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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연, 혈액·소변으로 초기 대장암 유전자 잡아내는 검사 기술 개발

앞서 폐암 혈액 검사에 쓰인 플라즈모닉 액체생검 기술을 대장암으로 넓혀, 0기·1기 초기 대장암 환자의 혈액과 소변에서 암유전자(KRAS 돌연변이)를 초고감도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암 검사를 위해 조직을 직접 떼어내는 대신, 피 한 방울이나 소변만으로 암유전자를 찾아내는 검사를 ‘액체생검’이라 한다. 다만 초기 암은 그 흔적이 너무 적어 잡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조직을 떼어내지 않고 혈액과 소변만으로 초기 대장암의 암유전자를 잡아내는 검사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재료연구원(KIMS) 바이오·헬스재료연구본부 이민영·박성규 박사 연구팀은 초기 대장암 환자의 혈액과 소변에서 암유전자(KRAS 돌연변이)를 초고감도로 검출할 수 있는 플라즈모닉 기반 액체생검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0기·1기 초기 대장암 환자의 암 조직, 혈액, 소변 시료를 분석해 검체 간 90% 이상의 높은 일치도를 확인하며, 비침습(non-invasive, 몸에 상처를 내지 않는) 정밀진단 기술로서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성과는 앞서 폐암 혈액 검사용으로 개발한 플랫폼을 대장암으로 확장한 후속 연구로, 혈액뿐 아니라 소변에서도 암유전자를 검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초기 암은 ‘극미량’…기존 액체생검의 벽

액체생검(liquid biopsy)은 암 조직을 직접 떼어내지 않고 혈액이나 소변 같은 체액으로 암과 관련된 유전자나 물질을 검사하는 방법이다. 조직을 떼어내는 조직검사보다 환자 부담이 적고, 반복 검사가 가능해 암 조기진단과 재발 모니터링에 유용한 기술로 평가된다.

문제는 초기 암 환자의 경우다. 0기·1기처럼 암이 매우 이른 단계일 때는 혈액과 소변에 암유전자가 극미량으로만 존재한다. 정상 유전자가 대부분인 가운데 돌연변이 유전자는 극소량 섞여 있어, 이를 정확히 가려내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기존 기술은 한계에 부딪혔다. 널리 쓰이는 PCR 기반 기술이나 초고심도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 A·T·G·C 염기 배열을 대량으로 읽어 암 관련 돌연변이를 확인하는 정밀 분석 기술)는 검출 민감도와 분석 비용, 분석 시간 측면에서 모두 부담이 있었다. 특히 고심도 NGS는 정밀도가 높지만 비용이 크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KIMS에서 개발한 ‘플라즈모닉 기반 액체생검 플랫폼’ 작동 원리도

빛으로 신호 키우고, 돌연변이만 골라낸다

연구팀은 두 가지 기술을 결합해 이 벽을 넘었다. 하나는 플라즈모닉(plasmonic, 금·은 같은 금속 나노구조와 빛이 상호작용할 때 나타나는 광학 현상을 이용해 미세한 생체 신호를 크게 증폭하는 기술) 신호 증폭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선택적 유전자 증폭 기술이다. 미세해서 놓치기 쉬운 신호는 키우고, 찾으려는 돌연변이만 골라내는 두 갈래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금속 나노구조를 배열한 플라즈모닉 마이크로어레이(미세한 감지 영역을 격자처럼 배열한 칩)를 활용해 미세한 광신호를 크게 증폭시켰다. 동시에 정상 유전자 사이에 섞여 있는 극소량의 돌연변이 유전자만 선택적으로 구분해 검출하도록 설계했다. KRAS(우리 몸의 세포가 성장·증식하도록 신호를 전달하는 유전자로, 돌연변이가 생기면 세포가 계속 증식해 암과 관련될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바로 이 검출 대상이다.

이 방식의 의미는 비용 구조에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고비용 초고심도 NGS 분석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초기 암 환자의 암유전자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검사 부담을 낮추면서도 정밀도를 확보할 길을 연 셈이다.

혈액 넘어 소변까지…다양한 암종으로 확장

이번 성과의 또 다른 핵심은 검체의 확장이다. 연구팀은 앞서 폐암 환자의 혈액에서 EGFR(세포의 성장과 생존을 조절하는 유전자로, 돌연변이 시 암세포가 빠르게 자랄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감도로 검출하는 플라즈모닉 액체생검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그 플랫폼을 대장암의 주요 암유전자인 KRAS 분석으로 넓혔고, 혈액뿐 아니라 소변에서도 암유전자를 검출했다.

활용 범위도 넓다. 혈액에 더해 소변 같은 비침습 검체까지 분석 대상으로 넓히면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반복 검사가 필요한 암 조기진단과 동반진단, 치료 반응 평가, 최소잔존질환(MRD, 치료 후 몸에 남아 있는 극미량의 암세포) 모니터링, 재발 감지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감도 암유전자 분석을 해외 NGS 기반 기업들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이 기술이 해외 검사 서비스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이민영 KIMS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플라즈모닉 액체생검 플랫폼의 대장암 적용 가능성과 소변 기반 암유전자 분석 가능성을 입증한 성과”라며 “향후 다양한 암종에 적용 가능한 정밀진단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암 조기진단과 재발 모니터링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규 KIMS 책임연구원은 “플라즈모닉 소재와 바이오진단 기술의 융합으로 차세대 정밀진단 플랫폼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