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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에이전트는 이미 출근했다

중국의 AI 에이전트 생태계는 국가가 설계하고 산업이 집행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반도체 제재 속에서도 연산 인프라, 제도 표준, 빅테크 플랫폼이 맞물리며 에이전트는 서비스가 아닌 사회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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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AI 에이전트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기본 시설로 선언하고, 정부 주도로 규칙과 인프라를 한꺼번에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AI 앱 사용자는 이미 4억 6천만 명을 넘었고, AI가 소비하는 데이터양은 2년 만에 1,000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대형 기업들은 이미 수억 명이 쓰는 앱을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바꾸고 있으며, KFC 매장 주문부터 공장 로봇까지 에이전트가 실제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의 AI 사용 비용은 해외의 10분의 1 수준이라 24시간 에이전트를 돌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정부가 큰 판을 설계하고 기업들이 그 위에서 경쟁하는 구조로, 14억 명의 일상이 빠르게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왜 중요한가요?

AI 에이전트는 앞으로 사람 대신 예약, 결제, 판단, 심지어 공장 노동까지 수행하게 되므로,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생활 전반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국가 단위 움직임은 글로벌 AI 경쟁 구도를 바꾸고 한국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이 필요합니다.

주요 용어 설명
동수서산 (東數西算, East Data West Computing)

중국 동쪽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서쪽의 전기료가 싸고 땅이 넓은 지역에서 계산 처리하는 국가 프로젝트입니다. 마치 수도관을 전국에 깔아 물을 효율적으로 보내듯, 컴퓨팅 자원을 전국에 고르게 분배하는 것입니다.

멀티 에이전트 협업 (Agent Swarm)

하나의 AI 에이전트가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 개의 작은 에이전트들이 벌떼처럼 역할을 나눠 동시에 협력하는 방식입니다. 복잡한 업무를 여러 전문가가 팀을 이뤄 처리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플릿 러닝 (Fleet Learning)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수천 대의 로봇이 각자 경험한 것을 서로 공유하며 함께 똑똑해지는 학습 방법입니다. 한 로봇이 새로운 작업 방법을 배우면 나머지 로봇들도 즉시 같은 능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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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AI 에이전트를 ‘기술’이 아니라 ‘사회 인프라’로 선언했다. 올해 5~6월 두 달 사이에 3개 부처 공동 가이드라인, 대규모 정화 캠페인, 빅테크 생태계 재편, 국가 에이전트 검증 리더보드가 동시에 가동됐다. 개별 기업의 신제품 출시가 아니다. 국가가 판을 설계하고 산업이 이를 집행하는 구조적 전환이다. 국가가 이렇게 움직인 배경에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현장의 규모가 있다.

시장조사기관 퀘스트모바일(QuestMobile)에 따르면 중국 AI 네이티브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는 4월 4억 6,000만 명에 이르렀고, 1분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4%에 달했다. 사용량의 팽창은 더 가파르다. 국가데이터국(国家数据局)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평균 토큰 소비량은 2024년 초 1,000억 개에서 올해 3월 140조 개로 불어났다. 2년 만에 1,000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이 물량은 국경 밖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모델 호출 집계 플랫폼 오픈라우터(OpenRouter)에서 중국 모델은 올해 2~3월 주간 호출량 기준으로 미국 모델을 처음 앞질렀고, 사용량 상위권을 대부분 차지했다. 반도체 제재로 엔비디아 최신 칩을 쓰기 어려운 나라의 모델이 어떻게 개발자들의 호출량에서 미국을 제쳤는가. 답은 10년 전에 깔아 놓은 바닥에 있다.

10년 전에 깔아 놓은 바닥

2016년 무렵 반도체 공급망의 취약성을 일찌감치 인지한 중국은 모델보다 먼저 바닥을 깔았다. 데이터센터, 녹색에너지, 광통신망을 먼저 확충하며 아래에서부터 병목을 해소하는 인프라 전략을 택했다. 2022년 국가 전략으로 공식화된 ‘동수서산(東數西算)’ 프로젝트가 그 결과다. 8대 허브 노드와 10개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로 구성된 이 인프라에서 AI 연산 비중은 80%를 넘어섰다. 중국이 구축한 스마트 컴퓨팅 클러스터는 42개, 지능형 연산 규모는 1,882엑사플롭스(EFLOPS)에 이른다. 이는 거대한 AI 전용 데이터센터 42곳을 국가 단위로 묶어 놓은 규모에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서비스하는 대형 ‘AI 공장’ 수십 곳을 동시에 가동하는 수준이다. ‘제15차 5개년 규획’은 전국 일체화 컴퓨팅파워 네트워크를 명문화했고, 국무원의 ‘인공지능+ 행동 심화 실시 의견’은 에이전트의 통합·조율 능력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중국은 칩 그 아래의 레이어부터 장악했다.

