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reason Demis Hassabis started DeepMind

데미스 허사비스가 딥마인드를 설립한 이유

몇 년 전 ‘알파고’로 세상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딥마인드가 지난해에는 ‘알파폴드2’를 출시하며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딥마인드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2016년 3월 알파벳의 자회사 딥마인드(DeepMind)의 최고경영자이자 공동설립자인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가 서울을 찾았다.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가 새로운 역사를 쓰는 장면을 보기 위해서였다. 알파고는 당시 국제대회 우승 횟수가 두 번째로 많았던 한국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과 다섯 경기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보드게임으로 여겨지며, 제대로 배우려면 몇 년씩 걸리는 바둑에 AI가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주목했다.

DEEPMIND TECHNOLOGIES

이세돌은 자신이 알파고를 ‘압도적인 차이’로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알파고가 4승 1패를 기록하며 압승을 거뒀다. 알파고의 승리는 바둑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AI 전문가들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고, AI의 능력에 대한 세상의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딥마인드 개발팀이 알파고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을 때 허사비스는 이미 더 큰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는 알파고 개발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실버(David Silver)에게 “‘이제 때가 됐다’고 말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보면서 허사비스는 딥마인드의 기술력이 생물학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중요하고 복잡한 문제란 생물학자들이 지난 50년 동안 해결하기 위해 분투해왔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일’이었다.

단백질의 3차원 구조는 신체에서 단백질이 어떤 기능과 작용을 하는지 결정한다. 그러나 아직 생물학자들이 구조를 파악하지 못한 중요한 단백질들이 매우 많다. AI를 이용해서 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암에서 코로나19까지 각종 질병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단백질은 많은 약물의 주요 표적이며 각종 신약의 주요 성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빠르게 단백질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면 각종 질병에 대한 신약과 백신 개발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

2020년에 딥마인드는 ‘알파폴드2(AlphaFold2)’를 공개했다. 알파폴드2는 매우 세밀한 수준까지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AI이다. 허사비스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낸 것 중에 가장 복잡한 일”이라고 알파폴드2를 평가했다.

알파폴드의 성공은 딥마인드의 방향 전환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딥마인드는 이제 현실 세계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게임에서 과학으로 초점을 전환하고 있다. AI를 이용해 과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허사비스가 성취하고자 했던 목표이며, 그는 ‘과학 문제의 해결자’로서 자신이 알려지기를 바란다. 그는 “이것이 내가 딥마인드를 설립했던 이유이며, 사실 내가 AI 분야에서 일해온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허사비스는 25년 동안 단백질에 관해 생각해왔다. 그는 1990년대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학부생이던 시절에 단백질 구조와 관련한 문제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는 “당시 친구 한 명이 그 문제에 매우 몰두해 있었다. 그는 술집에서든 수영장에서든 기회만 있으면 내게 그 얘기를 꺼내면서 우리가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 문제를 해결하면 생물학 분야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그 열정적인 친구는 현재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단백질 구조를 연구하는 팀 스티븐스(Tim Stevens)였다. 스티븐스는 단백질을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분자 기계”라고 말했다.

우리 몸이 하는 거의 모든 일은 단백질이 하는 일이다. 단백질은 음식을 소화시키고, 근육을 수축시키며, 신경세포(뉴런)를 발화(fire)시키고, 빛을 감지하고, 면역 반응을 강화하는 것을 비롯해 우리 몸 안에서 다양한 일을 한다. 따라서 개별 단백질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 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그런 경우에 우리 몸을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단백질은 복잡하게 비틀리거나 둥글게 말린 모양으로 접혀 있는 리본끈 모양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단백질의 기능은 그렇게 복잡하게 접힌 단백질의 삼차원 구조에 따라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신체 내부를 돌아다니며 산소를 운반하고 혈액이 붉게 보이도록 만드는 단백질인 헤모글로빈(hemoglobin)은 작은 주머니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서 폐 속에 있는 산소 분자를 그 속에 집어 담을 수 있다.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는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로 되어 있어서 그 스파이크를 이용해 우리 몸속 세포에 갈고리처럼 매달릴 수 있다.

