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위터가 파산한다면 인류 역사의 방대한 기록이 사라질 수 있다
2006년 최초의 트윗이 게시된 이후로 트위터는 전 세계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트위터는 2010년 튀니지에서 일어나 아랍·중동 국가 및 북아프리카 일대로 확산된 반정부 시위 운동인 ‘아랍의 봄’부터 현재 진행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현대 역사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데 사용됐다. 또한 트위터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가 온라인에서 공개적으로 나눈 수많은 대화도 기록해왔다.
그러나 이제 전문가들은 일론 머스크로 인해 트위터가 완전히 붕괴될 경우 이런 풍부한 미디어로서의 기능과 그곳에 기록된 모든 대화가 영원히 사라져 버릴까 봐 걱정한다. 머스크가 11월 10일 임직원들에게 트위터의 파산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우려는 현실적이고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머스크도 트위터가 인류의 미래에 필수적인 문제들이 논의되는 ‘디지털 공개 광장’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트위터의 손실 가능성은 큰 의미를 갖는다. 트위터는 오늘날의 문명에 필수적이다. 전쟁 범죄를 기록하고, 중요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며, 뉴스를 전달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2011년 9ㆍ11 테러를 주도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을 죽음에 이르게 한 미군의 급습 작전이 최초로 발표된 장소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해준 곳이기도 하다. 또한 트위터는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친(親) 러시아 세력에 의해 격추된 것으로 추정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MH17편 추락 사건이 처음 보도된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트위터는 ‘살아 숨 쉬는 역사 기록관’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곧 사라져 버린다면 진정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글로벌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nstitute for Strategic Dialogue, ISD)의 수석 분석가 키어런 오코너(Ciaran O’Connor)는 “트위터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면 온갖 잔혹 행위나 전쟁 범죄로 이어지는 모든 직접적 내지 잠재적 증거들이 그대로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개출처정보, 즉 오신트(Open Source Intelligence, OSINT)로 수집한 정보는 전쟁 범죄의 기소를 지원하는 데 사용되며 인간의 기억이 사라지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사건에 대한 기록 역할을 할 수 있다.
ISD의 수석 오신트 분석가이자 오코너의 동료인 엘리스 토머스(Elise Thomas)는 “트위터가 무너졌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디지털 공개 광장’이 민간 기업 서버에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녀는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많이 겪게 될 문제”라며 “이번 일은 그런 문제 중에서 우리가 첫 번째로 마주한 큰 시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는 지난 16년 동안 거의 2억 5,000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으며 사실상 공공 기록보관소 역할을 담당했던 트위터가 ‘정보의 금광’이나 다름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어떤 면에서 트위터는 실제로 미래의 역사학자들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역사상 어떤 시대에 대해서도 이렇게 많은 데이터가 남아 있던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데이터의 방대한 규모로 인해 조직들은 엄청난 저장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8년 동안 미국 의회도서관(US Library of Congress)은 모든 트위터 게시물을 영구 보존하기 위해 나섰지만, 이 프로젝트는 결국 2018년에 중단됐고 일부 계정을 선별해서 게시물을 저장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디지털보존연합(Digital Preservation Coalition)의 윌리엄 킬브라이드(William Kilbride)는 “그 계획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저장하고자 했던 데이터는 너무 방대했고, 무엇보다 계속해서 쏟아져나오는 데이터의 양도 너무 많았다. 그는 “디지털 콘텐츠를 저장하는 분야에서 의회도서관은 최고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의회도서관에서 트위터 저장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면 그들의 판단은 우리에게 꽤 중요한 무언가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트위터 자료 저장을 포기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트위터는 미래의 역사학자들이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지난 16년 동안의 중요한 콘텐츠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Bellingcat)의 설립자이며 MH17을 격추한 가해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데 공헌했던 엘리엇 히긴스(Eliot Higgins)는 “어떤 면에서 트위터는 온라인의 모든 정보를 수집해서 보여주는 일종의 정보 집계 플랫폼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관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많은 자료는 다른 사람들이 팔로잉하는 텔레그램(Telegram) 채널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것들은 트위터에서 공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위터는 거대한 조직에서부터 작고 독립적인 목소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처에서 나오는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실시간 뉴스피드를 활용하면서 세상의 거의 모든 틈새에서 나오는 콘텐츠를 분류하고 소비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들어왔다. 따라서 그런 트위터의 부재는 뼈저리게 느껴질 것이다.
인터넷에서 엄청난 규모의 정보가 사라지는 것은 새로 등장한 문제는 아니다. 2017년 유튜브는 시리아 도시들의 영상을 게시한 계정들을 영구적으로 삭제하면서 시리아의 반인륜 범죄 혐의를 찾아내기 위한 수사관들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유튜브는 역사적 정보를 보관하는 저장소로서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으면서도 그 책임을 저버렸다.
히긴스는 “일론 머스크가 그런 선택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파산할 경우에 트위터 게시물 이력의 영구 저장을 보장하거나 지원할 것인지 묻는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 최근 보도된 바와 같이 트위터는 대량 해고 이후에 현재 커뮤니케이션팀이 없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는 것은 오신트 연구자들뿐만이 아니다. 트위터가 신원을 인증하는 파란색 배지를 누구에게나 유료로 판매하겠다고 발표하자 미국 공공기관들이 우려를 표했던 것은 이제 공공기관에서 수많은 공식 발언을 가장 먼저 공개하는 곳이 트위터이기 때문이다. 킬브라이드는 “이러한 정부 기관의 공식적인 기록이 지금까지 보관된 적이 있는지 아니면 앞으로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에 대한 말은 없다”고 말했다.
많은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데이터를 알아서 백업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아카이브(Internet Archive)를 사용해서 트위터의 자체 서버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장소에 트위터 웹페이지의 이미지들을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두 가지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위의 두 가지 방법으로는 트위터에 게시했던 멀티미디어를 저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란 혁명에 대한 이미지와 영상을 게시하거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록한 방대한 계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정보에 쉽게 접근하려면 주어진 트윗에 대한 정확한 URL을 알아야 한다. 히긴스는 “정보가 인터넷의 다른 곳에 어떤 방식으로든 미리 보존되어 있지 않으면 정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일반적으로 긴 트위터 스레드를 더 쉽게 읽기 위해 사용하는 스레드리더(Thread Reader) 같은 타사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저장 도구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해결책은 아니다. 토머스는 “이런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들은 분명히 트위터보다 더 작고 오래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런 회사들은 트위터가 사라졌을 때 콘텐츠의 영구 저장을 보장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트위터가 파산하더라도 머스크가 곧바로 트위터의 모든 자료를 삭제하지 않기를 바라는 킬브라이드는 “서비스를 종료하더라도 더 좋은 방식으로 종료할 수 있다”며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혼란보다는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서비스 종료 방식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토머스는 이 문제에 대한 좋은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현재 트위터 상황과 마찬가지로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트위터가 갑자기 사라지면 우리는 수많은 디지털 역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