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AI industry profits from catastrophe

국가 재난 사태로 이득 보는 AI 업계

데이터 레이블링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새로운 노동 모델에 대한 실험 기지가 되고 있다.

원래는 가욋돈을 벌기 위해 잠시 부업으로 하려던 일이었다.

베네수엘라 대학생인 오스카리나 푸엔테스 아나야(Oskarina Fuentes Anaya)는 졸업 후 고연봉의 석유업계에 취직하고자 준비하던 시절 인공지능(AI)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학습 데이터를 입력하는 작업을 일컫는 ‘데이터 레이블링(data-labeling)’을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 ‘에펜(Appen)’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후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붕괴했다. 인플레이션은 하늘을 찔렀고, 한때 미래가 보장됐던 안정적인 일자리를 택할 수 없게 됐다. 부업은 이제 전업이 됐고, 적어도 당분간은 임시직으로 일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푸엔테스는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조국을 떠난 다른 수백만 명의 난민과 함께 콜롬비아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집에서 옴싹달싹 못 하고 있다. 콜롬비아에서 의료 서비스에 이용이 지연된 후 발병한 만성 질환과 그녀가 일할 시간과 벌 돈을 마음대로 결정해 버리는 불투명한 알고리즘 때문이다.

참다 못한 그녀는 에펜의 보복 위협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실명으로 제보하기로 결심했다. 글로벌 AI 개발 파이프라인에서 종사하는 게 어떠한 것인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그녀가 하는 일로 이득을 보는 자들은 그녀를 혹사시켰고 그녀의 존재감을 지우려고 애썼다. 그녀는 음지에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양지로 나오기를 바란다.

에펜은 AI 산업을 위해 데이터 레이블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십 개 회사 중 하나다. 여러분이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인 ‘인스타카트(Instacart)’로 식료품을 사거나, 구직 정보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에서 직장 정보를 찾아본 적이 있다면 이러한 레이블링 사업의 덕을 본 것이다. 전자상거래 사이트, 음성 비서,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대부분의 수익 극대화 알고리즘은 딥 러닝을 통해 자체적으로 알고리즘을 개선하는데, 이 과정에는 라벨이 부여된 다양한 예제가 필요하다.

수동으로 영상을 식별하고, 사진을 분류하며,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작업의 끝없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값싼 노동력이 폭넓게 확보되어야 했다. 인류학자 메리 그레이(Mary Gray)와 컴퓨터사회과학자 시다스 수리(Siddharth Suri)가 명명한 인상적인 용어, 일명 ‘유령 작업(ghost work)’의 공급 및 편성에 대한 시장 가치는 2030년까지 137억 달러(약 17조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에펜 측이 보복할 것이라고 협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스카리나 푸엔테스 아나야는 제보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JOANA TORO

지난 5년 동안 경제 위기에 직면한 베네수엘라는 이러한 노동력의 주요 공급원이었다. 나라가 전쟁 중이 아닌 평시로서는 거의 50년 만에 직면한 최악의 경제 파탄에 빠져버린 바로 이 시기에 데이터 레이블링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고학력자 무리는 생존 수단으로 온라인상의 크라우드워킹(crowdworking) 플랫폼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데이터 레이블링 산업의 부상을 연구해 온 독일 HTW 드레스덴 응용과학 대학교(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HTW Dresden)의 플로리안 알렉산더 슈미트(Florian Alexander Schmidt) 교수는 “베네수엘라의 경기 침체와 데이터 레이블링 산업의 부상 시기가 일치한 것은 기분 나쁜 우연”이라고 진단했다.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이러한 회사에 호재로 작용했고, 회사 측은 언제든 구할 수 있는 초염가의 노동력을 갑작스럽게 얻게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새로운 산업이 급격히 부상한 것은 푸엔테스 같은 베네수엘라 사람들에게 축복이자 저주였다. 일단 이 일자리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 사람들에게는 생명줄이었던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그들을 노동 착취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기업 측에서는 실리콘밸리에 더욱더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근로자들의 급여를 깎거나 계정을 정지하고, 프로그램을 중단할 수 있었다.

라틴아메리카의 데이터 레이블링 노동자들을 연구하는 토론토 대학(University of Toronto)의 박사수료생 줄리언 포사다(Julian Posada)에 따르면 현 상황에서 “권력 불균형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는 “플랫폼이 일 처리 방식을 결정하며, 그들은 게임의 규칙을 지배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이전의 제국주의 시대를 떠올리는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제국들이 약소국의 노동력과 자원을 착취하여 결국 이들 국가의 성장 가능성을 박탈하던 시기 말이다.

이제 일부 플랫폼이 더욱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다른 나라로 관심을 돌리고 있어 이 모델은 계속해서 확산될 예정이다. 베네수엘라에서 폭발적으로 발전한 이 산업을 통해 AI 업계는 어떻게 해야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할 수 있는지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은 의뢰인들이 만족할 수 있는 낮은 가격에 임금을 맞추기 위한 작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슈미트는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좋은 인프라가 갖춰진 국가에서 빈곤이 발생하였을 때 이러한 산업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면서,“세계 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그 역할을 수행할 또 다른 나라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동차 기업이 레이블링 산업 성장에 기여

이처럼 데이터 레이블링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전통적인 자동차 대기업 때문이었다.

