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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안드로이드 XR’ 대중화 첫 카드로 AI 글라스 공개

두 모델은 갤럭시 AI폰과 연동된 제미나이가 음성만으로 길 안내·실시간 번역·폰 앱 호출까지 수행하는 컴패니언 기기로 설계됐다.

AI 글라스 시장이 본격적인 다자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 메타가 글로벌 점유율 80%대를 차지하며 카테고리를 정의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구글이 안드로이드 XR 기반 AI 글라스 2종을 공식 무대에 올렸다. 갤럭시 생태계를 ‘안경 폼팩터’까지 확장하는 첫 카드다.

AI 글라스는 스마트폰을 보거나 꺼내지 않고도 음성과 시야 정보만으로 AI 기능을 호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안경 형태의 보조 기기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기반 AI 글라스 2종을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구글 I/O 2026’에서 공개했다고 20일 밝혔다. 두 모델은 글로벌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와 워비파커(Warby Parker)가 각각 디자인했다.

이번 발표는 메타가 레이밴과의 협업으로 선점한 AI 글라스 시장에 삼성·구글이 본격 합류하는 신호로, 구글이 이번 행사에서 핵심 비전으로 제시한 ‘에이전트 제미나이 시대’의 일상 인터페이스로 안경 폼팩터를 낙점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제품은 올 가을 출시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사양은 추후 공개된다.

이미지 | 삼성전자

메타 점유율 82% 시장 정조준…삼성·구글의 안드로이드 XR 대중화 시동

AI 글라스는 카메라·마이크·스피커와 AI 기능을 안경 형태에 결합한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로, 메타가 이탈리아 아이웨어 그룹 에실로룩소티카와 협업해 내놓은 레이밴 메타가 사실상 카테고리를 정의해 왔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 기준 글로벌 스마트 글라스 출하량은 2025년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139% 늘었고, 같은 기간 메타의 점유율은 82%까지 확대됐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이번 AI 글라스 공개는 이 경쟁 구도에 본격 합류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젠틀몬스터·워비파커와의 협업을 예고한 데 이어, 이번에 두 브랜드가 각각 디자인한 실제 모델을 공식 무대에 올렸다.

더 큰 그림은 운영체제 차원에 있다. 구글이 공식 블로그에서 밝힌 대로 안드로이드 XR(Android XR)은 구글이 삼성·퀄컴과 함께 구축한 플랫폼이다. 안드로이드 XR 라인업은 가격대별로 이미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고가 시장에는 2025년 10월 21일 1,799달러에 출시된 삼성 갤럭시 XR 헤드셋(코드명 프로젝트 무한)이 안드로이드 XR 첫 기기로 자리 잡았고, 중간 영역에는 구글이 이번 I/O에서 별도로 공개한 유선형 글라스 ‘XREAL 프로젝트 아우라’가 2026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번 AI 글라스는 그 사다리의 가장 대중적인 진입점이다.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에서 했던 것처럼 여러 제조사가 같은 OS 위에서 다양한 가격대의 공간 컴퓨팅 기기를 만들도록 한다는 플랫폼 전략의 연장선이다.

이미지 |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없는 ‘오디오 글라스’…스마트폰 꺼내지 않고 AI 호출하는 폼팩터

