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coin mining was booming in Kazakhstan. Then it was gone.

세계 2위 채굴 국가 카자흐스탄의 비트코인 채굴 열풍, 그 이후

값싼 전기료와 느슨한 규제를 노리고 카자흐스탄으로 몰려든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은 이제 녹슨 장비들과 사회적 긴장만을 남겨둔 채 대부분 떠났다. 세계 2위 비트코인 채굴 국가로 올랐던 카자흐스탄의 채굴 현장 깊숙이 다녀왔다.

카자흐스탄 최대의 비트코인 채굴 광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카자흐스탄의 ‘러스트벨트’ 깊숙이 위치한 에키바스투즈(Ekibastuz)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수도 아스타나와 러시아 국경의 중간 정도에 있는 이곳은 카자흐스탄의 북동쪽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닭장’이라고 불리는 소련 시절의 비좁은 아파트와 허름한 상점이 우후죽순처럼 널려 있다.

지난 10월 말 필자는 암호화폐 채굴 광산으로 향하는 호송대에 합류하기 위해 시내 한복판에 있는 주차장에서 렌터카를 타고 대기했다. 무장 경비원들을 태운 사설 경비 차량이 주황색 라이트를 깜박이며 선두에서 행렬을 이끌었다. 차들은 회색 먼지를 뿜어내며 광산의 침출수로 만들어진 웅덩이와 구덩이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달렸다.

20분가량이 지나자 차들은 준군사 장비로 무장한 경비원이 지키고 있는 문 앞에 멈춰 섰다. 그의 가슴팍에 칼라시니코프 소총이 걸려 있었다. 문을 지나 내부에는 더 많은 무장 경비원들이 순찰하고 있었고, 탑에 설치된 CCTV 카메라가 이곳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었다. 이곳의 소유주인 에네직스(Enegix)의 광산 관리자 예르볼 투르굼바예프(Yerbol Turgumbayev)는 방치된 물건들을 훔쳐 가는 ‘스캐빈저(scavengers)’ 때문에 경비가 삼엄하다고 설명했다. 60미터 길이의 격납고가 2층 높이의 컴퓨터 선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굉음을 내며 뜨거운 열기를 몰아내는 환풍기 소음 탓에 그는 크게 소리치며 말해야 했다.

에네직스의 설비는 완전 가동 시 에키바스투즈의 최대 전력 수요량의 5배인 150메가 와트를 소비한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에키바스투즈와 주변 지역으로 몰려든 수십 곳의 비트코인 채굴장 중 하나일 뿐이다. 석탄 매장량이 풍부하다는 특징에 더하여 소련 붕괴 이후 카자흐스탄에 불어닥친 공산품 생산 감소로 인해, 이 지역을 포함한 카자흐스탄에는 전력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사실을 알게 된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이 2017년부터 이곳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곳은 전기료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거의 무한할 정도로 드넓은 땅에 암호화폐 채굴 장비를 들일 수 있는 빈 산업용 건물들이 있었다.

기업가 정신, 부당 이득, 기타 환경적 요인들이 결합하여 작용하면서 2021년 여름 카자흐스탄은 비트코인 채굴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인 ‘해시 레이트(hash rate)’에서 세계 2위에 올라섰다.

그렇지만 이러한 ‘골드러시’의 운명은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세금 감면 혜택과 값싼 전력을 이용한 ‘백색’ 채굴업자들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 권력층의 정경유착 및 느슨한 국가 감시 체계를 이용해 수면 아래에서 활동하는 불법 ‘회색’ 채굴업자들 모두 국가의 전력망에 과부하를 걸었다. 연말까지 암호화폐 채굴업은 인구 1,900만 명의 카자흐스탄 전체 발전 능력의 7% 이상을 소비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카자흐스탄에는 전력 공급난이 발생했다. 전력난은 카자흐스탄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인 정전을 일으키며 부패, 족벌주의, 연료비 상승 등으로 인해 이미 팽배해 있던 기존의 정치적 갈등을 악화시켰다. 결국 2022년 1월 이 문제는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몇 주 만에 정부는 암호화폐 채굴에 소요되는 전력 공급을 국가 전력망에서 사실상 중단시켰다. 카자흐스탄을 뜨겁게 만들었던 채굴 열풍은 갑작스럽게 끝났다.

에키바스투즈 외곽에 위치한 에네직스의 암호화폐 채굴장은 완전 가동 시 에키바스투즈의 최대 전력 수요량의 5배인 150메가 와트를 소비한다.
PETER GUEST

암호화폐에 있어 이 사건은 격동의 한 해를 예견하는 시작일 뿐이었다. 암호화폐 업계는 2022년 스테이블코인 테라(UST)의 붕괴부터 사기·도난 의혹으로 얼룩진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급작스러운 파산에 이르기까지 스캔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카자흐스탄 사례는 암호화폐 공급 산업이 성장하는 지역에서 언제나 발생하는 위기를 보여준다. 채굴업자들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듯한 이 문제는 암호화폐 산업의 사회·경제·환경 지속성 영향에 큰 의문을 제기한다.

