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에서 화제인 체중감량 주사, 그 영향은?
마이클 이든필드(Michael Edenfield)의 주치의는 그를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Incredible Shrinking Man)’라고 부른다.
올해 49세로 항공업계에서 일하는 이든필드는 2021년 추수감사절과 2022년 크리스마스 사이에 129파운드(약 59kg)의 체중을 감량했다. 그는 더 이상 수면 무호흡증 치료 기계, 고혈압 치료제, 다리 체액저류 완화를 위한 이뇨제가 필요하지 않다. 이 모든 것이 현재 유일하게 사용하는 치료제, 위고비(Wegovy) 덕분이다. 이든필드는 이 체중감량 주사를 매주 한 번씩 복부에 투여하고 있다.
이든필드의 성공 사례는 대형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체중감량 주사 포럼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수십 년은 젊어진 것 같다”, “나도 자극을 받게 된다”는 긍정적인 댓글이 잇달아 달렸다. 그러나 인터넷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내용이 있다. 바로 이든필드의 누나이며 54세의 음식점 업주인 멜리사 홀(Melissa Hall)의 사례다.
멜리사 홀은 2022년 10월부터 체중감량 용도가 아닌 당뇨병 주사, 마운자로(Mounjaro)를 투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 달 반 동안 27파운드(약 12kg)를 감량하는 데 성공했지만 6주 차 투여 이후 복부 중앙에서 바로 아래 부분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병원을 방문한 홀은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았고 찢어지는 듯한 통증은 일주일 동안 지속됐다. 지금은 회복한 상태지만 의사는 마운자로를 다시는 처방하지 않기로 했다. (췌장염은 이러한 주사제의 부작용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와 그의 누나는 한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행 중인 체중감량 주사에 완전히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22년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오젬픽(Ozempic), 빅토자(Victoza), 삭센다(Saxenda)와 함께 유명해졌다. 이 주사들은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로 식사 후 분비돼 포만감을 유발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glucagon-like peptide 1)이라는 호르몬을 모방한 것이다. 이든필드는 위고비로 입맛이 떨어졌고, 홀도 마운자로로 먹고 싶은 욕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나는 거의 아무 것도 먹지 않았는데 정말 좋았다”라고 홀은 말했다.
소위 ‘기적의’ 체중감량 주사는 지난해 내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유명인들이 이 주사를 투여하는 것을 인정하거나 또는 부인하는 것만으로도 기사가 됐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인정했고 클로에 카다시안(Khloe Kardashian)은 부인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사들은 주로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게시판에서 더 유명세를 탔고, 화제를 쫓는 인플루언서들은 물론 일반인까지 제품 홍보에 나섰다. 틱톡에서는 #오젬픽(#Ozempic)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영상들이 6억 회 조회됐으며, 페이스북에서는 수 만명이 이러한 주사를 지지하는 그룹에 가입했다. 소셜 미디어의 인플루언서들은 일부 비만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복합 조제 성분의, 브랜드 없는 주사 서비스를 홍보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약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의 가정의학 전문의 라타샤 퍼킨스(LaTasha Perkins)는 “20대, 30대, 40대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본 체중감량 주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한다. 퍼킨스는 2022년 겨울부터 체중감량 주사에 대한 문의가 계속 늘고 있다며, “작년 이맘때만 해도 특정 약물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자들이 구체적으로 오젬픽에 대해 퍼킨스에게 묻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의사와 상담하는 것은 아니다. 2022년 체중감량 주사의 수요 증가는 세계적인 공급 부족을 야기했다. 그 결과 주사를 구하기 위해 국경을 넘거나 처방전 없이 구입하는 등 불법적인 경로를 찾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과연 광고와 해시태그는 이 주사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을까? 이 주사의 신체적, 사회적, 심리적 부작용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주사에 대한 홍보가 사람들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도록 부추기고 있진 않을까?
