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금속 종류 늘수록 더 균일해지는 다성분 나노입자 ‘성분 집중’ 현상 최초 규명
나노소재 분야의 오랜 상식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정희태 석좌교수 연구팀이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마테오 카르넬로(Matteo Cargnello) 교수팀과 공동으로 이번 현상을 발견하고, 5가지 금속을 섞은 다성분 나노입자 촉매가 기존 루테늄(Ru) 촉매보다 암모니아 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 효율이 약 4배 높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8일 밝혔다.
여러 금속을 섞으면 입자 구조가 망가진다는 기존 인식과 달리, 복잡한 조성이 오히려 더 균일한 나노입자를 만든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차세대 에너지·촉매 기술의 설계 원리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발견이다.
여러 금속 원소를 섞을수록 오히려 더 균일한 나노입자를 만들 수 있는 ‘성분 집중(Composition-focusing)’ 현상이 KAIST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공동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5월 7일자에 게재됐다.
여러 금속 섞일수록 더 균일해지는 나노입자…기존 상식 뒤집어
나노입자(머리카락 굵기의 약 10만 분의 1 수준의 매우 작은 입자)는 반도체,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 소재로 쓰인다. 최근에는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금속을 동시에 섞는 다성분(multimetallic, 여러 금속이 한 입자 안에 함께 들어 있는 구조)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구성 원소가 많아질수록 각 원소의 반응 속도가 달라 입자의 크기와 모양이 들쭉날쭉해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다성분 나노입자의 정밀 제어는 나노소재 분야의 대표적인 난제로 여겨져 왔다. 여러 금속을 섞을수록 구조가 망가진다는 것이 그동안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관찰된 현상은 정확히 그 반대였다. 금속 원소의 종류가 늘어날수록 입자의 성분이 한 방향으로 모이며 오히려 더 균일해지는, 이른바 ‘성분 집중(Composition-focusing, 여러 금속이 섞일수록 특정 조성으로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현상)’ 현상이 나타났다. 그동안 나노소재 합성에서 문제로 여겨졌던 복잡한 화학 반응 환경이 오히려 원자들이 정돈된 구조를 이루도록 돕는다는 새로운 원리가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먼저 결합한 원자가 다음 원자 자리 만들어주는 ‘징검다리’ 메커니즘
성분 집중 현상의 핵심에는 ‘징검다리’ 효과가 자리한다. 서로 다른 금속 원자들이 경쟁적으로 결합하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화학적 메커니즘이다.
먼저 자리를 잡은 금속 원자가 이후 들어오는 다른 금속 원자가 더 쉽게 붙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원자들이 무작위로 섞이는 것이 아니라 층층이 질서 있게 쌓이며 안정적인 구조를 이루게 된다. 복잡한 반응 환경을 오히려 균일한 합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발견은 단순히 기존 인식을 뒤집은 것을 넘어, 여러 금속이 섞인 복잡한 나노소재도 원하는 형태로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한 성과로 평가된다. 그동안 다성분 합성의 걸림돌로 지목돼 온 복잡한 화학 반응 환경이, 같은 원리 안에서 오히려 균일한 나노 구조를 만들어내는 자원으로 뒤바뀐 셈이다.

5원소 촉매로 수소 생산 효율 4배 향상…에너지 소재 설계 원리 제시
성분 집중 원리는 다섯 가지 금속을 한 입자에 담은 다성분 나노입자 촉매로 직접 검증됐다. 시험 무대로는 수소 생산을 위한 암모니아 분해 반응이 선택됐다. 암모니아는 분해가 까다로워 높은 온도와 빠른 반응을 유도해 줄 촉매가 필수적이며, 산업 현장에서는 루테늄(Ru) 촉매가 표준 재료로 쓰인다.
실험 결과 5원소 다성분 촉매는 같은 조건에서 기존 루테늄 촉매보다 수소 생산 효율이 약 4배 높았다. 정희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나노입자 합성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역설적 현상’을 발견하고 그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 원리를 활용하면 원하는 성능에 맞춰 금속 조성을 설계할 수 있어, 수소 생산, 이산화탄소 전환 등 에너지 공정의 효율을 높이는 고성능 촉매와 친환경 에너지 소재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윤지수 박사과정생과 스탠퍼드대학교 오진원(Jinwon Oh)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KAIST 정희태 석좌교수와 스탠퍼드대학교 마테오 카르넬로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BASF(Badische Anilin- & Soda-Fabrik)와 서울대학교도 공동 연구에 함께했다. 게재된 논문의 제목은 ‘Competitive reactivity drives size- and composition-focusing in multimetallic nanocrystals’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