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is about to enter a new era of competition

새로운 경쟁의 시대로 진입하려는 ‘화폐’

디지털 화폐의 등장은 어떤 의미일까? 디지털 기술은 우리와 화폐의 관계를 변화시킬 것이며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를 관리하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돈은 인류의 놀라운 혁신 가운데 하나이다. 돈은 지리적 위치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곳에서 서로 잘 알지도 못하고 서로를 믿어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는 사람들이 서로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돈은 오랜 시간에 걸쳐 부와 자원을 이전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돈이 없다면 ‘거래와 상업’이라는 인간의 모든 경제 활동이 심각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돈을 발행하는 특권은 ‘경제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역사에 국내에서의 또는 국가 간의 통화 경쟁 사례가 가득하다는 점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세계 최초의 지폐가 탄생한 중국에서는 상인들이 발행한 화폐와 여러 지방 정부가 발행한 화폐 사이에 수 세기에 걸친 경쟁이 있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20세기 중반까지도 정부에서 발행한 지폐와 민간은행이 발행한 지폐가 공존했다.

GARY LEE TODD COLLECTION / WIKIMEDIA COMMONS; PHGCOM / WIKIMEDIA COMMONS; ALAMY

그러다가 마침내 ‘중앙은행’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경쟁이 완전히 끝나게 되었다. 중앙은행은 법정 화폐를 발행하는 독점적인 특권을 가지고 발행한 화폐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과업을 맡았다. 스웨덴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꽤 이른 시기에 일어났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은행인 스웨덴의 중앙은행 ‘릭스방크(Riksbank)’는 17세기에 설립됐다. 중국에서 화폐 경쟁은 중화인민공화국이 공식적으로 수립되기 직전인 1948년에 ‘중국인민은행(People’s Bank of China)’의 설립과 함께 끝이 났다. 중앙은행들이 개입한 이후로 화폐 경쟁은 대부분 국가 간에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화폐의 상대적 가치는 해당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의 명성과 안정성에 따라 달라졌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격변의 시대로 진입하는 문턱에 서 있다. 현금이 인기를 잃어가면서 현금을 대체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이 화폐의 본질과 능력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는 회계의 단위, 교환의 매개, 가치 저장 수단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암호화폐(cryptocurrency)를 포함한 특정 형태의 민간 디지털 화폐가 인기를 얻으면서 화폐의 이러한 기능이 디지털 기술로 인해 분리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의 지배력이 약화되면서 또 다른 통화 경쟁을 발생할 수 있고 그러한 통화 경쟁은 특히 비교적 경제 규모가 작은 여러 나라에 지속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고대 사회에서는 조개껍데기나 구슬, 돌 같은 작은 물건들이 화폐 역할을 했다. 그러다가 7세기에 중국에서 평판이 좋은 상인들이 상품이나 귀금속을 보관하는 대신에 그만큼의 가치를 보증하는 ‘예금 증서’의 형태로 최초의 지폐가 등장했다. 13세기에 쿠빌라이 칸(Kublai Khan)은 세계 최초로 가치를 뒷받침하는 상품이 없는 지폐를 도입했다. 이 지폐가 가치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쿠빌라이가 자신의 영토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지불 수단으로 그 지폐를 사용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에는 사형에 처하겠다고 명했기 때문이었다.

쿠빌라이의 뒤를 이은 왕들은 지폐 발행을 통제하는 부분에서 쿠빌라이만큼 절제력이 강하지 않았다. 쿠빌라이 이후에 중국과 다른 지역에 등장한 정부들은 정부 지출을 감당하려고 무절제하게 돈을 찍어내는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다. 그렇게 돈을 마구 찍어내면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나 심지어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는 쉽게 말해서 주어진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법칙은 심지어 현대에도 적용된다. 오늘날에는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지폐가 통용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러한 신뢰는 반드시 정부의 엄격한 정책을 통해 유지되어야 한다.

