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sci-fi blockchain game could help create a metaverse that no one owns

SF 블록체인 게임 ‘다크포레스트’, 탈중앙화 메타버스 구축 돕는다

‘다크포레스트’ 게임은 고급 암호화 기법을 게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와 함께 블록체인이 어떻게 탈중앙화된 디지털 세상을 호스팅할 수 있는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우주 정복 전략 게임 ‘다크포레스트(Dark Forest)’ 속 세상을 탐험하기 시작하면 자신이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금방 깨닫게 된다.

게임 속 우주는 광대하고 대부분의 공간은 어둠에 싸여 있다. 게임에 참가한 플레이어의 임무는 어둠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를 상대편 플레이어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다 발견하면 소유할 수 있는 행성들로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겉보기에 이 비디오게임은 다른 온라인 전략 게임과 구성이나 플레이 방식이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게임과 확연히 구별되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일단 다크포레스트는 ‘이브 온라인(Eve Online)’이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같은 다른 인기 온라인 전략 게임들처럼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100% 블록체인상에서 실행된다. 이 말인 즉, 이 게임의 플레이 방식을 통제하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이 게임의 초기 반응이 뜨거운 이유가 이것이 기존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게임이라 흥미롭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이것이 단순히 디지털 화폐를 이동시키는 것 외에도 한층 더 흥미롭고 복잡한 방식에도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블록체인을 옹호론자들이 이 기술이 처음 태동했을 때부터 주장해왔던 내용이기도 하다.

사실 다크포레스트 골수팬들은 이 게임이 그토록 매력적인 이유로 더 심오한 내용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것이 “디지털 세상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래에는 메타(Meta) 같은 거대 기술 회사가 소유하지 않고 이용자들 사이에서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구동되는 ‘메타버스(metaverse)’ 구축 가능성도 포함된다.

다크포레스트의 기원

다크포레스트는 ‘구브시프(Gubsheep)’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어떤 인물(크립토 세계에서는 익명을 유지하는 일이 흔하다)이 떠올린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구브시프는 이 게임을 “’절차적 생성 방식으로(procedually generated)’ 구현된 무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방대한 멀티플레이어 전략 게임”이라고 설명한다. 절차적 생성 방식이란 정해진 것 없이 알고리즘에 따라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맵, 아이템, 조건을 생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구브시프는 중국 작가 류츠신(Liu Cixin)의 공상과학 소설 《암흑의 숲(The Dark Forest)》에서 게임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그는 이 작품에 푹 빠져서 서점 카페에서 단숨에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그가 특히 설득력 있다고 판단한 주제는 우주에서 우리가 다른 문명을 발견하려고 할 때 직면하게 될 딜레마와 관련이 있다. 외계 문명이 우리에게 실존적 위협을 가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구브시프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일단 그렇게 가정하고 외계 문명에 접근하지 않아야 한다는 관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구브시프는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이라는 최신 암호화 도구를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한 지 며칠 만에 우연히 《암흑의 숲》을 읽게 됐다. 영지식증명이란 자신이 가진 비밀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이 정보를 알고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는 고급 암호화 기법이다. 이를테면 여권에 적힌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은 채 시민권을 증명할 수 있다는 식이다.

서점에서 아파트로 걸어서 돌아가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서 《암흑의 숲》에서 영감을 받은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떠올랐고 그가 콘퍼런스를 통해 알게 된 내용들이 그런 아이디어들과 결합하기 시작했다.

영지식증명의 기반이 되는 아이디어는 1980년대에 처음 등장했지만, 최근에야 비로소 블록체인 시스템에 적용되어 실용화됐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지캐시(Zcash)로, 이것은 다크포레스트에도 사용된 ‘zk-SNARK’라는 영지식증명 기술을 사용하는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다. 사용자는 지캐시를 통해 거래 데이터를 숨기고 익명으로 거래할 수 있다. 마치 디지털 형태의 현금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구브시프는 영지식증명을 활용하여 서로 정체를 감춘 플레이어들이 적대적인 상대로 가득 찬 우주에 은밀히 진입할 수 있는 ‘암호화된 암흑의 숲’이라는 우주 공간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밤새도록 아이디어를 정리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스템 구현을 위해 두 친구를 설득했다.

친구들은 구브시프가 상상한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블록체인을 활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브시프는 누구든 게임의 기반이 되는 수학적 프로토콜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게임을 구축하고자 했다. 그는 기존 서버에 게임을 작성해서 영지식증명을 포함한 게임의 모든 개발 과정을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가능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들은 블록체인을 선택했다.

