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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AI 반도체 생태계 다지고 충청·영남에 200조 투자 계획…”제조를 AI로 바꾼다”

삼성이 파운드리 생태계 협력을 강화하는 '세이프 포럼'을 열고, 충청(140조 원)과 영남(60조 원)에 걸쳐 약 200조 원 규모의 첨단산업 투자 계획을 잇따라 내놓았다.

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이 ‘얼마나 미세하게 만드느냐’에서 ‘얼마나 넓은 협력 생태계를 갖췄느냐’로 옮겨 가고 있다. 삼성이 기술 로드맵과 대규모 지역 투자를 한 주에 잇따라 꺼내 든 배경이다.

AI 반도체를 함께 설계·생산하는 협력 생태계를 다지고, 이를 뒷받침할 대규모 제조 기반을 국내에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1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파운드리 생태계 프로그램 ‘세이프(SAFE) 포럼 2026’을 열고 AI 반도체 생태계 협력 확대 방안과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 전략을 공개했다. 파운드리(foundry)는 반도체 설계 기업의 도면을 받아 대신 생산하는 위탁생산 사업을 말한다. 이어 삼성은 2일 충청권 국민보고회에서 약 140조 원, 3일 영남권 국민보고회에서 약 60조 원 규모의 첨단산업 투자 계획을 각각 밝혔다. 반도체 생태계 협력과 대규모 제조 투자를 함께 제시하며, ‘제조를 AI로 전환한다’는 방향을 국내 산업 기반과 연결한 것이다.

세이프 포럼: ‘함께 만드는 반도체’로 승부한다

세이프 포럼의 핵심 메시지는 반도체를 혼자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AI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첨단 공정 기술뿐 아니라 생태계 구축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공정과 설계, 회로 자산(IP), 패키징 등 여러 분야의 협력이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고객·파트너사 관계자 400여 명이 참석했고, 전자설계자동화(EDA, 복잡한 반도체 회로를 설계·검증하는 자동화 소프트웨어), 설계자산(IP, 특정 기능을 하는 회로 블록으로 레고처럼 조합해 설계 시간을 줄이는 요소), 디자인솔루션(DSP), 첨단패키징(MDI) 등 21개 파트너사가 부스를 열어 파운드리 고객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삼성은 이 생태계의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기술 로드맵도 함께 공개했다. 삼성은 설계와 공정을 동시에 최적화해 전력·성능·면적을 끌어올리는 DTCO(Design Technology Co-Optimization) 전략과 차세대 2나노 공정, 그리고 AI 반도체 성능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SRAM(전원이 공급되는 동안만 데이터를 유지하지만 처리 속도가 빠른 메모리) 기술 경쟁력 강화 방안을 소개했다. 차세대 AI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한 공정·설계 최적화 전략을 고객에게 제시한 것이다.

협력의 실제 사례도 등장했다. AI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리벨리온의 박성현 CEO는 “삼성전자 4나노 파운드리 공정과 첨단 패키징 등을 기반으로 ‘리벨100’ NPU(인간의 뇌 신경망을 모방한 신경망처리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또 산업통상부가 추진하는 제조 AI 전환(M.AX) 얼라이언스 참여, 국내 팹리스의 시제품 제작을 돕는 MPW(한 장의 웨이퍼에 여러 제품을 함께 생산해 시험하는 방식) 프로그램,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인재 양성 사업인 K-CHIPS 등을 통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기반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세이프(SAFE™, 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 2026’을 개최하고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 협력 확대 방안과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 전략을 공개했다. | 삼성전자

충청 140조 원: 디스플레이·HBM·배터리·기판의 ‘소재·부품 중심지’

충청 투자는 삼성이 이 지역을 초격차 소재·부품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은 2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열린 국민보고회에서, 최첨단 디스플레이와 HBM 팹, 차세대 배터리,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을 중심으로 약 1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25만 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계열사별로 역할이 나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에 스마트폰·IT용, XR·자동차용, 휴머노이드·웨어러블용 등 고부가가치 OLED 라인을 증설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온양에 HBM(High Bandwidth Memory, 여러 층으로 쌓아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 고성능 메모리) 팹 5개 라인을 투자해 최첨단 산업 기지로 재탄생시키고, 천안은 HBM 대응 설비 증설과 현대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배터리와 기판도 축을 이룬다. 삼성SDI는 천안에 마더라인(차세대 기술을 먼저 검증하는 핵심 생산라인)을 구축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검증하고, 이를 글로벌로 전파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세종에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 설비를 확충하고 요소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와 인재 육성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 투자는 공통적으로 ‘AI 시대의 부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HBM과 패키지 기판, AI 기기에 쓰일 디스플레이와 배터리까지, 삼성이 강점을 가진 소재·부품을 충청에 집중시키는 그림이다. 다만 이는 현재 진행형 계획으로, 구체적인 라인별 착공·양산 일정은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영남 60조 원: 휴머노이드·전고체 배터리로 ‘피지컬 AI 클러스터’

영남 투자의 키워드는 ‘피지컬 AI’다. 삼성은 3일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에서 열린 국민보고회에서, 영남을 ‘글로벌 피지컬 AI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하기 위해 약 6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피지컬 AI(physical AI)는 로봇처럼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AI를 뜻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전고체 배터리,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최첨단 고부가가치선 등을 중심으로 기존 산업을 최첨단 산업으로 전환해 일자리 20만 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핵심 거점은 구미다.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구미에 휴머노이드 양산 체계와 로봇 학습용 데이터를 다루는 로봇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고, 제조·로봇 자동화의 핵심 인프라인 AI 데이터센터를 신축하는 등 최첨단 미래 제조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로봇을 학습시킬 데이터와 연산 기반까지 한데 묶는 구상이다.

배터리와 부품도 지역별로 배치됐다. 삼성SDI는 울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탑재되는 전고체 배터리(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쓰는 차세대 배터리)의 세계 최초 양산을 추진하고, 에너지저장장치(BESS)용 리튬인산철·나트륨 배터리 양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기는 부산을 고성능 패키지 기판과 고부가 MLCC 마더라인의 핵심 기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조선업에도 AI가 접목된다. 삼성중공업은 거제에 AI 팩토리 설비와 로봇, 자율운항 기술 관련 투자를 통해 디지털·AI·로봇 전환(3X)에 기반한 자율형 조선소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반도체 설계 생태계(세이프 포럼)에서 시작해 로봇·배터리·조선까지, ‘제조를 AI로 바꾼다’는 방향이 지역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