폭스바겐, BMW와 같은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신생 기업인 테슬라, 우버 등이 그들의 사업을 무너뜨리려 위협하자 패닉에 빠졌다. 그래서 그들은 기존 회사들이 새로운 경쟁에 직면했을 때 하는 일을 했다. 즉, 신생 기업들을 추격하기 위해 연구 개발에 자금을 무제한적으로 투입한 것이다.

그들이 선택한 기술 혁신은 자율주행 기술이었다. 슈미트는 자동차 대기업들이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기 시작하면서 데이터 레이블링 산업에 대한 수요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한다.

딥 러닝을 기반으로 구축된 모든 AI 알고리즘과 마찬가지로, 자율주행차 또한 ‘보기(see)’를 배우려면 수백만에서 수십억 개의 라벨이 부여된 예제가 필요하다. 이러한 예는 몇 시간짜리 영상 장면들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모든 프레임에는 꼼꼼하게 레이블링이 이루어진다. 이는 자동차가 도로 표시, 차량, 보행자, 나무 및 쓰레기통 등을 식별해 지시를 따르거나 물체를 피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옷을 분류하거나 뉴스 기사를 추천하는 AI 알고리즘과는 다르게, 자율주행차에는 굉장히 높은 정확도의 사물 식별 기술이 요구된다. 부정확한 식별은 곧 탑승자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크라우드워킹 플랫폼인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 혹은 엠터크 MTurk)’는 이 분야에서 10년 이상 최고의 지위를 차지했다. 2005년에 출범한 이 회사는 단순 작업을 위한 저임금 노동력을 고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가장 일반적인 수단이었다. 그러나 엠터크는 범용적인 플랫폼이다 보니 결과가 들쭉날쭉했고, 품질이 보장되지 않았다.

JOANA TORO

2010년대 초 딥러닝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고객과 근로자 모두에게 더 친숙하면서도 높은 정확도를 제공하고자 하는 전문화된 차세대 AI 크라우드워킹 플랫폼이 등장했다. 2017년 자동차 제조업체가 이 분야에 진입했을 때, 그들은 이전보다 단순히 더 나은 성능에 만족하지 못했고, 99%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원했다. 엠터크의 인기는 하락했으며, 전문화된 플랫폼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에펜과 같은 다른 오래된 플랫폼들은 새로운 수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목할 만한 회사 스케일 AI

새롭게 등장한 전문 기업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회사는 ‘스케일 AI(Scale AI)’였다. 이 회사는 2016년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당시 그는 열아홉 살의 MIT 학생이었다. 스케일은 순식간에 수만 명의 레이블링 근로자를 모집했고, 오늘날 도요타 리서치, 리프트(Lyft), 오픈AI(OpenAI)를 포함한 유명 고객들과 계약을 맺었다. 투자자들은 어떻게든 스케일에 투자하고 싶어 했다. 2019년, 투자자들을 모아 총 1억 달러를 스케일에 투자한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의 마이크 볼피(Mike Volpi) 총괄 파트너는 경제매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력거를 끄는 일이나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데이터 레이블링을 하는 일 둘 중에 선택할 수 있다면 후자가 더 나은 일자리다.” 현재 스케일의 가치는 73억 달러로 평가된다. 2022년 2월에 이 회사는 미 국방부의 경쟁 입찰에서 승리하여, 최대 2억 4,900만 달러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스케일 창업 초창기에는 고품질의 레이블링 데이터를 신속하고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회사 성장의 동력원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주로 순수 인간의 노동력 덕분이었다. 2017년 이 회사는 값싼 하청업자들의 글로벌 인력 풀(pool)을 구축하기 위해 ‘리모태스크(Remotasks)‘라는 근로자 대면 플랫폼(worker-facing platform)을 출시했다.

작업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한 방법은 스케일이 먼저 자체 AI 시스템으로 고객 데이터를 실행하여 예비 레이블을 생성한 다음, 그 결과를 리모태스크에 게시해 인간 근로자가 오류를 수정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었다. 그 외의 경우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직접 취재한 회사 교육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가 플랫폼에 바로 전송되는 방식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근로자는 레이블링을 하는 팀과 이를 검토하는 팀으로 나뉘었다. 근로자들의 임금은 그들 작업의 속도와 정확성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를 통해 사람들은 더 빠르고 꼼꼼하게 작업하려는 동기를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 스케일은 필리핀과 케냐에서 하청업자들을 모색했다. 두 나라 모두 아웃소싱의 역사가 길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결정적으로 노동 임금이 낮다는 점에서 딱 알맞았다. 하지만 슈미트의 연구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에 에펜, ‘하이브 마이크로(Hive Micro)’, 마이티 AI(Mighty AI)의 ‘스페어5(Spare5)’와 같은 경쟁업체들은 베네수엘라에서 노동자를 급격히 늘렸다. 2018년 중반까지 약 20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하이브 마이크로와 스페어5에 등록했는데, 이는 각 회사 전체 노동력의 75%를 차지하는 수준이었다.