그들은 블록체인에 게임을 구축하기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블록체인은 느리고 사용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즉, 서로 연결된 수많은 시스템과 플레이어들의 방대한 움직임을 계속해서 추적해야 하는 게임을 위한 이상적인 인프라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블록체인이 등장한 초기에는 그것을 금융 이외의 분야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 일반적인 사람들은 블록체인이 금융과 관련한 단순한 용도에 적합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개념증명

구브시프와 친구들은 최신 암호 기술을 활용해서 SF에서 영감을 받은 멋진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적을 달성했다. 그런데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크포레스트는 현재까지 가장 복잡한 블록체임 게임이며, 게임이론학자들이 ‘불완전 정보(incomplete information)’라고 부르는 기능을 구현한 첫 번째 블록체인 게임이다. 불완전 정보란 게임의 어떠한 시점에서도 그곳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플레이어가 그 때까지 실행한 플레이의 역사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다크포레스트의 경우 새로운 플레이어가 처음 그곳의 우주에 도착하면,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상대를 포함해 우주의 대부분이 숨겨져 있다. 숨겨진 영역은 플레이어가 탐험한 후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플레이어는 움직일 때마다 움직임이 유효하다는 증거를 블록체인에 보낸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우주에서 자신들의 좌표를 드러낼 필요가 없다.

2020년 2월부터 다크포레스트를 해본 사람은 1만 명이 넘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날린 바르드와즈(Nalin Bhardwaj) 같은 일부 플레이어들은 다크포레스트에 머물면서 작업하고, 다크포레스트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게임을 구축하기도 하는 게임의 기술적 기반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들은 다크포레스트를 기업의 서버가 아니라 탈중앙화 네트워크로 구동하는 풍부한 디지털 현실(이것을 일각에서는 메타버스라고 부른다)로 향하는 첫 단계로 간주한다.

바르드와즈는 “다크포레스트가 가장 복잡한 블록체인 게임일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에 이보다 더 복잡한 애플리케이션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게임의 제작자들이 게임을 블록체인에서 구동되도록 설계하면서 우리가 온라인에서 상호 작용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범위를 넓히는 기술 인프라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바르드와즈를 비롯해서 이 게임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다크포레스트는 한 번에 여러 새로운 개념들을 증명한다. 우선 이 게임은 고급 암호 기술을 사용해서 온라인 세상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다크포레스트에서 영감을 얻은 개발자들과 컴퓨터 과학자들은 이미 영지식증명을 활용하는 새로운 게임과 애플리케이션을 탐구하고 있다.

구브시프와 다른 이들은 이러한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제로엑스파크(0xPARC, 40년 전 제록스(Xerox)가 설립한 R&D 기업 팔로알토 연구소(Palo Alto Research Center, PARC)에서 영감을 받았다)라는 R&D 기관을 설립했다. 바르드와즈는 최근 0xPARC의 인턴으로 근무했다.

0xPARC의 연구 범위는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디지털ID(digital identification)’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여권의 예를 다시 떠올려 보라. 영지식증명을 사용하면 어떤 정보도 드러내지 않은 채 스스로에 대한 무언가를 증명할 수 있다. 실제 나이를 밝히지 않고도 특정 연령 이상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고 은행 계좌를 보여주지 않고도 특정 금액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구브시프는 영지식암호화를 이용해서 데이터를 비공개한 상태에서 민감한 데이터에 대한 머신러닝(machine-learning) 알고리즘 실행을 증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를 위한 새로운 비전일까?

0xPARC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영지식증명뿐만이 아니다. 다크포레스트에 대해 가장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게임이 암호화 기법을 사용하는 것도 매우 혁신적이지만, 게임이 만들어낸 세상이 ‘자율적’이라는 점이 더 매력적이라는 점에 동의하는 듯하다. ‘자율적’ 세상이란 그 누구도 통제하거나 해체할 수 없는 온라인 환경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다크포레스트는 라운드(round)라고 불리는 일시적인 기간에만 존재해왔으며 라운드는 1~2주 정도 지속된다. 그러나 컴퓨터 과학자이자 0xPARC의 공동설립자 저스틴 길버트(Justin Gilbert)는 게임이 전적으로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게임을 중단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 시스템에 대해서 “마치 해체할 수 없는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서버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스마트 계약이란 블록체인에서 거래의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당사자간에 자동으로 거래가 체결되는 기술을 말한다.

스마트 계약은 일단 구축되고 나면 디지털 공간에서 영원히 실행될 수 있는 로봇과 같다. 제작자가 프로그램 제거를 촉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설치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실행될 것이다. 길버트는 그렇게 되면 가상세계가 게임이라기보다는 디지털 행성에 가까워진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행성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길버트는 ‘디지털 물리학(digital physics)’이라는 이 디지털 세계의 규칙이 허용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크포레스트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디지털 물리학을 이용해서 게임 내에 시장을 만들거나 게임 기능을 자동화하는 도구, 심지어 게임을 스스로 플레이하는 봇을 만들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누구든 복사하고 수정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다.

0xPARC에서 길버트의 팀은 게임 개발자들이 자율적인 세상을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세상의 거주자들이 상호작용하며 무언가 창조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구브시프는 이것이 인터넷의 자연스러운 발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세상은 우리가 상호작용하는 가장 의미 있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회사나 다른 중앙집권적 실체가 관리하는 유형의 ‘메타버스’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는 “사람들은 비교적 제한 없는 환경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조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중립적 기반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는 그것이 훨씬 더 강력한 메타버스의 비전이며 0xPARC의 실험이 그런 메타버스 구축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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