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AI연구원·유네스코, AI 윤리 실무 교육 무료 공개…한국이 규범 ‘소비국’에서 ‘공급국’으로
AI를 개발하고 활용할 때 지켜야 할 윤리 원칙을 현장 실무 교육으로 전환한 무료 온라인 강좌가 나왔다.
LG AI연구원과 유네스코(UNESCO)는 20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AI 윤리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누구나 무료로 들을 수 있는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 프로젝트’ 글로벌 런칭 행사를 열고, 전 세계 누구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공개했다. AI가 확산되면서 국제 사회는 여러 윤리 원칙과 선언을 내놨지만, 그것을 실제 개발 현장에서 어떻게 실천할지는 과제로 남아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선언에 그치던 AI 윤리 규범을 실무 교육으로 옮긴 것으로, 한국의 민간 AI 연구기관이 유엔 전문기구와 함께 기획부터 콘텐츠 개발까지 전 과정을 주도해 전 세계 대상 교육을 만든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원칙을 ‘실천’으로 옮기는 교육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원칙과 현장 사이의 간극’이다. 칼레드 엘에나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이날 “원칙만으로는 윤리적인 AI가 탄생하지 않는다”며, 유네스코의 ‘AI 윤리 권고’를 실무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 선언적 합의를 AI 전주기 실천으로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범이 문서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개발·운영 단계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이 교육의 바탕은 2021년 유네스코 193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글로벌 AI 규범인 ‘AI 윤리 권고’다. 프로그램은 이 권고를 토대로, 개발자와 연구자, 정책입안자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실무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다루는 셈이다.
행사에 참석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는 인류에게 혁신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윤리적·사회적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생태계를 위해서는 국제 사회가 공동의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고 함께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도 유네스코와 협력해 AI 윤리 확산과 디지털 포용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유수 기관이 함께 만든 10개 강의
교육은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어디서나 들을 수 있게 제공된다. LG AI연구원과 유네스코는 세계적인 AI 석학 앤드루 응(Andrew Ng)이 설립한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 코세라(Coursera)와 손잡고, 접근성이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프로그램은 10개의 모듈(강의 단위)로 이뤄져 있다. 강의는 카네기멜런대, 스탠퍼드대 메코이 윤리센터, 옥스퍼드대 인터넷 연구소, 뮌헨공대 사회과학기술대학, 앨런 튜링 연구소 등 글로벌 AI 윤리 연구를 이끄는 기관의 석학들이 맡았다. 여기에 프랑코폰 인공지능 기구(아프리카), 아시아인터넷연합(싱가포르) 등 각 대륙의 현장 전문가들도 참여해, 지역별 관점을 함께 담았다.
교육 프로그램 국제 자문그룹에는 하버드대, 뉴욕대, 토론토대, 노트르담대, 유네스코 세계과학윤리위원회(COMEST), 유엔대학교, 모질라 재단 등 15개 기관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날 ‘책임 있는 AI 혁신을 위한 윤리의 내재화와 산업계의 실천’을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는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한 석학들과 함께 AI안전연구소, 네이버, 카카오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국내 연수로 확대…”규범 소비국에서 공급국으로”
이 프로젝트는 온라인 강좌에 그치지 않고 국내 연수 사업으로 확대된다. LG AI연구원과 유네스코는 사례 기반 학습과 실습 과제를 통해 AI 윤리 역량을 기르는 연수 프로그램으로 넓힐 계획이다. 그 첫걸음으로 LG AI연구원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올해 하반기 AI 개발자·연구자를 대상으로 AI 윤리 연수를 시범 운영한다.
시범 사업 이후의 그림도 제시됐다. 두 기관은 올해 시범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전국 5~10개 거점대학의 AI 윤리 연수 교육 과정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 전문가부터 연구자, 실무자, 대학원생까지 폭넓은 대상을 아우른다. 홍현익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유네스코의 AI 윤리 권고가 “기술 개발과 연구, 산업과 정책 현장에서 실질적인 기준으로 활용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구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갖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LG AI연구원과 유네스코는 2024년 5월 AI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약을 체결한 지 2년 만에 이 프로젝트로 첫 결실을 맺었다. 보도자료는 이번 프로젝트가 한국이 규범을 소비하는 나라에서 벗어나, 세계가 함께 활용할 AI 윤리 교육 콘텐츠를 공급하는 주체로 성장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AI 윤리에 대한 글로벌 합의를 넘어, 이를 제품 개발과 서비스 운영까지 전주기에 적용하는 실천적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라며 “이번 글로벌 MOOC 과정이 현업 개발자와 연구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실질적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