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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빛만으로 2D 반도체 전류 63배 끌어올린 광 도핑 기술 구현

폴리스티렌 마이크로 입자를 광학 렌즈로 활용해 회절 한계 이하로 레이저를 집속하는 LAMP 기술로, 단층 이황화몰리브덴에 화학 불순물 없는 안정적 n형 도핑을 구현했다.

빛만 쪼였을 뿐인데 반도체 전류가 63배 늘었다. 화학 불순물도, 고온 공정도 없이 빛만으로 반도체의 전기적 성질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새로운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구현됐다. 차세대 2D 반도체 기반 CMOS 공정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결과다.

광 도핑(optical doping, 빛을 이용해 반도체 내부에 의도적인 결함을 만들어 전기적 성질을 조절하는 기술)은 화학 도펀트나 고온 공정 없이 반도체의 성능을 바꿀 수 있는 차세대 공정 후보로 꼽혀왔다. DGIST는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권혁준 교수 연구팀이 마이크로렌즈를 활용해 빛을 회절 한계 이하로 집속함으로써 2차원 반도체에 원자 수준의 결함을 정밀하게 형성하는 새로운 광 도핑 기술 ‘LAMP(Laser-Assisted Microlens Array Processing)’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단층 이황화몰리브덴(MoS₂) 트랜지스터에 적용한 결과 소자가 켜졌을 때 흐르는 전류(on-current)는 최대 63배, 전계효과 이동도는 51배, 전하 밀도는 37배 향상됐다. 화학 도핑이나 고온 공정 없이 빛만으로 원자 수준의 결함을 원하는 자리에 정밀하게 새길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2D 반도체 CMOS와 3차원 집적 반도체 공정의 핵심 국소 도핑 기술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연구 결과는 나노 분야 국제 학술지 ‘스몰(Small)’에 4월 게재됐다.

얇아서 민감한 2D 반도체…고온·플라즈마 의존하던 기존 결함 제어의 한계

2차원(2D) 반도체는 원자 몇 층 수준의 매우 얇은 두께에서도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보여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아왔다. 두께가 얇은 만큼 같은 칩 면적에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할 수 있고, 휘어지는 전자기기나 3차원으로 쌓아 올리는 집적 회로에도 활용할 여지가 크다.

그러나 두께가 얇은 만큼 결함이나 표면 상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같은 소재라도 어디에 어떤 결함이 있느냐에 따라 전기적 특성이 흔들려, 원하는 성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 결함을 정교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서의 잠재력을 다 끌어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그동안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고온 열처리, 플라즈마 공정, 전자빔 조사 같은 결함 제어 기술을 써왔다. 하지만 이들 공정은 처리 과정에서 소재 자체가 손상되거나, 의도하지 않은 영역까지 결함이 번지는 비선택적 손상 문제를 안고 있었다. 낮은 온도에서 원하는 위치에만 결함을 형성할 수 있는 고정밀 공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배경이다.

마이크로렌즈 기반 광 도핑으로 2D 반도체 결함을 정밀 제어하는 LAMP 공정 연구 성과 사진

폴리스티렌 입자를 렌즈로…빛을 회절 한계 이하로 집속하는 LAMP 공정

DGIST 연구팀이 내놓은 해법은 ‘빛’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LAMP(Laser-Assisted Microlens Array Processing) 기술의 핵심은 자기조립(Self-assembled, 입자들이 외부 조작 없이 스스로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는 현상)된 투명한 폴리스티렌 마이크로 입자를 작은 렌즈처럼 활용하는 데 있다. 입자 하나하나가 광학 마이크로렌즈가 되어 그 위에 쪼여진 레이저 빛을 좁은 점으로 집속시키는 구조다.

이 마이크로렌즈 위에 532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연속파 레이저를 비추면, 빛이 회절 한계 이하(sub-diffraction limit, 일반적인 광학계가 빛을 모을 수 있는 최소 크기보다 더 작은 영역) 수준으로 미세하게 집속된다. 회절 한계는 빛의 파동성 때문에 일반 렌즈로는 넘어서기 어려운 해상도 벽으로 알려져 있는데, 마이크로 입자를 광학 부품처럼 쓰면 그 벽을 우회해 더 좁은 점에 빛을 모을 수 있다.

연구팀은 이렇게 모은 빛을 단층 이황화몰리브덴(MoS₂, 몰리브덴과 황이 결합한 대표적 2D 반도체 물질) 위에 쪼였다. 그 결과 단층 MoS₂ 내부에 황 공공(sulfur vacancy, 결정 구조 안에서 황 원자가 빠져나간 자리)이 선택적으로 형성됐다. 황 공공은 MoS₂의 전기적 특성을 바꾸는 핵심 결함으로, 이를 원하는 위치에만 정밀하게 새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의 직접 레이저 조사 방식보다 훨씬 낮은 에너지 조건에서 같은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단층 MoS₂ 전류 63배 향상…차세대 CMOS·3D 반도체 공정의 국소 도핑 기술로

LAMP 공정의 효과는 실제 소자 성능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공정을 적용한 단층 MoS₂ 트랜지스터는 공정 전과 비교해 on-current(소자가 켜졌을 때 흐르는 전류)가 최대 63배 증가했고, 전계효과 이동도(field-effect mobility, 전기장이 가해질 때 전하가 반도체 안에서 움직이는 빠르기)는 51배, 전하 밀도(carrier density, 단위 부피당 전기를 운반하는 전자나 정공의 수)는 37배 향상됐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화학적 불순물을 전혀 넣지 않고도 안정적인 n형 도핑(반도체에 전자를 추가로 공급해 전류가 잘 흐르도록 만든 상태)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새로 만들어진 황 공공이 그 자체로 전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 외부 도펀트 없이 반도체의 전기적 성질을 바꿀 수 있었다. 도핑 효과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비휘발성(nonvolatile, 외부 자극이 사라져도 상태가 유지되는 특성)을 보여, 실제 반도체 소자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됐다.

권혁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반도체의 특성을 향상시키는 수준을 넘어, 빛만으로 원자 수준의 결함을 원하는 위치에 정밀하게 형성하는 새로운 결함 제어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차세대 2D 반도체 기반 CMOS는 물론 미래 반도체 공정의 핵심적인 국소 도핑 기술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는 김준일 석박사통합과정생이 제1저자로, 권혁준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