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값비싼 이리듐 대신 흔한 망간으로 산성서 1000시간 버티는 수전해 촉매 개발
식물이 광합성으로 내놓는 산소는 물에서 나오고, 그 물을 쪼개 산소를 만드는 것은 잎 속 망간 촉매다. 자연이 산소를 만들려 고른 금속이 망간인 셈이다. 그 망간을 수소 생산에 끌어왔다.
흔하고 값싼 망간을, 산성 환경에서도 오래 버티도록 만들어 그린수소 생산에 쓸 수 있게 한 촉매가 나왔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류정기·이준희 교수팀은 망간 산화물에 희토류 원소인 네오디뮴(Nd)을 넣어, 강한 산성 환경에서도 1000시간 이상 작동하는 산소 발생 촉매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수전해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얻어 그린수소(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만드는 기술이다. 수소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려면 짝을 이루는 산소 발생 반응도 원활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 역할에 값비싼 희귀금속 이리듐이 주로 쓰인다. 이번 성과는 이리듐 의존도를 줄여 그린수소 생산 단가를 낮출 길을 연 것으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9월 11일 게재됐다.
이리듐은 비싸고, 망간은 녹는다
문제의 출발점은 돈과 희소성이다.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차세대 친환경 기술로 꼽힌다. 그런데 수소가 나오는 반대편 전극에서는 산소 발생 반응(OER, 물을 분해할 때 산소가 만들어지는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곳은 강한 산성에 높은 전압까지 걸려 대부분의 금속 촉매가 쉽게 녹아 버린다.
그래서 현재는 산성에서도 잘 버티는 이리듐 산화물이 주로 쓰인다. 하지만 이리듐은 매우 희귀한 데다 값이 비싸, 수소를 대규모로 생산하려 할 때 비용 부담이 크다. 귀금속에 기대는 한 그린수소의 단가를 낮추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망간이다. 망간은 매장량이 풍부하고 값이 싸며, 무엇보다 식물이 광합성에서 물을 분해해 산소를 만들 때 핵심 역할을 하는 금속이다. 자연이 이미 산소 생산에 쓰고 있는 재료인 셈이다.
하지만 망간에는 약점이 있었다. 산성 환경에서 쉽게 불안정해져 녹아 나오기 때문에, 이리듐을 대체하기 어려웠다. 반응을 잘 돕는 상태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망간을 실제로 쓰지 못하게 한 벽이었다.

네오디뮴이 만든 ‘공격수’와 ‘수비수’
연구팀의 해법은 망간 산화물에 네오디뮴을 넣는 것이었다. 네오디뮴을 더하자 촉매 안에 서로 다른 두 영역이 생기며 역할을 나눠 맡았다. 반응을 촉진하는 3가 망간을 포함한 산화망간(Mn₂O₃) 영역이 ‘공격수’처럼 산소 발생을 이끌고, 이산화망간(MnO₂) 영역이 ‘수비수’처럼 산성 환경에서 촉매의 구조를 지탱한다. 반응성과 안정성을 한 촉매 안에서 동시에 잡은 것이다.
핵심은 망간의 ‘상태’를 지켜주는 데 있다. 망간은 전자가 3개 부족한 3가 이온(Mn³⁺) 상태에서 산소 발생 반응을 잘 돕는다. 그런데 고순도 수소를 만드는 산성 환경에서는 이 3가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2가·4가로 바뀌기 쉽고, 특히 2가 상태가 되면 전해액에 녹아 나와 성능과 수명을 떨어뜨린다. 네오디뮴은 주변 망간에 전자를 공급하고 결합 상태를 조절해, 반응에 유리한 3가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돕는다. 망간과 산소 사이에서 전자 흐름을 조절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성능은 수치로 확인됐다. 이 촉매는 강한 산성 용액에서 전극 1㎠당 200밀리암페어(mA)의 전류를 흘리는 조건으로 10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같은 조건에서 네오디뮴을 넣지 않은 비교 촉매는 약 300시간 뒤 성능이 빠르게 떨어진 것과 대비된다. 같은 크기의 전류를 흘리는 데 필요한 추가 전압도 낮아졌는데, 이는 같은 속도로 산소를 만드는 데 드는 전기에너지가 줄었다는 뜻이다. 실제 수전해 장치에 적용한 시험에서도 1㎠당 100mA 조건에서 600시간 이상 작동했다.
이 효과는 이론으로도 뒷받침됐다. 연구팀은 전자 밀도를 바탕으로 물질의 구조와 반응 특성을 예측하는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을 통해, 네오디뮴의 전자 공급과 결합 강화 효과를 원자 수준에서 확인했다. 류정기 교수팀은 이번 연구가 값비싼 이리듐 없이도 산성 환경에서 오래 작동하는 망간 기반 촉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