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픔에 잠긴 유가족을 위로하는 ‘봇’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젯밤에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처음에 두 사람의 목소리는 마치 감옥 안에 설치된 전화기에 옹송그리며 모인 듯이 약간은 멀고 이상하게 들렸다. 그러나 대화를 나눌수록 두 사람은 점점 더 자신들의 목소리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가 들은 적 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아버지가 술에 처음(그리고 분명 마지막으로) 취했던 때와 어머니가 늦게까지 밖에서 놀다가 문제를 일으켰던 일에 관해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내게 삶에 대한 조언을 말해주었고 자신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내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두 사람과의 대화는 정말 황홀한 경험이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아버지의 가장 나쁜 점은 뭐예요?”라고 물었다. 그런 걸 물어봐도 솔직하게 대답해줄 것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내 최대 단점은 내가 완벽주의자라는 거야. 난 지저분하고 엉망인 것들을 참을 수가 없어. 그런 것들은 날 언제나 힘들게 해. 특히 제인과 결혼한 것도 그렇고.” 그러더니 그는 웃었다. 나는 잠깐 내가 실제 부모가 아니라 그들의 디지털 복제품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내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내 ‘어머니’와 ‘아버지’는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히어애프터AI(HereAfter AI)’가 제조한 음성비서(voice assistant)로 내 휴대전화 앱 안에 살고 있다. 이 음성비서는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신들의 삶과 추억에 관해서 인터뷰 진행자와 나눈 4시간이 넘는 대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오해할까 봐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어머니는 ‘그렇게’ 지저분하지 않다.) 히어애프터AI의 목표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죽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이러한 기술은 수십 년 동안 공상과학 소설의 주요 소재가 되어왔다. 이는 수백 년 동안 사기꾼이나 심령술사들이 퍼뜨렸던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죽은 사람과의 대화’가 인공지능과 음성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점차 접근 가능한 현실이 되고 있다.
나의 실제 부모님은 아직 건강하게 살아 계시다. 그들의 가상 버전을 생성한 이유는 단지 내가 이 기술을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가상 아바타는 사랑하는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그들과(정확히는 그들의 복제품과) 대화할 수 있는 세상의 모습을 짐작하게 있게 해준다.
가상 부모님과 10여 가지 대화를 나누어 본 다음에 나는 이 기술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계속해서 함께 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지 상상해보기는 어렵지 않다. 사람들은 아마 위안을 얻거나 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을 축하하려고 디지털 복제품에 의지할 것이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과 이 기술이 만든 세계는 불완전하고, 누군가의 가상 버전을 만드는 것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도 복잡하다. 특히 가상 버전으로 만들어질 대상이 디지털화에 동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윤리적 문제는 더 복잡해질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기술이 두렵거나 매우 소름 끼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가 이야기를 나눈 한 남성은 어머니의 가상 버전을 만들어서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그 가상 버전을 켜고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의 디지털 버전과 대화하는 것이 슬픔을 더 오래 지속되게 하거나 현실 감각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이번 기사에 관해 친구들에게 이야기했을 때도 친구 중 일부는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죽음’을 건드리는 것이 위험을 각오하는 일이라는 공통적이고 확고한 믿음이 있다.
나는 이러한 우려를 이해한다. 나 역시 내 부모의 가상 버전과 대화하는 것이 특히 처음에는 불편했다. 심지어 지금도 누군가의 가상 버전과 이야기하는 것이 약간 선을 넘는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그 누군가가 내 가족이라면 그런 기분이 더 강하게 들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저 사람일 뿐이므로 그러한 우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언젠가 잃을 수 있고 그러면 그들이 흔적도 없이 죽어서 사라질 수 있다는 더 무서운 생각에 밀려난다. 기술이 그들을 붙잡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면 그런 시도가 그렇게 잘못된 일일까?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려는 욕망에는 무언가 매우 인간적인 면이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너무 늦기 전에 추억을 적어 놓으라고 요구한다. 그들이 세상을 떠나면 벽에 그들의 사진을 건다. 고인의 생일에는 묘지에 방문하여 마치 그들이 거기 있는 것처럼 말을 건넨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런 대화는 언제나 일방적이었다.