카자흐스탄이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을 전력망에서 차단했을 당시, 수십 곳의 채굴 작업이 중단되었다. 이때 거의 모든 외국인 채굴업자들이 떠났고 일부는 혼란 속에 국경으로 도망치기까지 했다. 에네직스는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일부 용량만을 가동하고 주말에는 러시아에서 수입한 전기를 사용하며 버티고 있다. 에네직스는 상황이 달라지길 희망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2021년 최고치 대비 급격히 하락함에 따라 암호화폐 업계의 경제학은 크게 변화했다. 비트코인 채굴자들 중 일부는 중국, 러시아, 미국으로, 일부는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 여파로 카자흐스탄에는 빛바랜 희망과 쓸모 없어진 기계들만이 남겨졌다.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이 불가능한 컴퓨터, 서버 랙 및 기타 전기 장비가 버려진 채 녹슬어가고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카자흐스탄 북동부 전역에서 암호화폐 채굴 광산이 해체되거나 버려지는 과정을 취재했고, 이제는 채굴에서 손을 떼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채굴업자들을 인터뷰했다.

에키바스투즈의 비트코인 광산에서 장비를 포장하고 있는 직원의 모습.
PETER GUEST
BTC.kz이 소유하고 있는 이 광산은 현재 완전히 해체되고 있다.
PETER GUEST

비트코인 채굴 산업의 평론가들은 카자흐스탄에서 일어난 사건이 불가피했다고 말한다. 암호화폐 산업은 지정학적 회색 지대와 국경지대에 이끌리는 특성이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취약한 정치체제의 허점을 파고들어 이익을 편취하며, 사회 분열을 악화시킨다. 비트코인 채굴 옹호자들은 채굴 산업이 새로운 경제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첨단 기술 수출 산업이라고 말하지만,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적 기여 측면에서 실질적인 이득은 매우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암호화폐 채굴업은 카자흐스탄에 발붙인 사이 수억 달러(수천억 원)의 국가 보조금을 고갈시키고 부정부패를 조장했으며, 전력망을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하루 수천 톤의 석탄을 태운 다음 떠나갔다. 그들이 떠난 카자흐스탄에는 긴장과 사회 불신만이 남겨졌다.

암호화폐 채굴업을 광범위하게 연구해온 노섬브리아 대학교(Northumbria University)의 피트 하우슨(Pete Howson) 조교수는 “그들은 새로운 입지를 찾아 그곳에 있는 모든 자원을 소모한 후 또다시 새로운 곳으로 떠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기생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 땅에서 암호화폐 산업이 이대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채굴업자들이 폐업 후 떠나가는 동안에도 정부 관리들은 카자흐스탄을 세계적인 암호화폐 금융 허브로 만들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와 투자자들을 위한 레드 카펫을 펼치며 야심 찬 재건을 시도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것이 금융과 기술 분야를 부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규제를 거부해온 산업 분야를 제도권 아래서 육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비트코인 행상인들을 떠돌아다니게 만든 혁신은 ‘주문형 반도체(ASIC, 일명 아식)’였다. 이러한 맞춤형 반도체는 현재 비트코인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초당 수조 개의 추측(연산 수행능력, 일명 ‘해시’)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최적화된 주문형 반도체의 시장 출시로 인해 비트코인 채굴은 그래픽 프로세서로 가득 찬 가정용 컴퓨터의 가내 공업 수준에서 산업 공정의 형태로 변화하였다. 2013년 전 세계의 ‘해시 레이트’는 초당 75 테라 해시(75조 해시)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까지 이 수치는 초당 100만 테라 해시를 넘어섰다. 네트워크에 더 많은 컴퓨터가 있을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채굴업자들은 점점 더 큰 장치를 만들게 된다. 주문형 반도체는 비교적 휴대성이 뛰어났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든 배송하여 전기 플러그를 꽂기만 하면 채굴을 시작할 수 있었다.

데이터 과학자이자 암호화폐 산업의 에너지 사용을 추적하는 플랫폼인 디지코노미스트(Digiconomist)의 설립자 알렉스 드 브리스(Alex de Vries)는 “이 시장은 정말 단순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주요 구성 요소가 있다. 하나는 장비고 두 번째는 전력이다. 이것이 전부다”라고 말한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적정 수준에 도달하고 산업이 전문화되자마자 채굴업자들은 더 저렴한 에너지원을 가진 지역을 찾기 시작했다”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초창기에는 산업의 중심지는 미국이었지만, 이내 중국이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채굴 공장은 주로 외곽 지역에 위치했는데, 수력 발전으로 생산한 잉여 에너지와 정부의 감독이 소홀했던 신장 위구르, 내몽골, 사천(쓰촨)을 포함한 먼 지역에 거대한 채굴 광산이 지어졌다. 잉여 지열 에너지가 풍부한 발트해 국가,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일부 지역, 아이슬란드를 포함한 기타 지역의 외딴 건물에도 채굴 장비가 들어섰다.

