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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국 선전은 어떻게 피지컬 AI의 중심이 되었나?

중국은 휴머노이드 양산에서 세계를 앞서가지만, 실제 산업 현장의 도입은 아직 초기다. 제조 현장에서 15년을 보낸 뒤 벤처 투자로 옮긴 토니 첸 파트너는 선전의 진짜 경쟁력을 저렴한 부품이 아닌 설계와 제조를 함께 돌리는 공급망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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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선전이라는 도시가 AI를 실제 로봇이나 기계에 적용하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세계적인 중심지가 되고 있습니다. 선전의 강점은 단순히 물건을 싸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품 공장과 설계 회사가 매우 가까이 모여 있어서 시제품을 며칠 만에 만들고 빠르게 고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에 응한 투자자 토니 첸은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AI 두뇌, 하드웨어 몸체, 그리고 디자인과 브랜드라는 세 가지를 잘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제조 기술이 뛰어나지만, 대기업 중심이라 작은 스타트업이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기 어려운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다만 한국은 브랜드와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강점이 있어, 선전의 공급망과 결합하면 큰 기회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왜 중요한가요?

AI가 컴퓨터 화면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기기 등 우리가 실제로 만지고 사용하는 제품으로 나오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와 도시가 이런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됩니다.

주요 용어 설명
제품·시장 적합성 (Product-Market Fit, PMF)

만든 제품이 실제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인지,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아무도 사고 싶어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창업 초기에 반드시 검증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통합 제품 개발 (Integrated Product Development, IPD)

제품을 설계할 때 디자이너만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 담당자나 부품 공급업체 등 관련된 모든 팀이 처음부터 함께 참여하는 개발 방식입니다. 마치 집을 지을 때 건축가, 배관공, 전기 기사가 처음부터 함께 설계에 참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제조 용이성 설계 (Design for Manufacturing, DfM)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공장에서 쉽게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고려하는 방법입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실제로 만들기 너무 어려우면 비용이 올라가거나 품질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설계 단계에서 미리 생산 과정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최소 기능 제품 (Minimum Viable Product, MVP)

제품의 핵심 기능만 넣어서 가장 간단하게 만든 초기 버전을 말합니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전에 고객의 반응을 먼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마치 요리 전체를 다 만들기 전에 맛보기 한 접시를 먼저 내놓는 것과 비슷합니다.

⚡ Claude AI가 독자를 위해 자동 생성한 요약입니다. 원문을 함께 읽어보세요.

AI 경쟁의 무대가 디지털 세계를 넘어 현실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경쟁에 이어, AI를 실제로 움직이고 일하는 제품과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새로운 경쟁의 축으로 떠올랐다. 휴머노이드 로봇부터 스마트 제조, 자율주행, 물류 자동화까지 AI와 하드웨어가 결합하는 산업은 모두 이 흐름 위에 있다.

이 경쟁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는 단연 중국 선전이다.

선전은 더 이상 저렴한 생산기지가 아니다. AI 하드웨어를 가장 빠르게 제품으로 만들고, 반복적으로 개선하며, 양산까지 연결하는 세계 최대의 제조 혁신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로봇과 드론, 스마트 하드웨어 기업들이 선전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선전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한국의 제조 경쟁력은 선전과 어떤 점이 다르며, 피지컬 AI 시대에 한국 기업은 어디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까.

토니 첸(Tony Chen) 스파크스(Sparks Physical AI Ventures) 창업자 겸 매니징 파트너는 필립스(Philips), 캐논 오세(Canon Océ), TE 커넥티비티(TE Connectivity) 등에서 15년간 제조와 엔지니어링을 경험한 뒤, 현재는 피지컬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제품 정의와 양산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그에게 선전 공급망의 진짜 경쟁력과 피지컬 AI 시대의 제조 혁신에 대해 물었다.

선전의 경쟁력은 원가보다 ‘반복 속도’

Q. 제조·엔지니어링 분야에서 15년을 일하셨습니다. 선전의 경쟁력으로 낮은 원가와 빠른 개발이 흔히 꼽힙니다. 실제 현장에서 본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습니까.

원가와 속도 모두 장점입니다. 하지만 더 오래 지속되는 차이는, 공급망이 제품 설계 과정에 어떻게 관여하느냐에 있다고 봅니다. 선전에서는 공장이 단순히 도면을 받아 생산만 하는 곳에 머물지 않습니다. 실제로 만들 수 있는지, 어떤 부품을 바꿔야 하는지, 양산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를 설계 단계에서 바로 피드백합니다. 그만큼 설계와 시제품 제작, 수정의 주기가 짧아집니다.