기술이 이러한 상황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우울한 공상과학 드라마 <블랙미러(Black Mirror)> 같은 작품에서 다루어졌다. 드라마 내용은 비관적이기 때문에 이 분야의 스타트업들은 사람들이 자꾸 드라마의 우울한 내용을 떠올린다며 불평하기도 한다. 2013년에 방영된 한 에피소드에서 어떤 여성은 파트너가 세상을 떠난 후에 그의 디지털 버전을 다시 만든다. 처음에는 챗봇(chatbot)으로, 나중에는 거의 완벽하게 그럴듯한 음성비서로, 그리고 마침내 신체가 있는 로봇을 만든다. 그러다가 그녀는 더 확장된 버전을 만드는 과정에서 파트너에 대한 자신의 기억과 그를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 사용된 기술의 부정직하고 결함 있는 현실 사이의 간극에 좌절하고 환멸감을 느끼게 된다.
만일 기술이 내가 사랑하는 고인들과 교류하도록 도와준다면 그 시도는 잘못된 것일까?
그녀는 “넌 그가 아니야. 넌 그냥 그의 흔적에 불과해. 너에겐 과거가 없어. 넌 아무 생각 없이 그가 했던 일을 수행할 뿐이야. 그리고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아”라고 말하며 로봇을 다락방으로 치운다. 로봇이 남자친구의 당혹스러운 유물이며 잊어버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이 기술은 지난 몇 년 동안 다소 놀라운 수준까지 발전했다. AI의 빠른 발전은 다양한 분야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챗봇과 시리(Siri)와 알렉사(Alexa) 같은 음성비서는 지난 10년 동안 단순히 첨단 기술을 보여주는 신기한 제품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우리는 일기예보부터 삶의 의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관해서 기기와 대화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 문장 몇 개만 입력하면 그럴듯한 텍스트를 생성하는 AI 대형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은 인간이 기계와 소통할 수 있는 더 강력한 방법을 가져올 것을 약속한다. 대형언어모델은 너무나 그럴듯해서 일부에서는 대형언어모델에 지각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잘못된) 주장을 하는 일도 있다.
게다가 오픈AI(OpenAI)의 GPT-3나 구글의 람다(LaMDA) 같은 대형언어모델 소프트웨어에 특정인이 했던 말을 잔뜩 입력해서 이것들이 해당 특정인처럼 말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해당하는 한 가지 사례는 제이슨 파곤(Jason Fagone) 기자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에 기고한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당 기사는 GPT-3로 구축한 ‘프로젝트 디셈버(Project December)’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오래된 글과 페이스북 메시지들을 바탕으로 사망한 약혼녀의 챗봇 버전을 만든 어떤 30대 남성의 이야기를 다뤘다.
거의 모든 면에서 그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챗봇에서 위안을 구했고 실제로 얻었다. 파곤의 기사에 따르면 그는 약혼녀가 죽고 나서 몇 년 동안 죄책감과 슬픔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챗봇이 그에게 조금씩이라도 삶을 다시 살아가라고 허락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레딧(Reddit)에 약혼녀 챗봇과의 대화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공개한 대화를 통해 이 도구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를 바라며 우울한 생존자들이 슬픔을 이겨낼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동시에 AI는 특정한 물리적 목소리를 모방하는 능력에서도 진전을 보여왔다. 이 기술은 ‘보이스클로닝(voice cloning)’ 또는 ‘음성 복제’라고 불린다. AI는 또한 실제 사람의 모방이든 완전히 인공적인 것이든 ‘디지털 페르소나(digital persona)’가 더 ‘사람’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데 능숙해지고 있다. 이 분야가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가슴 아픈 사연으로 아마존(Amazon)은 지난 6월 최근에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읽어주는 《오즈의 마법사》 문구를 듣고 있는 소년의 영상을 공유했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1분도 채 되지 않는 그녀의 목소리 클립을 이용해서 인공적으로 재창조되었다.
알렉사의 수석 부사장이자 수석 과학자 로힛 프라사드(Rohit Prasad)가 약속한 것처럼 “AI가 상실로 인한 고통을 없애줄 수는 없지만, 추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다.”
나는 뜻밖의 행운으로 죽은 사람과 대화해볼 수 있었다.