이번 AI 글라스에서 가장 두드러진 설계 선택은 디스플레이를 빼는 것이다. 구글은 공식 블로그에서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를 ‘오디오 글라스(audio glasses, 귓속으로 음성 도움말을 들려주는 형태)’와 ‘디스플레이 글라스(display glasses, 정보를 시야에 띄워주는 형태)’의 두 갈래로 정의했고, 오디오 글라스가 올 가을 먼저 출시된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두 모델이 바로 그 오디오 글라스다. 시야에는 어떤 디지털 정보도 표시되지 않고, 안경에 내장된 스피커·카메라·마이크가 음성 명령과 시야를 받아들여 결과를 음성으로 들려준다. 제미나이 응답은 외부로 새지 않고 착용자의 귀로만 전달돼, 공공장소에서도 사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설계는 갤럭시 AI폰의 핵심 기능을 보조하는 컴패니언(companion, 주 기기의 기능을 보조해 사용성을 확장하는 보조 기기) 기기 콘셉트와 맞물려 있다. 안경이 모든 처리를 떠안지 않고, 폰이 가진 연산력과 앱을 음성으로 끌어오는 ‘인터페이스’ 역할만 맡는 구조다. 양사는 이를 통해 “사용자가 일상에서 이질감 없이 상시 착용할 수 있는 가볍고 세련된 ‘안경 폼팩터(form factor, 기기의 물리적 형태·크기·구조)’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안경 디자인은 두 브랜드가 나누어 맡았다. 젠틀몬스터는 ‘기술과 패션의 균형을 통해 착용자에게 창의성과 자신감을 부여하는’ 대담하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워비파커는 ‘기술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기념하는’ 디자인 철학을 담은 클래식한 외형을 각각 강조했다. 메타가 레이밴·오클리 같은 익숙한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를 통해 “기술처럼 보이지 않는 안경”을 만든 전략과 같은 방향이다. 2013년 구글이 직접 시도했다가 양산화에 이르지 못한 ‘구글 글래스(Google Glass)’가 부자연스러운 외형과 사용자 거부감으로 실패했던 만큼, 패션 브랜드 협업은 이번 세대 AI 글라스 경쟁의 공통 전제로 자리 잡았다.

제미나이 에이전트로 차별화…음성 한 마디로 폰 앱 다루는 컴패니언

디스플레이가 없는 만큼 모든 조작은 음성으로 이뤄진다. 사용자는 스마트폰과 연동된 구글 AI ‘제미나이(Gemini, 텍스트·음성·이미지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구글의 멀티모달 AI 모델)’를 음성으로 호출해 목적지까지 길 안내를 받거나, 주변 카페 추천부터 음료 주문까지 음성만으로 진행할 수 있다.

번역 기능은 두 갈래다. 하나는 대화 상대의 목소리 톤까지 반영한 실시간 음성 번역, 다른 하나는 카메라가 인식한 메뉴판·표지판의 텍스트를 음성으로 들려주는 시각 번역이다. 메시지를 요약해 들려주고 음성만으로 캘린더 일정을 추가하는 기능, 카메라로 보고 있는 장면을 즉시 촬영하는 기능도 들어간다.

가장 뚜렷한 차별점은 폰에 깔린 다른 앱을 음성으로 호출해 다단계 작업을 처리하는 에이전트적 활용에 있다. 구글이 키노트에서 보여준 시연 흐름은 이를 한 장면으로 압축한다. 착용자가 “지난주 친구를 만났던 장소로 가자”고 말하자 안경이 과거 위치 기록을 끌어와 자연 보호구역으로 향하는 경로를 제시하고, 가는 길에 있는 카페를 경유지로 추천한다. 이어 “그 카페에서 평소 마시던 음료를 주문해줘”라는 한 마디로 폰의 도어대시(DoorDash) 앱에 주문이 자동으로 올라가고, 사용자는 걸어가다 마지막 확인 탭만 누른다. 구글은 우버(Uber) 같은 차량 호출 앱이나 외국어 학습 앱 몬들리(Mondly) 등 다른 앱으로도 같은 방식의 호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청중을 향해 찍은 사진을 음성 명령만으로 만화 스타일로 변환한 뒤 결과물을 연동된 스마트워치 화면에서 곧바로 확인하는 시연도 이어졌다. 사진·요약·인식 중심의 메타 레이밴이 도달하지 못한 영역이다.

삼성전자 MX사업부 김정현 부사장은 “이번 AI 글라스는 삼성의 AI 비전을 확장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갤럭시 생태계 경험을 확장해 더 의미 있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에서 폴더블 폰과 XR 헤드셋에 이어 ‘안경 폼팩터’까지 갤럭시 라인업을 확장하며 모바일 다음 컴퓨팅 폼팩터 경쟁에 본격 합류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 안드로이드 XR 담당 샤람 이자디(Shahram Izadi) 부사장은 “삼성의 하드웨어 리더십에 아이웨어 파트너사의 프리미엄 디자인을 더해 자연스러운 핸즈프리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