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뷰티 필터가 만든 새로운 문화
베로니카가 소셜미디어의 뷰티필터(beauty filters)를 사용해 자신의 사진을 편집하기 시작한 건 14살 때였다. 중학생 때 그녀는 이 기술을 쓸 수 있게 되자 다들 좋아서 신나게 필터를 가지고 놀았다고 기억한다. 베로니카는 “이건 그냥 재미 삼아 하는 놀이였다”면서 “그때는 다들 필터를 쓰면서 멋지게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시 5학년이었던 여동생 소피아는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분명히 멋있게 보이려고 했다, 나하고 내 친구들은 분명히 그랬다”고 소피아는 말한다. “12살짜리 여자애들이 자신의 나이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해주는 뭔가를 쓸 수 있다고? 그건 최고로 근사한 일이다. 정말 재밌는 일이다”라고 소피아는 말한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얼굴필터가 소셜미디어에 처음 등장했을 때 그건 일종의 트릭이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가상 변장놀이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동물처럼 보이게 얼굴을 바꾼다거나 갑자기 콧수염을 기르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특히 10대 소녀들이 외모를 ‘미화하는’ 필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필터들은 얼굴과 몸매를 갸름하고 날씬하게 해줄 뿐 아니라, 축소하고, 과장하고, 색을 입혀서 모델과 같은 외모로 바꿔준다. 베로니카와 소피아는 둘 다 스냅챗, 인스타그램, 틱톡의 열렬한 사용자들이다. 이들 소셜미디어의 뷰티필터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뷰티필터로 특정 부분을 고쳐 내 외모를 바꿀 수 있다.”
이런 얼굴필터에서 사용자들은 스와이프와 클릭만으로 손쉽고 유연하게 자신의 이미지를 조정하고 다양한 모습을 시험해볼 수 있다.
현재 19세인 베로니카가 자신의 중학생 때 사진을 확인해보려고 아이폰을 뒤진다. 그러다 사진 한 장에서 멈춘다. “이 사진을 보니 나도 분명 멋지게 보이려고 했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가 내게 자신의 미화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준다. 사진 속의 그녀는 매력적으로 보인다. 눈은 큼직하고, 입술은 살짝 갈라져 있으며, 피부는 구릿빛에다 매끈하다. “이 모습이 14살 때의 나다”라고 베로니카는 말한다. 자신에게도 이 사진이 거북스러워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거의 매일 필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얼굴필터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르게 보이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라고 베로니카는 설명한다. “예를 들어 화장을 하지 않았거나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 때는 뷰티필터로 특정 부분을 고쳐 내 외모를 바꿀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소셜미디어 전반에서 흔해진 얼굴필터는 아마 증강현실을 가장 널리 쓰는 분야일 것이다. 연구자들은 증강현실의 지속적인 사용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모르지만, 실제로 위험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얼굴필터를 쓰면서 어린 여자아이들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당사자가 된다. 이들은 얼굴필터가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줄 실험 대상이다. 게다가 이 모든 일은 별다른 관리·감독 없이 일어나고 있다.
셀카 문화의 부상
뷰티필터는 기본적으로 자동화된 사진편집 도구이며, 인공지능과 컴퓨터비전(computer vision)*을 이용해 얼굴의 특징을 감지하고 변경한다.
* 컴퓨터가 시각적 세계를 해석하고 이해하도록 만드는 기술.
