단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일부 기인한다. 리클라모는 노동자의 이민 관련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 이러한 정보는 리클라모의 목적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 공정 노동 기준법과 많은 주법(州法)에서는 피해 집단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다른 노동자들과 동일한 보호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멕시코계 미국인으로서 이민 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조경 건축 분야의 인종 및 계급 문제를 연구하는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인 미셸 프랑코(Michelle Franco)는 이러한 노동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불안정한 상황은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해당 산업이 누리고 있는 실제 이익과 기능은 전적으로 이러한 불안정성을 악용하여 발생한다”고 말한다.
리클라모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민자 대우에 대한 커다란 실망감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저스티시아 직원은 연방법을 개정하는 기술을 개발하지는 못했지만, 2017년 임금 착취에 관한 여러 기사들을 접한 후 다른 방법으로 이민자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 차례의 사용자 테스트, 커뮤니티 분쟁조정 활동가 및 직원, 기타 연구를 기반으로 앱의 형태와 기능이 갖춰졌다. 노동자는 복지센터나 커뮤니티 활동가를 통해 웹 앱에 접속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후속 조치를 취하거나 추가적인 법적 안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치면 최종적으로 법적 청구서와 고용주에게 보내는 서신 등의 작성이 완료되며, 이는 체불 임금을 가장 빨리 받아낼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롱아일랜드에 있는 이민자 서비스 그룹인 메이크 더 로드 뉴욕(Make the Road New York)에서 커뮤니티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로드먼 세라노(Rodman Serrano)는 올해 초 리클라모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미 사건들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라는 확인을 받았다. 로드먼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전에는 부당한 대우를 받은 노동자들이 근무 시간 외에 변호사를 만나거나 핫라인에 전화를 걸거나 연락을 취할 적절한 공무원을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이민 건설 노동자들은 저임금, 높은 임대료와 의료비, 불법 노동자 신분으로 인한 직업 선택권의 제약 등 너무 많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임금이 체불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제 리클라모를 통해 임금을 청구하는 사람들은 이민 제도에서 법적 보호를 받을 뿐만 아니라 임금 추심에 대한 도움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월 바이든 행정부는 노동쟁의에 참가한 비시민권자들의 추방을 유예한다고 선언하며 불법 이주 노동자들의 추방 조치를 잠정적으로 금지시켰다.
이 앱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변호사 없이 소송을 제기하고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상당한 사회적 격차를 해소한다. 저소득 미국인 중 92%가 민사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법적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이 앱은 자신의 역할, 더 나아가 직업과 관련하여 일부 법률업계 종사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대안 법률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이른바 사법 접근(access to justice) 운동은 일반 시민이 변호사를 찾고, 예약하고, 비용을 지불할 필요 없이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알래스카와 뉴욕의 법원은 법률 보조원, 학생, 변호 단체 및 법학 학위가 없는 사람들이 과거에 변호사를 통해서만 이뤄졌던 특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변호사를 통한 사법 지원은 비용 부담이 크고 서비스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복잡한 대화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AI와 챗봇을 법률 서비스 확대를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변호사와 운동가들은 이 기술을 활용하여 면담 요청을 처리하고 정보를 수집하고자 한다.
카마레나는 리클라모를 통해 궁극적으로 법률 지원 서비스가 더욱 보편화되고 업무 부담이 큰 변호사들이 복잡한 소송 및 집단 소송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또한 그는 리클라모가 수집할 데이터가 상습 범죄자를 짚어내고 정책 입안자에게 영향을 미치며, 더욱 발전된 기술을 위한 훈련 세트로 활용되어 앱의 서비스 범위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리클라모는 “전통적인 서비스를 벗어나 생각하지 않는다면 [사법적 접근성 측면에서] 기존의 격차를 결코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개발한 논리로 AI를 훈련시키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