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과학자가 코로나19가 우한 수산시장에서 최초로 발생했다고 믿는 이유
– 코로나바이러스 실험실 유출 가설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요구하는 서신에 서명했던 마이클 워로비 교수
– 현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 수산시장에서 동물로부터 전파됐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밝혀
– 조사에서 코로나19 초기 확진자와 우한 수산시장의 연관성 더 크게 드러나
애리조나 대학교 진화생물학자인 마이클 워로비(Michael Worobey) 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 유출이 아니라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에서 동물로부터 인간으로의 종간 감염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이 담긴 새로운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했다.
그의 이번 발표로 코로나19가 동물과 인간의 바이러스 종간 감염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코로나19 최초 발원지에 대한 논쟁도 다시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워로비는 동료 과학자 논문, 감염병 학자들의 생각, 언론 보도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최초 감염자들이 화난수산시장에서 일하거나 그 주변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임을 밝혀냈고, 이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실험실 유출이 아니라 수산시장에서 동물로부터 사람으로 감염되면서 처음 발생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워로비가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무모한 이론에 약하다”
한때는 매일 수천 명의 사람이 방문할 정도로 북적였던, 우한 중심에 위치한 화난수산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최초 발생지를 밝히고자 하는 격렬한 논쟁의 중심이 된 곳이다. 코로나19 초기 감염자의 상당수가 팬데믹의 영향으로 문을 닫게 된 이 시장과 관련이 있었다. 물론 모든 감염자가 수산시장과 관련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시장은 또한 코로나19 외에도 다양한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악명 높은 곳이기도 했다.
2014년 10월에 우한 질병통제예방센터 관계자들은 시드니대학교의 바이러스학자 에드워드 홈스(Edward Holmes)를 초빙해 수산시장으로 데려갔다. 당시 우한 수산시장에서는 살아 있는 야생 동물이 거래됐고, 손님이 동물을 구매하면 그곳에서 바로 도축해주곤 했다. 시장 근처에 있는 식당 몇 곳은 곧바로 도축한 동물뿐만 아니라 야생에서 죽은 동물까지 요리로 만들어서 파는 것으로 유명했다. 홈스는 우한 질병통제예방센터 관계자와 함께 뱀, 대나무쥐, 너구리 등 살아 있는 수많은 동물들이 우리에 갇힌 채 판매되고 있는 시장 가판대들을 하나씩 둘러봤다. 홈스에 따르면 그날 특별히 시장이 붐비지 않았는데도 시장에는 소변, 피, 동물들의 배설물 냄새가 가득했다.
매일 수천 명이 방문하곤 했던 우한 시장 근처에는 유치원, 쇼핑몰 몇 개, 수십 개의 아파트 단지 등이 있다. 또한 시장에서 1~2km 떨어진 곳에는 매일 수천 명이 이용하는 한커우 기차역이 있었는데, 1월에 중국 설날이 되면 10만 명 이상이 이 기차역을 통해 움직였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과 코로나19 모두 중국 설날 기간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됐다.
홈스는 “그들은 미래에 다른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장소라고 하면서 우한 수산시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나는 이전에 우한 시장이 코로나19가 확산된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증거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이클 워로비, 애리조나대학교
화난수산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처음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코로나19 확산과 연관되어 있다는 이유로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2019년 12월에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환자 174명 중 1/3이 수산시장에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하버드 대학교의 감염병학자 윌리엄 해네지(William Hanage) 같은 사람들은 우한 시장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정형 폐렴이 다수 발생하면 사람들은 주변에 시장이 있는지부터 알아보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시장이 있으면 ‘봐! 시장이 있잖아! 시장에서 전염된 거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한 수산시장이 코로나19 확산과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이 잘못된 추정일 경우에는 쓸데없이 수산시장에만 관심을 집중하면서 우한의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감염 사례들을 간과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들은 확진자가 있을 것 같은 곳만 열심히 찾고, 그렇지 않은 곳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교의 바이러스학자 데이비드 로버트슨(David Robertson)의 설명을 빌리자면 ‘무모한 이론에 약하다’고 알려진 워로비는 위험한 바이러스들에 대한 각종 논란이 되는 주장들과 씨름한 경험이 있다. 2000년대 초에 그는 콩고민주공화국으로 가서 오염된 소아마비 백신을 맞으면 에이즈바이러스(HIV)에 감염될 수 있다는 음모론에 관해 연구했다. 이후에 그는 이러한 음모론에 반박하는 과학자 집단에 합류했다.