채굴업자들을 매료시킨 것은 값싼 전력뿐만이 아니었다. 암호화폐 산업은 주로 정부 권력이 약하거나 소외된 곳, 채굴업자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거나 보완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정부에 의해 추적되지 않는 통화에 대한 확실한 수요가 있는 곳에서 번창했다. 여기에는 종종 자유 시장으로의 전환 때문에 결국 빈 건물들만 남겨놓은 채 많은 산업들이 몰락해버린 구소련의 국가들(일명 독립국가연합(CIS))도 포함됐다. 적어도 2022년 초까지는 가스와 석유가 풍부한 러시아나 우크라이나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구소련의 미승인 독립국들과 러시아의 위성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차별적인 특혜를 제공받아왔다. 몰도바 영토의 분쟁지역인 트란스 니스트리아의 기회주의 기업가들은 러시아의 국영 천연가스회사 가스프롬(Gazprom)이 제공한 무료 전력을 소규모 채굴 산업에 사용해왔다. 이들은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자금 조달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러시아에 불법 병합된 조지아의 한 지역인 압하지야의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은 2021년 마침내 금지될 때까지 취약한 전력 상황 속에서도 채굴을 진행해왔다. 같은 해 코소보 북부 세르비아인 거주 지역에도 채굴장이 갑자기 생겨났다. 이곳은 프리슈티나 정부를 인정하지 않아 전기료를 지불하지 않는 지역이었다. 코소보 정부는 결국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하고 기계를 압수해 정치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하우슨은 비트코인 채굴을 치아의 치태만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치면 착색제에 비유한다. 그는 “그것이 비트코인이 하는 일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우슨은 “채굴 산업은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진행되고 있는 곳, 빈곤과 부패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자리를 잡는다”고 설명했다.

더 험난한 지역에 익숙한 채굴업자들에게 카자흐스탄은 마치 잭팟이 터진 것만 같았다. 카자흐스탄은 그들이 원하는 더 많은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는 값싸고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는 전력과 버려진 공업지대의 빈 건물들이 풍부했다. 또한 다른 국가에 비해 땅이 넓고 비교적 안전하며 안정적이어서 소련 이후의 쇠퇴 양상도 천연자원 수출 덕분에 완화되고 있었다. 게다가 카자흐스탄은 거의 30년 동안 구시대적 중앙아시아의 철권통치자였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Nursultan Nazarbayev) 전 대통령에 의해 통치되어 왔으므로 정치 흐름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나자르바예프는 2019년 공식적으로 물러났지만, 그와 그의 동료들은 여전히 권력의 중심에 가까이 있었다.

BTC.kz는 에키바스투즈에 있는 비트코인 광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거대한 변압기와 수 킬로미터짜리 고압전선을 배에 실어 옮겨왔다.
PETER GUEST

비트코인 채굴 전문가 데니스 루시노비치(Denis Rusinovich)는 현재 스위스 암호화 컨설팅 회사인 매버릭 그룹(Maveric Group) 소속이다. 그는 “이러한 구소련식 건물들이 모두 외진 곳에 있었던 덕분에 충분한 전력을 사용할 수 있었고 인프라 구축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국가연합(CIS)에 부패가 존재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나는 그것이 전 지역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7년 9월 카자흐스탄에 입국해 암호화폐 산업을 위한 무역 협회 및 로비 단체인 전국블록체인및데이터센터산업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Blockchain and Data Centers Industry in Kazakhstan)를 공동 설립했다. 한편 그는 “20년 동안 집권한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정적이었다”고 말한다.

2018년 카자흐스탄의 비트코인 채굴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채굴업자들은 기존 산업 시설 내부에 자리를 잡았다. 다른 채굴업자들은 운송용 컨테이너 안에 휴대용 모듈식 채굴기를 설치했다. 또한 지역 사업가들은 창고와 고용량 전력 장치 등 전용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카자흐스탄에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전환할 합법적인 경로가 없었기 때문에, 에네직스와 같은 회사들은 그들이 직접 채굴하는 대신 카자흐스탄의 전력망을 이용하기 위해 채굴기를 들여오는 해외 고객들을 유치하고자 노력했다.

카자흐스탄의 가장 큰 도시이자 상업 수도인 알마티에서 디다르 베크바우오프(Didar Bekbauov)와 올자스 케말(Olzhas Kemal)은 거의 우연히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베크바우오프는 중국 수입품 도매상이었고 케말은 식당용 주방 장비를 주로 수입했다. 2017년 그들은 수천 달러(수백만 원) 정도의 예산으로 주문형 반도체를 구입해 스스로 채굴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집에서 채굴을 시도했으나 전기 공급에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 그들은 전기기술자들을 고용하여 전용 시설을 마련했다. 그러자 몇몇 친구들이 그들에게 자신들의 컴퓨터도 데이터 센터에 가져다 놓을 수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 베크바우오프는 “그래서 우리는 그러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이거 돈이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카자흐스탄은 전력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말했다. 일부 채굴업자들은 전기료로 1킬로와트 시당 0.0023달러(약 2.84원)를 지불했는데 이는 미국이나 중국에서 내야 하는 비용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었다.

