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엔비디아·브룩필드서 100억 달러 유치…초대형 ‘AI팩토리’ 사업 기반 완성
AI 연산을 대규모로 처리하는 시설인 ‘AI팩토리’ 사업을 위해, 네이버가 총 1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투자·조달 계약을 완성했다.
네이버는 엔비디아(NVIDIA)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회사가 특정 대상에게 새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받는 방식)를 통해 1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받고, 90억 달러 규모의 GPU 인프라 및 데이터센터 확보를 위해 글로벌 투자사 브룩필드(Brookfield)를 독점적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그동안 대규모 AI 시설을 지으려는 기업들은 AI 연산의 핵심 장비인 GPU를 확보하는 문제와 이를 담을 인프라 조달 문제를 함께 풀어야 했는데, 전 세계적 GPU 공급 부족 속에 이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이번 계약은 네이버가 이 두 선결 과제를 빠르게 해결한 것으로, 아시아·유럽·중동의 ‘소버린 AI’ 인프라 수요를 겨냥한 사업의 기반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0억 달러로 ‘GPU 수급’과 ‘인프라 조달’을 한 번에
이번 계약의 핵심은 AI팩토리 사업의 두 가지 선결 과제를 동시에 해결했다는 점이다. AI팩토리는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구동하는 데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는 시설로, 이를 짓기 위해서는 연산을 담당하는 GPU를 확보하는 일과 이를 담을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조달하는 일이 모두 필요하다.
먼저 엔비디아의 투자는 GPU 수급과 직결된다. 엔비디아는 10억 달러(한화 약 1조 4,809억 원)를 투자해 네이버 지분 4.5%(보통주 724만 1,564주)를 취득하게 된다. 납입기한은 10월 30일이다. 이번 투자는 지난 6월 양사가 발표한 ‘기가와트(GW)급 초대형 글로벌 AI팩토리 구축 협약’의 후속 조치다.
네이버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은 22년 만으로, 2008년 코스피 이전 상장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의미다. 양사가 AI팩토리 사업의 성공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인프라 조달은 브룩필드가 맡는다. 1조 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글로벌 대체투자사 브룩필드와의 사전계약을 통해, 네이버는 수백 MW(메가와트) 규모의 AI팩토리 운용에 필요한 최신 GPU와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브룩필드는 데이터센터와 신재생에너지 등 AI 인프라 분야에 투자해온 기업으로, 네이버는 이 협력을 통해 전 세계적 GPU 공급 부족 상황에서도 대규모 연산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가 직접 투자한 이유…’풀스택’과 ‘속도’
엔비디아가 이례적으로 직접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네이버의 ‘풀스택(full-stack)’ AI 역량이 있다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이다. 풀스택은 데이터센터와 GPU 클러스터, AI 플랫폼부터 자체 모델과 서비스까지 AI팩토리의 전 영역을 직접 운영하는 것을 뜻한다. 네이버는 이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글로벌에서도 드문 사업자라는 것이다.
이 역량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네이버는 2019년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20여 년간 축적한 인프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냉각·전력·네트워크 등 데이터센터의 핵심 기술을 AI 연산 환경에 맞춰 모두 내재화했다.
이렇게 갖춘 완성형 인프라는 곧 ‘속도’로 이어진다는 것이 네이버의 강조점이다.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에 더해 전국 20여 곳에 GPU 설치 공간을 선제적으로 확보·운영하고 있으며, 표준 사양의 서버 체계를 구축해 자원 확보부터 서비스 개시까지의 기간을 1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도 네이버는 국내 최대인 10만 장 수준의 GPU를 대규모 클러스터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자원 관리·복구 자동화와 높은 수준의 모니터링을 통해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GPUaaS(서비스형 GPU, GPU를 직접 사지 않고 클라우드에서 빌려 쓰는 방식)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7년 매출 시작, 1GW급 확장 목표…자사주 소각도 병행
네이버는 이번 협력을 발판으로 구체적인 사업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7년부터 AI팩토리 사업을 통한 매출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연산 시설의 규모는 전력 사용량을 뜻하는 메가와트(MW)·기가와트(GW) 단위로 표시되는데,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2027년 상반기 55MW 규모의 글로벌 AI팩토리 가동을 시작하고, 2028년 200MW 규모까지 본궤도에 올린 뒤, 이를 발판으로 1GW급까지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중동 시장의 소버린(Sovereign) AI 인프라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소버린 AI는 특정 국가나 조직이 자국·자체의 통제 아래 AI 인프라와 데이터를 운영하는 방식을 뜻한다.
투자 유치와 함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도 병행됐다. 네이버는 지난 24일 이사회에서 약 1조 원 규모의 자사주 490만 주를 오는 8월 3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보유한 자기 주식을 없애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것으로, 통상 주주가치 제고 조치로 여겨진다.
최수연 대표는 “엔비디아와 브룩필드의 투자는 네이버 미래 성장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네이버의 기술,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어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AI팩토리 고객사 유치도 속도감 있게 마무리해, 네이버가 글로벌 AI 인프라 분야의 주요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분기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