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MEMORIES

‘기억’의 조작은 가능한가…신경과학이 풀어준 기억에 관한 다섯 가지 의문

신경과학자들은 기술을 활용해 ‘기억’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심지어 기억을 조작할 수도 있다. 뇌에서 기억을 볼 수 있는지,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지, 타인의 기억을 시각화해서 보는 것이 가능한지 등 다섯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통해 기억에 관해 자세히 알아본다.

인간의 뇌 안에는 860억 개의 ‘뉴런(신경세포)’이 존재한다. 이들 뉴런은 각자 수천 개의 다른 뉴런과 이어져 수백 조에 달하는 ‘시냅스(synapse)’를 만들어낸다. 이 뉴런과 뉴런 사이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가 기억이 저장되는 곳이다. 우리 뇌에는 이렇게 엄청난 수의 뉴런과 시냅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특정 기억이 저장돼 있는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기란 정말로 풀기 힘든 과학적 난제나 마찬가지다.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밝혀내면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우리의 ‘지적 예민함(mental acuity)’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기억은 우리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며, 기억이 손상됐다는 것은 뇌 기능에 장애가 있다는 뜻일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시냅스가 손상되어 기억이 사라진다. 중독되면 뇌에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또한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앓으면 기억 장애가 나타난다.

신경과학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기억의 본질을 밝혀내 왔으나, 그와 동시에 기억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기도 했다. 아래 제시된 다섯 가지 질문을 통해 우리가 기억에 관해 얼마나 알아냈고, 앞으로 풀어야 할 어떤 수수께끼가 남아있는지 알아보자.

뇌의 기억을 시각화할 수 있을까?

신경과학자들이 뇌에서 기억의 기본 윤곽을 관찰하기 시작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최근 들어서야 비로소 ‘기억 흔적’ 내지 ‘기억 엔그램(memory engram)’이라는 기억의 물리적 표상을 직접 관찰하게 됐다. 엔그램은 뉴런의 연결망 안에 저장되어 있는데, 엔그램을 가진 뉴런들을 빛나게 해서 특수현미경으로 포착할 수 있다.

이제 신경과학자들은 인위적으로 엔그램의 기저에 있는 연결망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정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기억 엔그램을 조작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기억들이 작동하는 방식과 뇌에서 각각의 기억들이 저장된 위치에 관해서도 단서를 제공해준다.

‘일화적(episodic)’ 내지 ‘자서전적(autobiographical)’ 기억은 개인적으로 겪은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다. 이러한 기억은 뇌의 해마(hippocampus)가 담당한다. 기저핵과 깊은 관련이 있는 ‘절차 기억(procedural memory)’은 자전거 타기 같은 습관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방법에 대한 기억이다. 이 영역은 중독으로 인해 손상될 수 있다. 우리가 수도 이름 같은 어떤 사실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의미 기억(semantic memory)’ 덕분이며, 이러한 기억은 대뇌피질에 저장되어 있다.

기억을 볼 때 필요한 도구는 무엇인가?

19세기 말 탁상형 현미경을 이용해 개별 뉴런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과학자들은 두뇌를 놀라울 만큼 상세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20세기 중반에는 강력한 전자현미경으로 너비가 수십 나노미터(바이러스 입자 하나 크기)에 불과한 시냅스 구조를 볼 수 있었다.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신경과학자들은 ‘이광자 현미경(two-photon microscope)’을 사용해 쥐가 학습할 때 실시간으로 시냅스가 형성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유전자학이 크게 발전하면서 뇌에 유전자를 집어넣거나 빼는 방법을 통해 유전자와 기억기능의 관계를 밝힐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해파리에서 발견한 ‘녹색형광단백질(green fluorescent protein)’을 쥐의 뇌에 바이러스를 사용해서 삽입했고, 이 단백질을 통해 쥐가 학습하는 동안 뉴런이 빛을 발하게 했다. 과학자들은 또한 ‘채널로돕신(channelrhodopsin, ChR2)’이라고 불리는 조류 단백질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뉴런을 활성화할 수 있었다. 이 단백질은 청색광(blue light)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 단백질이 주입된 뉴런은 청색 레이저로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될 수 있다. 이 기술이 바로 ‘광유전학(optogenetics)’이다. 거의 20년 전에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이 개척한 이 기술을 이용해 신경과학자들은 실험실 동물의 기억 엔그램 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들을 이용해 신경자극(nerve impulse)이 외부 정보를 우리의 ‘내부 세계’로 가져오는 방법도 연구할 수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뇌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매우 작은 전극을 사용해서 고작 몇 밀리초 동안 지속되는 신경자극을 기록한다. 그런 이후에 신경 신호를 해독하는 알고리즘 같은 분석 도구로 노이즈를 제거하고 뇌의 기억 중추를 보여주는 패턴을 알아낼 수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키트들 덕분에 더 많은 신경과학 실험실에서 이러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도구들을 통해 얻는 새로운 발견은?