2018년 그들은 이제 막 성장하고 있던 그들의 채굴 대행 기업 사이브(Xive)를 대표하여 조지아의 트빌리시(Tbilisi)에서 열린 한 채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베크바우오프는 “중국 각지에서 온 많은 채굴업자들이 전기료에 대해 물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답하자 그들은 ‘아주 싸다’고 말했다. 그길로 그들은 채굴장 이전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그는 “3년 동안 끊임없이 시설을 짓고 전기 설비를 놓느라 매우 바빴다”고 말한다.

루시노비치와 베크바우오프를 포함한 채굴업자들은 정부의 지원 없이 암호화폐 산업이 유기적으로 성장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 보조금과 세금 감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이들에게 정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산업 친화적이었다.

2017년 카자흐스탄은 아스타나 국제 엑스포(International Expo in Astana)를 개최하였다. 이 덕분에 아스타나 근교의 미개발지가 유리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유기적 형태의 건축물 단지로 탈바꿈되었다. 이곳 중앙 전시관 꼭대기에는 스타워즈에 나오는 우주 병기를 닮은 거대한 구체가 있었는데, 현지인들뿐 아니라 심지어 정부 관료들조차 스타워즈에서 이름을 따 이를 ‘데스 스타(the Death Star)’라고 불렀다. 3개월간의 엑스포가 막을 내린 후 정부는 이 부지를 기술 단지와 금융센터로 전환하였다. 이는 ‘일단 개발해 놓으면 입주자들이 찾아올 것(build-it-and-they-will-come)’이라는 식의 해외자본 유치 전략으로, 현금이 풍부하고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경제 체제에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할 때 선호되는 방식이다.

엑스포 개최지에는 현재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 카자흐스탄 디지털 발전 혁신 항공우주산업부(Ministry of Digital Development, Innovation, and Aerospace Industry, 이하 ‘디지털부’), 아스타나 허브(Astana Hub)가 입주해 있다.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는 영국 판사들을 수입하여 영국 관습법에 기반한 규제 체제를 관장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부는 기술 산업 구축 및 공공 서비스 디지털화를 담당하고 있으며, 아스타나 허브는 등록된 사업자에 세금 감면 및 기타 혜택을 제공하는 기술 인큐베이터이다.

아스타나 근교 미개발지에 지어진 엑스포 단지는 이제 금융센터와 기술 인큐베이터가 입주한 기술공원이 되었다.
PETER GUEST

기자는 엑스포 단지에 위치한 아스타나 허브에서 마그잔 마디예프(Magzhan Madiyev) CEO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리벽으로 된 사무실에서 마디예프는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모든 IT 기업 및 기술 회사들에 세금 면제를 제공할 수 있을까? 이는 우리가 석유 부문에서 높은 세금 수입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카자흐스탄 전체 경제에서 기술 산업은 GDP의 0.1%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건물 밖 거의 텅 빈 공원에는 큰 소리의 전자음악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마디예프는 2025년까지 기술 수출액을 연간 5억 달러(약 6,175억 원)로 늘리는 것을 공식 목표로 삼고 있다. 또 비공식적으로는 카자흐스탄이 10억 달러(약 1조 2,35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최초의 유니콘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2016년 출시 당시 아스타나 허브의 세금 감면 혜택은 ‘원격 수행 서비스’나 데이터 센터에 제공되는 것이었는데, 이 조항으로 인해 암호화폐 채굴업자들도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었다. 마디예프는 “당시 우리는 이렇게 혜택을 받는 기업 안에 암호화폐 채굴업체와 같이 에너지 소비가 많은 회사도 포함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이브를 비롯하여 약 100개의 채굴 관련 업체들은 카자흐스탄 진출 후 아스타나 허브에 등록하였고, 고압전선, 변압기, 고객들의 채굴기와 같은 장비들을 면세로 들여올 수 있었다. 일부 기업은 세제 감면 혜택까지 받아, 연간 수천만 달러를 벌면서도 그들이 소비한 전기료에 해당하는 수천 달러의 세금만을 납부하기도 했다.

정부 관료들은 여전히 과거 정책에 대한 비판 발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인터뷰한 디지털부 출신의 두 전직 고위 관리들은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는 동안 누군가는 이 문제를 들여다봤어야 했다고 말했다. 당초 아스타나 허브의 보조금은 일자리 창출과 ‘첨단 수출 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어느 누구도 이 제도가 암호화폐 채굴에 필요한 전기를 값싸게 취하기 위한 속임수로 이용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카자흐스탄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을 일반 화폐로 환전할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에 채굴되는 암호화폐의 대부분은 해외의 암호화폐 지갑으로 들어간다. 이는 2021년 11월 암호화폐 가격이 6만 5,000달러(약 8,000만 원) 이상으로 급등했을 때 발생한 이익 또한 해외에 있는 채굴기의 소유주들에게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전직 정부 관료는 “그들이 카자흐스탄에서 무엇을 채굴했든 그것은 카자흐스탄의 에너지와 자원을 이용하여 생성된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으로 인한 수익은 싱가포르, 스위스, 미국과 같은 곳으로 유출되었다”라고 말한다.