좋은 부작용, 나쁜 부작용
처음에 체중감량은 그저 부작용에 불과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2형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 처음 개발됐고 이 주사제는 호르몬을 모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200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이러한 종류의 약물인 엑세나타이드(Exenatide)를 당뇨병 치료제로 처음 승인했다. 2000년대에는 점점 더 많은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시장에 출시됐다. 그리고 환자들은 이 약물이 당뇨병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체중감량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로 알려진 GLP-1 수용체 작용제의 브랜드 이름인 오젬픽과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 회사인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에서 개발했다. 이 두 제품은 유효성분이 같지만 투여 방법, 용량, 처방 정보, 투여 일정, 사용하는 주사기 등이 서로 다르다. 2017년 당뇨병 치료제로 처음 승인된 오젬픽은 곧 비만 환자들에게도 처방되기 시작했고, 노보 노디스크는 아예 체중감량 목적으로 약물 위고비를 개발한다. 2021년 6월 위고비는 2014년 이후 최초로 FDA의 승인을 받은 만성비만 치료제가 됐다.
그리고 2022년 5월 마운자로도 당뇨병 치료제로서 FDA의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이 주사의 유효성분인 티제파타이드(tirzepatide)는 비만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기 위한 패스트트랙(Fast Track, 신약을 짧은 시간 내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절차를 밟고 있다. 마운자로를 개발한 제약 회사 엘리릴리(Eli Lilly)의 대변인은 마운자로는 2형 당뇨병을 가진 성인의 혈당 조절 용도로만 승인됐고, “FDA에서 승인한 이외의 용도를 홍보하거나 권장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운자로가 출시되면서 의사들은 체중감량 용도로도 처방하고 있으며, ‘마운자로 체중감량 성공기(Mounjaro Weight Loss Success)’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그룹에는 거의 10만 명이 가입돼 있다.
임상시험에서 티제파타이드를 투여한 환자들은 72주 내 최소 20%의 체중을 감량했고, 위고비를 투여한 과체중 성인은 68주 내 평균 15%의 체중을 감량했다.
이든필드도 이러한 성공 사례 중 하나다. 코로나19 판데믹이 절정일 때 일을 할 수 없었던 그는 먹는 양이 늘었고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주로 먹었다. 이든필드는 당시 자신의 식단을 10대 청소년들의 식단에 비교했다. 패스트푸드 샌드위치, 치즈 스테이크, 햄버거를 꾸준히 먹었고 코카콜라에 집착했다. 결국 체중이 357파운드(약 162kg, 그의 키는 190.5cm다)로 늘었고, 고용주가 치료비를 내주겠다는 위장 접합술을 받으려 했다. 그러나 병원에서 의사는 수술 대신 오젬픽을 사용해보라고 제안했다. 이든필드는 오젬픽 투여를 시작한 첫 달에 15파운드(약 7kg)을 감량했고 2022년 2월에 위고비로 제품을 바꿨다. 이제 그의 몸무게는 228파운드(약 103kg)다.

이든필드는 “이 주사는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 나는 더 이상 허기에 시달리지 않고 회사에 갈 때마다 숨이 차지 않는다. 다시 20대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결과는 부럽지만 체중감량 주사를 투여하는 일상은 유쾌하지 않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구토, 설사, 변비를 포함한 위장장애다. 이든필드는 레딧에서 심한 메스꺼움을 완화하는 팁을 전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세마글루타이드에 관련된 많은 서브레딧이 생겨나 인기를 끌었다. 그중 이든필드가 2021년에 글을 올린 서브레딧(레딧에서 주제별로 생성할 수 있는 하위 게시판)은 거의 2만 2천 명이 참여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도 체중감량 주사 열풍으로 많은 수의 그룹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사람들은 구토, 두통, 피로, 황 냄새가 나는 트림, 탈모 등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부작용을 체중감량의 작은 대가 정도로 여기는 듯 보인다.