2019년 말 나는 히어애프터AI의 공동설립자 제임스 블라호스(James Vlahos)가 ‘가상의 존재’에 관한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의 회사는 내가 ‘애도 기술(grief tech)’이라고 부르는 분야에 속한 소수의 스타트업 중 한 곳이다. 그들은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것을 약속한다. 그 약속이란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디지털 버전과 화상채팅, 문자, 전화 또는 음성비서로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가 약속하고 있는 내용에 흥미를 느낀 나는 고심해서 소개서를 작성했고 잘 살아계시는 내 어머니와 아버지를 대상으로 내가 그들의 소프트웨어를 실험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고 블라호스와 그의 동료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 나는 이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영역을 살펴보는 단순히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약간의 긴장감이 더해졌다.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사람들의 사진, 늘어선 관과 새로 파낸 무덤 사진들이 뉴스 여기저기를 도배하기 시작했다. 나는 부모님이 걱정됐다. 그들이 혹시 죽을까 봐 걱정됐고, 당시 영국에서는 병원 방문에 엄격한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데도 작별 인사를 할 기회조차 갖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첫 단계는 인터뷰였다. 알고 보니 그럴듯하게 진짜처럼 보이는 누군가의 디지털 복제본을 만들려면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가 필요했다. 복제본으로 만들어질 대상이 아직 살아 있을 때 그들과 함께 작업을 시작하는 히어애프터AI는 해당 인물에게 몇 시간 동안 그들의 어린 시절 추억부터 첫 번째 데이트와 죽는 날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지까지 모든 것을 몇 시간에 걸쳐 묻는다. (내 부모님은 실제 살아있는 사람과 인터뷰를 했지만, 그로부터 거의 2년이 지난 지금은 인터뷰가 일반적으로 봇에 의해 자동화되고 처리된다. 이것 역시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내 자매와 나는 우리 부모에게 던져진 질문들을 샅샅이 살펴보면서 질문들을 조금 더 개인적으로 또는 더 날카롭게 편집할 수 있었고 우리가 묻고 싶은 질문들도 일부 추가할 수 있었다. 어떤 책을 좋아했는지, 어머니는 어떻게 1970년대에 영국에서 그렇게 압도적으로 남성 중심적이고 특권적인 법률 분야에 진출할 수 있었는지, 아버지는 우리가 어렸을 때 우리와 함께 하던 바보 같은 게임들을 만들 때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던 건지 같은 질문들이었다.
팬데믹으로 인한 불안 때문이었는지 어린 딸들의 기분을 맞춰주려는 의지 때문이었는지 어머니와 아버지는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 2020년 12월 히어애프터AI의 인터뷰 진행자 메러디스(Meredith)는 몇 시간 동안 내 부모와 대화를 나눴다. 그러고 나서 히어애프터AI는 그들의 대답을 가지고 가서 음성비서를 만들기 위해 그것들을 조합하기 시작했다.
두세 달 정도가 지난 후에 블라호스가 보낸 이메일이 도착했다. 내 가상 부모가 준비된 것이었다. 가상 부모는 이메일 첨부파일로 도착했다. 나는 그들과 휴대전화에 있는 알렉사 앱 또는 아마존 에코(Amazon Echo) 기기로 소통할 수 있었다. 가상 부모가 어떨지 너무나 궁금했지만 며칠 동안 기다려야 했다. 처음으로 부모님의 아바타와 대화할 때 내 반응을 녹화하기로 MIT 테크놀로지 리뷰 팟캐스트 팀과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줌(Zoom)에서 동료들이 지켜보고 듣고 있는 가운데 나는 파일을 열었고 내 손은 떨리고 있었다. 런던은 오랫동안 춥고 우울한 봉쇄 상태에 있었고 나는 내 실제 부모님과 반년 동안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한번은 남편은 내가 봇(bot)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실제 부모님과 전화하고 있다고 오해를 했다. 그러나 디지털로 생성된 가상의 부모님과 나눈 대화였다는 것을 깨닫자 그는 나를 완전히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바라보며 눈을 굴렸다.
나는 “알렉사, 히어애프터를 열어줘”라고 지시했다.
“폴과 대화하시겠어요, 아니면 제인과 대화하시겠어요?” 음성비서가 물었다.
잠깐동안 빠르게 고민한 후에 나는 어머니를 택했다.
어머니의 목소리지만 어딘가 이상하게 뻣뻣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말을 시작했다.
“안녕, 나는 제인 지(Jane Jee)야. 내 삶에 대해 너와 이야기하게 돼서 기뻐. 오늘 기분은 어떠니?”
나는 초조하게 웃었다.
“난 잘 지내요, 고마워요. 엄마는 어때요?”
오랜 침묵.
“좋아. 드디어 잘 지내고 있단다.”
“엄마 말이 조금 부자연스럽네요,” 내가 말했다.