이런 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공급망의 밀도에 있습니다. 텐센트와 화웨이, BYD, DJI 같은 기술 기업이 있고, 폭스콘과 럭스셰어 같은 대형 제조사가 있습니다. 여기에 JLCPCB 같은 시제품 제작 업체와 화창베이의 부품 조달망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서울에서 몇 주나 몇 달 걸릴 일이 선전에서는 며칠이면 끝납니다.

이제 선전을 단순한 저비용 생산기지로 보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조립 능력뿐 아니라, 제품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엔지니어링 역량과 핵심 부품 개발 능력까지 함께 커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선전·둥관 지역에서는 관절 토크 센서와 힘 제어 관절 모듈 같은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해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는 로봇 기업도 나오고 있습니다.

Q. 좋은 공급망을 이용한다고 모든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품 회사와 글로벌 제조 기업을 가르는 차이는 무엇입니까.

크게 세 가지를 봅니다. 먼저 제품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을 직접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좋은 부품을 조달하는 것과 핵심 기술을 통제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DJI나 에코플로우, 뱀부랩 같은 기업은 공급사의 기술 로드맵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들의 제품에서 중요한 기술을 내부에 축적했습니다.

두 번째는 기존 제품을 따라가는 회사인지 새로운 제품 범주를 만드는 회사인지입니다. 에코플로우의 경우 휴대용 전원장치를 하나의 독립된 제품 범주로 키웠습니다. 기존 시장에서 조금 나은 제품을 내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은 사용자 경험과 브랜드입니다. 하드웨어는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기능을 가진 경쟁 제품이 등장합니다. 결국 같은 기능을 어떻게 사용하게 만드는지,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게 만드는지가 중요해집니다.

부품보다 어려운 것은 ‘통합’

Q. 여러 하드웨어·딥테크 기업의 성장을 지켜보셨습니다. 크게 성장한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본 특징이 있습니까.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지, 새로운 제품 범주의 선두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사용자 경험을 계속 개선하는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보는지, 양산 이후에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피지컬 AI에서는 특히 통합 능력이 중요합니다. 저희는 이 통합의 세 축을 브레인과 바디, 소울이라고 부릅니다. 브레인은 AI 모델과 인식·자율성이고, 바디는 센서와 구동기, 로봇 하드웨어와 제조입니다. 소울은 디자인과 브랜드, 사용자 경험입니다.

부품 자체는 시장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부품을 모아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양산할 수 있으며, 고객이 선택할 만한 하나의 제품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피지컬 AI에서 기업 간 격차가 벌어지는 지점은 바로 이 통합 과정이라고 봅니다. 빠르게 제품을 만들어내는 실행력과, 그 제품을 계속 개선해나가는 능력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Q. 공급망을 단순한 외주 업체가 아니라 ‘창업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조 파트너는 언제부터 제품 개발에 참여해야 합니까.

시작 단계부터 양산 업체와 함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개발 단계에 따라 다른데, 개념 검증(PoC) 단계라면 시제품 제작 업체만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오세와 필립스에서 일할 때 통합 제품 개발(IPD) 방식을 많이 사용했는데요. 공급망과 신제품 도입 담당자가 개발 프로젝트 안에 들어와 설계 단계부터 제조 가능성을 검토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개발 단계별로 제조 파트너에게 무엇을 얼마나 공개하느냐의 문제입니다.

Q. 반대로 공급업체를 너무 이른 단계에 깊이 끌어들이면 핵심 기술이나 협상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같이 하고 무엇을 자체적으로 할지를 처음에 정해야 합니다. 제조와 조립에서는 깊게 협력하더라도 핵심 지식재산은 기업이 직접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요.

하나의 업체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서로 다른 업체가 각기 다른 부품을 생산하게 하거나 복수 공급처를 확보하면 특정 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죠. 핵심은 협력의 깊이가 아니라 경계를 얼마나 명확하게 설계하느냐입니다.

Q. 피지컬 AI를 브레인·바디·소울로 나누고 한국이 특히 ‘소울’에 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같은 제조업을 가진 한국에서 피지컬 AI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제가 한국 생태계 전체를 오랫동안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크게 느낀 차이는 제조 역량에 스타트업이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은 제조 역량이 매우 뛰어나지만, 상당 부분 대기업 내부에 있습니다. 반면 선전에서는 작은 기업도 독립적인 부품사와 시제품 업체를 찾아 제품을 수정하고 다시 만들 수 있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얼마나 빨리 시제품을 만들고 실패한 뒤 다시 고칠 수 있느냐가 중요하거든요.

