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SK하이닉스, 지난해 하루 물 17만톤 절감…반도체 용수 재이용 확대

물을 대량으로 쓰는 반도체 공장에서 하루 17만 톤의 용수를 아꼈다. 덜 쓰고 다시 쓰는 방식으로 반도체의 '물 발자국'을 줄여가고 있다.

물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사용하는 물의 양을 줄이고 한 번 쓴 물을 다시 활용하는 수자원 관리 성과가 공개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국내 사업장에서 하루 평균 17만 톤 규모의 용수 사용을 절감했으며, 2030년까지 누적 6억 톤의 수자원을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10일 밝혔다. 이 내용은 대구에서 9일부터 열린 ‘대한민국 국제물주간 2026’에서 소개됐다. 하루 17만 톤은 약 55만 명이 하루 동안 생활용수로 쓸 수 있는 양이다.

반도체 제조에는 웨이퍼를 씻어내는 데만도 막대한 양의 깨끗한 물이 필요한데, 기후변화로 물 부족 위험이 커지면서 ‘물을 얼마나 아끼고 재활용하느냐’가 반도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과제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도체는 ‘물 먹는 산업’…왜 용수 관리가 관건인가

반도체 제조는 대표적인 물 집약 산업이다. 웨이퍼(반도체 원판) 표면의 미세한 오염물을 씻어내는 세정 공정이 수없이 반복되는데, 여기에는 불순물을 극도로 걸러낸 깨끗한 물이 대량으로 쓰인다.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세정 횟수와 물 사용량은 늘어난다.

문제는 이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가뭄과 물 부족 위험이 커지면서, 대량의 용수가 필요한 반도체 공장에는 물 확보 자체가 사업의 리스크로 작용한다. 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고 재활용하는지가 곧 공장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셈이다.

SK하이닉스가 수자원 관리를 강조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회사는 2018년부터 ‘용·폐수 절감 TF’를 운영하며 생산 과정에서 물 사용을 줄이고 재이용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까지 누적 수자원 절감량은 3억337만 톤으로 목표치인 2억6,400만 톤을 넘어섰고, 올해는 이를 3억2,900만 톤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덜 쓰고 다시 쓴다…재이용량 4년 새 54% 증가

SK하이닉스의 물 관리 전략은 ‘덜 쓰고, 다시 쓰기’로 요약된다. 생산 과정에서 물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절감과, 한 번 쓴 물을 정화해 다시 사용하는 재이용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재이용 성과는 뚜렷하게 늘고 있다. 한 번 사용한 물을 다시 활용하는 용수 재이용량은 2022년 4,788만 톤에서 지난해 7,359만 톤으로 약 54% 증가했다. 새로 끌어오는 물을 줄이는 만큼, 같은 생산량을 유지하면서도 외부에서 취수하는 물의 양을 낮출 수 있다.

사업장별로도 공정 특성에 맞춰 물을 다시 쓸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천사업장은 폐수 재이용 시설을 통해 하루 9만4,400톤 규모의 재이용수를 생산해 대기오염 방지시설 등에 공급한다. 청주사업장은 2023년 국내 반도체 업계 최초로 외부 하수처리 재이용수를 도입해, 이미 쓰이고 처리된 물을 산업용수로 다시 활용하고 있다. 공장 안에서 물을 순환시키는 것을 넘어, 외부에서 버려질 물까지 끌어와 재활용하는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취수부터 방류까지…고도처리로 물 순환

SK하이닉스는 물을 끌어오는 취수부터 사용, 재이용, 그리고 다시 자연으로 내보내는 방류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물을 아끼고 재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공장에서 나온 물을 얼마나 깨끗하게 처리해 내보내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폐수 처리에는 고도처리 공정이 적용된다. 오존으로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오존산화장치, 오염물을 흡착해 걸러내는 활성탄, 그리고 여러 단계에 걸쳐 이물질을 뭉쳐 가라앉히는 다단 응집·침전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처리보다 한층 정밀하게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회사는 추가적인 오염물질 저감 기술 개발과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물 관리는 공장 밖 생태계로도 확장된다. SK하이닉스는 국제물주간 전시 부스를 ‘물의 순환(Water Loop)’을 콘셉트로 꾸며 수자원 절감과 재이용, 생태계 보전 활동을 소개했다. 특히 안성천 일대에서 운영하는 ‘ECOSEE 시민과학 프로그램’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전후의 생태계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식물·조류·수생생물을 조사하고 데이터를 쌓는 활동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물을 덜 사용하고, 사용한 물은 최대한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자원 관리 체계를 지속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