68주간 진행된 위고비의 임상시험에서 4.5%의 참가자들이 위장에 문제가 생겨 치료를 중단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총괄 과학 고문 피터 커르트잘스(Peter Kurtzhals)는 보통 환자들이 약물에 내성이 생기면서 이러한 부작용은 점점 줄어든다고 말한다. 노보 노디스크의 대변인은 위고비를 투여할 때 메스꺼움을 느끼는 환자들은 ‘관리 지침을 제공할 수 있는 의료 제공자와 상담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때로는 더 심각한 부작용도 발생한다. GLP-1 수용체 작용제를 투여한 환자들에게서 다양한 경중의 췌장염이 관찰됐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기 위해 췌장 세포에 작용하는데, 일부 과학자들은 이것이 췌장 세포의 과잉 성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실제 시험 결과는 달랐다. 2021년 한 연구에서 2,245명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GLP-1 수용체 작용제를 투여한 결과 2.2%의 환자에게 급성 췌장염이 발생했고, 2형 당뇨병, 흡연 습관, 만성 신장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그 위험도가 더 증가했다. 노보 노디스크 대변인은 “당사는 해당 주사의 이점과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환자들의 안전 보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처방 정보에 “췌장염이 의심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라”는 경고문을 써 놨다. 그러나 환자들은 이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위험 감수
체중감량 약에 따르는 부작용은 딱히 새롭지도 않다. 그러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 약을 찾는다.
로렌 르페브르(Lauren LeFebvre)는 스스로를 ‘모든 체중감량 약의 실험체’라고 부른다. 1981년 여름 겨우 14세의 나이에 르페브르는 당시 페닐프로판올아민(phenylpropanolamine, PPA) 성분을 함유한 식욕 억제제 ‘덱사트림(Dexatrim)’을 처음으로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5년 FDA는 페닐프로판올아민이 뇌출혈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올해 55세로 미국 뉴욕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르페브르는 덱사트림 이후에도 판매가 중단된 약들을 오랫동안 사용했다. 심장판막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져 1997년 철수한 펜-펜(fen-phen), 29명의 사망과 관련돼 2010년 판매가 중단된 메리디아(Meridia), 한때 체중감량 물약의 ‘성배’로 극찬을 받았지만 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켜 2020년 철수한 벨빅(Belviq)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르페브르는 “그 약들은 사망 위험이 있어 판매가 중단됐지만 효과는 분명 있었다. 매번 사용할 때마다 50파운드(약 23kg)가 빠졌다”라고 설명했다. 2021년 위고비를 투여하기 시작한 르페브르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0월 사이에 196파운드(약 89kg)에서 126파운드(약 57kg)까지 체중을 감량했다. 키가 170cm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의학적으로 저체중으로 분류될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2022년 8월, 위고비의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르페브르는 평소처럼 1회당 1.0mg을 투여할 수 없게 됐다. (환자들은 보통 0.25mg부터 투여를 시작하고 필요할 경우 최종 유지 용량인 2.4mg까지 4주마다 증량할 수 있다) 위고비가 부족해지자 르페브르는 의사의 동의 하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까지 2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 이후 2주 연속 1.7 mg의 위고비를 투여했다.
“병원에 갔어야 했다. 부작용이 심각했다”라고 르페브르는 회상했다. “3주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침대에 누워 혼미한 상태에서 구토를 했다. 그 와중에 평생 한 번도 겪지 않았던 공황발작까지 찾아왔다. 정말 죽는 줄만 알았다”라고 덧붙였다.
