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연,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부터 임상까지’ 잇는 국가 가치사슬 구축 나선다
암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는 국내에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생산 역량이 실제 환자의 약으로 이어지는 길은 군데군데 끊겨 있었다. 그 끊긴 고리를 잇는 작업이 시작됐다.
의료용 동위원소를 생산 단계에서부터 의약품 개발과 임상까지 하나로 잇는 ‘국가 가치사슬’ 구축 작업이 본격화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0월 28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동위원소 도전과 기회 Ⅵ: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에서 임상까지’ 워크숍을 열고 산업계·학계·의료계 전문가들과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고 29일 밝혔다.
의료용 동위원소(방사성 동위원소, 방사선을 내는 원소로 암 등 질병의 정밀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핵심 소재)는 국내 생산 역량을 갖췄지만, 이를 실제 의약품 개발과 환자 치료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었다. 가치사슬은 원료 생산부터 의약품 제조, 임상 적용까지 각 단계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흐름을 뜻한다. 이번 워크숍은 그 전 과정을 하나로 잇기 위해 관련 주체들을 한자리에 모은 자리다.
왜 ‘생산부터 임상까지’를 잇나…끊겼던 고리
출발점은 단절의 문제다. 의료용 동위원소는 암 같은 질병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쓰이는 핵심 소재다. 국내에는 이를 생산할 역량이 있지만, 그 역량이 실제 환자에게 쓰이는 의약품과 치료로 이어지려면 생산-의약품 개발-임상이라는 여러 단계가 빈틈없이 맞물려야 한다.
문제는 이 단계들이 따로 놀면 생산 역량이 국민 건강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원료를 만들어도, 이를 의약품으로 다듬고 병원에서 쓰는 과정이 끊기면 성과가 환자에게 닿지 않는다. 정영욱 하나로양자과학연구소장은 “의료용 동위원소의 생산 역량이 국민 건강에 기여하려면 고품질 원료의약품의 안정적인 생산부터 의료 현장의 수요까지 빈틈없이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적 뒷받침도 함께 제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의 안정적인 국내 공급 기반을 넓히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기술 및 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의 중심에는 루테튬-177(Lu-177)이 있다. 암 표적 치료에 활용되는 이 동위원소의 대량 생산 기술 개발을 비롯해, 양산용 GMP 설비(의약품을 일정한 품질로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제조·품질 관리 기준에 맞춘 설비) 구축, 원료의약품 품질 확보, 전문 인력 양성 등을 통해 생산·공급 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원자로에서 병원까지…4개 세션에 모인 주체들
이날 워크숍은 생산부터 임상까지 각 단계를 맡는 주체들을 순서대로 불러 모았다. 총 4개 세션에 걸쳐 동위원소 생산·공급 현황과 방사성 의약품 신약 개발, 임상 적용 현황이 공유됐다. 원료를 만드는 쪽부터 환자에게 쓰는 쪽까지 한 흐름으로 꿰는 구성이다.
생산 단계가 먼저 다뤄졌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의 동위원소 공급 현황과, 부산 기장에 구축될 ‘수출용신형연구로(KJRR)’를 활용한 대량 생산·공급 체계 구축 계획을 소개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중수로 기반의 동위원소 생산 현황을, 기초과학연구원은 또 다른 치료용 동위원소인 악티늄-225(Ac-225)의 개발 현황을 발표했다.
이어 의약품과 임상 단계로 넘어갔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퓨쳐켐이 방사성 의약품 신약 개발 현황을 공유했고, 서울대학교병원 팽진철 교수가 임상 적용 현황과 의료 현장의 수요 및 전망을 발표했다. 원료가 의약품이 되고, 그 의약품이 병원에서 환자에게 쓰이기까지의 흐름을 각 현장의 목소리로 채운 것이다.
마지막은 연결 방안을 찾는 토론이었다. 홍진태 동위원소연구부장을 좌장으로 한 종합토론에서는 동위원소 생산부터 임상 활용까지 연계하기 위한 과제와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정영욱 소장은 “하나로에서 축적한 생산·공급 경험과 수출용신형연구로 생산 기반 구축 역량을 바탕으로 연구개발과 산업·의료 현장을 잇는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