필터는 컴퓨터비전을 사용해 카메라가 보는 것을 해석하고 이를 필터 개발자가 설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수정한다. 컴퓨터는 얼굴을 감지한 다음 수십 개의 점으로 구성된, 보이지 않는 얼굴템플릿을 그 위에 덮어 씌워 일종의 지형 그물망을 만든다. 일단 이것이 구축되면, 환상적인 그래픽 세계가 이 그물망에 장착될 수 있다. 그 결과, 눈 색깔을 바꾸는 것부터 사람 머리에 악마 뿔을 심는 것까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런 실시간 비디오필터는 최근에 발전한 것이다. 하지만 보다 넓게 보면, 뷰티필터는 수십 년 된 셀카 현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전형적으로 소녀스러운) 귀여움에 집착하는 일본의 ‘가와이(kawaii)’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이는 (고객들이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 꾸밀 수 있게 해주는 사진부스) 프리쿠라(스티커 사진)가 1990년대 중반에 일본 비디오 아케이드의 주요 상품이 되면서부터 발전했다. 1999년 5월, 일본 교세라가 최초로 전면카메라를 탑재한 휴대전화를 출시했고 셀카가 주류 문화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이 대두하면서 2000년대 초반 셀카가 글로벌화되었다. 2011년, 스냅챗이 출시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셀카 필터’의 시작을 알렸다. 스냅챗은 사진을 통한 빠른 메시지를 제공했고, 여기에 사용된 셀카는 자신의 반응, 감정, 기분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이상적인 매체가 되었다. 2013년, 옥스퍼드사전은 ‘셀카(selfie)’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2015년 즈음에는 스냅챗이 우크라이나 회사 룩서리(Looksery)를 인수하고 ‘렌즈(Lenses)’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해 중학생 베로니카의 또래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필터는 이제 소셜미디어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탑재된 기능이지만 그 형태는 소셜미디어마다 각각 다르다. 인스타그램은 뷰티필터와 함께 증강현실 얼굴필터를 추가로 제공한다. 예를 들어, 강아지의 귀와 혀를 사람 얼굴에 추가할 수 있다. 스냅챗은 필터 모음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이 화면을 옆으로 넘겨가면서 셀카 카메라에 뷰티 증진 효과(beauty-enhancing effects)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편, 틱톡의 뷰티필터는 ‘향상시키기(Enhance)’라는 설정의 일부로 포함되어 있고, 이 기능으로 사용자들은 어떤 대상에도 표준적 미화를 적용시킬 수 있다.
게다가 이들 필터의 인기가 엄청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만 해도 6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사의 제품과 관련된 AR효과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은 사용해봤다고 회사는 주장한다. 회사의 한 대변인은 뷰티필터가 ‘인기 있는’ 효과라면서도 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페이스북 직원의 거의 5분의 1(약 1만명)이 AR이나 VR 제품 관련 일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최근 정보기술 전문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과의 인터뷰에서 “차세대 주요 컴퓨팅플랫폼(computing platform)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이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의 조합에 우리 회사가 대단한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일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들은 얼굴필터가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줄 실험 대상이다.
스냅챗도 자사의 놀라운 숫자를 자랑한다. 한 대변인은 “매일 2억 명의 실사용자들이 ‘렌즈’를 가지고 놀거나 시청하면서 외모를 바꾸고, 주변 세상을 증강하고, 게임을 하면서 세상에 대해 배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프랑스, 영국의 90% 이상의 젊은 층들이 자사의 AR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기의 또 다른 척도는 필터가 얼마나 많은가이다. 페이스북의 다양한 제품에 있는 대부분의 필터는 제3자 사용자들이 만든 것이다. 페이스북 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던 첫해에 40만 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총 120만 개 이상의 필터효과를 발표했다. 2020년 9월까지 150개 이상의 개발자 계정들이 각각 10억 회 조회수라는 기록을 세웠다.
소셜미디어의 얼굴필터는 AR의 다른 용도와 비교했을 때, 기술적으로 인상적이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탠퍼드대학의 가상현실-인간 상호작용 연구소(Virtual Human Interaction Lab) 창립이사 제러미 베일런슨(Jeremy Bailenson)은 실시간 강아지 필터는 사실 매우 큰 기술적 성과라고 말한다.
베일런슨은 “이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경망(neural networks) 덕분에 이제 인공지능은 실시간 비디오 변경(real-time video altering)에 필요한 데이터 처리를 고도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의 필터 개발 방식에 대해 베일런슨처럼,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들조차 놀라고 있다.
