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통신품위법 개정, 허위정보 범람 막을까?

인터넷 산업의 탄생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미국 통신품위법이 강력한 개정 압력을 받고 있다. 이 법을 고쳐 온라인 가짜정보의 범람을 막을 수 있을까?

1995년 티모시 맥베이는 폭탄 트럭을 몰고 미국 오클라호마시 연방청사로 돌진했다. 충격으로 건물은 누더기가 되었고 168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폭탄 테러 직후 AOL의 ‘미시간 군사운동’ 게시판에는 맥베이의 공격을 찬양하는 글이 게시되었다. “폭파범 티모시 맥베이를 1996년 대통령으로!!”.

그런데 이 게시글과 함께 올려진 티셔츠 판매 광고에는 엉뚱한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제란(Zeran)은 난데없이 많은 협박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AOL에 연락하여 그 익명 게시글을 삭제했지만 새로운 글은 계속 올라왔다. 제란은 다시 AOL에 삭제를 요구했고 연방수사국(FBI)에도 신고했지만 협박은 반복되었다. 제란은 사기적인 허위 공지(bogus notice)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AOL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에 따르면 AOL은 허위 정보의 ‘단순 전달자’에 불과했기 때문에 제란은 소송에서 지고 말았다.

2018년 어느날 여성 저널리스트 머피는 트위터에 자신을 성전환 남성으로 소개했다. 그녀가 백인 남성 행세를 하자 트위터는 성정체성을 허위로 소개했다는 이유로 계정을 정지시켰다. 미스젠더링(misgendering)은 트위터의 혐오행위 정책 위반이었다. 그녀는 분개하여 소송을 걸었지만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통신품위법에 따라 트위터 운영자는 콘텐츠를 자율적으로 편집할 권한이 있으며 법적 책임은 면책된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혐오발언이나 거짓정보로 말미암은 피해로 인하여 미국 법원에 소송이 제기되어도 온라인 플랫폼은 면책된다.

미국 통신품위법 230조(c)(1)은 제3자가 작성한 콘텐츠와 관련하여 온라인 플랫폼이 ‘출판자publisher’, ‘발언자speaker’가 아니라고 규정한다. 그 결과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스스로 콘텐츠를 삭제, 차단하더라도 법적 책임은 지지 않게 되었다. 법원이 230조를 근거로 광범위한 면책을 부여하자 온라인 플랫폼은 게시물들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다. 이 법률은 ‘인터넷을 창조한 26 단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제3자 콘텐츠(third-party content)에 접속을 제한해도 면책되므로 거짓 정보의 유통도 얼마든지 삭제·차단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허위정보와 거짓의 차단에는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허위정보로 의심되는 글들을 대거 차단한다면 플랫폼에 올려진 콘텐츠의 다양성은 축소된다. 반면 진실이든 허위이든 사용자가 콘텐츠를 즐기면서 플랫폼에 오래 머무르기만 한다면 광고 노출의 증가로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규모의 확장은 광고 노출의 범위를 높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 요소였다. 온라인 플랫폼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은 허위정보를 걸러내기보다는 거짓 소문, 욕설을 연속적으로 노출시키고 정치적 양극화와 갈등을 더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기화 되고 있는 소셜 미디어 (링크1, 링크2)

인터넷의 초창기였던 1996년에 제정된 이후 통신품위법은 25년 동안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에게 안전지대를 제공했다. 90년대를 돌아보면 그 당시의 인터넷은 짧은 풀들이 돋아나는 드넓은 초원 같았다. 모바일 인터넷 접속, 소셜 미디어는 없었고 무엇보다 거대한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은 없었다. 구글은 1998년에 나타났고 페이스북은 2004년, 트위터는 2006년에서야 등장했다. 모바일 인터넷 접속, 스마트폰, 앱 이용의 증가 등 기술 변화는 온라인 게시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여건을 제공했다. 그리 많지 않은 비용으로도 트롤링 공장, 팔로워 팩토리, 클릭 미끼(Clickbaits), 봇(bots)을 이용한 컴퓨테이셔널 프로파간다, 돈을 받는 키보드 전사들을 동원하여 허위 정보와 거짓을 널리 퍼뜨릴 수 있게 되었다. 허위정보로 불신과 공포를 조장하고 가공의 여론을 만들어내는 소셜 미디어는 국내 정치 캠페인과 국제적 갈등 분야에서 무기화되고 있다.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온라인 플랫폼 CEO들 (링크)