NEW YORK PUBLIC LIBRARY DIGITAL COLLECTIONS; PUBLIC DOMAIN; JEAN-MICHEL MOULLEC FROM VERN SUR SEICHE, (35, BRETAGNE), FRANCE / WIKIMEDIA COMMONS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제 현금은 대체로 시대에 뒤처진 것처럼 보인다. 스마트폰으로도 쉽게 결제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물리적 현금(physical cash)’을 다룰 일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미국이나 스웨덴 같은 부유한 나라의 국민들과 인도나 케냐처럼 더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 기본적인 구매를 할 때 지불하는 방식은 불과 몇 년 사이에 크게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가 잠재적으로 불평등을 심화할 요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현금이 사라지면 노인이나 가난한 사람 등 기술에 대하여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이 권리를 박탈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휴대폰은 거의 포화 상태로 공급돼 있다. 그리고 올바른 방식으로 시행된다면 디지털 화폐는 공식적인 은행 시스템에 거의 접근할 수 없는 가구까지 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현금은 아직 생명력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비대면 결제 이용이 상당히 증가했는데도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는 현금 수요가 급등했다. 이는 아마도 사람들이 현금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형태의 자산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많은 주들은 다른 지불 수단으로 결제할 수 없거나 그렇게 결제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결제 수단에 무조건 현금을 포함시켜야 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특히 신기술 덕분에 디지털 결제가 더 저렴하고 편리해지면서 일반적으로 소비자, 기업, 정부는 지불 방식이 디지털 형태로 바뀌고 있는 상황을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한때는 가장 완벽한 화폐 형태로 여겨졌던 물리적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금융 지형이 가진 작은 특징 하나에 불과하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극적인 힘은 바로 ‘암호화폐’의 부상일 것이다. 암호화폐는 돈과 금융에 관한 오랜 원칙들을 뒤흔들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암호화폐 ‘비트코인(Bitcoin)’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변화하고 있는 화폐의 미래에서 그다지 큰 역할을 담당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처럼 신뢰받는 제삼자의 개입 없이 사람들이 익명으로(실제 신분이 아니라 디지털 신분만을 사용해서) 거래를 완료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다시 말해서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가 없더라도 컴퓨터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든 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독자적으로 실행되는 컴퓨터 알고리즘이 코인을 발행하고 거래를 검증한다. 비트코인을 개발한 사람의 정체는 현재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비트코인은 2009년 초 글로벌 금융위기로 정부와 은행에 대한 신뢰가 심하게 악화된 시기에 완벽한 타이밍으로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인기를 얻으면서도 화폐로서 기본적인 용도 면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매일 크게 요동칠 정도로 변동성이 심해서 신뢰할 수 있는 지불 수단으로 여겨질 수 없었다. 게다가 알고 보니 비트코인은 사용자의 익명성을 보장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사용자의 디지털 신분을 바탕으로 실제 신분을 파악할 수 있다(어떤 면에서 이 점은 다행이다. 한때 불법적인 일이 자행되는 다크웹의 호황에 기여했던 비트코인 거래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들은 대체로 본질적인 가치가 거의 없으며 오직 투자자들의 ‘믿음’만으로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평가액을 보장하는 투기성 금융 자산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트코인의 많은 결점을 고치겠다고 약속하는 새로운 암호화폐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 미국 달러를 비롯한 신용할 수 있는 명목화폐 등의 자산을 담보로 안정적인 가치를 보장하는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내외에서 더 저렴하고 빠른 지불을 가능하게 하는 신뢰도와 접근성이 더 뛰어난 디지털 지불 시스템으로 홍보됐다. 그러나 완전히 ‘탈중앙화(decentralized)’된 비트코인과 달리 스테이블코인 거래는 은행, 기업, 또는 온라인 업체 같은 발행 기관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즉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자는 그런 기관이 합법적인 거래만 검증할 것이고 충분한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어야 하며, 규제 당국은 기관에 두 가지 사항 중 어느 것에 대해서도 확인을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더 나은 지불 시스템을 원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좋은 목표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은 많은 우려를 불러일으켜 왔다.