‘아름다운’ 커뮤니티
많은 사람들은 사용자나 개발자로서 필터와 렌즈를 즐기고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사진작가인 캐럴라인 로차(Caroline Rocha)는 소셜미디어 필터, 특히 인스타그램 필터가 결정적 순간에 그녀에게 구명밧줄이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로차에게는 2018년이 가장 절망적인 한 해였다. 매우 소중했던 사람이 사망했고, 그러고 나서 그녀도 뇌졸중을 일으켜 일시적인 다리 마비와 영구적인 손 마비가 생겼다. 이런 상황이 너무 힘겨워 로차는 자살을 시도했다.
“나는 단지 내가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 현실은 어두웠다. 깊은 어둠이었다. 방 안에 처박혀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그녀는 말한다. 필터가 그녀에게는 돌파구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필터가 나에게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시험해보고, 화장해보고, 액세서리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나에게 큰 창을 열어주었다”고 설명한다.
로차는 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그런 그녀에게 인스타그램 필터는 기회와 연결로 가득찬 대단히 인간적이고 예술적인 세계처럼 느껴졌다. 로차는 서로 미적 가치관이 통하는 AR개발자들과 친구가 됐다. 이를 통해 그녀는 (이런 용어가 싫다고 말하지만) ‘필터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로차는 다양한 필터들을 사용해보고 점점 더 늘어가던 팔로워들을 위해 이 필터들에 대한 비평을 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직접 필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로차는 마크 웨이크필드(Marc Wakefield)와 같은 개발자들과 가까워졌다. 예술가인 웨이크필드는 어둡고 환상적인 효과를 전문으로 하는 AR디자이너다. (그의 히트작으로는 ‘얼굴에 난 구멍(Hole in the Head)’이 있다. 이 효과에서는 뻥 뚫린 구멍이 피사체의 얼굴을 대체한다.) “이런 커뮤니티는 무척 친밀하고 유익했다”면서 “심지어는 아름답기까지 했다”고 그녀는 말한다. 로차는 AR효과 개발을 시작할 때 기술적인 전문지식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몇 시간이고 도움말 문서를 탐독했다.
입소문이 난 그녀의 첫 번째 필터는 ‘얼라이브(Alive)’였다. 이 효과는 심장박동의 전기적 맥박을 피사체의 얼굴 바로 위에다 겹쳐 놓는다. 잠시 후, 이 선이 하트모양으로 왜곡되어 한쪽 눈을 감싸고 그런 다음 색색의 빛들이 번쩍거리면서 화면을 밝힌다. 얼라이브는 자신의 정신질환 이야기에 대해 경의를 표한 것이었다고 로차는 말한다.

로차의 경험이 드문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필터 기술의 재미를 만끽한다. 페이스북은 AR효과를 “모든 순간을 공유하고 싶을 만큼 더 재미있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스냅챗은 ‘렌즈’의 목표를 “재미있고 유쾌한 창의적 ‘효과’를 제공해 우리 사회가 스스로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로차는 견해를 바꿨다. 필터에 대한 이런 예술적 개념이 그녀에게는 이제 이상주의적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필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예술적이거나 유쾌한 필터들이 인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뷰티필터에 비하면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페이스북과 스냅챗은 둘 다 기발한 필터에서 외모향상 필터만 단독으로 떼어낸 그 어떤 데이터도 제공하기를 꺼려했다. 페이스북 개발자들은 자신의 필터를 17개의 애매모호한 버킷(buckets)*으로 분류한다. 버킷의 이름으로는 ‘외모’, ‘셀카’, ‘분위기’, ‘카메라 스타일’ 등이 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외모’가 가장 인기 있는 상위 10개의 카테고리에 속한다고 말했지만, 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고 거부의사를 밝혔다.
*여러 개의 데이터를 어떤 기준에 따라 분류할 때 같은 부류에 속하는 데이터의 모임.