2019년 스케일은 경쟁사들을 따라 베네수엘라에 진출했다. 회사 임원들은 베네수엘라에서 등록 노동자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고,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이 노동시장에서 ‘자율주행차 라이다(lidar) 레이블링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계획하에 그들은 베네수엘라 노동자들을 공격적으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추천인 코드를 비롯해,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소셜 미디어 마케팅 전략이 사용되었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마침 그 해 말, 우버는 마이티AI를 인수해 스페어5에 대한 접근을 제한했다. 스페어5에 있던 라벨 작업자들은 리모태스크에 떼로 옮겨갔다. 그리고 2020년 초, 역사상 가장 힘겨운 고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을 돕기 위한 방법이라는 주장 아래 스케일은 특별히 베네수엘라인들을 대상으로 한 리모태스크 등록 웹페이지를 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가입자들이 ‘리모태스크 플러스(Remotasks Plus)’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초청인 대상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게 더 많은 교육, 최저시급과 보너스를 통한 수익 증대, 일견 회사 내부 승진처럼 보이는 것 같은 기회들을 약속했다. 이후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한 달 만에 전 세계로 팬데믹이 퍼지면서 리모태스크 플러스 회원 수는 더욱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프로그램은 베네수엘라에 스케일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스케일은 저명한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최고의 선택지로 우뚝 섰다. 에펜은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IT 대기업들에 주로 인기가 있었으며, 하이브 마이크로는 품질 기준이 덜 엄격한 저예산 고객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푸엔테스가 사는 마을은 콜롬비아의 신흥 기술 허브인 메데인(Medellín) 지역에서 남쪽으로 약 1시간 떨어진 산속에 자리 잡고 있다. 32살인 그녀는 그녀의 남편, 어머니, 이모, 삼촌, 할머니, 그리고 (그녀가 ‘내 자식들’이라고 부르는) 개 두 마리와 함께 한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 공간은 그녀 어머니의 미용실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분홍색과 라벤더색 머리를 한 애니메이션 열렬 팬인 푸엔테스가 거실에 노트북을 펼쳐 놓자, 그녀의 어머니는 부엌에서 한 여성의 머리를 다듬었다. 바로 옆에서는 다른 가족들 셋이 점심을 요리하고 있었다. 핑크색 튀튀치마와 카라를 입고 있던 작은 개 한 마리가 푸엔테스의 발치에 자리를 잡았다. 벽에는 알록달록한 종이꽃이 장식되어 있었다.


푸엔테스가 사는 아파트의 거실은 그녀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로도 쓰이고 있다.
JOANA TORO

노트북 화면에 띄워진 브라우저는 에펜에서 실행 중인 작업의 대기열을 보여주고 있었다. 각각의 화면에는 제목과 익명 처리된 고객 ID, 분할 단위 수 및 그녀가 벌 수 있는 단위당 금액(보통 몇 센트 정도에 해당하는)이 표시되었다.

그녀가 해야 되는 작업은 이미지에 태그를 지정하는 것에서부터 콘텐츠의 적절한 필터링 및 조정(moderation), 제품 분류까지 다양했다. (예를 들어 사진 속 물체가 ‘보석’, ‘의류’, ‘가방’ 중 무엇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이중 마지막 유형에는 너무 친숙해져서 더 이상 영어 단어들을 스페인어로 번역할 필요조차 없었다. 다른 작업을 위해서는 보통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였다.

그녀는 화면을 클릭해 일거리를 받았고, 에펜 시스템은 고객의 지시 사항을 제시하였다. 지시되는 내용은 때로 분명하기도, 분명하지 않기도 했다. 어떤 때는 아무런 지시 사항이 없었다.

개중에는 애초에 완수할 수 없는 작업도 분명히 있었다. 한번은 넓은 숲이 찍힌 위성 사진이 노트북 화면에 띄워졌는데, 거기에는 어떠한 지시 사항도 나와있지 않았다. 화면에는 그저 ‘나무’, ‘나무가 아닌 것’이라는 두 낱말과 함께, 특정 부분의 윤곽선이 지정되어야 함을 나타내는 마우스 커서만이 떠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나름대로 클릭해 보았지만, 작업물은 계속해서 제출이 거부되었다. 결국 그녀는 고객이 요구하는 바가 ‘사진 속 나무 수천 그루의 윤곽을 일일이 지정하는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녀가 몇 가지 쉬운 작업을 하자, 화면 오른쪽 상단에 있는 총수익금이 조금씩 올라 몇 페니에 이르렀다. 그녀는 최소 10달러가 될 때까지 그 돈을 인출할 수 없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이를 지역 화폐로 바꿔야 했다. 베네수엘라에 있을 때 이 과정은 매우 복잡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전자 지갑 결제를 받아주지 않았고, 이를 지역 화폐로 교환하기 위한 암시장에는 사기와 높은 수수료가 난무했다. 콜롬비아에 온 지금은 최소한 페이팔(PayPal)을 사용할 수 있다.

