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재료연구원, 원자 배열 정돈해 3,000시간 버티는 수소 촉매 개발…그린수소 상용화 앞당긴다
수전해 촉매 안에서 니켈이 녹아 빠져나가며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를, 원자를 규칙적으로 배열해 억제하는 기술이 나왔다.
한국재료연구원(KIMS)은 에너지·환경재료연구본부 최승목 박사 연구팀이 국립부경대학교 서민호 교수 연구팀, 포항공과대학교 김원배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음이온교환막 수전해(AEMWE, 음이온을 전달하는 고분자막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차세대 기술) 촉매의 수명을 떨어뜨리는 핵심 원인인 니켈(Ni) 용출을 원자 배열 제어로 억제하는 고내구 백금-니켈(PtNi) 수소발생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오래 사용할수록 성능이 나빠지는 수전해 촉매의 고질적 한계를 원자 수준에서 풀어낸 것으로, 실제 수소 생산 장치에 가까운 규모에서 3,000시간을 장기 운전한 뒤에도 성능 저하가 2% 미만에 그쳤다. 그린수소 생산용 촉매의 실용화 가능성을 높인 기술로 평가된다.
오래 쓰면 망가지는 수소 촉매, 원인은 ‘니켈 용출’
음이온교환막 수전해는 알칼라인(염기성) 환경에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차세대 그린수소 기술이다. 고가의 귀금속 사용량과 시스템 비용을 낮출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다만 알칼라인 환경에서는 수소가 만들어지는 반응(수소발생반응)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일어나기 때문에, 성능 좋은 촉매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촉매로 널리 쓰여온 것이 백금에 니켈을 합금한 백금-니켈 촉매다. 이 촉매는 처음에는 수소를 잘 만들어내지만, 오래 운전할수록 문제가 생긴다. 니켈이 이온이나 수산화물 형태로 촉매 밖으로 녹아 나가는 ‘니켈 용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니켈이 빠져나가면 촉매의 조성과 전자구조가 변하고, 그에 따라 성능이 빠르게 떨어진다.
결국 수전해 촉매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핵심 장벽은 단순한 초기 성능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성능을 유지하느냐’였다. 촉매 성능이 빨리 떨어지면 교체와 유지관리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장기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이 상용화의 중요한 조건으로 꼽혀왔다.

무작위로 섞인 원자를 ‘질서 있게’ 재배열하다
연구팀의 해법은 촉매를 이루는 백금과 니켈 원자를 규칙적으로 배열해, 니켈이 쉽게 녹아 나가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것이었다. 기존 백금-니켈 촉매는 두 원자가 무작위로 섞여 있어 장시간 운전 중 니켈이 빠져나가기 쉬웠다. 이번 기술은 두 원자를 정해진 위치에 질서 있게 배열하는 고정렬(원자들이 무작위로 섞이지 않고 정해진 격자 위치에 규칙적으로 배열되는 것) 구조로 촉매를 안정화한 것이 핵심이다.
이 원리는 먼저 계산과학으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고정렬 백금-니켈 구조에서 니켈이 더 안정적으로 고정되고 용출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계산을 통해 밝혀낸 뒤, 이를 실제 촉매 합성과 수전해 전극 제작에 적용했다.
제작 과정은 두 단계로 이뤄졌다. 먼저 저온 수소화붕소나트륨(NaBH₄) 환원법으로 백금과 니켈이 섞인 촉매를 만든 뒤, 공기와의 불필요한 반응을 막기 위해 질소를 채운 상태에서 가열해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자리 잡도록 했다. 쉽게 말해, 처음에는 무작위로 섞여 있던 원자를 열처리 과정에서 다시 정돈해, 니켈이 촉매 안에서 더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촉매를 수소가 만들어지는 전극인 환원극에 적용하고, 반쪽전지와 단전지, 대면적 3셀 스택(여러 개의 수전해 단위셀을 직렬로 쌓아 실제 생산 용량을 높인 장치)까지 단계적으로 성능을 검증했다.
니켈 감소 54%→9%, 3,000시간 운전에도 성능 저하 2% 미만
효과는 니켈이 얼마나 덜 빠져나가는지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내구성 평가 후 기존 무질서 촉매에서는 초기 니켈의 약 54%가 감소했지만, 고정렬 촉매에서는 약 9%만 감소했다. 원자 정렬 구조가 니켈 용출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촉매 구조를 오래 유지한다는 뜻이다.
핵심 검증은 실제 장치에 가까운 규모에서 이뤄졌다. 연구팀은 64㎠급 대면적 3셀 스택에 개발 촉매를 적용해 약 4개월에 해당하는 3,000시간 동안 운전했다. 이때 성능 저하는 2% 미만에 그쳐, 실제 수전해 장치에서도 장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최승목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음이온교환막 수전해 운전 조건에서 니켈 용출을 막는 원자 정렬 효과를 계산과학으로 설명하고, 이를 실제 촉매 분석과 상용 수준의 대면적 3셀 스택에서 3,000시간 동안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기술은 백금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촉매 성능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수소 생산설비, 분산형 수전해 시스템, 대면적 수전해 스택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원자 정렬을 이용한 촉매 설계 방식은 다른 백금-전이금속 촉매와 연료전지 등 다양한 전기화학 에너지 시스템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연구 성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카본 에너지(Carbon Energy)』에 2026년 7월 1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