팬데믹 기간에 그는 초기 코로나19 확진자들과 화난수산시장의 뚜렷한 연관성이 실재하는지 아니면 신기루에 불과한지 알아보면서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주장의 ‘허점’을 파헤쳐보고 있었다.
이를 위해 워로비는 처음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우한의 의사들에게 소위 ‘확인 편향(ascertainment bias)’이 있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자신이 얻을 수 있는 파편화된 정보들을 토대로 워로비는 처음 우한의 병원 세 곳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명의 환자들이 코로나19 진단을 받는 과정을 추적했다(12월 30일까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는 총 27명이었다). 그는 의사들이 특히 환자들의 폐 CT 스캔에 보이는 특징 같은 코로나19 임상소견을 토대로 확진자를 파악했으며,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이전에 수산시장에 방문한 적이 있는지 여부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알고 보니 초기 환자 중 9명이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고, 수산시장에 방문한 적이 없는 유일한 확진자도 시장에 방문했던 친구 집에 놀러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 확진자들은 모두 우한의 보건당국이 화난수산시장에 주의를 기울이기 전에 발생했으므로, 그들이 시장에 방문했다는 사실이 그들의 코로나19 진단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의사들이 확인 편향으로 인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를 더 찾아내려고 수산시장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한 수산시장이 코로나19 초기 확산의 중심지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워로비는 또한 수산시장에 방문한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 코로나19 최초 확진 환자와 관련하여 무언가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41세의 회계사 남성이 2019년 12월 8일에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 것으로 진단받은 ‘최초 환자(index case)’라고 이전에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언론의 영상 보도와 워로비가 온라인에서 발견한 병원 기록, 그리고 어떤 과학 논문에 따르면, 그 남성은 치아 관련 문제로 처음에 진단을 받았으며, 8일이 지난 후까지도 코로나19 증상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환자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나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됐다면, 실제로는 12월 11일에 확진된 웨이 구이샨(Wei Guixian)이라는 여성이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라는 말이 된다. 웨이는 화난수산시장에서 새우를 판매하는 상인이었다.
게놈 수수께끼 풀기
워로비의 추적 조사를 통해 코로나19의 초기 확산과 관련한 또 다른 수수께끼도 중요한 단서를 얻게 되었다.
코로나19 초기 확진자로부터 얻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에 대한 이전 조사에 따르면 그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미 2019년 12월에 적어도 두 가지 계통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확진 받기 몇 주 전까지 수산시장에 방문한 적이 없던 초기 환자들로부터 얻은 계통A와 수산시장에 방문한 적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발견된 계통B까지 두 가지 계통이 관찰됐다. 혼란스럽게도 계통A가 계통B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로 여겨지는 박쥐류와 더 깊게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학자들은 여전히 한쪽 계통에서 다른 계통이 탄생한 것인지, 또는 두 계통이 서로 관련되어 있지 않은 비슷한 바이러스일 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두 계통의 이러한 차이점으로 인해 전염병이 실제로 화난수산시장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혹이 생겨났다.
워로비의 조사에 따르면 계통A 게놈은 코로나19 최초 확진자 중 어떤 노부부와 그 아들에게서 발견됐다. 이들은 당시 화난수산시장에 방문한 지 오래된 상황이었지만, 양차후 마을 근처에 살고 있던 이들은 그곳 근처에 있는 시장에 다녔다. 그 시장에서는 살아 있는 가금류를 판매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한 살아 있는 포유류를 판매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다음 초기 계통A 게놈은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직전에 화난수산시장 근처 호텔에 투숙했던 환자에게 발견됐다.