이러한 모든 ‘성장통’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혁명은 디지털 지불 기술의 범위를 확장하고 중앙은행이 움직이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 결과 오랫동안 변화에 저항하는 보수적인 기관으로만 여겨졌던 많은 중앙은행이 이제 디지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폐의 인기가 떨어지고 의미가 변화하는 상황에 직면한 전 세계의 많은 중앙은행들은 화폐를 디지털 형태로 발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 일본, 스웨덴 같은 주요 국가들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bank digital currency, 이하 ‘CBDC’)’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CBDC는 중앙은행이 지폐와 동전으로 발행하는 화폐의 디지털 버전이나 마찬가지다. 바하마와 나이지리아는 이미 전국적으로 CBDC를 출시했다. 브라질, 인도, 러시아를 비롯한 나라들은 자체적인 실험을 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국가들은 CBDC를 공식적인 금융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여긴다.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가 없는 가구도 CBDC를 이용해 안전하고 저렴한 디지털 지불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 또 어떤 국가들은 디지털 지불 시스템의 효율과 안정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CBDC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e-크로나(e-krona)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완벽하게 작동할 것으로 보이는 민간 회사들의 결제 시스템이 기술 문제나 신뢰성 문제로 실패할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 홍보되고 있다.

SLAVIARIEL PALMON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LIBRARY OF CONGRESS

CBDC는 또한 디지털 결제가 표준이 되어가고 있는 국가에서 중앙은행 소매화폐의 의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알리페이(Alipay)와 위챗페이(WeChat Pay)라는 금융계의 두 거물이 지불 시장을 지배하려고 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CBDC에는 물론 다른 장점도 많다. CBDC는 특정 유형의 경제 활동을 어둠 속에서 끌어내 조세망으로 가져올 수 있고(조세 당국에 보고되지 않는 일이 많은 현금 거래와는 다르다), 화폐 위조를 줄일 수 있으며, 돈세탁, 마약 밀매, 테러 자금 조달 같은 불법적인 목적에 돈을 사용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CBDC는 우리가 간신히 누리고 있는 최소한의 사생활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결국 모든 디지털 정보는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CBDC를 이용하는 거래는 회계감사할 수 있고 추적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중앙은행도 자신들이 발행한 돈이 불법 거래에 이용되는 것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5년 후 또는 10년 후 화폐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방식의 은행 계좌에 다양한 화폐가 섞여 있는 디지털 지갑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민간 기업이 관리하는 스테이블코인, 세계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여러 CBDC들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누구도 스테이블코인과 CBDC과 얼마나 잘 공존할 것인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메타(이전의 페이스북)는 자체적인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는 메타의 목표와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경 안팎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거래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미국 규제 당국에 의해 무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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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이 효율성과 접근성이 더 뛰어난 디지털 지불 수단이라고 옹호하는 주장은 CBDC의 존재로 인해 약화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스테이블코인이 자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22년 3월 기준으로 30종이 넘는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되고 있으며 이 코인들의 총 가치는 약 1,850억 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아마존처럼 대규모 상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구축된 스테이블코인이 지불 수단으로서 상당한 인기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명목화폐를 기반으로 안정성을 유지하는 한 스테이블코인은 독립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더 저렴하거나 더 편리한 지불 수단이라는 이유로 사용될 것이다.