한국에는 대기업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인력이 나와 창업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초기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빠른 시제품·제조 네트워크와 하드웨어·딥테크의 긴 개발 기간을 감당할 민간 자본도 필요해 보입니다.

Q. 그렇다면 ‘소울’이라는 말은 한국 산업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합니까.

제품을 소비자가 선택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지식재산과 산업디자인,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경험을 모두 포함합니다.

한국은 이 영역에서 이미 여러 글로벌 사례를 만들었습니다. 삼성전자의 소비자 전자제품, 현대자동차의 브랜드와 디자인, 젠틀몬스터 같은 브랜드, 하이브와 네이버웹툰의 콘텐츠 지식재산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봅니다.

피지컬 AI에서도 성능이 비슷한 제품이 늘어나면 이런 차이가 중요해집니다. 로봇의 모터나 센서가 무엇인지보다 사용하기 편한지, 어떤 브랜드를 신뢰하는지, 계속 쓰고 싶은 제품인지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국을 ‘소울’에 강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이런 의미입니다.

Q.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 진출과 데이터 보안, 지식재산 문제 때문에 중국 공급망을 이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 우려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중국 공급망을 배제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정보와 기술을 어디까지 공유할지를 관리하는 것이죠.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는지 명확하게 관리하고, 민감한 지식재산은 다른 영역과 분리해야 합니다. 또 제품을 판매하려는 국가의 규정에 맞도록 공급 관계를 설계해야 합니다. 제조 파트너를 활용하는 것과 핵심 기술을 넘기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반대로 한국의 피지컬 AI 프로젝트가 중국이 아닌 공급망에만 의존한다면 성장이 느려지고 중국 시장을 뚫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국경을 넘는 협업에서는 관계 자체보다 어떤 정보를 공유하고 어떤 기술을 보호할지에 대한 규칙이 먼저 정해져야 합니다.

Q. 한국의 제조 역량이 선전의 공급망과 결합한다면 어떤 분야에서 기회가 있다고 봅니까.

하나의 분야를 꼽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한국의 강점과 선전의 공급망이 결합했을 때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분야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AI 연산 인프라와 제조·물류 로봇, 농업용 로봇, 메모리와 센싱 기술이 중요한 스마트 하드웨어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소비자용 스마트 기기와 자율주행·모빌리티, 신에너지 관련 하드웨어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들 분야의 공통점은 통합 난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좋은 AI 모델이나 값싼 하드웨어 하나만으로는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알고리즘과 센서, 기계 설계, 제조·양산, 사용자 경험을 하나의 제품 안에서 결합해야 합니다. 제가 브레인·바디·소울의 통합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Q. 마지막으로, 다른 나라의 창업자가 지금 선전에 가서 피지컬 AI 회사를 시작한다면, 첫 12개월 동안 무엇부터 검증해야 합니까. 선전의 속도라면 기술 데모부터 만들고 싶은 유혹이 클 텐데요.

순서가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검증해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문제입니다. 풀려는 문제가 정말 해결할 가치가 있는지, 실제 고객 수요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다음에야 제품을 정의하고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대개 최소 기능 제품(MVP)이 필요하고, 시제품을 통한 기술 데모도 바로 이때 만들면 됩니다.

피지컬 AI 프로젝트에서 곧바로 시제품 제작으로 뛰어드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개발 품질을 검토하는 통합 제품 개발(IPD) 과정을, 간소화한 형태로라도 거쳐야 합니다. 프로젝트 복잡도에 따라 다르지만, 이 과정에는 보통 12~18개월이 걸립니다.

양산은 그다음 문제입니다. 개념 검증(PoC)이 긍정적으로 확인된 이후에야 OEM·ODM·EMS 업체와의 생산 협력을 검토합니다. 양산 가능성은 조립 용이성 설계(DfA), 제조 용이성 설계(DfM), 공정 고장 형태 및 영향 분석(PFMEA) 같은 설계·품질 검토 기법으로 관련 부서가 함께 평가합니다. 시제품이 한 번 작동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검증입니다.

결국 선전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그 속도를 살리는 것은 순서를 지키는 창업자입니다. 문제 검증 없이 뛰어든 기술 데모는 며칠 만에 만들어질 수 있지만, 그만큼 며칠 만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토니 첸 파트너는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에서 재료과학·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필립스, 캐논 오세, TE커넥티비티 등에서 엔지니어링과 프로젝트 관리, 운영 업무를 맡으며 유럽과 중국 본토, 홍콩에서 15년간 제조업 경험을 쌓았다. 이후 벤처 투자로 옮겨 현재 홍콩에 기반을 둔 스파크스 피지컬 AI 벤처스의 창업·매니징 파트너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