워로비는 화난수산시장과의 이러한 지리적 근접성이 첫 번째 확진자 집단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발견했다. 실제로 2019년 12월에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100명이 넘는 환자 중 대다수는 화난수산시장과 특별히 연결고리가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사실 수산시장 근처에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워로비는 이것이 당시 지역감염이 화난수산시장에서 시작됐고 코로나19 최초 환자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병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미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에 초기 환자 중에는 수산시장에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이며, 이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증상이 매우 가볍거나 무증상인 코로나19 감염자들이 병을 확산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하버드대학교의 해네지는 회계사가 아니라 수산시장 상인인 웨이가 최초로 보고된 코로나19 환자라는 사실을 아직 확신하지 않는다. 이메일을 통해 그는 전염병 연구에서 확실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하는 것은 이상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네지는 새 연구가 확인 편향에 대항하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최초 환자가 누구인지 여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큰 그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고려하면, 최초 환자가 코로나19에 처음 감염된 환자이거나 화난수산시장과 연관된 사람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아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수산시장이 팬데믹 확산에 궁극적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두가 이러한 내용을 확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파리대학교의 유전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비르지니 쿠르티에(Virginie Courtier)는 알려진 코로나19 환자는 전체 감염자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므로, 워로비의 연구가 다른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수산시장에서 실제로 무언가 일어났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바이러스 감염인지 사람 간 바이러스 감염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녀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실험실 사람이 화난수산시장 근처에 살았거나 아니면 수산시장에 방문해서 슈퍼전파자가 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런 일이 이후에 발생한 바이러스 확산에서도 일어났다는 확실한 흔적이 없으니 “확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워로비는 초기 감염 사례들이 슈퍼전파자를 통해 일어났다는 분명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바이러스가 우연히 비교적 작은 크기의 우한 수산시장을 감염시켰는데, 마침 그곳에 사스가 처음 발생한 방식과 유사하게,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한 살아있는 포유류들이 판매되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우연으로 보이며, 그런 상황이었다면 우한 수산시장보다 바이러스 확산이 훨씬 빠르고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다른 장소들에도 이미 바이러스가 확산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체적인 증거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증거에는 정치적 영향이나 불이익이 발생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어떤 인물이 폭로한 새로운 사실도 포함된다. 그 폭로에 따르면 초기에 발견된 코로나19 유증상 확진자들 대다수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한 살아 있는 포유류를 2019년 말까지도 판매하고 있었던 그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온 환경샘플이 수집된 곳과 대체로 일치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폭로한 이는 바이러스와 수산시장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더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워로비는 “나는 이전에 우한 수산시장이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된 곳이라고만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한 그의 믿음을 흔들리게 했던 또 다른 이유는 이제서야 분명해진 사스와 코로나19의 놀라운 유사점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스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가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스 관련 상황을 자세히 살펴본 워로비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일’이 남아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그런 일들은 오해를 받거나 매우 과소평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두 전염병 이야기
2002년 11월, 코로나19 최초 환자가 등장한 때로부터 거의 정확히 17년 전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1(SARS-CoV-1)이 중국 남부 광동성에 위치한 수산시장에서 판매되던 사향고양이, 오소리, 너구리 등을 통해 야생 동물을 거래하는 상인들을 감염시켰다. 여기에서 시작된 사스는 8,000명의 감염자를 낳았고, 이 가운데 거의 800명이 사망했다. 그 이후로, 과학자들은 수산시장이 바이러스가 섞이고, 변이하고, 다시 조합되면서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재탄생하기에 완벽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믿게 되었다.
사스 확산에 수산시장이 큰 역할을 한 것이 드러나면서 그 여파로 중국은 야생 동물 거래 관련 규정 강화를 통해 상인들이 동물의 출처와 검역 증명서를 게시하도록 했고, 시장에서 산 채로 거래할 수 있는 동물 종을 제한했다.
중국 난총 서화사범대학의 중국 내 야생 동물 거래 관련 정책 전문가인 저우 자오민(Zhou Zhaomin)은 “법을 위반할 경우 처벌이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보호종을 거래하다가 적발되면 징역 15년형에 처할 수 있고, 그런 보호동물 다수를 중국 내외부로 밀수하다가 적발될 경우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법 집행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몇몇 학자들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중국에 불법 야생 동물 거래가 만연하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저우와 그의 동료 학자들은 2017년에서 2019년 사이에 연구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화난수산시장을 비롯해 우한 내의 4개 시장에서 총 38종에 이르는 야생 동물을 거의 총 4만 8,000마리 정도 판매하고 있으며, 그 동물들의 대부분은 산 채로, 바이러스가 확산되기에 완벽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비좁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작은 우리에 갇힌 채 시장에 쌓여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야생에서 사냥했거나 가축화가 되지 않은 종이지만 농장에서 사육한 그러한 동물 중에는 사향고향이, 밍크, 오소리, 너구리 등 사스의 원인 바이러스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1과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취약한 종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6월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이 연구는 연구팀이 조사한 야생 동물 거래 전부가 불법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많은 상인들이 보호종을 판매하고 있었고, 동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보여주는 검역 증명서를 법대로 게시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즉, 화난수산시장이 초기 코로나19 감염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났을 때, 대부분 불법으로 살아 있는 포유류를 판매하던 상인들은 징역형을 피하기 때문에 도망갔을 것이고, 법 집행 기관들은 애초에 야생 동물 거래 같은 활동이 있었다고 인정할 가능성이 낮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면, 중국 당국이 화난수산시장에서 살아 있는 동물이 거래된 것과 관련해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 별로 놀랍지 않다고 하버드대학교의 해네지는 설명했다.
