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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I로 ‘만드는 일’이 쉬워질수록, 왜 판단과 책임은 더 중요해질까?

광고 제작부터 앱 개발까지 AI가 ‘만드는 능력’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퍼블리시스의 로랑 테브네는 AI로 직접 만드는 일이 수월해질수록 좋은 결과를 가려내는 판단력과 이를 관리하는 기업의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한다. 창작과 개발의 문턱이 낮아진 조직에서 비용과 보안은 어떻게 관리하고, 책임은 어떻게 나눠야 할까? 그리고 만드는 능력이 보편화된 시대, 인간의 전문성은 어디에서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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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덕분에 광고, 앱, 영상 등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누구에게나 쉬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빠르게 여러 결과물을 내놓을수록, 그중에서 정말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의 판단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회사에서 직원들이 AI로 각자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하면 보안 문제, 비용 관리, 책임 소재 등 새로운 과제가 생깁니다. AI를 쓴다고 비용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돈이 쓰이는 곳이 달라지는 것이며,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누가 책임질지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결국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판단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능력입니다.

왜 중요한가요?

AI로 누구나 쉽게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는 판단력과 책임 의식이 일상적으로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요 용어 설명
시민 개발자 (Citizen Developer)

프로그래밍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일반 직원이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을 뜻합니다. 마치 요리사가 아닌 사람이 밀키트로 요리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AI 시대에는 이런 사람이 더 많아지면서 관리 문제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섀도 IT (Shadow IT)

회사의 IT 부서가 파악하지 못한 채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만든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말합니다. 학교에서 선생님 모르게 학생들이 각자 다른 앱을 쓰는 것과 비슷합니다. 보안 사고나 정보 유출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MCP (Model Context Protocol)

AI가 회사의 데이터나 업무 시스템에 연결될 때 사용하는 표준화된 연결 방식입니다. USB-C 케이블처럼 어떤 기기든 하나의 규격으로 연결할 수 있게 해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를 통해 여러 AI 도구가 일관된 방식으로 회사 시스템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기술 부채 (Technical Debt)

당장 빠르게 만들기 위해 대충 처리한 부분이 나중에 더 큰 수정 비용과 문제를 일으키는 현상입니다. 숙제를 급하게 베껴서 내면 나중에 시험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과 비슷합니다. AI로 쉽게 만든 프로그램이 많아질수록 이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선택 편향 (Selection Bias)

연구나 조사에서 특정 성향의 사람들만 참여하게 되어 결과가 실제와 다르게 나오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만 설문에 응하면 모든 사람이 운동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AI 생산성 연구에서도 이런 편향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Claude AI가 독자를 위해 자동 생성한 요약입니다. 원문을 함께 읽어보세요.

생성형 AI의 영향이 빠르게 나타나는 분야 중 하나가 광고·마케팅 분야다. 아이디어와 카피, 이미지, 영상 등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이 분야에서 AI는 이제 콘텐츠 제작을 넘어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고, 비개발자가 업무에 필요한 간단한 프로그램까지 직접 만들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만드는 능력’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쉽게 만드는 것과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AI가 수십 개의 아이디어를 순식간에 내놓을수록 무엇이 좋은지 가려내는 인간의 판단력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동시에 기업에는 AI가 만들어 낸 도구와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할지, 비용과 보안, 책임을 어떻게 통제할지라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다.

로랑 테브네(Laurent Thevenet) 퍼블리시스 아시아태평양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 총괄은 생성형 AI가 가져온 변화의 핵심을 ‘생산성’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엔지니어에서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 전문가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는 AI가 누구에게나 ‘만드는 능력’을 제공하는 시대에 기업과 개인에게는 무엇을 만들지 판단하고, 그 결과를 누가 책임질지 정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코리아’는 테브네에게 광고 현장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출발점으로, ‘만드는 능력’이 보편화된 기업에서 무엇을 새롭게 관리해야 하며, 그런 시대에 인간에게 여전히 필요한 전문성은 무엇인지 물었다.

* 인터뷰는 논점과 맥락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일부 답변의 순서와 길이를 편집했다.

Q. 생성형 AI가 광고 제작 현장에서 실제로 바꾼 것과 바꾸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요?

AI의 활용 정도는 작업마다 다릅니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이커머스 플랫폼의 상품 콘텐츠처럼 많은 버전을 빠르게 만들어야 하는 작업에는 AI를 많이 씁니다. 반면 브랜드를 대표하는 중요한 캠페인에서는 AI를 거의 쓰지 않거나 특정 공정에만 활용하기도 합니다.

제작 과정은 분명히 크게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산이 필요한 장면을 찍으려면 촬영팀이 직접 현장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산이나 동물 자체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캠페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재능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30개의 아이디어를 만들어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 무엇이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지 가려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능력보다 그중 무엇이 좋은지 알아보는 능력입니다.