알파폴드가 생성한 모델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접힌 구조를 보여준다.
COURTESY OF DEEPMIND

문제는 리본끈 모양의 아미노산에서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구조 파악이 어려우므로 당연히 그에 따른 단백질의 기능 파악도 어렵다. 펼쳐진 아미노산 리본이 접혔을 때 가능한 형태의 수가 10^300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엑스선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 등의 방법을 이용해 실험실에서 이러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고된 작업이다. 단백질 하나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1994년에 처음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단백질 구조 예측 학술대회 ‘CASP(Critical Assessment of Structure Prediction)’는 단백질 구조를 컴퓨터로 예측하는 방식을 서로 겨루면서 예측 속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2년마다 개최된다. 대회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예측한 구조를 실제 실험실에서 알아낸 구조와 비교한다. 그러나 어떤 방법도 실험실에서 알아낸 구조에 비할 만큼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2016년까지 10년 동안 거의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었다.

2016년에 알파고가 성공을 거둔 지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딥마인드는 생물학자 몇 명을 고용해서 단백질 접힘 연구를 담당하는 작은 팀을 구성했다. 이 팀이 어떤 것을 연구하는지 처음으로 엿볼 수 있었던 것은 2018년이었다. 당시 딥마인드는 CASP 13에서 다른 기술들을 상당한 차이로 제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생물학계를 제외하면 딥마인드의 이러한 움직임에 관심을 보이는 이는 그때까지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2년 후에 알파폴드2가 출시되면서 상황이 바뀌게 되었다. 알파폴드2는 실험실에서 알아낸 단백질 구조의 정확성에 필적할 만큼 정확하게 단백질 구조를 예측한 첫 번째 AI로 기록되며 CASP에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알파폴드2가 예측한 결과의 오차범위는 고작 원자 하나의 폭 정도에 불과했다. 생물학자들은 알파폴드2의 놀라운 성능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알파고가 서울에서 바둑을 두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허사비스는 워싱턴대학교의 선도적인 단백질 연구자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의 연구팀이 2008년에 출시한 ‘폴드잇(FoldIt)’이라는 온라인게임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폴드잇은 플레이어들이 화면에 보이는 단백질을 직접 다양한 방식으로 접어보면서 단백질 구조를 탐구하는 게임이다. 게임을 개발한 연구원들은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쌓인 데이터를 통해 가능한 단백질 구조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실제로 게임은 효과가 있었다. 폴드잇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단백질 구조를 몇 개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었다.

“우리가 바둑에서 직관의 정점을 모방할 수 있다면 그 기술을 단백질 구조 예측에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허사비스는 20대 시절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었을 때 폴드잇을 플레이해본 적이 있었다. 그는 바둑에서 다음 수를 생각하는 것이든 폴드잇에서 새로운 구조를 찾아내는 것이든 인간의 기본적인 직관이 실제 돌파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

허사비스는 “나는 우리가 알파고를 이용해서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었다”고 말하며, “우리는 바둑 챔피언들의 놀라운 직관을 모방했다. 우리가 바둑에서 직관의 정점을 모방할 수 있다면 그 기술을 단백질 구조 예측에도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바둑과 단백질 구조 예측이라는 두 문제는 어떤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둑처럼 단백질 접힘도 매우 방대한 복잡성을 가진 문제이므로 값을 무차별적으로 대입하는 브루트포스(brute force)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바둑과 단백질 접힘이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은 문제 해결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알파고는 수많은 바둑 대국을 거치면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했고, 알파폴드는 수십 년 동안 생물학자들이 찾아낸 단백질 구조를 국제적으로 공유해온 ‘단백질 정보은행(Protein Data Bank)’에 저장된 기존 단백질 구조들을 활용했다.