르페브르는 오디괄약근(sphincter of Oddi)으로 알려진 췌관 중 하나에 문제가 생겼다. 오디괄약근에 문제가 있으면 담즙과 췌장액이 분비되지 않아 복부 통증을 유발한다. 위고비 투여량을 증가시킨 것이 이 문제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너무나 고통스러웠다”라고 르페브르는 말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개별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문제가 생길 경우 웹사이트를 통해 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르페브르는 즉시 남은 위고비 주사기를 버렸고 2개월 후 4파운드(약 2kg)가 다시 쪘다.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에도 불구하고, 르페르브는 나중에 8,500명이 가입한 페이스북 위고비 그룹에 가입해 다른 사람들이 1.0mg 주사기를 구하는 데 성공했는지 묻기도 했다.
“나도 인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안다”라며 르페브르는 약을 다시 투여하고 싶은 열망을 털어놓았다. 페이스북 그룹에서 성공 사례를 볼 때마다 “질투가 나고, 슬프고, 화가 나며, 실망스럽고, 혼란스럽고, 내가 뚱뚱하다고 느끼게 된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리고 2023년 1월 르페르브는 0.25mg 용량으로 위고비를 다시 투여하기 시작했다.
음식점 업주인 멜리사 홀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홀은 췌장염을 겪은 이후 주치의가 더 이상 마운자로를 처방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조차 투여를 중단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주사기 하나가 남았다고 하자 의사는 사용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사용할까 고민 중이다”라고 홀은 말했다.
약 20년 전, 홀은 음주 운전자에 의해 사고를 당하고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어 100파운드(약 45kg)가 쪘다. 홀은 체중을 감량해 다시 고통 없이 걷고 자전거도 편하게 탈 수 있길 바란다.
홀은 부작용에서 회복한 지 겨우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만약 내 주치의가 한 번 더 시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바로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체중을 감량해 다시 좋은 기분을 느껴보고 싶기 때문에 질병이나 부작용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라고 홀은 덧붙였다.
만약 그 주치의가 끝내 거절한다면? 홀은 다른 방도를 찾아 약을 얻어낼 생각이다.
인플루언서 효과
“80파운드(약 36kg)가 더 나갔던 1년 전에는 이 드레스를 입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드디어 25파운드(약 11kg)를 감량했다…”
“첫 번째 체중감량 주사를 맞으러 가 보자!”
틱톡에서 해시태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검색하면 흥분에 가득 찬 사람들이 공유하는 성공 사례를 볼 수 있다. 그들의 인생을 바꾼 이 주사를 자발적으로 알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가를 받고 홍보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상만 봐서는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
미국에서는 약의 원래 용도를 담고 있다면 온라인 광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캠퍼스의 광고학 부교수 에린 윌리스(Erin Willis)는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와 치료법을 공유하는 ‘환자 인플루언서(patient influencers)’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이 현상을 연구하는 윌리스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FDA의 규정이 2014년 이후로 갱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윌리스에게 환자 인플루언서 트렌드는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어떤 환자 인플루언서는 치료법을 찾거나 주치의와 상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엄청나게 받는다”라고 윌리스는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인플루언서들의 경우 대가를 받은 것을 숨기고 은밀하게 제품을 홍보할 수 있다. 그들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기반이 되는 강력한 파라소셜 결속(parasocial bonds, 유명인과 실제 교류하는 감정을 느끼는 현상) 효과를 통해 팔로워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윌리스는 “환자 인플루언서 분야는 향후 잠재력이 크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이나 광고 대행사가 제시하는 모범 사례가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노보 노디스크와 엘리 릴리는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홍보를 위해 인플루언서 또는 온라인 의료 제공자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원격 의료 제공자가 틱톡 크리에이터들에게 대가를 지급하며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들에게 얼마나 많은 방문자가 회사 페이지로 유입됐는지 추적하는 링크를 달게 해 클릭 횟수 당 수수료를 지급하기도 한다. 이 의료 제공자들은 대면 상담의 필요성을 배제하고 가상 상담만으로 처방전을 제공한다. 심지어 환자에게 직접 약을 배송해 주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약과 병행할 수 있는 맞춤형 체중 감량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시퀀스(Sequence)는 틱톡에서 광고하는 이러한 체중감량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 회사는 FDA의 승인을 받은 브랜드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처방하고 있는데 해시태그 #JoinSequence가 붙은 영상은 총 1,400만 뷰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는 또 다른 해시태그 #SequenceCircle로 프로그램 사용자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시퀀스는 소수의 인플루언서들에게 대가를 지급해 홍보를 진행하고 있지만 제품을 제공받았다는 태그를 붙일 것을 요청한다. 시퀀스의 의료 책임자인 스펜서 나돌스키(Spencer Nadolsky)는 시퀀스와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제로 한 개인 틱톡 페이지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그 팔로워 수가 6만 명을 넘었다.