어떻게 되든 디지털 화폐 혁명은 국제 통화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가 간 결제를 예로 들어보자. 국가 간 결제는 다양한 통화, 서로 다른 기술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기관들, 각기 다른 규제 같은 요소를 수반하므로 본질적으로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국제 지불은 느리고 비싸며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어렵다.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공유될 수 있는 암호화폐는 이러한 국제 지불의 단점들을 줄이면서 거의 즉각적인 지불과 결제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CBDC도 국제적으로 통용된다면 그러한 마찰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효율적인 국제 지불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으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그러한 국제 지불 시스템이 있으면 경제적 이주자들이 모국으로 더 쉽고 저렴하게 송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현재는 모국에 송금하는 데 거래 금액의 평균 6%에 해당하는 비용이 든다. 이러한 송금 수수료는 저소득 국가로 돈을 보낼 때 훨씬 높아지는데, 저소득 국가의 상당수는 국민소득의 큰 부분을 타국에 있는 노동자가 보내는 송금액에 의존하고 있다.

이론상 금융 자본이 국내에서 그리고 국가 간에 가장 생산적인 투자 기회로 더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면 적어도 GDP와 소비 능력으로 측정되는 세계의 경제적 복지 수준을 향상시킬 것이다. 그러나 자본이 국경을 더 쉽게 넘을 수 있게 되면 많은 국가에 위험이 초래될 것이고 각국은 환율과 경제를 관리하기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특히 규모가 더 작고 발전이 더딘 나라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한 국가의 통화, 그중에서도 특히 사용하기에 편리하지 않고 가치 변동이 심한 통화는 민간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또는 주요 경제국들이 발행한 CBDC에 의해 대체될지도 모른다. 이는 통화 주권의 상실을 초래할 것이다. 중요성이 떨어지는 중앙은행들은 자국 내 통화 유통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뢰할 수 있는 외화(달러)가 변동성이 큰 국내 통화를 대체하는(많은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서 오랫동안 문제가 되어온 현상이다) ‘달러통용화 또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현상은 디지털 화폐가 확산되면 더 심화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이란과 터키 같은 곳에서 통화 가치가 급락하자 사람들이 자본 유출과 관련한 제한을 피하려고 암호화폐를 사용해서 국내 자금을 더 안전한 국외 투자처로 옮기는 모습을 목격한 바 있다.

주요 준비통화에 관해서도 변화가 있다. 물론 미국 달러를 지배적인 세계 준비통화 위치에서 끌어내리고자 하는 세계 많은 정부의 오랜 꿈은 가까운 미래에도 아마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실제로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은 다른 통화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더 널리 수용되면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디지털 위안화는 지불 수단으로서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이며 스테이블코인의 증가와 함께 디지털 위안화 사용이 점차적으로 완만하게 늘어나면 유로화나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화 같은 다른 준비통화의 중요성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교환 수단으로서 화폐의 기능을 생각해보면 민간 화폐와 명목화폐 사이에 더 많은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론상 이러한 경쟁은 소비자와 기업에 이익이 될 수 있는 더 저렴하고 빠른 지불로 이어져야 하며, 민간이든 정부 기관이든 발행인은 자신들의 화폐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통제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화폐의 디지털화로 인해 민간 화폐와 공식 화폐가 확산하며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력이 한 곳에 집중되는 현상이 지금보다 더 심화될 수도 있다. 달러, 유로, 위안화 같은 주요 통화들을 디지털 형태로 전 세계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그것들이 더 작고 힘없는 나라의 화폐를 대체할 수도 있다. 거대 기업이 이미 지배적인 상업 생태계나 소셜미디어 생태계를 이용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쉽게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디지털 화폐들은 언젠가 명목화폐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변할 수도 있다. 개별 국가에 여러 화폐 발행인이 나타나고 가치가 상대적으로 변동하는 국내 화폐들끼리 경쟁하게 되면 더 심각한 통화 불안정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국제 통화 시스템이 디지털 혁명이 가져온 중대한 변화의 문턱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인류 전체에 이익이 될지 아니면 기존의 국내와 세계의 불평등을 악화시키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이 글을 쓴 에스와르 프라사드(Eswar Prasad)는 코넬대학교 다이슨스쿨(Dyson School)의 교수이자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선임 연구원이며 <화폐의 미래: 디지털 혁명이 화폐와 금융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The Future of Money: How the Digital Revolution Is Transforming Currencies and Finance)>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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