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누리호 5차에 상용 부품 5종 실어 우주서 작동 검증한다
우주 부품은 보통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전용으로 만든다. LG는 반대로 접근했다. 이미 지상에서 검증된 상용 제품을 우주로 올려 그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비용을 확 낮춘 실증이다.
지상에서 검증된 상용 부품을 우주 환경에서 직접 시험하는 기술 실증에 LG가 나선다. LG사이언스파크는 7일 발사 예정인 누리호 5차에, 달 탐사 로버 개발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와 함께 준비한 큐브위성(한 변 10cm 안팎의 초소형 인공위성)에 LG 계열사 부품 5종을 실어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기술 실증에 나선다고 7일 밝혔다. LG 계열사들이 우주에서 공동 실증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하면 큐브위성은 고도 570km 상공에서 약 60일에 걸쳐 부품별 작동 시험을 순차적으로 수행한다. 핵심은 우주 전용 제품을 새로 개발하는 대신, 신뢰성이 확인된 상용 부품을 우주에서 검증해 비용과 기간을 줄이는 접근이라는 점이다.
카메라·배터리·안테나…계열사 부품 5종 실증
이번 실증에는 LG 계열사 네 곳의 부품 5종이 올라간다.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팩, 그리고 LG전자의 파워모듈·자세제어 구동기·위성 통신용 안테나다. 각 부품은 위성이 궤도에서 실제로 수행하는 기능을 하나씩 맡는다.
역할은 분명히 나뉜다. 카메라 모듈은 한반도 상공을 촬영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파워모듈과 자세제어 구동기는 위성의 전력과 자세를 제어한다. 배터리팩은 전원을 공급하면서 상태 정보를 수집하고, 안테나는 별도 시험 없이 위성의 기본 통신 수단으로 상시 가동된다.
시험 무대는 가혹하다. 우주는 극저온과 진공, 방사선이 공존해 부품의 작동 조건이 지상과 크게 다르다. LG사이언스파크는 이번 실증으로 각 부품이 실제 우주 환경에서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운용 과정에서 확보되는 신뢰성 데이터를 향후 기술 보완과 고도화에 활용할 예정이다.
‘우주 전용’ 대신 ‘상용 부품’…COTS 방식의 셈법
이번 실증의 핵심은 ‘COTS(Commercial Off-The-Shelf, 기존 상용 기술)’ 방식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우주 전용 제품을 개발하는 대신, 지상에서 신뢰성이 확인된 상용 부품을 우주 환경에 맞춰 보완하는 접근이다. 쓰던 제품을 우주로 가져가 검증한다는 발상이다.
이 방식의 이점은 비용과 속도에 있다. 전용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긴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진입 문턱을 낮춰 더 많은 기업이 우주로 향하게 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LG는 이번을 ‘첫 단계’로 본다. 정수헌 LG사이언스파크 대표는 “이번 발사는 LG의 기술이 우주 환경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첫 단계”라며 “지상에서 축적해온 기술을 검증해 나가면서, 국내 우주 산업 생태계에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G사이언스파크는 이번엔 무인탐사연구소와 협업해 부품 검증에 참여했으며, 현재 독자적 위성 탑재 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8년 자체 큐브위성…넓혀 가는 우주 사업
이번 협업은 LG의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슈퍼스타트’에서 출발했다. LG사이언스파크는 2023년 국내 유일의 달 탐사 로버 개발 기업인 무인탐사연구소를 육성 스타트업으로 선정하고 2024년부터 지원해 왔다. 무인탐사연구소는 누리호 4차·5차 부탑재 위성 공모에 연속 선정됐고, 최근 1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2027년 달 탐사 실증 임무에 나선다. 양사는 지난해 5월 경기 연천의 달 표면 모사 테스트베드에서 로버 주행 시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LG는 이번 실증을 발판으로 우주 사업을 단계적으로 넓힐 계획이다. 2028년에는 자체 큐브위성을 발사해 우주 환경에서의 사업 기회를 넓히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번이 다른 기업·기관과 협업한 부품 검증이었다면, 다음 단계는 독자적인 위성 탑재 기술을 검증하는 쪽으로 향한다.
우주를 향한 움직임은 이미 여러 갈래로 진행돼 왔다. LG는 지난해 1월 계열사 기술 경영진이 모인 LG기술협의회에서 우주 산업의 기회를 검토했고, 지난해 6월과 11월 두 차례 우주항공청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스타트업 ‘사우스8 테크놀로지스’와 항공우주용 배터리 셀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