기자가 투르굼바예프에게 에네직스의 투자로 인해 지역사회에 돌아온 혜택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망설였다. 그는 “우리는 외곽에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사람들은 우리의 존재조차 알지도 못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세금을 낸다”고 덧붙였다.

물론 암호화폐 산업은 자본을 끌어들였다. 루시노비치는 합법적으로 등록된 ‘백색’ 채굴업자들이 2017년에서 2021년 사이 채굴 운영에 총 5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했다.

2021년까지 이러한 채굴업은 약 600메가 와트 이상을 소비하였으며 이는 주로 해외 고객들을 위한 것이었다. 북유럽 지역 기준으로 25만 채의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규모였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의 전체 암호화폐 채굴업은 이보다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하고 있었다.

카자흐스탄 정치 커넥션을 이용해 사익을 누려온 몇몇 사람들에게 이는 국가 자원을 이용해 해외 계좌에 돈을 쌓기에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하여 이들은 ‘회색’ 채굴 광산을 세웠다. 즉 다른 사업으로 위장한 채 비밀리에 암호 화폐 채굴을 진행한 것이다.

카자흐스탄 북동부 카라간다 출신의 정치 활동가 아르망 슈라예프(Arman Shuraev)는 “카자흐스탄이 비트코인 채굴 규모로 세계 3위 안에 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은 소수의 사람만이 이익을 얻는 초부패, 초권위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말 카자흐스탄 북동부의 테미르타우(Temirtau) 마을은 낮게 깔린 눈구름 때문에 정오에도 어둑어둑했다.

카자흐스탄 북동부에 있는 테미르타우는 거대한 ‘회색’ 비트코인 채굴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다.
PETER GUEST

세계 최대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의 거대한 제철소 밖에는 폭 1미터의 녹슨 가스 배관이 덩굴나무처럼 온 마을을 뒤덮고 있었고 그 사이로 화물차 휴게소가 있었다. 인스턴트커피와 함께 몰래 100그램 보드카 샷을 파는 곳이었다. 한 중년의 손님이 페이스트리 튀김을 입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텔레비전에서 비트코인을 본 적 있지만, 그게 무슨 돈인지는 모른다.”

석탄이 풍부한 이곳 테미르타우 주민들은 그들이 위치한 북동부 지역이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큰 회색 암호화폐 채굴 광산 중 하나라는 사실을 거의 알지 못했다. 이 산업은 지역 산업 기반을 회복시키기 위한 정부 보조금 덕택에 크게 성장했다.

2010년대 카자흐스탄 정부는 소멸 위기에 놓인 공업지대를 되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이들 지역 중 일부를 ‘자유 구역’으로 선포하였다. 이 지역에서 제조회사들은 세제 및 전기 지원을 받았다. 그 가운데에는 테르미타우와 인근의 카라간다에 들어선 카즈 카본(Qaz Carbon)이 있었다. 이 회사는 당시 하원의장의 쌍둥이 형제인 예를란 니그마툴린(Yerlan Nigmatulin)이 공동 소유한 곳으로, 자유 구역 내에 합금철 사업부를 설립하여 점결탄(코크스 제조용 원료탄) 및 기타 광물을 거래했다.

정치 활동가인 슈라예프는 2022년 초부터 카즈카본 운영의 실체에 의혹을 품었다. 그는 에너지 소비 데이터 기록상 카즈카본이 같은 종류의 설비에 비해 3배 이상의 전기를 소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리저리 정보를 캐기 시작했고 결국 회사 내부 소식통이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 슈라예프는 누군가 자유 구역에서 엄청난 전기료 지원 혜택을 받으며 미등록 비트코인 채굴 광산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 보조금은 당초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원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돈을 찍어내기 위해 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경 넘어 중국에서 벌어진 사건이 없었다면 카자흐스탄의 ‘회색’ 채굴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암호화폐에 의구심을 가져왔다. 이들은 암호화폐를 디지털 토큰을 이용해 정부의 자본통제를 피해 추적당하지 않고 자금을 해외로 빼돌릴 수 있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에 필요한 전문 장비의 최대 생산국이자 국내에 수많은 채굴 업체를 두고 있다는 점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 탐탁지 않은 현실이었다.

