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람을 구하고, 사람을 살리는 기술을 만들겠다”

112나 119에 긴급 구조 전화를 한 사람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생기는 불상사를 해결해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문희찬 한양대학교 공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를 만났다.

재난과 범죄 등의 위급 상황 발생 시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시간을 골든 타임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추적이 어려워 이런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해 말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경찰청에 요청된 GPS와 와이파이 위치조회 2,160만 3,800여건 중 위치추적 성공 건수는 689만 9,600여건으로 전체 요청 건수의 31.9%에 불과했다.

위치추적 성공률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 현재 이용되고 있는 위치추적 기술이 가진 여러 가지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여 위치추적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문희찬 교수(사진)를 만나 그동안 문 교수팀이 이뤄낸 연구 성과와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Q) 현재 위치추적 기술은 재난과 범죄 상황 외에도 친구찾기, 여행, 피트니스, 트래킹,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은 지금 이용되고 있는 기술과 정확도 등의 면에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려 달라.

A)  영화를 보면 특정인물의 위치를 자유자재로 추적하는 장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위치추적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쳐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최근 언론에서 여러 차례 보도된 바와 같이 위급 상황 발생 시 GPS나 와이파이를 통해 위치를 파악하는 경우 정확도가 떨어진다. 가령 GPS는 실내에서 정확하게 동작하지 않아 긴급 상황 발생 시 위치 추적이 힘들고, 와이파이도 오차범위가 크다.

현재 우리가 개발을 끝낸 LTE 정밀 측위 솔루션은 기존에 사용되던 이런 기술의 위치 정확도는 물론이고 사용 지역과 적용 단말기의 한계를 모두 극복한 혁신적인 기술이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A)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시 112나 119에 신고했을 때 신고한 휴대폰과 연결된 기지국이 휴대폰에 일정한 패턴의 신호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도록 만든다. 그러면 현장에 파견된 경찰관이나 구조대원이 우리가 개발한 신호측정기를 가지고 신고한 구조 대상자를 찾아가는 원리이다.

신호측정기가 구조 대상자의 휴대폰에 가까이 가면 금속 탐지기처럼 작동해서 정확한 측위가 가능하다. 5미터 반경 내의 정확도로 아파트, 학교, 다중이용시설 등 실내에서도 빠르고 정확하게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특정한 장소에 휴대폰을 하나 놓았을 때 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휴대폰에서 수신된 신호가 구조대원이 들고 있는 신호측정기에 등고선으로 표시된다. 이때 구조대원이 그 등고선의 정상에 해당하는 위치 주변을 살펴보면 구조신호를 보낸 사람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휴대폰의 위치를 등고선의 형태로 표시하는 서버

긴급 구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구조대상자의 위치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나 지금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구조를 위해 출동하는 구조대원 손에 과학적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고 본다. 구조 신고를 한 사람이 어디에 있든지 구조대원이 찾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존에는 위치 추적의 정확도가 문제였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빨리 사람을 찾을 수 있느냐의 문제로 바뀔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사람을 구하고, 사람을 살리는 긴급 정밀 위치파악 기술을 내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있는 인포씨즈시스템이 개발 중이다.

Q) 정밀 위치추적 기술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20대 때부터 위급 상황 발생 시 정확한 위치추적 문제가 정말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측위가 내 세부 전공은 아니어서 관심만 가지고 연구동향을 지켜보던 중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다른 연구과제를 수행하던 과정이 계기가 되어 2018년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위치추적 기술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고, 이 기술의 가치를 높이 산 경찰청으로부터 연구비 지원도 받게 됐다. 최근 광주 서구에서 일어난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등에서 실종자 수색에 난항을 겪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개발하는 위치추적 기술이 하루빨리 상용화되어야 사고 실종자 수색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란 확신을 가졌다.

Q) 전화기의 종류나 기술 표준 등은 문제가 안 되는가?

A) 피처폰, 알뜰폰, 스마트폰 등 전화기의 종류와 상관없이 통화만 가능한 기기면 되면 된다. 또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변경 없이도 정밀한 정밀 측위가 가능해 기술의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것이 기존 기술과 대비 혁신적인 차별점 중 하나이다.

Q) 시범 서비스는 언제부터 시작할 예정인가?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서 극복해야 할 대표적인 과제로는 무엇이 있는가?

A) 내년 정도면 기술적인 면에서는 시범 서비스는 가능하다고 본다. 내년 중반 정도면 하나의 구 내지 경찰서 관할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려면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통사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준다면 상용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반대로 이통사가 협조해주지 않으면, 끝없는 ‘밀당’이 필요할 수 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이것이 사업적으로 이득이 안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긴급상황 발생 시 이통사가 기지국을 통해 휴대폰이 전파를 전송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통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원을 쓰는데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측정기의 크기를 줄이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크기는 007 가방 정도지만, 올해 여름이면 휴대폰 두 배 정도 두께로 줄이고, 내년 정도면 휴대폰보다 더 크기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단 올해 최우선 목표는 휴대가 용이한 수준의 소형화를 이뤄내는 것이다.

올해 문 교수팀이 개발 중인 신호측정기와 구조자(경찰 등)가 소지한 스마트폰에서 디스플레이되는
화면

Q) 왜 5G가 아니라 4G인 LTE 기반인가?

A) 5G 단말기에서는 기본적으로 4G가 작동한다. LTE는 전국 서비스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미래에도 긴급구조의 목적으로 LTE를 사용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의 3G 사용자는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해외에서는 3G나 2G 사용자가 많은 곳들도 많아,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이들을 배려한 기술 개발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5G 통신은 보다 정확한 상용 목적의 측위를 위해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Q) 위치추적이 늘 좋은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건 아니다.  위치추적앱이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지금 개발해놓은 기술이 훗날 이런 범죄나 기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용도로 악용될 위험은 없는가?

A) 우리는 일단 시급히 해결해야 할 재난과 구조, 범죄 피해자를 구하는 등의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집중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개발하는 기술이 미래에는 분실한 휴대폰 찾기, 반려동물 찾기, 실내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널리 사용된다면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Q) 이 기술을 해외에도 알릴 예정인가?

올해부터는 해외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우리 기술의 전 세계적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의 도입을 원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상용화 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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