Q. 이제 개발자가 아니어도 앱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만드는 능력’이 보편화될 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전문성은 어떤 것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판단력(judgment)이라고 생각합니다. 판단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직접 만들고 출시한 뒤,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을 지켜보고, 실패와 성공을 거듭 경험해야 합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무엇이 좋은지 알아보는 능력이 생기고 전문성이 만들어집니다.

AI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아주 빠르게 갖게 해줍니다. 하지만 어디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무엇이 정말 좋은 결과인지 판단하는 능력까지 곧바로 길러주는 것은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챗GPT에 물으면 로켓을 우주로 보내는 데 필요한 물리 방정식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로켓 과학자가 되는 건 아니죠. 적어도 아직은 아닙니다. AI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바로 영화감독이 되는 것은 아니고, 앱 하나를 만들었다고 숙련된 엔지니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능력’을 얻는 것과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다르니까요.

AI를 쓰면 정말 더 빨라질까

AI로 결과물을 더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실제 생산성까지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기관 METR은 2025년 숙련된 오픈소스 개발자 16명이 실제 프로젝트에서 수행한 246개 작업을 분석했다. 개발자들은 AI를 사용하면 작업 시간이 2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고, 실험 뒤에도 작업 시간이 약 20% 줄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AI를 사용했을 때 작업 시간이 평균 19% 더 걸렸다.

다만 이 결과를 지금의 AI 코딩 도구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METR이 2026년 2월 공개한 후속 연구에서는 AI를 사용할 때 작업 시간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다만 신뢰구간이 넓었고, AI 없이 일하고 싶지 않은 개발자가 실험 참여를 피하는 선택 편향 가능성도 있어 연구진 역시 정확한 생산성 효과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AI가 인간의 일 처리 속도를 높이느냐 낮추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첫 연구에서는 숙련된 개발자조차 자신의 생산성 변화를 실제와 다르게 판단했다. AI가 무엇인가를 더 쉽게 만들어준다는 사실과 실제로 더 좋은 결과나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한 차이를 구분해내는 것 역시 테브네가 말한 ‘판단’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Q. AI에 일을 맡길 때 인간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일단 거의 모든 일에 AI를 한 번 써봅니다. 지난주에 안 되던 일이 이번 주에는 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사람이 생각하는 과정을 너무 쉽게 건너뛸 수 있다는 점은 걱정합니다.

예를 들어 AI가 아주 그럴듯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발표하는 사람이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죠. AI에게 일을 맡기는 것과 생각 자체를 맡기는 것은 다릅니다. 결과물을 얻는 것과 그 일을 이해하는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약속은 처음이 아니다

현업 직원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발상은 AI 시대에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로우코드와 노코드가 확산되면서 ‘시민 개발자(citizen developer)’라는 개념도 널리 알려졌다.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IT 부서에 의존하지 않고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 수 있게 하자는 발상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문제가 뒤따랐다. 2024년 ‘MIS Quarterly Executive’에 실린 연구는 시민 개발자와 로우코드 전문가 30명을 인터뷰했다. 연구진은 빠른 개발이라는 장점 이면에 조직이 파악하지 못하는 ‘섀도 IT’와 기술 부채, 소프트웨어 품질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코딩은 이와 비슷한 문제를 더 큰 규모로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 특정 플랫폼의 기능과 구조에 제약받던 로우코드와 달리, AI 코딩은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의 범위가 훨씬 넓고 제작의 문턱도 더 낮기 때문이다.

퍼블리시스처럼 직원이 10만 명을 넘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직접 만든다’라는 가능성은 곧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Q. 10만 명 규모의 조직에서 직원들이 AI로 직접 앱을 만들기 시작하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보안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는 대형 고객사의 기밀 정보와 공개되지 않은 제품 데이터를 다룹니다. 직원들이 개인용 AI 계정으로 이러한 데이터를 내보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만들지 마”라고 막아서도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무엇을 만들든 회사의 시스템 안에서 운용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회사 계정과 데이터, 서버, 기존 업무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과 기본 구조를 제공하고 그 안에서는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해야 합니다. 10만 명이 저마다 별개의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AI가 회사의 데이터나 업무 시스템에 연결되는 방식을 표준화하는 데는 MCP(Model Context Protocol) 같은 기술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AI를 위한 USB-C 같은 것”이죠.

그리고 이 문제를 회사에서 규칙을 만드는 관리자들에게만 맡겨서도 안 됩니다. 새로운 AI 도구를 실제로 가장 먼저 써본 사람들과 보안, 거버넌스 담당자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직접 쓰는 사람을 빼놓고 규칙을 만들면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Q. AI를 쓰면 정말 기업의 비용도 줄어듭니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비용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쓰이는 곳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에서는 수천 명이 API와 AI 서비스를 쓰기 시작하면서 사용량에 따라 비용도 빠르게 늘어납니다. 어떤 회사에서는 책정한 AI 예산을 거의 한 분기 만에 다 써버리는 일도 생깁니다. 그러면 CFO가 어디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 들여다보기 시작하죠.