로차는 소셜미디어에서 필터를 끊임없이 사용하는 여성들을 많이 본다고 말한다. “이들은 필터 없이 남들에게 보이길 거부한다. 왜냐하면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그렇게 생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이 좀 거북스러워졌다”고 로차는 말한다.
사실 그녀 역시 이런 일로 씨름해왔다. “늘 이런 식의 허위와 싸워왔다”고 그녀는 말한다. “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도 사진 보정을 해야겠어. 내 얼굴이 마음에 안 드니 코도 날렵하게 고치고 입술도 도톰하게 부풀려야지.’ 그러고는 또 ‘아니, 이러지 말아야지, 이렇게 바꾸지 않고도 내 외모에 만족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식이었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로차는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AR필터 문화가 점점 더 실망스러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필터 문화가 변했고, 내가 보기에는…새로운 세대의 개발자들이 단지 돈과 명성만을 추구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그녀는 주장한다.
로차는 “개발자 커뮤니티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명성과 팔로워 숫자가 전부다. 슬픈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술을 하고 있고, 사람들의 감정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매우 슬프다”고 말한다.
“필터는 단지 실제 이미지만 보정하는 게 아니다. 당신 인생 전체를 보정한다.”
10대인 베로니카도 동일한 추세를 본다. “누군가 하나의 필터로 자신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고 그런 식으로 모든 미의 기준을 충족하는 필터로 만든 사진만 게시해서 팔로워를 확보하고 돈을 번다면, 나는 그게 천재적이라고 해야 할지 끔찍하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그녀는 말한다.
클레어 페스코트(Claire Pescott)는 사우스웨일즈대학의 연구원으로, 소셜미디어에서 10대 초반 아이들의 행동을 연구한다. 표적집단면접법(focus group interview)*으로 그녀는 필터와 관련해 성별 차이를 관찰했다. “남자아이들은 필터에 대해서 하나같이 ‘정말 재미있다. 이렇게 웃기게 생긴 귀를 다는 게 재미있고 친구들하고 이걸 공유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같이 웃는다’고 말했다”고 페스코트는 전한다. 그러나 여자아이들은 AR필터를 주로 미화의 도구로 본다. “여자아이들은 모두 이런 식으로 말했다. ‘나는 티 없이 맑은 피부를 가지려고 이 필터를 쓴다. 이 필터가 내 흉터와 점을 다 없애준다’라고. 이 아이들은 다 10살과 11살들이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소수의 응답자를 선발하여 심도 있는 면접이나 토론을 함으로써 정보를 얻는 소비자 조사 방법.
“필터는 단지 실제 이미지만 보정하는 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며 “필터는 인생 전체를 보정한다”고 그녀는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소셜미디어의 AR필터는 급성장하고 있는 자동화된 디지털 뷰티 기술(automated digital beauty technologies)의 일부다. 페이스튠(Facetune)이라는 앱은 간편한 비디오 및 사진 편집 응용프로그램으로, 6,0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사전설정(presets)은 최근 현상이고, 개발자들, 특히 기존의 인플루언서들은 어도비 라이트룸(Adobe Lightroom, 어도비의 사진 편집 및 관리 소프트웨어)에서 사용자정의 필터(custom filters)를 만들고 판매한다. 줌(Zoom)조차도 ‘내 외모 손보기(touch up my appearance)’라는 기능이 있어 화상통화를 할 때 피부가 더 매끈해 보이도록 해준다. 많은 기업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사용자들이 별다른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자신의 외모를 나아보이도록 해주는 옵션들을 예고했다.
