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will need to convince developers to build apps for its headset

애플의 MR 헤드셋, 필요한 것은 앱 개발이다

2D 기반의 아이폰 및 아이패드용 앱을 3D 몰입형 디스플레이로 이식하는 일은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만한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

애플이 올해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발표한 ‘또 하나’의 기술은 업계 최악의 비밀이었다. 애플이 내놓은 비전 프로(Vision Pro)는 애플이라는 빅테크 기업이 혼합현실(MR) 헤드셋에 건 도박이었고,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공학적 위업을 보여주는 새 기기에는 3,499달러(약 455만 원)라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가격표가 붙었다. 

놀라운 가격 이외에도 서드파티 개발자가 네이티브 앱 개발에 참여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화려한 홍보 영상에서 보여주듯 애플은 비전 프로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스크린에서 벗어나 ‘공간 컴퓨팅’을 수용하는 등 우리가 기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사용자는 동작 및 초점이 향하는 곳을 식별한 시선 추적을 통해 버튼 클릭이나 스크린 터치 없이 앱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애플의 앱 개발자 생태계에는 골칫거리다. 애플은 아이패드용으로 설계된 현재 앱들이 변경 없이도 비전 프로의 운영체제인 비전 OS에서 작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패드 앱은 은유적인 창 안에 보이기에 혼합현실이 제공하는 많은 기능들을 잃게 된다.

혼합현실 기술의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고 스크린에서 현실 세계로 도약하려면 앱에 조정이 필요하다.

이탈리아의 3D 환경 설계 기업 리플리(Reply)의 3D 및 퀀텀 커뮤니티 책임자인 르네 슐테(René Schulte)에게 애플의 이번 발표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슐테는 데모 영상에서 보인 많은 부분이 혼합현실의 가능성을 제한적으로만 활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슐테는 “2D 콘텐츠에만 집중한 것이 아쉬웠다”고 말한다. 그는 2015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혼합현실 헤드셋 홀로렌즈(HoloLens)와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를 사용해 작업해 왔다. 그는 비전 프로가 사용자 환경(UX)을 개선할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맞게 앱을 재설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리플리는 2D에서 3D로 앱을 전환하는 방법에 관해 지난해 발간한 리포트에서 사고방식의 전환이 쉽지 않음을 인정했다.

슐트는 “디자이너는 새로운 방법과 기술을 배워야 하고, 새로운 도구에도 익숙해져야 한다”며 “3D 설계는 단순히 2D에서의 개념을 3차원 공간에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어도비 라이트룸(Adobe Lightroom)과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발표를 보며 이러한 점을 알게 됐다.

iOS용 인기 생산성 앱 제품군을 제작하는 우크라이나 개발사 리들(Readdle)의 이사회 회원이자 전 부사장인 데니스 자다노프(Denys Zhadanov)는 비전 프로의 잠재력에는 열광하지만, 이를 사용하려면 리들의 앱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자다노프는 “우리 앱에는 사용자 맞춤형 요소가 많아서 이를 맞추고 비전 프로에서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는 비전 프로가 제공하는 증강현실(AR) 옵션이 회사의 앱 제품에 유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다노프는 “이러한 개념을 연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기기 자체는 경이롭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는 비전 프로용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의 출시가 임박한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애플은 관련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와 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일부 개발자들은 아직 이후 작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영국 뉴캐슬 기반의 모바일 앱 개발사 네뷸러 랩스(Nebula Labs)의 공동 설립자인 딜런 맥키(Dylan McKee)는 “현재로서는 소비자용 앱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맥키 역시 다른 개발자들처럼 새로운 종류의 디스플레이에 맞게 자사의 앱을 재구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결정해야 한다. 특히 많은 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가격일 때 제품의 잠재고객이 얼마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 미국의 투자사 웨드부시 시큐리티(Wedbush Securities)은 애플이 2024년까지 비전 프로 약 15만 대를 출하할 것으로 예측했다. 참고로, 애플의 올해 1~3월간 아이폰 출하대 수는 5,500만 대였다.

자다노프는 애플이 비전 프로의 초기 버전을 ‘중산층 이상을 위한 장난감’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보는 비전 프로에서 작동하는 리들 앱의 잠재적 활용 사례와 디자인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출하량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맥키는 비전 프로에 큰 노력을 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우리가 개발하는 앱 중 비전 프로에 이전할 만한 것은 1~2개뿐이다”라고 말한다. 하나는 선수들이 실시간 3D 분석을 활용할 수 있는 엘리트 스포츠 코칭 앱이고, 다른 하나는 의료 트레이닝 앱이다.

맥키는 “특정 훈련 상황에 대한 가상 시뮬레이션에는 비전 프로가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우리가 제작하는 다른 소비자용 앱과 비교하면 이 두 앱은 여전히 틈새시장용 제품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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