그녀는 이전에 그녀가 완료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고객이 요청한 작업이 아니라, 그녀의 업무 평가를 위한 콘텐츠 조정 작업이었다. 여기서 합격하면 콘텐츠 조정 일거리가 더 많이 주어질 것이고, 그럼 그녀는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

화면에는 “이 영상(소셜 미디어 영상)에 범죄나 인권 침해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가?”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일련의 영상들이 각각 설명 및 ‘예’, ‘아니오’ 버튼과 함께 나열되어 있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에펜의 대변인 크리스티나 골든(Christina Goldeon)으로부터 기사에 고객사 이름이 등장할 경우 회사에서 푸엔테스를 징계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후,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이름을 삭제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를 재생하려고 할 때마다 에러가 나서 영상이 까만 직사각형으로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버그임이 분명하지만, 이전에 비슷한 일로 그녀가 에펜 고객 센터에 문의했을 때 그들은 이런 문제로 자신들을 귀찮게 하지 말라는 듯이 대응한 바 있었다. “한 번 해보시겠어요?” 그녀는 영어 실력이 더 나은 취재진이 자막만 보고 이 문제들을 풀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자막은 모호했고 은어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작업 역시 완수 불가능한 일이었다.

푸엔테스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 회사가 국가를 위해 상당한 부를 창출하던 때 대학에서 석유 및 가스 공학을 공부했다. 그녀는 우수한 학생이었고 인턴십 기회를 얻었으며, 그 후 정규직 제의도 받았다. 그녀는 ‘베네수엘라 드림’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석사 과정 졸업을 앞두었을 때,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이미 붕괴하고 있었다. 유가는 하락하고 있었고, 국가 경제를 석유에 거의 완전히 의존하고 있던 베네수엘라는 급격한 쇠락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

그 무렵 푸엔테스는 마이크로워킹 플랫폼에 대해 알게 되었고, “여기는 진짜 돈을 준다”는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에펜에 가입했다. 졸업 논문을 쓰기 위해 휴학하는 동안, 그녀는 다가오는 재정적 압박에 대비해 플랫폼에서 주당 10달러에서 15달러 정도씩 돈을 모았다.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몇 년 전 정부에서 아이들에게 지급한 교육용 노트북을 사용했다. 이제 이러한 복지 프로그램은 전혀 다른 세상일이 되어버렸다. 그즈음 이 노트북들은 디지털 경제에 접근하고자 하는 성인들 사이에서 거래되었다.

졸업과 동시에 경제 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엄청난 초인플레이션의 결과로, 입사 제안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월급으로는 더 이상 기초적인 생활조차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는 이 정도의 일자리도 드문 것이었다. 그녀는 베네수엘라에 계속 살아도 가족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2019년 초, 그녀와 남편은 일주일 치 식비만큼의 돈을 가지고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로 갔다. 그녀는 콜롬비아에 이중 국적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 세대 전, 그녀의 가족들은 이번처럼 위기를 피하고 안정을 찾기 위해 정반대의 여정을 거쳤다. 당시 그들은 콜롬비아를 떠나 베네수엘라에 정착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했지만, 계속해서 위기가 닥쳐왔다. 한번은 집주인과의 오해로 아파트에서 쫓겨날 뻔했다. 그다음에는 그녀의 남편이 노동 허가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푸엔테스가 새로 취직해 다니던 지역 콜 센터가 곧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푸엔테스가 콜롬비아로 이주한 직후 그녀는 급성 당뇨병을 진단받아, 에펜에서의 근무를 전업으로 하게 되었다.
JOANA TORO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그녀는 극심한 피로와 통증에 시달렸지만, 주변 상황이 정리되면 몸도 괜찮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다른 콜센터 일을 시작한 지 며칠 후 그녀는 병원에 5일 동안이나 입원하게 되었다.

그녀의 진단은 급성 당뇨병이었고, 의사는 지금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약 한 달 후, 극심한 전신 근육통과 시력 저하가 그녀를 다시 괴롭히기 시작했다. 증상이 재발했을 때 그녀는 약값을 지불할 방법이 없었고, 할 수 없이 오래된 교육용 노트북을 꺼내 에펜에서의 일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에펜에서 받는 급여는 그녀가 콜센터에서 벌던 것과 거의 비슷한 액수였다. 에펜의 CTO인 윌슨 팽(Wilson Pang)은 회사가 근로자의 지역 최저 임금에 따라 업무당 급여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집에서 더 쉬면서, 집중적인 치료와 건강 관리를 포함하여 자기 자신을 더 잘 돌볼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자율주행차를 위한 3D 라이다 레이블링과 같은 고임금 일거리를 얻기 위해 더 좋은 노트북을 구입했다. 그녀는 투자 비용을 빠르게 회수했으며 이후 이득을 보기 시작했다.