야생 동물 거래 제한은 사스의 여파로 최소화되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광동성의 여러 수산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동물들과 그 동물을 판매하는 상인들을 거의 제한 없이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사스의 발발 원인을 정확히 알아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사향고양이, 오소리, 너구리에서 발견된 사스코로나바이러스-1과 99% 이상 동일한 바이러스에 빠르게 관심을 쏟았지만, 이후에 진행된 연구들에서도 야생에서든 사육장 조건에서든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확산된 과정을 밝혀내지 못했다. 거래 과정에서 사향고양이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그 바이러스는 사향고양이와 같이 거래되고 있던 박쥐에서 옮겨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지배적인 추측이다.
이제 18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그때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도 동물에서는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기원을 밝히려는 WHO 임무를 수행하는 중국팀이 테스트한 8만 개 이상의 표본(천산갑, 사향고양이, 오소리, 대나무쥐처럼 가장 유력한 동물들) 중 그 어느 것에서도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여전히 코로나19가 발생하는 데 우한 수산시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다. 해네지는 팬데믹의 근원지일 가능성이 큰 중국 윈난성과 동남아 지역의 다른 곳들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으면서도, 우한의 후베이성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자연적으로 처음 등장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완전히 미친 소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우한바이러스연구소(Wuhan Institute of Virology)의 과학자들은 후베이성에 서식하는 박쥐에서 사스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이들이 그 지역 모든 동물 사육장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있었는지 체계적으로 조사할 수는 없었지만, 사스의 여파로 진행된 잘 알려지지 않은 연구를 통해 이들은 2004년에 해당 지역 내 어떤 사육장에서 조사한 사향고양이 일곱 마리 모두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1과 유사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중국과 미국의 몇몇 연구팀은 이 동물들이 어디서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이전에 생각한 것보다 사향고양이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이 흔한지, 그것이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알아내고자 하고 있다.
끊임없는 종간 감염
그러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99% 이상 동일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에 관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계속해서 자연 기원설을 반대하고 있다.
그런 인물 중 하나가 MIT와 하버드의 브로드연구소(Broad Institute)의 분자생물학자 알리나 찬(Alina Chan)이다. 최근 사이언스지 주최로 열린 온라인 미팅에서 그녀는 중국이나 동남아 다른 지역에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동굴부터 우한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도달했는지가 핵심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그녀는 “우한에는 사스바이러스를 발견할 수 있는 곳까지 가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우한까지 바이러스를 가져올 수 있는 과학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야생 동물 거래에도 그런 경로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듀크국립대학교 싱가포르의 새로운 감염병 프로그램 책임자 린파 왕(Linfa Wang)은 그렇게 명확한 설명이 부족해서 사스의 기원을 밝히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박쥐가 사는 동굴은 첫 번째 사스 환자가 발생한 광동성 시장에서 거의 1,600km나 떨어져 있다. 우한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가진 박쥐가 서식하는 곳 사이의 거리와 비슷하다.
또한 야생 동물과 밀접 접촉하는 사람들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훨씬 자주 감염된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화난수산시장에서 코로나19가 최초로 발생했다는 주장은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정보를 고려할 때 다른 어떤 가설보다 신빙성이 있다.”
마이클 워로비
연구에 따르면 중국 남부에서 박쥐와 가까이 살거나 야생 동물과 가까이에서 일하는 사람 중 4%가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해 인간에게 심각한 해를 끼치는 동물 매개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가장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했던 라오스와 프랑스 연구팀은 라오스의 박쥐 조련사 다섯 명 중 한 명이 그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그렇게 종간 감염된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알아서 사멸한다고 설명했다. 4월에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연구에서 워로비와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종간 감염이 코로나19 대유행을 초래할 수 있으며, 도시 환경에서는 이러한 확산이 더 빠르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러나 도시 환경이 아니라면 바이러스는 매우 빠르게 사멸한다.
왕은 야생에 있는 박쥐에서 바이러스를 채취해서 우한으로 가져온 어떤 연구자가 그 바이러스를 가지고 화난수산시장에 방문했다는 가설보다는, 박쥐나 다른 동물 숙주가 가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노출된 야생 동물 상인이 수산시장으로 바이러스를 가져갔다는 가설이 “몇천 배까지는 아니더라도 몇백 배는 더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워로비도 이에 동의한다. 다양한 증거들을 기반으로 그는 현재 화난수산시장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연관성이 실재할 뿐만 아니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됐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 그는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할 때, 이것이 다른 어떤 가설보다도 신빙성 있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워로비의 연구팀과 다른 과학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의 예비 결과가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하는 데 더욱 도움을 줄 것이다. 워로비는 이에 대해 “그러한 증거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