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를 지키는 ‘경비원’이 되어줄 아마존의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아마존(Amazon)이 9월 28일 자사가 개발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Astro)를 우리 가정과 일상에 더욱 깊이 안착시키기 위한 대규모 주요 업데이트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아스트로에 새로 추가되는 기능들은 주로 모니터링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아스트로는 반려동물을 지켜보거나 반려동물의 활동을 영상으로 기록하여 사용자에게 전송하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방과 출입구를 감시하는 기능을 새로 갖게 된다.
켄 워싱턴(Ken Washington) 아마존의 소비자 로봇공학 담당 부사장은 “문과 창문부터 시작해서 열리면 안 되는 곳이 열려 있으면 아스트로가 사용자에게 경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또 아스트로와 가상 보안 요원(Virtual Security Guard)이라고 불리는 ‘링(Ring) 홈 보안 카메라 시스템’의 결합에 관해서도 발표했다. 링 보안 카메라 시스템을 이용하면 집 바깥 구역에 누군가가 침입할 수 없도록 보호할 수 있다. 이번 결합을 통해 링 시스템과 연결된 아스트로가 침입이 벌어졌을 때 상황을 촬영해서 관계 당국에 연락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사업체에서 아스트로를 ‘경비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아마존은 2018년 링을 인수했다.
다만 링이 감시에 사용하는 방식과 관련해서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지난해 내 동료인 에일린 궈(Eileen Guo)가 보도했듯이 링은 가정폭력 생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라고 홍보됐지만, 동시에 그들의 삶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링은 또한 인종 프로파일링과 사생활 침해 문제로 비판받기도 했다. 따라서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아스트로의 능력과 링의 감시 시스템을 결합하면 제품들을 각각 따로 사용했을 때보다 더 심각한 감시 관련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더 뛰어난 보안 요원으로 진화한 아스트로의 새로운 기능은 주목할 만하다. 아스트로는 약 1년 전에 출시됐지만, 제품에 대한 사용 후기는 제한적이었다. 이는 아스트로를 구매하려면 초대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아마존은 초기에 초청된 고객들에게는 아스트로를 999달러에 제공했지만, 이후에 가격을 1,450달러로 올렸다). 커다란 눈과 R2-D2 같은 구조를 가진 아스트로가 귀엽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심지어 그렇게 제한적인 사용 후기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많은 사람들은 아스트로가 방을 오가며 물건을 전달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스트로는 집의 구조를 파악하는 과정에서도 난관에 부딪혔고 일부 사용자들은 한 사람의 주변을 따라다니는 데 지나치게 몰두하는 아스트로의 성향이 소름 끼친다고 생각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아마존은 아스트로가 집안에서의 생활을 더 편안하고 즐겁게 만들어준다고 주장하며 아스트로를 사랑스럽지만 능력은 조금 부족한 일종의 조수 같은 이미지로 홍보했다. 그러나 올해 아마존은 훨씬 더 진지한 사명감을 가진 장치로 아스트로의 이미지를 재구성했다. 아스트로가 우리의 반려동물, 집, 일상생활을 지켜보는 또 다른 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리 삶을 찾아오는 모든 감시 기술과 마찬가지로 아스트로를 사용하려면 신뢰가 필요할 것이다. 그것도 이번에는 그러한 신뢰를 집안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로봇에까지 확장해야 한다. 이는 작은 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가정용 로봇과 사람들의 상호작용, 가정용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뿐만 아니라 우리 사생활에 아마존이 관여하고 있는 정도까지 많은 부분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성명에서 아마존은 사생활 보호가 아스트로의 설계에 내재되어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고객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스트로 개발 시작 단계에서부터 제품에 사생활 보호를 적용한 설계 방식을 채택했다.”)
그렇다고 해도 마야 카크막(Maya Cakmak) 워싱턴대학교의 조교수이자 인간중심로봇공학연구소(Human-Centered Robotics Lab)의 소장은 아마존의 가정 감시 생태계의 다른 측면을 담당하는 링, 알렉사(Alexa)와 아스트로의 호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다. 카크막은 “아스트로는 이러한 서비스를 문제 없이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목표를 숨기지 않는다. 집안을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으로 가득 채우겠다는 비전의 일환으로 고객들의 일상에 대해 가능한 모든 것을 알아내겠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워싱턴은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보안 카메라가 불쾌하고 위협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아스트로는 다를 것이라며 움직이는 로봇은 이러한 미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가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이 탄력을 얻게 되면 우리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과의 관계가 바뀌게 될 것이다. 아스트로는 모든 것을 아는 ‘링’의 눈과 알렉사의 명랑한 유익함 사이를 오가며 우리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강력하고 우리 삶에 가장 깊숙이 침투해 있는 가정용 로봇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