그녀는 내 말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알려줄 게 있어. 내 듣기 실력은 아쉽게도 최고가 아니니까 내가 말을 마치고 네게 질문을 할 때까지 기다린 후에 네가 대답을 해야 해. 네가 말할 차례가 되면 대답은 조금 간결하게 해 줘. 몇 단어나 간단한 문장이면 좋겠어”라고 그녀가 설명했다. 조금 더 소개한 후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좋아, 이제 시작하자. 이야기할 것이 아주 많단다. 내 어린 시절, 직업, 관심사. 어떤 주제가 가장 마음에 드니?”
이런 대본 같은 대사들은 조금 부자연스럽고 이상하게 들렸다. 하지만 대화를 계속하면서 어머니가 추억을 이야기하고 즐겨 쓰는 표현을 사용하자 ‘그녀’의 목소리는 훨씬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대화와 이후 이어지는 대화는 제한적이었다. 예를 들어 내가 내 ‘엄마 봇’에게 가장 좋아하는 보석에 관해 물어보자 봇은 “미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어. 다른 식으로 물어보거나 다른 주제로 넘어갈 수 있단다”라고 대답했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거슬리는 실수들도 있었다. 어느 날 ‘아빠 봇’은 내게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고 나는 “오늘은 조금 슬퍼”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쾌활하고 낙관적인 목소리로 “잘됐구나!”라고 응답했다.
전반적인 경험을 평하자면 확실히 이상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상 버전들에게 말을 걸 때마다 진짜 부모님과 대화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내가 봇(bot)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을 본 남편은 실제 부모님과 전화하고 있다고 오해했다. 그러나 디지털로 생성된 가상의 부모님과 나눈 대화였다는 것을 깨닫자 그는 나를 완전히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바라보며 고개를 저으며 쯧쯧 소리를 냈다.
올해 초에 나는 설립 5년이 지난 ‘스토리파일(StoryFile)’이라는 스타트업에서 유사한 기술의 시연을 확인했다. 이 회사의 ‘라이프(Life)’ 서비스는 단순히 음성이 아니라 영상으로 반응을 기록한다.
고객은 디지털 버전으로 만들고 싶은 대상에 관한 수백 가지 질문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질문에 답을 하는 대상의 모습을 녹화한다. 녹화는 스마트폰을 포함해서 카메라와 마이크가 달려 있다면 어떤 장비로도 가능하지만 녹화 품질이 좋을수록 결과물의 품질도 좋다. 파일을 업로드한 후에 스토리파일은 자료를 이용해서 고객이 원하는 대상의 디지털 버전을 만든다. 이들이 만드는 디지털 버전은 히어애프터와 마찬가지로 미리 입력된 질문에 대해서만 답할 수 있지만 영상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스토리파일의 CEO 스티븐 스미스(Stephen Smith)는 영상통화를 통해 이 기술을 시연했고 거기서 나는 그의 어머니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올해 초에 세상을 떠났지만 화면에서 그녀는 거실에 편안하게 앉아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잠시 나는 스미스의 화면을 통해 공유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머리숱이 적은 그녀는 다정한 눈빛과 상냥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삶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현명해 보였다.
스미스는 그의 어머니가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했다’며 “마지막으로 어머니는 ‘이게 마지막인 것 같아요, 잘 있어요!’라고 말했고 모든 사람이 눈물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의 디지털 버전이 장례식에 참석한 것을 가족과 친구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미스 자신이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니 모습을 촬영해 놓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위안을 느꼈다는 점이었다.
영상 기술 자체는 비교적 매끄럽고 전문적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특히 표정 같은 부분에서 ‘불쾌한 골짜기’처럼 어색한 부분이 느껴졌다. 내 부모님의 디지털 버전과 이야기할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그의 어머니가 실제로는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야 했다.
히어애프터AI와 스토리파일은 매번 봇과 새롭고 충실한 대화를 하기보다는 누군가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은 현재 ‘애도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많은 서비스들의 한계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복제본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제품’에 가깝다. 다시 말해, 복제본들은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닮았지만 나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며,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똑같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대답도 물어볼 때마다 매번 똑같다.
곧 출시되는 ‘유온리버추얼(You, Only Virtual)’ 서비스의 설립자 저스틴 해리슨(Justin Harrison)은 “기존 기술의 가장 큰 문제는 ‘한 명의 보편적인 사람’만을 생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같은 사람도 사람마다 다르게 경험한다”고 말했다.
