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청소기 ‘룸바’, 개인 사생활을 촬영하다
2019년 12월 새로운 가정용 룸바(Roomba) 로봇 청소기를 받은 그렉(Greg)은 자신이 앞으로 수행하게 될 작업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는 아이로봇의 룸바 J 시리즈의 테스트용 시제품이 집 안을 돌아다니며 인공지능 개선을 위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허락했으며 자신의 사용자 경험에 대해 아이로봇 측에 피드백을 제공했다.
그렉은 과거에도 이러한 작업에 참여해 왔다. 그는 낮에는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10년 넘게 제품 베타 테스트에 참여해 왔다. 그렉은 이 기간에 운동화, 스마트 홈 카메라 등 50개가 넘는 다양한 제품을 테스트했다고 추정한다.
그는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에 참여했다”라고 말한다.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우고 품질을 개선한 버전을 배포하거나 특징과 기능을 직접 정의하는 등 제품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뜻깊었다.”
하지만 그렉이 미처 알지 못했고 동의하지도 않은 부분이 있다. 아이로봇은 테스터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이터 공급망에 공유했다. 이 공급망 안에서는 디바이스의 전면 카메라로 촬영된 모든 장면(그 안의 사람들까지)이 공개되며 미국 외부에 있는 저임금 계약자들의 데이터 어노테이션(data annotation) 작업 과정 영상이 자유롭게 캡처되고 이미지가 공유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로봇과 체결한 기밀 유지 계약을 이유로 성은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그렉은 허탈감과 배신감을 느낀 여러 테스터들 중 한 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