틱톡 인플루언서 스테이시 라이스(Staci Rice)는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해 체중감량을 했다. 라이스는 1만 2,000명의 틱톡 팔로워들에게 자신의 프로필에 있는 링크를 통해 풀 서클 헬스 앤 웰니스(Full Circle Health and Wellness)라는 원격 의료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도록 유도한다. 라이스는 페이스북 홍보 게시물에서 이 회사를 처음 알게 됐고 2022년 5월부터 혼합 조제 세마글루타이드 투여를 시작했다. 라이스가 틱톡에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 이후 팔로워 수는 1만 명이 늘었다.
라이스는 풀 서클 헬스 앤 웰니스로부터 대가를 받지 않는다. 이 일을 하는 이유는 공인 임상 간호사로서 건강을 찾게 도와준 회사 대표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스는 “대표가 나를 많이 도와주었기 때문에 의리를 지키고 싶다”라며, “나는 이 회사를 위해 일하지도, 대가를 받지도 않으며, 다른 곳에서 온 제안도 의리를 위해 거절했다”라고 설명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풀 서클 헬스 앤 웰니스에 코멘트를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라이스는 그저 사람들을 돕고 싶어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틱톡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효과가 없다면 돈 낭비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효과가 있다면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세마글루타이드 인플루언서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출신의 25세 광고 전문가인 케네디 매시(Kennedy Massey)다. 매시의 회사는 원격 의료 회사 아폴로 버추얼 헬스(Apollo Virtual Health)의 광고를 제작한다. 지난해 여름, 매시는 이 회사의 체중감량 주사를 사용하고 싶었고 사적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이 회사는 매시에게 틱톡에 주사 투여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장단점에 대한 게시물을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매시는 200명 이상으로부터 투여 경험에 대해 묻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줄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매시는 이 아폴로 버추얼 헬스의 유일한 인플루언서로 홍보에 대한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는다. 대신 틱톡 게시물에 대한 보답으로 무료로 제품을 제공받고 있다.
아폴로 버추얼 헬스의 원격 의료 책임자인 안드레아 메이징거(Andrea Meisinger)는 “우리는 인플루언서와 대가성 관계를 맺지 않는다. 이것이 의료 분야에서는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회사는 매시에게 틱톡의 콘텐츠, 메시지, 게시물의 빈도를 지시하지 않는다.
혼합 조제약의 문제점
인터넷만 검색해선 체중감량 주사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 수 없다.
틱톡에서는 사람들이 체중감량 주사로 날씬한 몸을 갖게 됐다고 자랑하고, 레딧에서는 과체중이 아닌 사람들이 어떻게 이 주사를 얻을 수 있는지 묻는 질문들로 가득하다. 오젬픽은 유명인들이 미용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할리우드 약’으로 불린다. 가정의학 전문의 퍼킨스는 겨우 10파운드(약 5kg)를 감량하기 위해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위고비의 임상시험 대상자들은 모두 비만이거나 과체중인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마른 사람들이 투여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확실하지 않다. 위고비는 비만(BMI 30 이상) 또는 과체중(BMI 27 이상)으로 체중과 관련된 다른 건강 문제가 있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설계됐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를 저칼로리 식단 및 운동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고비와 달리 오젬픽은 체중관리 목적으로 승인을 받지 않았다. 노보 노디스크 대변인은 2형 당뇨병이 없는 환자들은 이 약을 투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대변인은 “일부 의료 제공자들이 체중감량을 하려는 환자들에게 오젬픽을 처방하는 것을 알고 있다. 당사는 이 제품을 원래의 목적 외에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사들이 적합하지 않은 환자들을 거절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 거절당한 환자들은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는 약을 찾거나, 국경을 넘거나, 불법적으로 구입하거나, 소셜 미디어에 있는 질 나쁜 무허가 판매자들에게 눈을 돌린다.