알파폴드2는 AI가 입력 데이터의 특정 부분에 집중하게 하는 표준 딥러닝 기술 ‘어텐션 네트워크(attention network)’를 사용한다. 이 기술은 GPT-3 같은 언어모델에도 사용되는데, 언어모델에서는 신경망을 이용해 문장 안에 있는 관련 단어들을 찾아낸다. 이와 유사하게 알파폴드2는 접힌 구조에 나란히 위치할 수 있는 아미노산 쌍과 같이 아미노산 시퀀스에서 관련 아미노산들을 찾아낸다. 스티븐스는 “딥마인드는 생물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연구해온 것들을 한데 모아서 개발한 AI로 CASP 대회를 압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 동안 알파폴드2는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딥마인드는 알파폴드2 시스템의 작동 원리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소스코드(source code)를 배포했다. 또한 유럽 생물정보학 연구소(European Bioinformatics Institute)와 함께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서 그 안에 알파폴드2가 예측한 새로운 단백질 구조를 가득 채웠다. 해당 데이터베이스에는 현재 80만 개 항목이 등록되어 있으며 딥마인드는 다음 해에 1억 개 이상의 단백질 구조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억 개는 과학계에 알려진 거의 모든 단백질의 숫자이기도 하다.

영국의 AI기반 약물 발굴 기업 엑스사이언티아(Exscientia)의 수석 과학자이자 옥스퍼드대학교의 단백질 정보과학 실험실(protein informatics lab) 책임자인 샬럿 딘(Charlotte Deane)은 “많은 연구원들이 딥마인드가 해낸 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딘은 지난해에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딥마인드가 발표한 알파폴드에 관한 논문의 검토자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녀는 “알파폴드는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을 바꾸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몇몇 연구팀들이 항생제 내성, 암, 코로나19 등의 연구에 알파폴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미국 필라델피아 폭스체이스암센터(Fox Chase Cancer Center)의 롤런드 던브랙(Roland Dunbrack)이 이끄는 연구팀이다. 그의 팀은 수년 동안 컴퓨터를 사용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있다. 연구소의 다른 팀들은 그들이 파악한 구조를 이용해 실험을 수행한다.

알파폴드를 도입하면서 던브랙의 작업에 엄청난 수준의 정확성을 더할 수 있게 되었다. 알파폴드의 예측에 대해 그는 “알파폴드의 예측 결과는 상당히 정확해서 그 결과를 토대로 암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해석하기 위한 생물학적 판단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이다. 우리도 이전에 컴퓨터로 생성한 모델을 이용해서 그런 작업을 해왔지만 우리가 예측한 결과에는 오류가 많았다”고 밝혔다.

던브랙은 동료 연구원들이 단백질 모델링을 요청하면 이제 전보다 자신감 있게 결과물을 내어줄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이전에는 불안했다. 그들이 내게 다시 돌아와서 내가 제공한 모델이 너무 형편없었다고, 돈을 모두 낭비했다고 비난할까 봐 걱정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알파폴드도 실수할 때가 있다. 그러나 알파폴드가 잘 작동될 때면 알파폴드의 예측과 실험실에서 발견한 구조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알파폴드의 정확성이 높다고 던브랙은 말했다. 그는 하버드대학교에서 관리하고 구글 GPU에서 실행되는 코랩폴드(ColabFold)라는 컴퓨터 플랫폼에서 알파폴드 예측을 실행한다. 그는 “매일 밤 자기 전에 하나를 설정해 놓으면 몇 시간 동안 구동된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의 구조생물학자 클리멘트 버바(Kliment Verba)는 “알파폴드는 우리 실험실 모두가 사용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라고 말했다. 버바는 주로 암 관련 연구를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몇 주 동안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를 연구하는 연구원 협력단에 합류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단백질이 숙주 단백질을 붙잡는 방식을 파악하고 싶었다.