‘뉴런이 어떻게 기억 엔그램의 일부가 되는가’라는 질문은 최근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뉴런을 자세히 관찰한 신경과학자들은 뉴런들이 기억을 저장하려고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 과학자들은 뉴런 흥분성(neuron excitability)을 높이거나 낮추기 위해 뇌에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을 통해, 그 영역에서 가장 흥분한 뉴런이 엔그램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뉴런들은 짧은 기간 동안 주변의 다른 뉴런들이 또 다른 엔그램의 일부가 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억제한다. 이러한 경쟁은 기억 형성에 도움이 되며,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위치가 임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다른 여러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신경망에 이미 잊힌 기억들도 계속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단백질 억제제를 주입한 쥐들은 기억상실에 걸리는데, 시냅스가 약해지면서 정보를 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기억들은 영원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시냅스가 없어도 뉴런은 여전히 정보를 보관하고 있었고, 그 정보를 회수할 수 없을 뿐이었다(적어도 광유전학 자극 없이는 불가능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들이 보이는 기억상실 증상도 이와 유사했다.

또 다른 발견은 꿈이 우리 기억을 강화시키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하루 동안의 경험이 잠자는 동안 신경자극의 형태로 다시 재생되면서 기억들이 천천히 해마에서 대뇌피질로 옮겨지고, 그러면 뇌가 정보를 추출해 세상에 대한 규칙을 만들 수 있다고 오랫동안 생각했다. 과학자들은 일부 규칙이 대뇌피질에 의해 더 빠르게 합성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기존의 모델로는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연구자들은 동물 실험에서 광유전학 도구를 사용해 해마도 이렇게 빠르게 형성되는 대뇌피질 기억을 구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텍사스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niversity of Texas Southwestern Medical Center)의 조교수 기타무라 다케시는 “해마는 대뇌피질에서 미성숙한 기억 엔그램들이 빠르게 만들어질 때 도움을 준다. 광유전학 도구가 없었다면 이러한 미성숙한 엔그램들을 관찰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억이 조작될 수 있을까?

기억은 그다지 안정적이지 않다. 기억의 이러한 본질을 보면, 기억은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이 분명하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학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거의 10년 전에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팀은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학습 중에 쥐의 뉴런이 활성화되면 녹색형광단백질이 부착된 ChR2 유전자가 발현되게 했다. 이를 통해 신경과학자들은 형광을 내는 뉴런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어떤 뉴런이 학습과 관련되어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또한 그 뉴런들과 연결된 ChR2 유전자에 빛을 비춰서 특정 기억을 다시 활성화할 수도 있었다.

이 기술로 MIT 연구진은 쥐의 뇌에 가짜 기억을 심었다. 우선 연구팀은 쥐를 삼각형 상자에 넣었고, 이 과정에서 특정 ChR2 유전자와 뉴런이 활성화됐다. 그러고 나서 쥐를 사각형 상자에 넣고, 삼각형 상자에 넣었을 때 활성화됐던 ChR2 뉴런에 빛을 비추면서 쥐의 발에 전기 충격을 가했다.

실험 결과, 쥐는 사각형 상자에서만 전기 충격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삼각형 상자를 전기 충격과 연결해서 기억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현재 보스턴대학교 신경과학 조교수로 재직 중인 스티브 라미레스(Steve Ramirez)는 이에 대해 “쥐들은 자신들에게 ‘나쁜’ 일이 전혀 일어난 적이 없는 환경에 대해 공포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기억 조작 기술에는 광섬유 케이블과 레이저가 사용되므로 인간 두뇌를 대상으로 실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쥐의 뇌를 대상으로 한 이 실험 결과는 기억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기억을 두뇌 외부에서 보는 것이 가능할까?

인간의 기억은 뇌 스캐너를 사용하면 시각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현재 오리건대학 인지신경과학 조교수로 재직 중인 브라이스 쿨(Brice Kuhl)이 진행한 연구에서 연구팀은 주어진 사진을 보고 있는 실험 참여자들의 뇌를 MRI 기계로 촬영해서 특정 사진을 볼 때 뇌의 어느 영역이 활성화되는지 파악했다. 그러고 나서 뇌에서 활성화된 영역을 기반으로 어떤 사람이 어떤 사진을 보고 있는지 유추하고 그 이미지를 재구성하도록 알고리즘을 학습시켰다. 이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사진을 마음속에서 떠올려보라는 요청을 받은 실험 참가자가 회상하고 있는 사진까지도 재구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재구성된 이미지에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이 연구는 신경영상과 재구성 알고리즘이 실제로 인간의 기억에 담긴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술을 통해 신경과학자들은 뇌를 들여다보고 기억의 반짝이는 작은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경험과 지식을 이식할 수도 있고, 심지어 두뇌 밖으로 꺼내서 볼 수도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기억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달라지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Joshua Sariñana는 신경과학자이자 작가, 그리고 예술 사진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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