2021년 5월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 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이 중국의 탄소 배출 목표와 양립할 수 없다며 암호화폐 채굴 단속을 발표했다. 채굴업자들은 규제가 더 관대한 지역으로 달아났다. 일부는 미국으로 떠났으며 특히 텍사스같이 에너지가 풍부하고 규제가 약한 곳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중국 국경 너머의 카자흐스탄으로 향했다. 그들은 육로나 항공을 통해 장비를 가득 실은 컨테이너를 가져왔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대안금융센터(Cambridge Centre for Alternative Finance)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비트코인 채굴량은 전체 해시 레이트의 20%를 기록하며 돌연 전 세계 2위에 등극하였다.

신규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전력망 용량은 최대 수치를 뛰어넘었다. 2021년 1월부터 10월까지 전력 사용량은 8% 증가했는데, 이는 일반적인 연간 증가율의 4배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오랫동안 에너지 순 수출국이었던 카자흐스탄은 도리어 에너지 부족에 처하게 되었다. 몇몇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했고 국가 전력 공급업체는 러시아로부터 부풀려진 가격에 전기를 사 와야 했다.

정전 사태가 뒤이어 찾아온 정치적 혼란의 주된 원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신뢰를 잃게 한 수많은 누적된 실패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였다. 결국 정전은 2022년 1월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다. 연료비 상승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움직임은 생활 수준의 하락, 부패한 엘리트, 그리고 나자르바예프와 그 측근들이 여전히 카자흐스탄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더욱 광범위한 시위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는 알마티에서 일어난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전경과 러시아 군인들을 파병했다. 이 사건으로 최소 225명이 사망했다. 또한 시위가 한창이던 시기에 3일 동안 인터넷 접속이 차단되었다. 외신에서는 통신 마비가 비트코인 가격에 미친 영향을 주요 뉴스로 다루었다. 하지만 비트코인 채굴이 어떻게 이러한 사건들의 시발점이 되었는지 되돌아보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2022년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때까지 카자흐스탄 정치권력의 핵심으로 남아 있었다.
VASILY KRESTYANINOV/AP PHOTO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이끄는 카자흐스탄 정부는 사회적 불안을 억제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그들은 구 정권의 잔재를 청산하고 정실주의 정치와 부패를 척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토카예프는 ‘새로운 카자흐스탄’을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규제 당국은 이전 정권과의 커넥션으로 인해 보호받던 인물이나 기업들을 정조준했다.

슈라예프는 이 같은 기류 변화를 틈타 2022년 3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니그마툴린에 대한 조사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니그마툴린은 카자흐스탄 금융 감독기관의 조사 끝에 ‘자발적으로’ 운영을 중단한 회색 채굴업자 50여 명의 명단에 등장했다. 금융 감독기관은 송전망 장애와 전력난이 ‘국가 경제 안보에 위협이 되었다’고 밝혔다. 니그마툴린은 본지의 입장 표명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금융 감독기관이 발표한 명단에는 카자흐스탄 북부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해온 것으로 알려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형제 볼라트 나자르바예프도 포함되었다. 2022년 2월 디지털부 장관은 회색 채굴의 전력 소비량이 최고치일 때 1기가 와트를 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카자흐스탄 전체 가용 발전 용량의 5%를 웃도는 수치다.

슈라예프는 “회색 암호화폐 채굴업체 소유주를 제외한 카자흐스탄의 모든 산업과 일반 시민들이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색 채굴 광산 소유주들이 값싼 전력을 손에 쥔 채 다른 업계의 운영을 방해하고 소비자들에게 전력난을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종류의 부패는 카자흐스탄 외 다른 국가에서도 발생하였다. 일례로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정부 관료들이 산업 자유 구역 내 불법 비트코인 광산 운영과 연관되어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2021년 말 암호화폐 채굴업체 약 2,500군데를 폐쇄했다.)

이제 공식적으로 모든 회색 채굴업체들은 강제 폐쇄되거나 스스로 운영을 중단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는 에너지 사용을 위장할 수 있는 카자흐스탄 내 다른 장소로 옮겨갔다는 소문이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2022년 초 카즈카본은 ‘아시아페로알로이스(Asia FerroAlloys)’로 회사명을 바꾸었고 이 회사의 예전 이름은 이제 안전 경고 표지판이나 공장의 장비에서만 찾을 수 있다. 2022년 10월 말 어느 날 아침 카자흐스탄의 광업 도시 카라간다(Karaganda)에 위치한 회사 공장의 안내 데스크에서 회사 대표는 비트코인 채굴에 관한 질문을 받자 곧바로 변호사를 호출하였다. 변호사는 산업 환경에 어울리지 않게 스마트 슈즈와 민소매 재킷을 입고 나타나 그러한 작업은 이제 없다고 설명했다. 본사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테미르타우(Temirtau)에서는 카즈카본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가 하얀 골 철판으로 덮인 건물을 가리켰다. 새로 지은 듯한 이 건물 안에 비트코인 채굴장이 있었다고 그는 쾌활하게 말했지만, 채굴기는 전부 이미 몇 달 전에 다른 곳으로 옮겨진 상태였다.

