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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AI연구원, 7500억 파라미터 ‘K-엑사원 2.0’ 공개…소버린 AI 승부수

LG AI연구원이 국내 최대 규모인 7,500억 개 파라미터의 AI 기반 모델을 누구나 상업적으로 쓸 수 있도록 전면 개방했다. 한국 독자 AI의 글로벌 경쟁을 겨냥한 행보다.

국내 연구진이 설계부터 학습, 추론 환경 구축까지 독자적으로 완수한 초거대 AI 모델이 공개됐다.

LG AI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2차수 모델인 ‘K-엑사원(K-EXAONE) 2.0’을 오픈소스 커뮤니티 허깅페이스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로 미리 학습시켜 여러 작업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기반 AI 모델을 말한다. 이 모델은 7,500억 개(750B) 파라미터 규모로 국내 최대이며, 1차수 모델(2,360억 개)보다 크기가 3배 이상 커졌다. 파라미터는 AI가 학습을 통해 조정하는 내부 값으로, 사람 뇌의 시냅스에 비유되며 그 수가 많을수록 더 복잡한 패턴을 다룰 잠재력을 갖는다.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해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만들어 통제권을 갖는 AI를 ‘소버린(sovereign·주권) AI’라 하는데, K-엑사원은 그 대표 사례로 추진돼 왔다. 이번 공개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몸집을 키운 데 있지 않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750B급 초거대 모델의 대규모 학습을 안정적으로 마치고, 라이선스를 상업적 이용까지 허용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방했다는 점이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글로벌 프런티어 모델과 같은 체급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몸집을 3배로 키운 ‘소버린 AI’, 무엇이 달라졌나

K-엑사원 2.0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규모다. 파라미터 수가 1차수 모델의 2,360억 개에서 7,500억 개로 3배 이상 늘었다. 파라미터가 많다는 것은 모델이 학습 과정에서 조정할 수 있는 ‘손잡이’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뜻으로, 더 복잡하고 미묘한 언어 패턴을 담아낼 여지가 커진다. 다만 규모가 크다고 성능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어서, 이 큰 모델을 안정적으로 학습시키는 일 자체가 기술적 관문이다.

LG AI연구원은 이 관문을 국내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우형 공동 연구원장은 “단순히 파라미터 수가 큰 모델을 만든 것이 아니라, 750B급 모델의 설계부터 데이터 학습, 여러 장비에 나눠 학습하는 분산 학습, 추론 환경 구축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완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초거대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술 체계 전반을 국내에 확보했다는 의미다.

성능도 세대를 거치며 올랐다. LG AI연구원은 9개 영역 24개 벤치마크(성능 측정 시험) 평가 결과를 함께 공개했는데, K-엑사원 2.0은 24개 지표 평균 70.1점을 기록해 1차수 모델(63.3점)보다 10% 이상 높았다. 특히 코딩과 에이전틱 코딩 영역의 주요 지표 3개에서는 평균 성능이 30% 상승했다. 에이전틱은 AI가 스스로 필요한 도구를 골라 단계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다만 연구원 측은 현재 성능을 최종 결과로 규정하지 않았다. 임 연구원장은 “현재 성능은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글로벌 프런티어 스케일 모델의 잠재력을 본격적으로 끌어내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데이터 품질 고도화와 후속 학습, 강화 학습, 추론 기술을 정교화해 성능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엑사원 2.0 글로벌 선도 모델들과의 성능 비교

벤치마크 성적표: 장문 이해·에이전트·안전성

LG AI연구원은 K-엑사원 2.0이 여러 영역에서 글로벌 선도 모델과 비교해 높거나 대등한 성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우선 장문 문맥 이해 영역이다. 긴 문서의 내용을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는지를 재는 시험으로, 글로벌 평가(OpenAI-MRCR)에서 94.4점, 한국어 평가(Ko-LongBench)에서 89.6점을 기록했다. 연구원은 이 점수가 중국 지푸의 GLM-5.1(각각 71.5점, 83.6점)을 앞선 결과이며, 주요 지표 3개 평균에서도 10% 이상 우위였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틱 능력 평가에서도 성과를 냈다. AI가 은행 업무 상황에서 도구를 사용해 과제를 처리하는 능력을 재는 시험(Tau3-Bench Banking)에서 14.2점을 기록해, GLM-5.1(11.5점)과 Qwen3.5(13.4점)를 웃돌았다. 사용자의 지시를 정확히 따르는지를 보는 지시 이행 평가(IFEval, IFBench)에서는 GLM-5.1, 딥시크 V4 Pro max, Qwen3.5 등 글로벌 선도 모델과 대등한 수준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원 언어도 넓혔다. 기존 한국어·영어·스페인어·독일어·일본어·베트남어에 프랑스어·이탈리아어·포르투갈어·폴란드어를 더해 모두 10개 언어로 확장했다. LG AI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AI 파운데이션 모델 중 가장 많은 언어를 지원하는 것으로, 소버린 AI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공략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성 지표는 연구원이 특히 강조한 부분이다. 한국의 특수성과 글로벌 윤리 기준 준수를 평가하는 시험(KGC-Safety)과 지정학적 맥락 판단과 관련된 안정성 평가(ROK-Fortress)에서 평균 94.6점을 기록했다. 연구원은 이 점수가 GLM-5.1(71.3점), 딥시크 V4 Pro max(65.2점), Qwen3.5(89점)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성능뿐 아니라, 한국적 맥락과 윤리 기준을 함께 반영하는 것이 소버린 AI의 차별점이라는 설명이다.

전면 개방, 그리고 산업 현장으로

이번 공개에서 성능만큼 주목되는 것이 개방 방식이다. LG AI연구원은 K-엑사원 2.0의 라이선스를 ‘아파치 2.0(Apache 2.0)’으로 전환했다. 아파치 2.0은 누구나 상업적 목적으로까지 자유롭게 쓰고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방형 라이선스다. 모델을 공개하되 활용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과 개발자가 이 모델을 가져다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것까지 열어둔 셈이다.

이런 개방 전략은 K-엑사원을 산업과 일상으로 빠르게 퍼뜨리려는 계획과 맞물린다. LG AI연구원은 지난 4월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이해하는 비전언어모델(VLM) ‘엑사원 4.5’를 공개하는 등 제조·바이오·금융·공공 영역으로 확산을 넓혀 왔다. 연구원에 따르면 엑사원 4.5는 문서 이해 및 추론 등 13개 지표 평균 점수에서 GPT5-mini, 클로드 소넷 4.5, Qwen3-VL을 웃도는 성능을 보였다.

실제 공공 현장 적용도 진행되고 있다. 엑사원 4.5는 행정안전부 ‘AI 안전신문고’의 두뇌로 선정돼 하루 3만 9,000건 이상의 안전 신고 분석을 맡게 되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약 심사 AI’에도 탑재돼 신약 허가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연구원은 다음 주 새로운 산업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추가로 공개해 ‘전문가 AI’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접점은 일반 국민에게까지 넓어질 전망이다. LG AI연구원은 실제 사용성을 평가하는 대국민 평가 사이트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추후 전 국민이 K-엑사원 2.0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연구원은 이번 성과의 핵심을 “다양한 상황에서의 실사용 성능을 입증하고, 글로벌 프런티어 모델을 향한 본격적인 도전에 돌입했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