페이스북의 체중감량 주사 그룹 관리자들은 회원들에게 불법 판매자들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그중 3,800명이 가입한 어떤 그룹의 상단 고정 게시물에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걸려 있다 “이 그룹에서는 약 판매가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이와 관련된 게시물을 본다면 삭제 및 해당 회원에 대한 탈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신고해 주기 바란다” 이 경고문에는 “판매자들로부터 메시지로 여러 번 제안을 받았다”라는 한 회원의 댓글이 달렸다.
불법 거래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자격을 갖춘 환자들조차 약을 항상 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위고비의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노보 노디스크는 신규 환자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위고비 첫 단계 주사의 배송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이 현상이 끝나더라도 위고비 자체가 워낙 비싼 탓에 일부 환자들은 공식 경로로는 구할 방도가 없다. 체중감량 주사는 미국의 경우 메디케어(Medicare, 65세 이상을 위한 의료보험)의 적용 대상이 아니고, 메디케이드(Medicaid,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 적용 여부도 주마다 다르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위고비의 한 달 분 가격은 최대 1,349 달러(한화 기준 약 178만 원)에 달한다. (노보 노디스크 대변인은 회사가 비만방지 약물의 보험 적용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는 물량 부족에 대응해 제품의 혼합 조제 버전으로 전환했다. 혼합 조제는 약사가 환자를 위해 맞춤식으로 성분을 조합하는 의료계의 오랜 관행이다. (예를 들어 환자가 알러지가 있을 경우 해당 성분을 제외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비만 전문의들은 혼합 조제된 세마글루타이드(비타민 B 같은 다른 성분과 섞는 경우가 많다)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제품의 효과가 대부분 검증되지 않았고 생산 단계에서 제대로 된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FDA 승인을 받은 세마글루타이드를 판매하는 곳으로 혼합 조제 또는 원격의료 제공자에게 제품을 공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터넷의 혼합 조제 약국들은 비록 브랜드는 아니지만 같은 성분과 효과를 가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틱톡 인플루언서 라이스는 세마글루타이드의 혼합 조제 버전을 투여하고 62파운드(약 28kg) 감량에 성공했기 때문에 위험성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는다. 또한 브랜드 제품의 부족 현상에 기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광고 담당자인 매시의 경우 혼잡 조제 제품에 대한 경고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매시는 “의학 분야는 지식이 없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두 명 모두 틱톡 팔로워들에게 이러한 약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들이 의학적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언급해야 할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혼합 조제된 체중감량 주사는 의사를 만나지 않고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아폴로 버추얼 헬스는 환자의 집으로 제품을 직접 배송해준다. 그러면 환자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지 어떻게 확인하는지 묻자, 메이징거는 모든 환자들이 회사가 공인한 의료 제공자들과 가상 대면 상담을 해야 하고, 치료 과정의 기록 및 ‘시각적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환자들은 2주마다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혼합 조제 세마글루타이드를 경고하는 목소리에 대해 메이징거는 이렇게 답변했다. “우리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인기를 따라잡기 위해 최근 온라인에서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는 제휴 약국들과 몇 년 동안, 단 한 번의 문제도 없이 제품 판매를 진행해 왔다. 주요 혼합 조제 약국들에 대해 충분히 조사를 마쳤고, FDA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수행하며 PCAB 인증을 받은 503A 지정 혼합 조제 약국을 선택했다.