푸엔테스는 과거를 되돌아보다가 이 대목에서 미소를 지었다. 남편이 취업하고, 그녀도 에펜에서 주당 평균 70달러를 벌면서 그들은 마침내 돈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그때가 잠시나마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듯한 기분을 느끼던 시기였다고 털어놓았다.

대부분의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나라를 떠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사람들은 기존 직업을 잃어서 뿐만이 아니라, 심각한 사회 불안으로 범죄가 증가해 집안에 발이 묶이면서 데이터 레이블링 일자리로 관심을 돌렸다.

플랫폼 노동은 많은 가정에서 중심이 되는 전업 일자리가 되었다고 포사다는 말한다. 때로 부모와 아이들은 컴퓨터를 번갈아 쓰면서 일했고, 그렇지 않으면 여성들이 집안일을 돌보며 남성들이 집에서 24시간 내내 일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했다.

그러나 푸엔테스도 곧 알게 되었듯, 기회의 창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있었다. 스페어5가 문 닫고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한 직후, 점점 더 많은 노동자가 플랫폼에 가입하면서 에펜의 작업량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전에는 작업 대기열이 24시간 안정적으로 채워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텅 비어 있을 때가 많아졌고, 일거리가 예고되지 않은 시간에 불규칙하게 주어졌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버틸 만했지만, 나중에 가입한 사람들은 운이 나빴다. 에펜은 계정들을 4개의 레벨로 나누었다. 사용자들은 레벨2와 3의 추가 일거리를 얻기 전에 레벨 0과 1에 속한 작업을 일관된 기준에 따라 완수해야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위수준의 작업은 거의 바닥나 버렸고, 이는 새로 가입하는 사람들이 거의 한 푼도 벌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일한 방법은 암시장에서 기존의 높은 레벨 계정을 사들이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한 사람들은 회사 정책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계정을 정지당할 위험 또한 감수해야 했다.

에펜의 대변인인 골든은 이제 레벨 기반의 모델은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도, 특정 업무는 여전히 “자격 조건이 있어,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열려 있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우리는 최저 임금 이상을 지불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에펜의 ‘크라우드워킹 윤리 강령(Crowd Code of Ethics)‘을 준수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의 플랫폼이 경제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그녀는 리모태스크에서도 일을 받기 시작했다.  (하이브 마이크로는 가입하기 가장 쉬운 서비스였지만, 이는 테러리스트 사진을 레이블링 하는 일처럼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주는 작업이 대부분인데다가 보수도 너무 적었다.) 그러나 리모태스크 플러스가 출시되자마자 시스템이 허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근무 시간은 실제보다 적게 측정되어 소득이 감소하였다. 리모태스크 플러스는 또한 더 높은 기준을 고수했기 때문에, 아주 빠르게 일을 처리하지 않거나 정확성이 떨어질 경우 근로자들은 더 이상 일을 제공받지 못했다. 

“이들이 사람을 가능한 한 쥐어짜 내는 식으로 착취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스케일의 운영 담장 수석 부사장인 매트 박(Matt Park)은 리모태스크가 “24시간 365일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지원팀, 실시간 교육 세션, 커뮤니티 토론 채널을 포함하여 모든 작업자를 위한 교육과 지원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모태스크 플러스 근로자들은 부트캠프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추가적인 교육과 지원을 제공받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회사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몇 달 후 리모 플러스는 근로자의 급여 상한선을 설정했다. 주당 6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은 초과 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한편 스케일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달러 지폐가 쌓여 있는 매력적인 사진과 함께 영상을 게시하며 홍보 활동을 이어 나갔다.

“그들은 안정성이 보장되는 장기적인 일자리라고 현혹하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 리모 플러스에서 일했던 한 대학생이 말했다. 이 학생은 리모 플러스의 보복 조치가 두려워 기사에 익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들은 이를 제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회사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의사소통 경로가 그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회사의 하청업자인 교육 강사, 커뮤니티 매니저, 채용 담당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람들은 근로자들을 대신하여 나서 줄 능력이나 동기가 없었다. 근로자가 개선을 요구하면 침묵이나 변명만이 돌아왔고, 심지어는 근로자가 부당대우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전직 컴퓨터 엔지니어였던 리카르도 허긴스(Ricardo Huggines) 그의 아내와 자녀들을 부양하기 위해 리모 플러스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이후 급여 감소와 업무량 증가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다가 프로그램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박은 “우리는 모든 근로자의 불만 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업무 역량이 일관적으로 저하되거나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경우 프로그램에 접근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프로그램은 점차 더 악화되었다. 플랫폼은 버그로 가득 차서 자주 오류가 발생했고, 사람들은 벌점을 받게 될 불완전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스케일은 베네수엘라로 돈을 옮기는 일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페이팔로 이루어지던 급여 지급 시스템을 볼리바르(베네수엘라의 현지 통화)로의 환전이 더 용이한 디지털 지갑인 ‘에어티엠(AirTM)’으로 전환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스케일이 베네수엘라 참가자 전용으로 마련한 음성 채팅 프로그램 ‘디스코드(Discord)’의 서버에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취재차 접속했을 때, 몇 주, 심지어 몇 달씩 임금 지급이 지연되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는 근로자들이 많았다.