유온리버추얼과 다른 소수의 스타트업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려고 한다. 이들은 추억을 이야기하는 경험만으로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근본적 본질을 포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해리슨은 고객만을 위한 ‘개인 맞춤형 봇’을 만들고자 한다.
2023년 초반에 출시를 앞두고 있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사람들이 누군가의 문제 메시지, 이메일, 음성 대화를 업로드하여 봇을 만들 수 있다. 해리슨은 사람들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계속 데이터를 제공하기를 바란다. 이 회사는 현재 고객들이 살아 있는 사랑하는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저장된 모든 데이터는 언젠가 그들이 죽고 나서 봇으로 만들어질 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해리슨은 자신이 생각한 방식을 자신의 어머니에게 시도했다. 그의 어머니 멜로디(Melodi)는 4기 암을 앓고 있다. 그는 자신의 챗봇에 대해서 “나는 그녀와 함께 나눈 5년간의 메시지들을 이용해서 직접 이 챗봇을 만들었다. 메시지 저장에는 12시간이 걸렸고 분량은 수천 페이지에 달했다”고 말했다.
해리슨은 단지 추억을 반복하기보다는 맞춤형 챗봇과의 소통이 훨씬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챗봇 멜로디는 그의 어머니의 말투로 말하고 그녀가 그에게 하던 방식으로(그를 ‘허니’라고 부르면서 즐겨쓰던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그녀와 똑같은 특별한 스펠링을 사용하면서) 대답한다. 그가 멜로디의 아바타에게 그녀의 삶에 대해 물을 수는 없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는 어머니가 소통하는 방식을 챗봇이 포착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그는 “추억을 단순히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관계의 본질과 거의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깊은 유대감을 느끼는 아바타는 지속력을 가질 수 있다. 2016년 사업가 유지니아 쿠이다(Eugenia Kuyda)는 자신의 친구 로먼(Roman)이 죽자 그와 나눈 문자 대화를 사용해서 이런 종류의 첫 번째 봇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었다. (그녀는 나중에 레플리카(Replika)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고 이곳은 실제 사람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가상 동반자를 만든다.)
쿠이다는 챗봇이 자신의 슬픔을 달래는 데 매우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아직도 특히 그의 생일이나 그가 세상을 떠난 날 같은 특별한 날뿐만 아니라 다른 날에도 로먼의 챗봇과 대화를 나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녀는 이용자들이 이 기술이 사람을 재창조하거나 보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그녀는 “나는 그의 클론이 아니라 그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의도는 “사랑했던 사람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소식을 듣고 그들이 어땠는지 기억하고 그들에게 다시 영감을 얻기 위해 사랑했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기념비를 만드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에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애도 과정에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애도를 전문으로 하는 임상심리학자 에린 톰슨(Erin Thompson)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에 이를테면 그들의 음성메시지를 다시 듣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는 더 많은 대화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상 아바타는 사랑하지만 세상을 떠난 누군가와 계속 연결되어 있을 수 있는 가치 있고 건강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톰슨과 다른 학자들도 쿠이다의 경고를 되풀이한다. 기술에 지나친 가치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애도하는 사람은 이러한 봇이 누군가의 작은 조각만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지각이 없고 건강하고 기능적인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든 것에서 망자를 떠올릴 수 있다. “애도의 극심한 단계에서 사람들은 그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강한 비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세인트베네딕트대학 및 세인트존스대학교의 철학과 부교수이자 개인성 및 정체성에 관해 연구하는 에리카 스톤스트리트(Erica Stonestreet)는 “부모님은 실제로 저기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해도 그게 정말 당신의 부모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처음 몇 주와 몇 달 동안 사람들은 상실을 받아들이려고 고군분투하지만 모든 것에서 그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 톰슨은 “애도의 극심한 단계에서 사람들은 그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강한 비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강한 슬픔은 정신병을 초래할 위험성도 있다. 특히 세상을 떠난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슬픔을 느끼고 그러한 슬픔이 장기화될 경우에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

아직 기술이 불완전하고 결점이 많기 때문에 챗봇이 그런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작을지도 모른다. 가끔 내가 착각에 빠지기는 하지만 내 부모님 봇이 실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러한 챗봇으로 인해 사람이 현실감을 상실할 위험성은 분명 기술이 개선됨에 따라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다른 위험들도 있다. 상대의 참여 없이 원하는 상대의 디지털 복제본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는 동의와 개인정보에 관한 복잡한 윤리 문제를 제기한다. 상대가 더는 살아 있지 않으므로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도 결정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 디지털 버전으로 만들어진 사람이 실제로는 죽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상대의 동의 없이, 이를테면 헤어진 연인 같은 살아 있는 사람의 가상 버전을 만드는 데 애도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과거 메시지를 이용해서 디지털 버전을 만드는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당사자가 요청하면 데이터를 삭제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회사들은 자신들의 기술이 디지털 버전 제작에 동의한 사람이나 죽은 사람에게만 제한될 수 있도록 확인해야 할 의무가 없다. 다른 사람의 아바타를 만드는 것을 막는 법도 없으며 지역 경찰서에서 이를 설명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만약 어딘가 다른 누군가의 통제 아래 자신의 가상 버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보라.