머신러닝 기반의 메시지 전달, 마이크로 타겟팅, 오도성 정보, 딥페이크 비디오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엄청난 규모로 증가하고 있다. 혐오발언과 허위정보가 증가하자 더 이상 자율규제에만 맡겨두지 말고 통신품위법 230조를 개정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정보전쟁 속에서는 통신품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야말로 전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출판사’이므로 콘텐츠에 대해서 더 많은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다양한 사상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두어야 한다는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 위에 있으며 연방대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엄격히 심사하고 있다. 거짓 정보를 모니터링 하도록 강제하는 연방 법률은 없으며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딥페이크(Deepfake)를 금지하는 캘리포니아 주법만이 시행 중이다. 그렇지만 혼란만 초래하는 허위정보와 노골적 거짓말은 헌법으로 보호되는 표현의 자유도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플랫폼 기업들의 CEO들은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가 시위대가 미 의사당을 불법적으로 점거했던 사태에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제한 없이 퍼져나가는 허위정보를 차단하라는 압박이 증가하자 페이스북, 트위터는 가짜 계정들을 삭제하고,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팩트체크 전문기관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정책은 증오심 표현이나 혐오발언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모든 거짓 콘텐츠를 찾아내어 삭제하지는 않는다. 다만 알고리듬을 조정하고 그 노출 빈도만을 줄인다.

의사당을 공격한 폭동을 트럼트가 조장했다는 비판이 일자 트위터는 추가로 폭력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realDonaldTrump 계정을 영구정지시켜 버렸다. 이 조치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법관 클레런스 토머스는 커져버린 소셜 미디어의 권력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불편함도 드러났다.

영구 정지된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 (링크)

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한목소리로 플랫폼 콘텐츠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고자 통신품위법의 개정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이 실리폰밸리 기업들과 끈끈한 관계라는 말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되었다. 정책 입안자와 법학자들은 허위정보의 확산과 영향을 퇴치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인터넷의 현실과 규제를 재조정할 시기가 되었다는 이유로 미국 법무부는 통신품위법 제230조 면책조항을 축소하는 개정안을 이미 내놓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스토킹, 테러, 불법 약물, 아동 착취 관련 콘텐츠에는 면책이 사라진다. 따라서 눈을 크게 뜨고 걸러내야만 한다. 연방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집행 조치도 면책되지 않는다. 제230조 면책에는 연방독점금지법의 적용까지 포함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만일 플랫폼 기업들에게 강도 높은 허위정보와 혐오발언 모니터링 의무까지 부여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 펜(PEN) 아메리카의 수잔 노셀(Suzanne Nossel)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규제하더라도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는 여전할 것이라면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만일 규제가 강화된다면 플랫폼은 법적 책임을 피하려면 허위를 포함할 것 같은 게시물을 모조리 차단 또는 삭제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

전 세계에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각 국마다 허위정보의 소재가 되는 인종 갈등와 역사적 내력을 이해하고 대응할지도 의문이다. 페이스북은 수십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미얀마의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로힝냐족을 학살하는 동안 페이스북은 조직적 행동을 위한 소통 수단이었다.

그러나 페이스북 운영자는 언어의 뉘앙스와 종교적 갈등을 이해하지 못했고 허위정보와 결합된 혐오발언의 심각성도 파악하지 못했다. 예컨대 무슬림 로힝냐족을 비꼬는 단어 ‘칼랄kalar’은 ‘병아리콩’이라는 의미도 있었는데 그 당시 미얀마어를 이해하는 페이스북 담당자는 1명밖에 없었다. 또한 미얀마인들이 사용하는 피쳐폰으로는 혐오 게시물 신고 방법에 대한 페이스북 가이드라인을 읽을 수도 없었다. 온라인 혐오 발언 퍼나르기는 인종적 갈등이 팽배했던 화약고에 성냥불을 그어댄 것과 같았다.

마크 저커버그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말할 때 사기업이 마치 ‘진실의 판정자’ (Arbiter of Truth) 노릇을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플랫폼에 100퍼센트의 진실만을 업로드해야만 하는 세상에 살기 원할까? 물론 모두가 언제나 진실을 말할 의무까지는 없을 것이다. 패러디, 비판적 언론 보도, 농담에 섞이기 마련인 오류는 허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거짓 발언이 플랫폼을 거쳐 크게 증폭된다면 다른 문제가 된다. 거짓정보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규모로 퍼진다면 여론을 왜곡하고 민주주의마저 흔들 수 있다는 우려는 입법자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온라인에 넘쳐나는 거짓과 허위정보로 인하여 통신품위법 230조의 개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실리콘밸리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에게 법적 면책을 보장했던 통신품위법은 앞으로 그 적용범위가 좁혀지고 요건도 까다롭게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은 더 많은 모니터링 의무을 부담해야 하므로 커뮤니티 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따라오게 될 것이다.

* 최은창은 옥스퍼드대학 사회적 법학 연구센터(Socio-Legal Studies) 방문학자, 예일대 로스쿨의 정보사회 프로젝트(Information Society Project) 펠로우, 과학기술 정책연구원(STEPI) 펠로우로서 연구했다. 저서로는 『레이어 모델』 , 『가짜뉴스의 고고학』 공저로 『인공지능 권력변환과 세계정치』 , 『인공지능 윤리와 거버넌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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