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현장 학습 시설 가동…피지컬 AI 상용화 추진
로봇이 실제 자동차 공장 안에서 현장 데이터로 직접 작업을 학습하며 상용화를 검증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현대차그룹 계열의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안에 로봇 학습·검증 시설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고 22일 밝혔다. 이 시설에서는 사람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가 실제 제조 현장에 배치되기 전 필요한 작업을 익힌다.
최근 로봇 산업의 화두는 물리 세계에서 실제로 일하는 AI, 이른바 ‘피지컬 AI’다. 기술 시연 수준의 로봇은 많지만, 통제된 실험실을 벗어나 변수가 많은 실제 생산 라인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번 시설 가동은 그 마지막 관문을 실제 공장 데이터로 넘어서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험실과 현장 사이의 간극을 메운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발전했다. 두 발로 걷고 균형을 잡으며 물건을 다루는 동작은 이미 여러 차례 시연으로 입증됐다. 그러나 이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의 생산성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가장 큰 장벽은 ‘현실의 변수’다. 실험실은 조명과 바닥, 물체의 위치가 통제돼 있지만 실제 공장은 그렇지 않다. 부품의 놓인 각도가 매번 조금씩 다르고, 작업 순서와 주변 환경도 수시로 바뀐다. 잘 작동하던 로봇이 현장에 들어가면 성능이 떨어지는 이유다. 피지컬 AI 상용화의 핵심 과제가 바로 이 간극을 좁히는 데 있다.
RMAC은 이 문제를 ‘현장 안에서’ 풀기 위해 만들어졌다. 별도의 연구소가 아니라, 실제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대차그룹 공장 부지 안에 자리 잡았다. 아틀라스는 실제 사업장과 동일한 환경에서 작업을 학습하고 검증받는다. 실제 제조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전성과 신뢰성, 성능을 확인하기 때문에, 배치 이후 발생할 문제를 미리 줄일 수 있다.

실제 제조 데이터로 작업을 익힌다
아틀라스가 이곳에서 학습하는 것은 자동차 제조에 필요한 실제 작업들이다. 현재는 물류 작업 준비와, 자동차 부품을 조립 순서에 맞게 배치하는 ‘서열(Sequencing) 작업’ 등이 중심이다. 서열 작업은 조립 라인에 필요한 부품을 정확한 순서대로 정렬해 공급하는 일로, 제조 현장의 기본이자 정밀도가 요구되는 과제다.
학습 방식의 핵심은 데이터에 있다. 로봇에게 모든 동작을 사람이 일일이 정해 입력하는 대신, 실제 생산 환경에서 수집한 제조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업을 익히고 성능을 검증한다. 현장에서 쌓인 데이터가 다시 로봇의 학습으로 돌아가는 구조로, 경험이 쌓일수록 완성도가 올라가는 방식이다.
적용 범위는 단계적으로 넓어진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2030년까지 아틀라스의 작업 범위를 부품 조립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이후 반복 동작이 필요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려야 하는 고강도 작업으로 넓혀 나갈 예정이다. 2027년에는 데이터 수집과 수행 작업을 확대해 학습 과정을 한층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2만5천 대 배치로 가는 상용화 로드맵
이번 가동은 대규모 도입 계획으로 이어진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수년 내 2만5,000대 규모의 아틀라스를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사업장에 순차 배치할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연간 3만 대의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미국 내 신규 생산 시설도 구축한다. 시범 도입 수준을 넘어 대량 생산과 대규모 배치를 전제로 한 로드맵이다.
학습 시설 자체도 확장된다. 지난 6월 시범 운영을 시작한 RMAC은 이번에 본격 운영에 들어갔고, 내년에는 공장 부지 안에 별도 시설을 마련해 현재의 약 10배 규모로 커질 예정이다. 검증할 작업의 종류와 양이 늘어나는 만큼 학습 공간도 함께 키우는 것이다. 활용 분야도 자동차에 한정하지 않는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기존 로봇 ‘스팟’과 ‘스트레치’를 쓰는 제조·항공우주·반도체·물류·식음료·생명과학 등 여러 산업 고객들과 확대 적용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상용화를 향한 학습과 검증 단계로, 로봇이 실제 생산 라인에서 사람과 함께 안정적으로 일하기까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잭 재코우스키 보스턴다이나믹스 최고제품·기술책임자(CPTO)는 “현대차그룹이라는 헌신적인 파트너와 함께 기업 규모의 피지컬 AI를 개척하고 있다”며 “양사는 아틀라스의 공급망과 생산, 테스트 및 배치 역량을 최적화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