여기에는 정부가 전력망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회색 채굴업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등의 더 큰 문제들이 있었다. 루시노비치와 같은 백색 채굴업자들은 자신들이 이러한 문제의 희생양으로 이용당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실 늘 문제가 되었던 것은 불법 채굴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슈라예프는 이 두 가지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는 합법 채굴업과 회색 채굴업 모두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에너지를 고갈시키긴 마찬가지였으며, 둘 다 실업이나 고용문제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래액이 수십억 달러(수조 원)에 달하는 암호화폐 채굴 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았고, 지금도 고용 확대와는 거리가 멀다. 채굴업에는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소수의 직원이 필요할 뿐이다. 이들은 세금도 거의 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22년 3월과 4월 시행된 카자흐스탄 정부의 단속은 백색 채굴업자와 회색 채굴업자 모두에게 타격을 입혔다.

정부 금융 감독기관이 이 산업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선 이후, 미등록 사업체 100여 곳이 강제 폐쇄되었거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자진 폐쇄했다. 채굴업자들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당국이 수천 개의 주문형 반도체를 압수했다고 전했다.

아스타나 허브는 약 100개의 암호화폐 채굴 관련 업체들을 퇴출했다. 베크 바우 오프의 사이브를 포함한 일부 업체들은 세금 감면 혜택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이전에 면세로 들여왔던 수입품에 대한 세금까지 소급 적용하여 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베크바우오프는 “정부는 앞으로 채굴 산업을 지속하지 않을 것이며, 그동안 세금 감면 혜택을 활용해온 채굴업자들은 이제 과거 비용까지 소급해서 지불해야만 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채굴 업체에 전력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어 채굴 능력이 제한되었다는 것이다. 2022년 1월 처음 전기가 끊겼을 때 이들은 이것이 일시적인 차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곧 전력망 차단이 해제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전기는 여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 국가 전력망은 이제 다양한 산업에 대해 에너지 할당량을 책정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은 그중 가장 후 순위에 있으며, 대부분의 채굴업자는 카자흐스탄 국내 전력망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을 수 없다.

외국계 채굴업자들은 이곳을 탈출했다. 비트코인 채굴 회사 빅 블록 데이터 센터(BigBlock Datacenter)의 공동창업자 세바스티앵 구스피유(Sébastien Gouspillou)는 2017년부터 지난 2022년 1월 정부의 단속이 시작되기 전까지 채굴장을 운영해왔다. 몇 달 후 이 회사는 정부 소속의 한 지인으로부터 이번 단속이 전력망 차단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제보를 받았다. 이들은 곧바로 짐을 꾸려 채굴기들을 시베리아로 옮겼다. 구스피유는 “러시아로 운반하는 동안 수많은 업자들이 채굴기를 빼앗겼다”고 말한다. 그는 “통관 과정에서 많은 기계가 정부에 압수되었다. 이런 점에서 우리 회사는 운이 좋았다. 우리는 따로 운전사를 고용해 소형 트럭에 물건을 싣고 잘 알려지지 않은 도로로 이동했다. 우리가 이렇게 채굴기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덧붙였다.

구스피유는 채굴업자들을 우호적으로 수용하는 지역이 줄고 있다고 말한다. 그 또한 2018년 우크라이나에서 채굴기 1,000대를 압수당한 바 있다. 그는 “비트코인 채굴업에 우호적인 나라의 숫자는 매우 적다. 완전히 우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엘살바도르 정도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빅 블록 데이터 센터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비록 중국에서 암호화폐 채굴은 여전히 불법이지만, 채굴업자들은 단속을 무릅쓰고 중국에서의 운영을 재개했다. 중국은 이제 세계 해시 레이트 2위에 다시 올라섰다.

기후변화는 에너지 안보와 더불어 비트코인 채굴 논쟁에서 중심이 되는 이슈다. 에키바스투즈 외에 많은 지역들이 석탄 발전을 이용해 암호화폐를 채굴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암호화폐 산업은 수많은 석탄 발전소의 부활을 이끈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뉴욕 주는 재생 불가 에너지원을 이용한 채굴 활동을 금지했다. 2022년 9월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은 암호화폐 산업의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에 제한을 둘 것을 권고했다.

데이터 과학자인 더프리스(De Vries)는 채굴업자들이 더욱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을 이용하더라도, 여전히 암호화폐 산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적어도 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코인 업계가 하는 일이란 무의미한 계산을 하려고 유용한 일에 쓰일 수 있는 에너지원을 낭비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지난 9월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암호화폐 이더리움은 코인 생성 방식을 기존의 ‘작업 증명’ 모델에서 ‘지분 증명’ 모델로 변경했다. 무차별적인 계산을 필요로 하는 기존의 채굴 과정을 없애고 이를 복잡한 암호화 과정으로 대체한 것이다.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이더리움 재단에 따르면 전환 후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에너지 사용량이 99.95% 감소했다고 한다. 더프리스는 이를 에너지 측면에서 비트코인 채굴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한다. 즉 비트코인 생산 과정에서는 기계들이 매초 엄청나게 많은 무의미한 계산을 하면서 열과 이산화탄소만을 생산해낸다는 것이다.

