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GIST, 늘려도 화질 그대로 ‘신축 양자점 디스플레이’…세계 최고 밝기
화면을 고무줄처럼 늘려도 화질이 떨어지지 않고, 빛을 내는 픽셀 자체가 함께 늘어나는 초고해상도 신축성 디스플레이가 구현됐다.
DGIST 에너지공학과 양지웅 교수 연구팀은 UNIST 최문기 교수팀,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김대형 부연구단장팀과 공동으로, 피부처럼 늘어나면서도 선명한 화질을 유지하는 초고해상도 신축성 양자점 디스플레이(QLED)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화면을 자유롭게 늘리고 변형할 수 있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접는(폴더블)·마는(롤러블) 화면을 넘어, 피부에 붙이는 웨어러블 기기와 전자피부를 구현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늘릴수록 화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상용화의 벽이었다. 이번 연구는 그 벽을 넘어 신축 소자 중 세계 최고 밝기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늘리면 화질 떨어지는’ 신축 디스플레이의 딜레마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의 오랜 숙제는 ‘늘리면 화질이 나빠진다’는 것이었다. 기존 방식은 빛을 내는 발광부는 그대로 두고, 그 사이를 잇는 전선(배선부)만 늘어나는 구조였다. 이렇게 하면 화면을 늘릴수록 실제로 빛을 내는 면적의 비율이 줄어들어, 화면이 늘어날수록 화질이 뚝 떨어졌다. 늘어나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화면이라 하기 어려웠다.
이를 극복하려면 픽셀 자체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본질적 신축성’이 필요하다. 발광 소자를 부드럽게 만들어 화면 전체가 균일하게 늘어나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까다로운 상충 관계가 있었다. 소재를 부드럽게 만들수록 미세한 고해상도 픽셀로 정밀하게 가공하기 어려워지고, 전기가 잘 통하지 않아 발광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원인은 소재 구성에 있다. 부드럽게 늘어나도록 발광층에 섞는 탄성 고분자(엘라스토머)가 문제였다. 이 고분자는 전기를 통하지 않게 막는 ‘절연 장벽’으로 작용해 전류 흐름을 방해했고, 힘을 받으면 끈적하게 변형되는 성질 때문에 미세한 화소를 정밀하게 만드는 것도 어렵게 했다. 신축성을 얻으면 성능과 정밀도를 잃는 딜레마였다.
기존에 시도된 유기전자 복합소재로는 색을 표현하는 능력과 밝기가 현저히 떨어졌다. 잘 늘어나면서도 선명하고 밝고 정밀한 화면,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연구팀이 넘어야 할 과제였다.
표면만 손보고 열로 찍는다…’LIFT’ 공정의 해법
연구팀의 해법은 소재를 통째로 바꾸는 대신, ‘표면과 계면만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제작 공정 ‘LIFT’를 고안했다. 스스로 빛을 내는 나노 입자인 ‘양자점’과 고무처럼 늘어나는 탄성 고분자를 화학적으로 결합한 뒤, 도장을 찍듯 표면에 미세한 패턴을 전사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두 가지 정밀 기술에 있다. 먼저 양자점 복합체의 ‘표면’만 특수 처리했다. 표면에 극성을 띤 짧은 분자(리간드)를 선택적으로 붙여, 복합체 내부의 부드러운 신축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전기(정공)가 잘 통하도록 만들었다. 소재 전체를 딱딱하게 바꾸지 않고 표면만 손봐 전기가 통하는 통로를 낸 것이다. 여기에 접착력도 높여 미세 패턴이 잘 만들어지게 했다.
두 번째는 ‘열’을 이용한 전사다. 패턴을 옮겨 찍는 과정에서 열을 가해 패턴의 경계 부분에만 변형을 집중시켰다. 이렇게 하면 부드러워서 뭉개지기 쉬운 발광층을 미세한 화소 형태로 깔끔하게 분리할 수 있다. 부드러운 소재를 정밀하게 자르는 문제를 열로 해결한 셈이다.
그 결과는 여러 지표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1인치당 픽셀 수가 1만 6천 개(16,000 PPI)에 달하는 초고해상도 패턴을 구현했고, 빨강·초록·파랑(RGB) 발광층으로 다색 화소도 완성했다. 최대 밝기는 53,300니트로, 기존 신축 발광소자가 15,000니트 이하에 머물던 한계를 크게 뛰어넘어 스트레처블 소자 중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소자는 원래 길이보다 65%가량 늘어나도 손상이나 화질 저하 없이 작동했으며, 12×12 다색 화면 구동도 실증됐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핵심 소재와 공정의 가능성을 검증한 단계로, 실제 제품이 되려면 넓은 면적에서 균일한 화소를 높은 수율로 만들고 반복 신축과 장시간 구동에도 견디는 내구성, 수분·산소 차단 기술 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지웅 교수는 “양자점 복합체의 신축성을 유지하면서도 표면과 계면을 정밀하게 제어해 미세 화소 제작과 발광 성능 향상을 동시에 달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차세대 신축 디스플레이의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