중요한 것은 모든 일에 가장 비싸고 가장 똑똑한 모델을 쓸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작은 모델로 충분한 일도 있고, 정말 어려운 문제에만 최고 성능의 모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제가 ‘Tokenmaxxing ≠ Transformation’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토큰을 많이 쓴다고 해서 AI 전환을 잘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Q. 직원이 만든 앱의 사용자가 늘어나면 책임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초기에는 만든 사람이 책임져도 됩니다. 하지만 몇 명이 시험 삼아 쓰던 도구를 수십 명, 수백 명이 사용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제품 담당자가 필요하고, 더 커지면 제품팀이 맡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책임도 함께 커져야 한다는 겁니다.

또 조직 안에서 누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모두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 팀이 이미 해결한 문제를 프랑스나 싱가포르 팀이 모르고 다시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AI는 기업의 조직도도 바꿀까?

AI가 기존 직무의 경계를 허물기 시작하면서 조직 구조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테브네는 이와 관련해 트위터 공동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가 이끄는 금융기술 기업 블록(Block)의 조직 개편을 극단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블록은 2026년 2월 전체 인력의 약 40%에 해당하는 4,000명 이상을 감원했다. 도시와 세쿼이아캐피털의 로엘로프 보타(Roelof Botha)는 공동 기고문에서 AI가 조직 내 정보 흐름을 더 많이 담당하게 되면 기존 중간관리자의 역할 일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퍼블리시스는 AI 전환과 관련해 인력 감축보다는 기존 직원의 AI 역량을 키우고 인재, 기술 투자를 강조한다. 퍼블리시스 글로벌 CEO 아르튀르 사둔(Arthur Sadoun)은 자사의 전략이 월가의 기대에 맞춰 인력을 줄이는 방식과는 ‘정반대’라고 밝힌 바 있다.

AI 전환을 두고도 기업이 조직과 인력을 재편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Q. AI가 조직 내 정보 처리를 맡게 되면, 조직의 관리 계층도 줄어들까요?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AI는 이전의 자동화 기술과 조금 다릅니다. 이제 자동화의 범위가 정보 처리와 지식 업무 영역까지 넓어지고 있습니다. 회사에는 관리자 위에 또 관리자가 있고, 그 위에 다시 관리자가 있는 구조가 많습니다. 정보가 위로 올라갔다 다시 아래로 내려오죠. AI가 이런 정보 처리의 일부를 맡게 되면 조직의 계층도 지금보다 얕아질 수 있습니다.

블록은 아주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모든 회사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이런 실험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Q. 오랫동안 전통적 위계 구조를 유지해온 기업은 AI 전환에 더 어려움을 겪을까요? 이런 변화가 한국 기업에도 주는 시사점도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특정한 방식으로 일해왔고, 위계가 강한 조직이라면 변화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특정 국가나 기업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퍼블리시스도 100년 된 회사이고, 우리에게도 오래된 방식과 구조가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제가 충분히 깊이 알지 못해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AI를 도입한 뒤에도 예전과 똑같이 일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겁니다.

AI 전환에 하나의 정답은 없다

테브네 역시 AI가 기업을 어떻게 바꿀지에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AI가 어디까지 자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묻자, 자신은 머신러닝 연구자들만큼 기술 자체를 깊이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다만 AI를 만드는 사람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기술을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의식적으로 함께 찾아본다고 덧붙였다.

모든 기업이 퍼블리시스와 같은 방식으로 AI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테브네가 던지는 질문은 특정 기업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AI는 더 많은 실무자에게 직접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주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더 이상 개발팀만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마케터가 자신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디자이너가 앱을 구현하며, 전략가가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과제도 ‘AI를 도입할 것인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어떤 환경에서 만들게 할지, 비용은 어떻게 관리할지, 어떤 데이터와 연결할지, 사용 규모가 커질수록 어떤 책임 체계를 갖출지 결정해야 한다. AI가 만들어낸 결과의 품질을 가려내는 일도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AI가 더 많은 사람에게 만드는 능력을 줄수록, 기업에는 오히려 더 많은 판단과 더 분명한 책임이 필요해진다.

로랑 테브네(Laurent Thevenet)는 예술과 데이터, 디자인, 엔지니어링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 전문가다. 25년간 테크 스타트업과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오가며 Nike, Google, Netflix, YouTube, Heineken 등 글로벌 브랜드의 디지털 캠페인과 제품, 플랫폼 개발을 이끌었다. 현재 퍼블리시스 그룹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역량 강화 업무를 이끌고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 조직을 총괄하며 신기술을 실제 비즈니스와 크리에이티브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