그러나 일부 판매자는 양심적이지 않다. 2023년 2월, <투데이(Today)>의 기자 제이미 응우옌(Jamie Nguyen)의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많은 웹사이트가 환자들이 기입하는 정보에 의존하고, 의사 상담 없이 체중감량 주사 처방전을 제공하고 있다. 응우옌이 시험해 본 결과 비만이나 당뇨병이 없어도 다양한 종류의 주사를 처방받을 수 있었다.
노보 노디스크 대변인은 “체중관리 원격 의료 제공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사가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하는 의사들이 주사를 처방해 약국에서 조제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원격 의료 제공자든 아니든 당사는 FDA가 승인한 용도 외의 사용을 지원하거나 권장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가정의학 전문의 퍼킨슨은 “이 주사가 처방전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라며, “제대로 된 투여량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의학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처방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너무 많이 투여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상황
체중감량 주사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 FDA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로서 12세 미만의 비만 아동도 이 약을 투여할 수 있게 됐다. 물량 부족 현상도 끝을 보이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대변인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2023년 상반기까지 두 번째 제조사를 추가할 예정이다. 엘리 릴리는 올해 4월까지 비만치료를 목적으로 한 마운자로의 임상시험을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기적의 체중감량 주사가 더 대중화될 것이다. 이 추세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지는 알 수 없지만, 개개인의 수준에서는 이미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든필드는 “회사의 대변인처럼 말하고 싶진 않지만 체중감량 주사는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놨다”라고 말한다. 그는 더 이상 음식에 대한 갈망에 시달리지 않고 샐러드, 단백질 셰이크, 곡물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고 있다. 이든필드의 유일한 걱정은 주사를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늘지도 모른다는 것인데, 지금 식습관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고 한다. “이제 현재 체중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라고 그는 자신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 투여를 중단한 환자들은 1년 후 감량한 체중의 3분의 2가 다시 돌아왔다. 2018년에 위고비 임상시험에 참가했던 한 여성은 당시 감량했던 75파운드(약 34kg)가 완전히 복구됐다.
노보 노디스크의 커르트잘스는 “주사를 중단하면 원래 체중으로 돌아간다”라고 말한다. 그는 체중감량 주사를 혈압을 낮추기 위해 평생 복용하는 고혈압 약에 비교했다. 이미 많은 환자들이 ‘유지 용량’ 만큼 주사를 투여하고 있다. 그러나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2년 치 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커르트잘스는 “아직 환자를 장기적으로 관찰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시인했다.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묻자 노보 노디스크의 대변인은 말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10년 전에 출시된 노보 노디스크의 제품을 포함해 15년 이상 사용돼 왔다. 많은 환자들이 다양한 방법과 용량으로 당사의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록된 시판 및 정규 판매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를 보면 치료 효과를 능가하는 어떤 위험도 발견되지 않았다” 노보 노디스크는 실제 제품 사용에 대한 조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든필드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 10년 후에 장기적인 효과를 가진 제품이 출시되고 그때까지 현재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든필드의 경험이 너무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필자는 그가 체중감량 주사에 부정적인 생각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 때 이든필드는 자신의 누나 멜리사에 대해 언급했다.
멜리사 홀은 “동생의 결과를 기쁘게 생각한다”며, “나보다 몇 주 후에 주사 투여를 시작한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도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홀은 소외감도 느꼈다고 털어놨다. “화가 나고 속상하다. 나도 체중을 감량해 즐거워지고 싶다”라고 홀은 말했다.
이든필드는 레딧과 페이스북에 성공 사례를 공유했지만 홀은 자신의 실패 사례를 온라인에 공유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내가 체중감량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여전히 뚱뚱하다고 말하길 원치 않는다”라고 홀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