인프라는 디지털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車)·도로 인프라(路)·클라우드(雲)를 통합한 ‘차로운(車路雲) 시스템’은 상하이·선전·우한 등 주요 도시에서 이미 운영 중이다. 도로 위 센서와 카메라는 엣지 컴퓨팅 노드가 되어 실시간 데이터를 에이전트의 판단 재료로 보낸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는 에이전트가 결제를 자율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을 14억 명 규모로 갖추고 있다. 미국이 소비자 AI 인터페이스를 정교하게 다듬는 동안, 중국은 에이전트가 실제 세계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신경망을 먼저 깔았다.

정부가 먼저 정의한다

인프라가 물리적 토대라면, 5~6월의 정부 조치는 제도적 토대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국가발전개혁위원회·공업정보화부는 공동으로 「AI 에이전트 규범 적용 및 혁신 발전 의견」을 발표했다. 세 부처가 동시에 서명한 문서라는 점은 중요하다. 단순 규제 지침이 아니라 산업 진흥, 인프라 투자, 정보통신 표준을 함께 움직이겠다는 국가 의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문서의 핵심은 정의다. 국가는 에이전트를 “자율적 인지·기억·의사결정·상호작용·실행 능력을 갖춘 지능형 시스템”으로 못 박았다. 정의가 생기면 표준이 따르고, 표준이 생기면 조달과 인증이 뒤따른다. 금융·의료·교육·사회 거버넌스를 망라한 19개 적용 시나리오는 규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면허증에 가깝다. 특히 “사용자가 에이전트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대해 알 권리와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조항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에이전트가 인간 대신 결정을 내리는 시대를 이미 전제로 깔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과 맞물려 움직인 것은 청랑(Qinglang, 清朗) 캠페인이다. 중앙인터넷정보판공실이 4개월 동안 시행한 이 캠페인은 미등록 모델, AI 데이터 오염, AI 생성 허위 정보를 겨냥했다. 당국은 ‘디지털 쓰레기(数字泔水, AI Slop)’라는 표현까지 공식적으로 썼다. 이를 단순 억압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보는 셈이다. 중국 정책의 작동 방식은 ‘정화 후 확장’에 가깝다. 불량 플레이어를 제거하면 규범을 따르는 기업에게 더 넓은 운동장이 열린다.

빅테크가 실행한다 — 다섯 개의 전선

정부가 방향을 정하면 빅테크가 집행한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위챗(WeChat)을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14억 명이 쓰는 위챗에서 사용자는 스와이프 한 번으로 예약, 결제, 주문을 자연어로 처리한다. 위챗이 에이전트 플랫폼이 되는 순간 14억 명의 일상 행동은 에이전트 데이터가 된다. 자체 모델 훈위안(Hunyuan) Hy3-Preview는 6월 기준, 오픈라우터의 주간 토큰 호출량에서 글로벌 2위에 올랐다.

중국 전자상거래·클라우드 대기업 알리바바는 자사 대형언어모델 큐웬(Qwen)을 서드파티 에이전트에 전면 개방했다. KFC 전국 1만 3,000여 개 매장에서는 AI 주문, 결제, 픽업이 큐웬 하나로 처리된다. 앱스토어 모델이 아니다. 에이전트가 앱을 대체하는 구조다. 바이두는 5월 Create 2026에서 ‘DAA(일일 활성 에이전트 수)’를 AI 시대의 핵심 지표로 제시했다. DAU가 인터넷 시대의 척도였다면, DAA는 에이전트 시대의 척도다.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AI 챗봇 도우바오(Doubao)는 지난3월 기준 하루 120조 토큰을 처리하며, 에이전트 플랫폼 코즈(Coze, 扣子)로 전 시나리오를 무료로 포괄한다. 에이전트 전환이 가속되면 연말 일평균 처리량은 1,000조 토큰에 육박한다. 화웨이는 홍멍OS 기반 샤오이(小艺) Claw로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홈을 하나의 에이전트 네트워크로 묶는다. 클라우드가 아닌 단말 주도 생태계다.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면서 독자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다섯 기업의 전략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이미 일상에 들어와 있는 플랫폼이 에이전트가 되고 있다.

