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praise of the dollar bill

‘현금’을 다시 생각하다

디지털 결제는 우리 삶을 편하게 만들고 있지만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지금이 ‘현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현금을 받지 않습니다.’ 내가 자주 방문하는 카페의 반짝이는 유리문에는 이런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 안내판과 나중에 그 옆에 테이프로 붙여진 코로나19 방역수칙 안내가 보여주는 것은 효율적인 ‘비접촉’ 사회에 대한 선언이다. 이러한 비접촉 사회는 공공장소에서 극도로 편리성과 청결을 보장하면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고 약속한다. 카페는 이러한 현금을 받지 않음으로써 이러한 비접촉 사회를 추구하지만 사실 ‘현금 없는 사회’는 상당히 무거운 사회적 장벽과 불평등을 재현할 수도 있다.

디지털 지갑이나 모바일 결제 같은 거래 기술들은 개인과 공동체의 의사결정 자율성과 위기 상황에서 유연성을 키워줄 수 있다. 이러한 기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는 부, 인프라, 미래 세대를 위한 번영의 기반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구축할 역량뿐만 아니라 실험을 수행하고 위험을 견뎌낼 역량도 키운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이러한 거래 기술들은 개인과 공동체의 힘을 강탈할 수도 있다.

현금은 지금까지 우리가 발명한 것 중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자율성을 향상시키는 가장 뛰어난 거래 도구이다. 현금은 사용할 때 타인의 서명이 필요하지 않으며 어디에서 무엇에 사용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지도 않다. 또한 현금은 익명성을 보장한다.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의 신원을 누구도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현금은 거래에 관해 제삼자에게 제공하는 어떤 데이터도 생성하지 않으며 현금을 내거나 받는 사람은 어떤 수수료로 부담하지 않는다. 현금 소지자는 자신이 얼마를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현금을 사용하면 갑자기 계좌가 동결되어 자금이 묶이는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계좌가 당좌대월 상태가 되어 수수료로 돈이 사라지는 일도 일어날 수 없다. 현금을 거래할 때는 다수의 불안정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현금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역사 속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몇 가지 교훈이 존재한다.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통화 수단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현금’은 비교적 새로운 기술적, 정치적 성과이다. 역사적으로 돈이란 대개 사적이고 다원적인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이후에야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가 완전히 정착될 수 있었고 그 이전에는 외국 화폐, 민간 은행에서 발행한 지폐, 철도, 보험사, 각종 민간기업 등이 발행한 증권들이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화폐와 함께 시중에 유통됐다.

이러한 통화 불협화음으로 인해 사람들은 매일 돈을 사용할 때마다 머리를 써야 했다. 지폐는 파산한 은행이나 가상의 은행에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었고 실제 은행에서 만들어진 지폐를 복제한 위조지폐일 수도 있었다. 어떤 도시에서는 액면가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던 지폐가 다른 곳에서는 더 낮은 가치로만 거래되기도 했다. 따라서 돈을 사용하려면 골치 아프고 복잡한 상황을 탐색해야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고도로 계층화된 거래 커뮤니티가 탄생하기도 했다. 부유한 사람들은 안정적인 은행에서 발행한 지폐를 사용했고 이런 지폐는 신용장과 금괴로 교환할 수 있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가치가 낮은 청동이나 구리로 만든 동전이나 평가 절하된 지폐를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거래 수단의 미래는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과거와 비슷해질지도 모른다. 어떤 산업 컨설턴트는 내게 “미래에는 현금이라는 것이 교양 있는 사람들은 사용하지 않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미래는 현금이 완전히 사라진 사회가 아니라 소량의 현금이 사용되는 사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현금만 사용해야 하는 상황으로 밀려난 사람들은 불평등한 조건으로 거래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현금은 보편적인 기술로서 대중적인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현금에는 중대한 결점이 있다. 현금은 분실되거나 파괴되거나 도난당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현금이 온라인에서는 사용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나머지 생활 속도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의 거래 수단이 어떤 형태를 띠게 될 것인지에 관해서도, 미래의 거래 커뮤니티가 어떤 모습을 갖게 될 것인지에 관해서도 아직 알 수 없다. 우리는 어쩌면 돈이 데이터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을 둔 오늘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같은 역할을 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할지도 모른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나는 “현금이 오늘날 발명됐다면 불법이었을 것”이라는 말의 다양한 변형을 자주 듣는다. 여기서 요점은 현금이 저비용 결제 수단이며 검열하거나 감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거래를 비롯한 우리의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수수료나 데이터 또는 두 가지 모두의 형태로 임대료를 수집하는 독점적이고 통제적인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는 오늘날에 그런 사고방식에 반박하기는 어렵다.

동시에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화폐가 안정적인 가치를 가지는 신뢰할 수 있는 화폐가 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는 암호화폐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거래 수단으로서 제대로 기능하려면 현금이든 디지털 형태의 화폐든 반드시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나는 커피값을 내면서 연구자의 눈으로 ‘우리는 현금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안내판을 바라본다. 현금을 받지 않는다는 건 매우 위험한 말일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거래 도구에 의해 힘을 얻거나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터넷 시대를 위한 화폐를 상상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공익을 위한 지불 수단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이다. 우리에게는 현금이 잘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금이 할 수 없는 일까지도 해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라나 스워츠(Lana Swartz)는 버지니아대학교의 언론학 조교수이자 <디지털 화폐가 이끄는 돈의 미래: 비트코인에서 구글페이까지>(원제: How Payment Became Social Media)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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