현실 왜곡장
대화 중에 나는 베로니카에게 ‘인스타그램 얼굴(Instagram Face)’이 어떤 얼굴인지 정의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녀는 선뜻 “작은 코, 큰 눈, 투명한 피부, 두툼한 입술”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미적 특질은 ‘변형’과 ‘얼굴왜곡’이라는 AR효과에 의존한다. 줌처럼 단순히 피부 톤을 조절하거나 눈 색깔 선명도를 높이는 보정과는 달리, 개발자들은 특정 이목구비의 모양과 크기를 쉽게 바꾸도록 할 수 있다고 로차는 설명한다. ‘도톰한 입술’이나 ‘바짝 올라간 속눈썹’, ‘갸름한 턱선’ 등을 말이다.
10대인 소피아와 베로니카는 자신들도 왜곡필터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소피아가 가장 좋아하는 왜곡필터 중 하나는 자신의 얼굴을 가수이자 인플루언서인 매디슨 비어(Madison Beer)처럼 만들어주는 필터다. 소피아는 “이 필터에는 엄청나게 긴 속눈썹이 있어 내 눈을 예쁘게 보이도록 만들어준다. 입술은 3배나 커지고 코는 더 작아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피아도 조심스러워한다. “하지만 정말로 매디슨 비어이거나 코 성형수술을 진짜 진짜 잘한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도 이렇게 생기진 않았다”고 그녀는 말한다.
한편, 베로니카의 ‘이상적’ 왜곡필터는 스냅챗의 나오미 뷰티(Naomi Beauty)라는 필터다. 이 왜곡필터는 그녀의 친구들도 다 사용한다고 베로니카는 말한다. “나오미 뷰티가 최고인 이유는 딱 2가지다. 피부를 맑게 해주고 눈을 어마어마하게 크게 만들어준다”고 베로니카는 설명한다.
주요 소셜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왜곡필터로는 라 벨르(La Belle), 내츄럴 뷰티(Natural Beauty), 보스 베이브(Boss Babe) 등 그 수가 수천 개에 달한다. 심지어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필터 가운데 하나인 스냅챗의 우스꽝스러운 빅마우스(Big Mouth)조차도 왜곡효과로 만들어졌다.
2019년10월, 페이스북은 왜곡효과의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이 공론화’되면서 이를 금지했다. 신체이형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었고, 사용자가 자신의 얼굴에다 성형외과 의사가 할 법한 교정 표시를 할 수 있게 해주는 픽스미(FixMe)라는 필터 때문에 성형수술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촉발됐다. 그러나 2020년 8월, 회사의 왜곡효과는 성형수술을 명시적으로 홍보하는 필터를 금지한다는 새 정책과 함께 재출시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목구비의 크기를 조정하는 효과는 여전히 허용되고 있다. (이런 결정에 대한 질문을 하자 한 대변인은 당시부터 적용돼온 정책이 담긴 페이스북의 보도자료 링크페이지로 나를 안내했다.)
*외모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결함이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거나 사소한 결함을 과장되게 지각하여 집착하는 정신과 질환.
이들 효과가 재출시되자 로차는 행동을 취하기로 마음먹고 온라인에 바디셰이밍(body shaming)*을 비난하는 글을 게시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변형’효과’가 미화 용도가 아니라 누가 봐도 명백히 유머러스하거나 극적인 ‘효과’가 될 때까지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녀는 일부 필터가 여성들에게 미치는 유해한 영향에 대해서 ‘책임질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몇몇 여성들은 성형수술을 받을 요량으로 필터에 달라붙어 열심히 자신의 모습을 바꾸기도 했다고 그녀는 말한다.
*획일화된 신체 기준에서 벗어난 신체를 가진 사람들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 또는 외모평가 등을 일컫는 말.
“지금 당장 나는 필터를 사용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크리스타 크로티(Krista Crotty)는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 소재한 섭식장애 및 정신건강 분야의 손꼽히는 센터 에밀리 프로그램(Emily Program)의 임상교육 전문가다. 지난 5년 동안 그녀의 업무의 대부분은 환자들에게 건전한 방법으로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데 중점을 둬왔다. 온라인과 실제에서 자신을 다르게 표현할 때 환자들의 불안이 증가하는 것을 본다고 그녀는 말한다. “사람들은 치수든, 형태든, 체중이든, 뭐든 간에 자신에 관한 정보를 게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실제 모습과 전혀 다르다”고 크로티는 말한다. “실제 자아와 디지털 자아 간의 차이 속에 불안이 들어차게 된다. 왜냐하면 디지털 자아의 모습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은 필터링된 사진처럼 생기지 않았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단지 사진만을 위한 것일지라도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면 어느 정도 인정은 받는다.”