버바와 그의 동료 연구원들은 자신들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의 구조 일부를 생성했지만 놓친 부분이 있었다. 많은 단백질은 여러 개의 도메인(domain)을 가지고 있다. 도메인이란 단백질 구조에서 조밀하게 접힌 부분으로, 그 길이는 수백 개 아미노산 정도이며, 도메인마다 각각 별도의 기능을 가질 수 있다. 어떤 도메인은 DNA와 결합할 수 있고, 다른 도메인은 다른 단백질에 결합할 수 있는 식이다. 던브랙은 “그것들은 머리가 여러 개인 괴물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구조적으로 도메인은 느슨하게 고리 모양을 이루는 가닥들로 연결된 줄의 매듭과 같다. 버바가 연구하고 있던 단백질에서 버바의 연구팀은 그 줄의 대략적인 모양은 알아냈지만 모든 매듭의 상세한 구조는 알아내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해당 단백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연구팀은 그 단백질이 딥마인드가 이미 알파폴드로 구조를 예측하여 온라인에 공유한 것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파폴드의 예측은 완벽하지 않았고 고리 모양의 가닥들도 그다지 정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알파폴드의 예측에는 해당 단백질의 도메인 4개의 모양이 포함되어 있었다. 연구팀은 알파폴드가 예측한 도메인 모양을 가져와서 자신들이 예측했던 대략적인 모양과 맞춰봤다. 결과는 놀라울 만큼 유사했다.

버바는 “그것들이 딱 들어맞는 모습을 봤던 순간이 떠오른다. 정말 놀라웠다. 우리는 이제 전 세계에서 그 단백질의 전체 구조를 가진 유일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이 발견한 것을 발표했다.

버바는 알파폴드의 강점이 아직 완전히 연구되지 않은 단백질의 구조를 찾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가 관심을 쏟는 단백질의 상당수는 수십 년 동안 연구됐다.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경력을 바쳐 그것들을 계속 조금씩 연구했기 때문에 이제 그런 단백질의 구조에 대해서는 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버바는 키네이스(kinase, 인산화효소)에 관심이 많다. 키네이스는 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이다. 만약 키네이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암이 발생할 수 있다. 인체에 존재하는 500여 개의 키네시스 중에 절반 정도만이 잘 알려져 있으며, 나머지는 키놈(kinome)으로만 알려져 있다.

버바와 던브랙 같은 연구자들은 키놈을 표적으로 하는 암 치료약 개발에 관심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알파폴드의 한계점이 드러난다.

실험실에서 단백질 구조를 연구하는 것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단백질이 신약을 위한 유망한 후보물질로 선정되었을 경우에만 연구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후보물질을 선정하는 것만 해도 약물 발굴 과정에서 몇 달이 소요될 수 있는 작업이다. 딘은 알파폴드가 이 순서를 반대로 뒤집어서 이러한 신약 개발 과정을 더 빠르게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녀는 “알파폴드를 이용하면 단백질 구조를 먼저 파악한 후에 그에 따른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경우 이 작은 변화들이 생물학적 기능의 핵심이다.”

그러나 딘도 인정하듯이 약물과 단백질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정적인 구조만으로는 부족하다. 단백질은 가만히 멈춰 있지 않는다. 단백질 구조는 미묘하게 재구성되며 순환할 수 있다. 버바는 “대부분의 경우 이 작은 변화들이 생물학적 기능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단백질은 어떤 상태에서는 약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열려 있지만 다른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이 목격한 것을 바탕으로 미루어볼 때, 알파폴드는 이러한 구조에서 가장 흔한 상태를 예측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예측한 가장 흔한 상태는 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상태와는 다른 모양일 수도 있다.

단백질은 또한 약물이 결합하면 모양이 변할 수 있고, 이는 약물의 작용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단백질에 결합한 약물이 인접한 단백질들에 예측할 수 없는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애초에 의도했던 약물의 기능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이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 같은 반대 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분자 AI 부문 책임자 올라 엥크비스트(Ola Engkvist)는 AI가 생성한 구조가 결국에는 약물 표적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아직은 때가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는 “변화를 위해서는 단백질 역학을 이해하고 더 큰 단백질 복합체(protein complex)를 다루기 위한 더 나은 계산 방식을 알파폴드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딥마인드는 알파폴드의 다음 버전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다룰 계획이다. 그중 한 가지 작업은 단백질의 역학을 포착하기 위해 단백질 형태의 다양한 변형을 생성하는 것이다. 단백질이 움직이는 방식은 복잡한 화학과 물리학으로 통제되기 때문에 완전히 움직이는 모델을 만들려면 알파폴드에 그런 과정에 관한 엄청난 양의 추가 정보를 입력해야 할 것이다. 이 접근법의 단점은 그렇게 입력한 추가 정보가 제약이 되어 알파폴드의 예측 능력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여름, 딥마인드는 여러 단백질이 서로 결합해 있는 단백질 복합체의 구조를 예측하도록 설계된 알파폴드 멀티머(AlphaFold Multimer)를 발표했다. 그러나 알파폴드 멀티머는 알파폴드보다 정확성이 떨어지며, 더 확연한 오류를 범하기 쉽다.