2021년 초 스케일은 보너스를 대폭 삭감하고 근로자들의 급여를 더욱 쥐어 짜냈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그들은 마침내 리모 플러스를 완전히 종료하고 모든 사용자를 표준 리모태스크 플랫폼으로 다시 옮겼다. 박은 회사 기록에 “이 프로그램에서 미지급된 급여나 급여 관련된 지원 문의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많은 근로자들은 리모 플러스로부터 최종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한 근로자는 고객 센터와 8개월에 걸쳐 급여 분쟁을 지속했던 기록이 담긴 스크린샷 사진을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증거로 보여주었다. 결국 그녀는 돈을 받지 못했지만, 상담원은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표시한 후 상담을 종료했다.

일부 근로자들은 회사가 이 시스템을 악용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로 프로그램을 종료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스케일은 디스코드를 통해, 리모 플러스가 실험적인 프로그램이었으며 이제 실험이 종료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많은 근로자가 스케일의 이러한 조치로부터 큰 피해를 입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허긴스는 “회사가 우리를 대하는 방식을 보면서, 이들이 사람을 가능한 한 쥐어짜 내는 식으로 착취하고 있음을 깨달았다.”라고 하면서, “그들은 기존 근로자들을 버리고 새로운 가입자들을 데려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푸엔테스는 그녀의 컴퓨터 옆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며, 언제든 즉시 작업을 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어떤 때는 그녀의 초조한 기다림에도 아무런 일이 주어지지 않았고, 또 어떤 때는 한 주 동안 고작 6달러에서 8달러 정도로 암울한 수익을 거두어 돈을 인출할 수조차 없었다. 가끔은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이 주어졌는데, 이럴 때는 또 몇 시간 만에 300달러나 벌기도 했다.

이러한 횡재는 그녀의 수입이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을 정도의 빈도로 등장하지만, 그녀가 컴퓨터에서 벗어나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보수가 좋은 일거리가 나타나면 이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단 몇 초뿐이며, 이 기회를 놓치는 것은 그녀의 수입에 너무나 큰 타격이다. 한번은 잠시 산책하러 나갔다가 100달러를 벌 기회를 놓쳤다. 이제 그녀는 고객들이 주로 업무 시간에 작업을 요청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주말에만 산책하고 있다.

그녀는 에펜에서 근무하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텔레그렘과 디스코드 그룹에서 그녀가 가진 불만을 토로한다. 이 그룹에서 구성원들은 수입을 늘리기 위한 전략과 수법을 교환하고, 일을 더 쉽게 하기 위해 커뮤니티가 개발한 툴을 공유하기도 한다. 푸엔테스는 새로운 작업이 나타날 때 알람이 울리는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이와 같은 툴을 많이 사용한다. 그녀는 한밤중에도 깨어나기 위해, 잘 시간에도 알람의 볼륨을 높여 놓았다.

최근 에펜의 작업량이 줄어들면서 푸엔테스는 컴퓨터 앞을 떠날 수 없게 되었다.
JOANA TORO

특히 한 그룹은 그녀가 수입을 크게 늘리는 데 도움을 주었다. 에펜은 근로자의 위치, 작업 속도 및 숙련도를 포함한 여러 데이터에 기반하여 다양한 일거리를 여러 근로자에게 보낸다. 그룹 구성원들은 정확한 메커니즘을 알지 못하지만, 그들은 각자 다른 일을 받는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에펜의 일거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서로의 작업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이 그룹은 일거리를 풀에 모아 함께 작업한다. 한 구성원의 대기열에 일감이 나타날 때마다 해당 구성원은 작업물 고유의 URL을 복사해 다른 모든 구성원에게 전송한다. 그러면 이를 클릭한 사람은 누구든 그의 대기열에 없었던 일이라도 이를 자기 일거리로 확정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다. 각각의 일거리에는 레이블링을 해야 하는 이미지의 개수가 정해져 있어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제한되어 있으며, 여러 구성원이 동시에 참여하기를 누를 경우 일감은 빠르게 소모된다. 하지만 푸엔테스는 이 링크가 사라지기 전에 클릭하기만 하면 그녀는 그녀에게 할당된 일을 완료할 수 있으며 에펜이 그에 따른 급여를 지불한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돕는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이 그룹은 또한 피해야 하는 고객의 ID를 추적한다. 일부 고객은 작업 성과를 평가하는 데 유독 엄격하여, 근로자에게 대단히 치명적인 계정 정지 조치가 내려질 위험이 있다. 이 그룹의 구성원들은 거의 모두가 적어도 한 번 이를 경험했다고 푸엔테스는 말한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직 인출되지 않은 모든 수익도 잃게 된다.

