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VA, 딥러닝 선구자 얀 르쿤이 설립한 AI 연구소 AMI에 약 500억 원 투자…’월드 모델’ 기술 선점 나서
딥러닝 분야의 세계적 석학 얀 르쿤(Yann LeCun)이 설립한 AI 프론티어 랩이 대규모 초기 투자를 유치하며 차세대 AI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SBVA(에스비브이에이, 대표 이준표)는 얀 르쿤 교수가 설립한 글로벌 프론티어 랩 ‘AMI(Advanced Machine Intelligence)’의 시드 라운드에 약 500억 원(3천만 유로)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라운드에는 그레이크로프트 파트너스, 캐세이 이노베이션, 히로 캐피털 등 글로벌 기관 투자자와 엔비디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 등도 참여했다.
‘AI 대부’ 얀 르쿤이 만드는 ‘월드 모델’…AI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전환
AMI를 이끄는 얀 르쿤은 현대 딥러닝의 근간을 만든 인물로 꼽힌다. 메타의 AI 연구소 Facebook AI Research(FAIR)의 설립자이기도 한 그는 퀸 엘리자베스 공학상과 ACM 튜링상 등 과학·공학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 상을 수상했다. 튜링상은 컴퓨터 과학 분야의 노벨상에 비견되는 상으로, 인공지능 연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여를 한 연구자에게 수여된다. AMI에는 메타, 구글 딥마인드 등 글로벌 빅테크 출신의 핵심 연구진과 엔지니어들이 합류해 단순 연구 조직을 넘어선 ‘실행형 프론티어 랩’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AMI의 핵심 목표는 ‘월드 모델(World Model)’ 개발이다. 월드 모델이란 AI가 인간처럼 세상의 작동 방식을 내면화해 주어진 상황을 이해하고 다음에 일어날 일을 추론하며 행동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하는 AI 아키텍처(구조 설계 방식)를 말한다. 현재 주류를 이루는 대형 언어 모델(LLM)이 텍스트 데이터를 바탕으로 언어를 생성하는 데 집중한다면, 월드 모델은 물리적 세계의 법칙과 맥락을 이해하는 ‘실천적 지능’을 목표로 한다. AMI는 이를 위해 자기지도학습(Self-supervised Learning)과 공동 임베딩 기반 예측 아키텍처(JEPA)를 핵심 기술로 삼고 있다. 자기지도학습이란 사람이 일일이 정답을 입력해주지 않아도 AI가 데이터 안에서 스스로 패턴을 찾아 학습하는 방식으로, 방대한 라벨링 작업 없이도 AI가 세상을 이해하도록 훈련할 수 있는 접근법이다.
이번 시드 투자에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폭넓게 참여했다. 그레이크로프트 파트너스, 캐세이 이노베이션, 히로 캐피털 등 글로벌 기관 투자자와 엔비디아가 이름을 올렸으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도 자금을 보탰다. SBVA는 기존 ‘2023 알파 코리아 펀드’와 ‘알파 인텔리전스 펀드’에 더해 새롭게 결성된 ‘알파 AI 아키텍처 펀드’를 통해 이번 투자를 집행했으며, 해당 펀드에는 쿠팡, 두산 등 국내외 기업과 기관들이 유한책임투자자(LP, Limited Partner)로 참여했다. LP란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지만 운용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투자자를 의미한다.
SBVA, 아시아 산업 생태계와 AMI 잇는 전략적 파트너로
SBVA는 이번 투자를 단순한 재무적 참여를 넘어 AMI와 아시아 산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기업 네트워크를 통한 기술 실증(PoC, Proof of Concept)으로 산업 현장의 혁신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PoC란 신기술이 실제 산업 환경에서 작동 가능한지를 소규모로 검증하는 과정으로, 연구소에서 개발된 기술이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로 이어지기 위한 첫 단계에 해당한다. SBVA는 로보틱스·제조·AI 분야의 국내 스타트업들이 AMI의 차세대 월드 모델 아키텍처를 선제적으로 활용하고 글로벌 시장에 동반 진출할 수 있는 협력 생태계 구축도 함께 추진한다.
장유진 SBVA 상무는 “AMI는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월드 모델’을 선도하는 핵심 기업”이라며 “이번 투자가 AI의 패러다임이 ‘피지컬 AI’로 전환되는 변곡점에서, 한국과 아시아의 산업 생태계가 차세대 AI 기술과 전략적으로 결합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피지컬 AI란 텍스트와 이미지를 다루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AI를 넘어, 로봇이나 제조 설비처럼 물리적 세계에서 실제로 행동하고 작동하는 AI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AMI 관계자는 “SBVA가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아시아 생태계를 아우르는 전략적 파트너로 함께하게 된 것은 AMI의 글로벌 비전과 도전적 목표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번 파트너십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BVA는 2000년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창업투자회사로 한국에 설립된 이후 루닛, 당근, 업스테이지 등의 기업을 초기부터 발굴해 왔으며, 현재 약 2.9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며 전 세계 100여 개의 포트폴리오 회사를 육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