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의 유명 국립공원이 비트코인 채굴을 시작한 이유
한 남자가 숲이 우거진 산을 정찰하고 있다. 손에 쥔 AK-47 소총은 정글에서의 전투를 위해 추가 클립을 장착해 제법 무게가 나가지만 그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다.
이곳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 동부에서는 소련군의 구식 무기를 단돈 40 달러(약 5만 원)에 암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다와(Dawa)라는 미신과 마법을 믿는 민주콩고의 반군들은 토지, 목재, 상아, 그리고 이 지역의 오랜 축복이자 저주이기도 한 희귀 광물들을 약탈한다.
그러나 피로에 찌든 이 남자는 반군이 아니다. 그는 멸종 위기에 처한 마운틴 고릴라로 유명해진 비룽가 국립공원(Virunga National Park, 이하 ‘비룽가’)의 경비 대원으로 이 무법지대에서 힘을 가진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오늘 이 경비 대원의 임무는 조금 다르다. 그는 공원 외부의 작은 마을 루비로(Luviro)에서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이 운영하는 비트코인 광산을 지키고 있다. 이 광산은 청정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한다. 이 새로운 시도는 공원 자체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전문가들은 암호화폐와 환경보전의 연관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2022년 3월 말의 어느 무더운 날, 그는 수천 대의 강력한 컴퓨터로 가득 찬 컨테이너 10대의 앞을 서성이고 있다. 한낮의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러다 갑자기 수평선 너머에서 무엇인가 반짝이기 시작한다. 그는 베레모를 고쳐 쓰고 세스나 비행기가 착륙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