푸엔테스에게 이 일이 일어났을 때, 그녀는 작업물이 ‘불성실하게 작성’되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녀가 항의했을 때, 고객 센터는 이것이 행정상의 오류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검토한 대화 기록에 따르면, 그녀의 계정이 복구되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했고, 이 기간 동안 그녀는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서 몇 차례나 메일을 보내야 했다. (골든은 “우리는 대응 시간을 줄이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하루에 수천 건의 문의가 들어오기 때문에 우리는 우선순위에 기반하여 대응할 수밖에 없다.”라고 답했다.)

골든은 에펜이 ‘속임수(fraud)’로 간주되는 행위를 하는 근로자들이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 때문에 회사가 이러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찾고 불법이라고 판단되는 계정을 폐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편법에는 근로자가 VPN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고임금 국가로 변경하여 더 높은 급여를 받으려 하는 경우가 있다. 그녀는 “우리 지원팀은 모든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각각의 근로자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플랫폼의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대치와 과격한 정책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창의적인 해법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리모 플러스가 종료된 이후, 리모태스크의 작업 여건도 악화되었다. 근로자들은 플랫폼에서 지속해서 수많은 버그가 발견되고 있으며, 어떨 때는 플랫폼의 잘못으로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한편, 급여는 점점 더 제때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몇 시간을 들여 작업을 완료했는데도 결과 중 극히 일부에 대한 급여만 받았다. 다른 이들은 작업 도중 갑작스럽게 정전이 발생하면 작업물이 지워진다고 말한다. 

“그들은 우리를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는다.”

리모태스크가 전 세계로 확장을 이어가면서, 베네수엘라의 레이블링 근로자들에게는 고임금 국가의 작업자들과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플랫폼이 확장되었던 북아프리카의 레이블링 근로자들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제보된 스크린샷 사진에 따르면, 그들은 스케일이 몇 달 만에 그들의 임금을 3분의 1 이상 삭감했으며, 심지어 일부 근로자의 급여 지급을 보류하거나 급여를 빼앗아 갔다. (즉, 스케일은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북아프리카의 근로자들은 그들이 접했던 필리핀이나 유럽 레이블링 근로자들의 경우 이러한 부당함을 경험한 사례가 없었다고 했다. 박은 “급여는 지리적 기준이 아닌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결정된다”며 “드물게 리모태스크에 버그가 발생해 급여 추정치가 부정확하게 표시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스케일은 또한 근로자들이 이러한 변화에 저항하는 행동을 저지하려 하기도 했다. 최근 북아프리카 레이블링 작업자 그룹이 급격한 임금 삭감에 맞서려고 했을 때, 그들은 회사의 보복에 직면했다. 프로젝트별 디스코드의 스크린샷 사진, 그리고 계정 정지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해준 근로자 8명의 증언에 따르면, 스케일은 ‘혁명 및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모두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근로자들은 또한 스케일이 주어진 시간 내에 일정 수의 작업을 완료하지 않으면 프로젝트에서 근로자를 방출하는 새로운 할당제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근로자들은 그들 중 약 20명이 이미 해고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전에 리모태스크의 북아프리카 기반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했던 호쌈 아슈라프 이스마엘(Hossam Ashraf Esmael)은 8명의 근로자를 대표해 “그들은 우리를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면서 “마치 우리가 급여를 충분히 받을 자격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고 말했다.

박은 “지난 2월 이 프로젝트의 급여율은 다른 유사한 리모태스크 프로젝트의 평균 급여와 일치하도록 개선되었다”면서 “리모태스크는 우리가 운영하는 모든 지역에서 공정하게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우리는 정기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급여에 대한 평가와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OANA TORO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근로자들의 증언을 검증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에서 리모태스크 계정을 직접 개설해 보았다. 이 과정은 지독히 혼란스러웠다. 업무 지침은 전문 기술 용어들로 가득 채워져 이해하기 어려웠다. 화면 좌측 상단에는 타이머가 움직이고 있었는데, 여기에는 명확한 마감 시한이 표시되지도 않았고, 잠시 화장실에라도 가려면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박은 이를 비활성(inactivity) 타이머라고 하면서, 근로자가 하던 일을 미완의 상태로 오래 두면 다른 사람이 일을 인수할 수 있도록 일감을 다시 풀에 돌려놓기 위한 장치라고 했다.) 우리는 작업 중 세 차례의 실수 때문에 업무 지침 페이지로 돌려보내진 듯했다. 이따금은 플랫폼 로딩이 잘 안되었다.

업무 연수 교육자료에는 한 여성이 달러 지폐로 샤워하는 모습의 이미지가 있었다. 그 위에는 스페인어로 “정확한 라벨을 달고, 프로젝트 규칙을 성실히 따르면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튜토리얼과 하나당 1페니짜리 스무 가지 과제까지 총 2시간의 작업을 마친 후 이 기사를 작성한 베네수엘라 기자 안드레아 파올라 헤르난데즈(Andrea Paola Hernández)는 0.11달러를 벌었다. 박은 베네수엘라의 근로자들이 시간당 평균 90센트 남짓의 급여를 받는다고 말한다.