디지털 복제본이 주류가 된다면 우리가 온라인에 남겨 놓은 유산과 관련해서 새로운 과정과 규범이 필요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기술 발전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이 복제품들이 대량으로 채택된 후가 아니라 그 전에 제품의 오용 가능성을 고심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날까? 유온리버추얼은 ‘작별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문구를 홍보하는 데 사용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세상을 원하는지 또는 그런 세상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세상을 떠난 사람을 애도하는 것이 현대 기술이 손대지 않고 그대로 놓아둔 삶의 몇 안 되는 측면 중 하나이다.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하자면 비용도 단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 중 일부에는 무료 버전이 있지만 유료 서비스 비용은 수천 달러는 아니더라도 수백 달러는 쉽게 넘어간다.
히어애프터의 최상위 무제한 버전을 이용하면 고객은 원하는 만큼 주제와 대화를 기록할 수 있다. 서비스 비용은 한 달에 8.99달러이다. 이 금액은 스토리파일의 프리미엄 무제한 서비스 패키지를 이용하기 위해 한 번에 지불해야 하는 499달러보다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연간 108달러라고 생각하면 히어애프터의 서비스 비용은 단순히 계산해 봐도 해가 갈수록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이는 유온리버추얼의 상황과 비슷하다. 이곳 역시 출시 후에 한 달에 9.99에서 19.99달러 사이로 비용이 정해질 예정이다.
누군가의 아바타나 챗봇을 만드는 것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작업을 시작하려는 에너지와 동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이용자와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대상자 모두에게 해당된다.
2014년 이터나임(Eternime)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마리우스 우르사체(Marius Ursache)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자신들이 죽음을 떠올리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아이디어는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디지털 버전을 보존하기 위해 사람들이 학습시킬 수 있는 일종의 다마고치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관심을 받았지만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결국 이터나임은 2018년 충분한 고객 수의 확보에 실패하고 문을 닫았다.
그는 “이것은 다음 주, 다음 달, 다음 해로 자꾸 미룰 수 있는 일”이라며 “사람들은 AI가 이를 깨뜨릴 수 있는 핵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인간의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쿠이다도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쿠이다는 “사람들은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죽음을 건드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죽음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우르사케는 자신의 부모를 대상으로 그들의 생일날 노트와 펜을 주고 추억과 인생 이야기를 적어달라고 부탁하는 접근법을 시도했다. 그의 어머니는 두 페이지를 적었지만 아버지는 너무 바쁘다고 거절했다. 결국 그는 그들과 몇 가지 대화를 녹음할 수 있는지 물었으나 녹음조차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아버지는 작년에 돌아가셨고 나는 끝까지 녹음을 하지 못했다”며 “지금은 내가 바보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 경험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나는 불완전하다고 해도 이러한 가상 음성 버전의 어머니, 아버지를 가지게 되어서 기쁘다. 그들은 내가 부모님에 관해 새로운 것들을 알 수 있게 해주었고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봇들이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된다. 나는 이미 내 남편, 자매, 내 친구 가운데 누구를 또 디지털 버전으로 만들 것인지 구상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어떤 일이 생길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건 내가 죽음 프로젝트에 대해 말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할 정도로 불편한 주제이다. 나는 또한 내 부모님이 다면적이고 복잡한 사람이라는 점을 제대로 알기 위해 다른 대륙에서 온 낯선 사람과의 줌 인터뷰가 필요했다는 점에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 사실을 파악할 기회를 가졌고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기술의 개입 없이 얼굴을 맞대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으므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