“코인 업계는 이미 아르헨티나의 총 전력 소비량만큼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단지 무작위 한 숫자를 생성하고 즉시 폐기해버리는 과정을 위해 말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산업이 아니다.” 그는 이처럼 덧붙였다. “우리는 에너지 위기와 기후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규모의 무작위 수를 생성하기 위해 화석 연료를 소모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 사업의 의미는 이 모든 광풍이 끝난 이후 남겨진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투레겔디 투라노프(Turegeldy Turanov)는 현지 데이터 센터 회사인 BTC.KZ의 지역 담당 부이사로 에키바스투즈에 3개의 광산을 건설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지금 그는 광산을 해체하고 있다.

BTC.kz의 투레겔디 투라노프 부지사장은 암호화폐 채굴 광풍이 식기 전에 에키바스투즈에 3개의 채굴장을 세웠다.
PETER GUEST

황금기에는 도시 외곽에 있는 시설 중 한 곳에서만 1만 500대의 기계를 가동했고, 35메가 와트의 전력을 24시간, 주 7일 동안 소모했다. 하지만 10월 말에는 대부분의 선반이 비어 있었고, 벽에는 피복이 노출된 전선이 늘어져 있었다. 위층 지지대에서는 기계가 방치되어 녹슬어가고 있었고, 1층에서는 기계들이 골판지 상자에 포장되어 해외 배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계가 가동되지 않는 BTC.KZ 광산 내부는 매우 추웠다. 털 모자를 쓰고 몸을 따뜻하게 한 건장한 20대 청년인 투라노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라고 말하며, “우리는 70명을 고용했었지만 이제는 30명만 남았다. 우리는 이 사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다. 이곳에 있으면 마치 아이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는 여전히 비트코인 광풍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한 광부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 때문에 루블화가 무너지고 전기 수입 가격이 떨어지는 것에 도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광부는 2023년에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약 1억 2,350만 원)를 넘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그렇게 될 때까지 버티고 있다. 에네직스의 투르굼바예프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시장이 곧 회복하기 시작할 것이라 생각한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비트코인 채굴 과정을 단속하는 동안 암호화폐 업계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토카예프 대통령은 아스타나에서 열린 기술 회의에서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완전한 법적 인정’을 약속했다. 이는 채굴업자들이 마침내 합법적으로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를 카자흐스탄의 통화인 텡게(tenge)로 환전하거나 텡게를 암호화폐로 전환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암호화폐를 가지고 카자흐스탄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는 암호화폐 기업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고, 이를 통해 등록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합법적으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현지 사무실을 마련하고 샌드박스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아스타나를 보다 다양한 첨단 기술 및 첨단 금융의 중심지로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관료들은 암호화폐 분야가 아스타나를 발전된 금융 중심지로 도약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분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의 본고장이 되려는 글로벌 경쟁은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암호화폐 채굴 업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바하마, 케이맨 제도, 두바이와 같이 규제가 가벼운 사법 체계를 선호하며, 규제 변화에 대응하여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저명한 비평가이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스티븐 딜(Stephen Diehl)의 말을 빌리자면, “떠다니는 거대한 해적 제국”인 것이다.

이제 암호화폐의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게 느껴진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2022년 3만 5,000달러 선에서 시작됐지만, 11월에 FTX 암호화폐 거래소가 붕괴된 후 1만 7,000달러 아래로 폭락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자신들의 계획에 대해 자신 있게 발언하던 카자흐스탄의 관계자들은 갑자기 논평을 거부했다.

정부에 대한 불만을 자유롭게 표출하기 위해 익명을 요구한 한 채굴업자는 FTX 붕괴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카자흐스탄 비트코인의 손익분기점(광산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지점)이 4만 달러(약 5,000만 원)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그보다 낮으면 그는 돈을 잃게 된다. 인터뷰 당시 비트코인의 가격은 2만 달러(약 2,500만 원) 정도였고, 그와 업계는 완전한 몰락에 직면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그의 장비를 매각하거나 용도를 변경할 수조차 없었다. 그는 “이 장비들은 여기서 녹슬어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인 업계에 만연한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업계에는 거의 종교적인 신념에 가까운 희망의 불씨가 남아있다. ‘최대한 버티기(HODL)’ 정신과 ‘저가 매수’의 욕망이다. 에키바스투즈 외곽에 위치한 에네직스의 대규모 시설에서는 50메가와트의 추가 용량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암호화폐 채굴을 전면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채굴 업계는 카자흐스탄으로 다시 올 수밖에 없다고 투르굼바예프는 말한다. 그들의 고객들은 버티기만 하면 된다.

*피터 게스트(Peter Guest)는 런던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다. 이 기사와 관련된 추가 보도는 나우벳 비세노프(Naubet Bisenov)가 담당했다. 이 기사는 퓰리처 센터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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