최고의 AI라고 해도 바보 같은 실수를 할 수 있다. 허사비스는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패배한 한 경기에서 기본적인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종의 버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프로그램의 지식 안에 있는 버그라는 것이다. 우리가 그냥 들어가서 제거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가 버그를 그냥 제거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신경망이 작동하는 방식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고서는 신경망을 쉽게 손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허사비스는 “오류를 수정하겠다고 코드를 직접 입력하게 되면 AI의 학습 능력이 손상된다. AI는 그렇게 강제로 입력된 내용을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것은 학습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대신에 딥마인드는 알파폴드가 했던 최악의 실수 사례를 모아 그것들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학습시키고 있다. 허사비스는 연구원들이 알파폴드를 고장 내고, 작동하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서 그 결과를 팀원들과 공유하여 더 발전된 다음 버전 알파폴드를 만들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알파폴드와 함께 딥마인드는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고 있다. 딥마인드는 ‘과학을 위한 AI(AI for Science)’라는 팀에 투자하고 있다. 이 팀은 지난 몇 달 동안 기상 예측부터 수학, 양자 화학, 핵융합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중에서 알파폴드만큼의 충격을 가져온 것은 없었지만, 이들의 활동은 과학 분야에서 AI 활용에 관한 허사비스의 야망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알파폴드는 허사비스에게도 새로운 챕터를 열어주고 있다. 11월에 그는 자신이 새로운 직업을 가졌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제 딥마인드의 경영자이자 AI의 힘을 생명공학과 의학에 가져오는 데 전적으로 집중할 알파벳의 새로운 신약 개발 기업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의 경영자이기도 하다.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므로 허사비스는 아이소모픽 랩스가 무엇을 하게 될 예정인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막 출범했을 뿐이고, 따라서 아직 할 말이 많지는 않다. 기본적으로는 알파폴드와 마찬가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AI를 활용해 약물 발견 과정을 바꾸는 것도 한 가지가 될 것이다. 분석 도구 같은 것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무언가를 바꿔놓을 수 있는 일을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아이소모픽 랩스를 발표하는 블로그 게시물에서 허사비스는 수학이 물리학에 적합한 기술 언어라는 것이 밝혀진 것처럼 AI도 생물학에서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질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이런 식으로 어떤 작업을 전담할 자체적인 스타트업을 설립하면 필요한 집중력과 자원을 더 쉽게 투입할 수 있다. 그는 “딥마인드에 화학자를 잔뜩 고용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딥마인드는 알파벳 제품에 기여하는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순수한 연구에만 매진하고 있지만, 아이소모틱 랩스는 연구 결과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허사비스는 “아이소모픽 랩스를 구글에서 딥마인드의 역할과 비슷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연구는 수백만 구글 제품에 사용된다. 거의 모든 구글 제품 안에는 어느 정도 딥마인드의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아이소모픽 랩스는 구글을 넘어서 현실 세계로 향하는 우리의 창구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알파폴드는 허사비스에게 종점이라기보다는 시작점이다. 그는 “우리는 이러한 AI 기술이 계속해서 더 정교해지고 광범위한 과학 분야에 적용되는 일종의 새로운 과학 르네상스를 보게 될 것이다. AI가 점점 더 발전하면서 더 많은 문제가 다루기 쉬워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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