모델 전쟁, 가격 파괴

플랫폼 전쟁과 동시에 모델 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딥시크(DeepSeek)는 고성능 V4-Pro, 경량 V4-Flash, 추론 특화 V4-Pro-Thinking 세 모델로 시장을 공략한다. V4-Flash는 6월 오픈라우터 글로벌 주간 호출량 1위에 올랐고, 입력 100만 토큰당 0.435달러로 현존 프런티어 모델 중 최저가다. 키미(Kimi) K2.6은 최대 300개 서브 에이전트를 4,000단계에 걸쳐 병렬 조율하는 멀티 에이전트 협업 아키텍처 에이전트 스웜(Agent Swarm)을 앞세운다. 클로드 오퍼스(Claude Opus) 4.6에 근접한 성능을 3.6배 낮은 비용으로 낸다는 설명이다. 큐웬 3.6 Plus는 1M 토큰 컨텍스트로 오픈웨이트 코딩 에이전트 최상위권에 올랐다. 중국 업체들의 추론 비용은 해외 동급 모델의 10분의 1 수준이다. AI 사용 비용이 사실상 무료에 가까워지면 에이전트를 24시간 구동하지 않을 이유가 줄어든다. 중국에서 에이전트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구조적 이유다.

에이전트가 현장 노동까지 수행한다

에이전트 전쟁은 디지털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중국 로봇 스타트업 애지봇(Agibot)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상하이 공장 조립 라인에서 일하고,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의 로봇은 물류센터에서 박스를 나른다. 이 로봇들 안에서 에이전트는 시각, 촉각, 공간 인식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한다. 플릿 러닝(fleet learning)을 통해 전국의 수천 대가 동시에 학습하고 경험을 공유한다. 소프트웨어 에이전트와 피지컬 AI가 같은 지능 기반 위에서 통합되는 것이다.

국가가 판을 짜고 기업들이 그 위에서 경쟁한다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기업 애플리케이션의 40%에 과업 특화 AI 에이전트가 통합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5% 미만에서 1년 만에 여덟 배로 뛰는 전환이다. 에이전트는 대형 모델 위에서 작동하고, 에이전트가 확산될수록 대형 모델 수요도 함께 커진다. 중상산업연구원(China Commercial Industry Research Institute)은 중국 대형 모델 시장이 올해 680억 위안(약 14조 8,240억 원)에서 2030년 3,250억 위안(약 70조 8,5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4년 만에 다섯 배 가까운 성장이다. 그러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다. 앱은 사용자가 열어야 작동하지만, 에이전트는 사용자 대신 먼저 움직인다. 앱은 특정 기능을 제공하지만, 에이전트는 목표를 받은 뒤 스스로 경로를 결정한다. 이는 도구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관계가 재설계되는 사건이다.

중국은 그 재설계를 국가 단위에서 수행하고 있다. 정부가 정의하고, 빅테크가 플랫폼을 열고, 캠페인이 시장을 정화하고, 리더보드가 사례를 검증한다. 네 바퀴가 동시에 돈다. 생태계는 이렇게 설계된다. 한 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가가 판을 짜고 기업들이 그 판 위에서 경쟁한다. 그 판의 규모는 14억 명이고, 속도는 한 분기 단위다. 에이전트는 24시간 쉬지 않고 행동하고 학습하며 스스로 진화한다. 세상은 지금 시간, 공간,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중국에서 그 재정의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의 설계만이 아니다. 그 설계 위에서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14억 명의 선택이 긴밀하게 집적되며 거대한 변혁을 만들고 있다.

임선영 작가는 1998년 베이징에 첫발을 디딘 뒤 30년 가까이 중국의 사회·문화·경제 변화를 현장에서 분석해온 중국 전문가다. 칭화대 전산언어학 석사 과정을 거쳐 삼성·LG·두산의 중화권 마케팅 전략과 2010 상하이 엑스포 한국기업관 기획에 참여했다. 현재 정책자문·경영 컨설팅과 중국 AI·산업 인사이트 트립을 기획·운영하며, 최근 <중국 AI 미래 지도>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