젊은이들의 경우 자신이 누구인지를 여전히 알아가는 중이어서 디지털 자아와 진정한 자아 사이에서 길을 찾는 일은 특히나 복잡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볼 때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다.
사우스웨일즈 대학 연구원 클레어 페스코트는 “온라인에서의 정체성은 거의 인공물에 가깝다. 그건 자신의 투영된 이미지와 같다”고 설명한다.
페스코트는 아이들을 관찰한 결과 필터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아이들은 다양한 외적 성격(person)을 시험해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순간순간’ 정체성을 바꿔볼 수 있는 도구가 있는 셈이다. 이로써 다른 이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그러나 페스코트는 모든 젊은이들이, 필터가 자의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좋아요’와 댓글의 형태로 즉각적인 인정과 반응을 제공하는 방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어린 여자아이들은 보정한 사진과 일반 사진을 구별하는 데 특히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또한 페스코트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현재 온라인 행동(online behavior)에 대해 종종 배우고 있지만, 필터에 대한 교육은 거의 받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들이 받는 안전교육은 “소셜미디어의 명백한 신체적 위험과 관련되어 있었다. 소셜미디어의 정서적인, 더 미묘한 면이 아니라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면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베일런슨은 기존의 VR연구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정서적 영향에 대해 일부나마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가상환경에서 사람들의 행동은 자신의 아바타의 신체적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런 현상을 프로테우스 효과(Proteus effect)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베일런슨은 키 큰 아바타를 가진 사람들이 키 작은 아바타를 가진 사람들보다 더 자신 있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자아의 시각적 표상(visual representations)이, 사회적 상호작용 중에 유의미한 방식으로 사용될 때 우리의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때때로 이런 행동은 고정관념에 따라 작동할 수도 있다. 잘 알려진 1988년의 연구에서는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운동선수들이 흰색 유니폼을 입은 운동선수들보다 더 공격적이고 폭력적으로 경기에 임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는 디지털 세계에도 적용된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이성(opposite sex)의 아바타를 사용하는 비디오게임 플레이어들은 실제로 성 고정관념에 따라 행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베일런슨은 사람들이 아예 다른 캐릭터를 채택하기보다는 보정한 자신의 얼굴에 기반한 가면을 채택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에서도 유사한 행동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보기에 필터를 적용한 비디오의 세계는 (이를 아직 시험해본 적은 없지만) 필터를 적용한 아바타의 세계와 매우 흡사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한다.
셀카 규제
필터의 영향력과 보급률을 고려할 때, 필터의 영향에 대한 엄밀한 연구는 거의 없으며, 필터 사용에 대한 규정은 더더욱 없다.
나는 어린 두 딸의 아버지인 베일런슨에게 딸들의 AR필터 사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정말 어려운 문제다. 왜냐하면 이건 우리가 어릴적에 본 모든 만화에서 배운 기본적인 교훈, 그러니까 ‘자기 자신이 되어라’라는 교훈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일런슨은 또한 재미로 하는 AR필터 사용이 셀카용으로 하는 AR필터 사용과는 다르며, 이런 다른 맥락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런 사진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여전히 필터링된 사진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필터 사용에 대한 몇 가지 되지 않는 규제와 제한은 기업 스스로의 감시 활동에 달려 있다. 가령, 페이스북의 필터는 “효과를 게시하기 위해 제출할 때 인간과 자동화 시스템의 조합”으로 된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회사 대변인은 설명한다. 필터는 혐오표현이나 과도한 노출과 같은 특정 문제에 대해 검토를 받는다. 또한 사용자들도 필터를 신고할 수 있으며, 그런 뒤 신고된 필터는 수동으로 검토를 받게 된다.