나이로비 대학(University of Nairobi)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며 AI를 연구하는 학생인 시말라 레너드(Simala Leonard)는 리모태스크에서 몇 달간 일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데이터 레이블링에 대한 임금이 “완전히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구글과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프로그램은 수십억 달러(수조 원)의 가치가 있으며, 이 기술을 연구하는 알고리즘 개발자들은 백만 달러(약 12억 9천만 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는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한편 ‘기계학습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너무 적은 보수를 받는다고 그는 말한다. “데이터에 올바른 라벨이 부여되지 않으면 알고리즘의 예측력은 떨어진다.”

스케일과 같은 플랫폼의 부상과 함께 새로 등장한 데이터 레이블링 회사들은 작업 여건에 대한 더 높은 기준을 확립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안정된 임금과 복리후생, 양질의 직업 훈련, 경력 성장과 승진 기회를 제공하면서 자체적으로 윤리적 대안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 모델이 적용되는 곳은 시장에서 여전히 아주 미미한 편이다. 이러한 기업 두 군데를 연구하고 있는 베를린 공과대(Technical University of Berlin) 박사수료생인 밀라그로스 미첼리(Milagros Miceli)는 “아마 이것으로는 소수의 근로자만이 혜택을 누릴지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길게 봤을 때 고착화된 현 체제가 여전히 더 효과적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회사들은 출혈경쟁을 감수하는 회사들에 의해 제약받는다.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 회사들은 기존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착취에 취약한 빈곤하고 소외된 사람들(저소득 청년, 난민, 장애인 등)로부터 근로자를 구한다고 미첼리는 말한다.

이는 이들 기업 중 일부가 기준을 완화하기 시작한 팬데믹 동안 특히 두드러졌다. 고객사가 예산을 긴축하고, 시장의 갑작스러운 노동력 공급 과잉이 데이터 레이블링의 평균 비용을 낮추자, 회사들은 근로자의 임금을 내리고 노동시간을 늘렸다. 이는 케냐에 거주하는 자나(Jana)와 같은 근로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녀는 우리에게 실명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는데, 그녀는 줄어드는 수입으로는 더 이상 아이를 부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두 가지 일을 겸업하고 있다. 낮에 그녀는 윤리적 데이터 레이블링의 선구자로 여겨지는 회사에서 전업으로 일한다. 그리고 밤에는 리모태스크에 접속해 새벽 3시부터 아침까지 일한다. “코로나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저 여건이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녀의 말이다.

그러나 이 산업이 더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적인 협력과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포사다는 “플랫폼은 이동할 수 있다”면서 “필리핀이 아니면 베네수엘라로. 베네수엘라가 아니면 또 다른 곳으로 말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케일은 베네수엘라를 넘어 계속해서 확장했다. 팬데믹 동안 이 회사는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아랍어권 국가들에 가상 부트 캠프를 제공했다. 트래픽 분석 업체 셈러시(Semrush)의 웹 트래픽 자료에 따르면, 리모태스크 접속자 중 베네수엘라인의 비율은 감소하고 있다.

웹 광고 분석 자료에 따르면 스케일은 유료 광고를 통해 특히 케냐를 겨냥하고 있으며 나이로비에서는 직접 부트 캠프도 운영하고 있다. 급여 액수가 사기가 저하될 정도로 적다는 이유로 4개월 만에 플랫폼을 떠난 케냐 출신 근로자, 캘빈 오티에노(Calvin Otieno)는 “회사가 이곳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푸엔테스는 에펜에서도 일하지 못하게 될 날이 올까 두려워하고 있다. 에펜에서 일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고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회사에 무척이나 감사해하고 있다. “나는 이 플랫폼 덕분에 살아남았다.” 그녀는 거실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다른 플랫폼은 급여 지급을 중단했지만, 에펜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푸엔테스가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 중 한 명인 카렌 하오(Karen Hao)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COURTESY PHOTO

동시에 그녀는 에펜의 임원진이 근로자들이 얼마나 헌신적인지 보고, 이들을 돌보기 위한 지원을 늘려 주길 바란다. 그녀는 “나는 4, 5년 안에 에펜이 고용주로서 고용인들에게 좀 더 전통적인 역할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면서 “그들은 우리가 존재하고, 병에 걸릴 수 있으며, 보안과 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골든은 “우리는 기여자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그들이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그녀를 인식하고 있으며, 그녀의 상황에 공감한다는 것을 그녀 또한 알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푸엔테스는 삼촌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개를 껴안은 그녀의 마스크 너머로 얼굴의 미소가 비쳤다. 익명의 근로자로서 오랫동안 플랫폼과 그 고객들을 위해 헌신한 그녀는, 언젠가 사람들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 그녀의 이름을 알아주길 바라고 있다.

몇 주 후, 그녀는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을 보내왔다. (by Karen Hao & Andrea Paola Hernández)

미리보기 3회1회

MIT Technology Review 구독을 시작하시면 모든 기사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