페이스북은 미국 전국섭식장애협회(National Eating Disorders Association)와 정신건강 분야의 비영리단체인 JED재단(JED Foundation)과 같은 전문가 단체들과 정기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스타그램은 성명에서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면서 특정한 방식으로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런 풍조에 효과들이 일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명백하게 섭식장애를 조장하는 필터나 잠재적으로 위험한 성형수술을 부추기는 필터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 플랫폼에서 느낄 수 있는 압박감을 줄이기 위해, 예를 들어 ‘좋아요’의 총 합계를 숨기는 옵션과 같은 제품들을 더 많이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과 스냅챗은 또 필터링된 사진에 라벨을 붙여서 이들이 변형된 사진이라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한다. 하지만 라벨을 피해가는 건 쉽다. 단지 앱 외부에서 라벨을 편집하거나 또는 필터링된 사진을 다운로드했다 다시 업로드하면 가능한 일이다.
라벨 부착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온라인상의 유해한 뷰티문화를 크게 개선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페스코트는 말한다.
“이것이 큰 변화를 가져올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런 사진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보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필터링된 사진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대신 그녀는 아이들이 보게 되는 이미지들이 더 다양하고, 더 진실되며, 덜 보정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사용자의 대다수가 매우 어리기 때문에 생기는 또 다른 우려사항도 있다. 바로 틱톡과 스냅챗, 페이스북이 필터를 통해 수집해온 정보의 양이다. 페이스북과 스냅챗은 둘 다 개인식별정보를 수집하는 데 필터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검토해보면 이 업체들이 실제로 플랫폼에 있는 사진 및 비디오 데이터를 저장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냅챗의 정책에 따르면, 일단 메시지가 열리거나 만료되면 사진과 대화는 서버에서 삭제된다. 하지만 ‘스토리’는 더 오래 저장된다.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비디오 데이터를 원하는 기간만큼 또는 계정이 삭제될 때까지 저장한다. 게다가 인스타그램은 인스타그램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들이 보는 데이터마저 수집한다.
한편, 이들 기업은 계속해서 AR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월, 스냅챗 공동 창업자 에번 스피걸(Evan Spiegel)이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우리 카메라는 이미 아주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은 증강현실이다. 2021년에 회사는 증강현실에 전념할 것이며, 이 기술을 우리는 ‘유틸리티’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스냅챗은 필터 이면에 있는 얼굴감지 시스템이 사용자의 신원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스마트사진태킹(smart photo tagging) 기능(사용자의 사진을 보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을 식별하려고 시도함)이 초창기 얼굴인식기술의 대규모 상업적 사용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한 틱톡은 최근, 틱톡이 광고 타겟팅에 얼굴인식 기술을 오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소송에서 9,200만 달러를 지불하기도 했다. 스냅챗의 한 대변인은 “스냅챗의 ‘렌즈’ 제품은 사용자에 대한 어떤 식별 가능한 정보도 수집하지 않으며, ‘렌즈’를 개인과 다시 연결하거나 개인을 식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페이스북은 얼굴인식기술을 자사의 AR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2021년 1월, ‘뒤돌아보지 않기(No Looking Back)’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에서,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Facebook Reality Labs) 책임자 앤드루 보즈워스(Andrew Bosworth)는 다음과 같이 썼다. “지금은 초창기지만, 우리는 개발자들에게 AR분야의 더 많은 일을 제공하고 더 큰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계획하고 있는 AR안경 출시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페이스북은 AR안경에 얼굴인식기술을 사용할 수 있음을 이미 예고했다.
소피아와 베로니카는 단지 뷰티필터에 대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모 외에는 아무도 그들이 이 모든 것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지 않는다. “무언가가 유해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기 위해 대학학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라고 베로니카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