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UNIST, 산화물 반도체 결함의 성질 좌우하는 ‘숨은 인자’ 규명…디스플레이·메모리 공정 설계 토대 마련

반도체 성능을 흔드는 산소 빈자리 결함의 전기적 성질이, 물질 전체의 밀도가 아니라 결함 주변 금속 원자 사이의 거리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이론 계산으로 증명했다.

산화물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산소 빈자리 결함의 작동 원리가 새롭게 밝혀졌다.

UNIST는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정창욱 교수팀이, 이 결함의 성질을 결정하는 것은 반도체 물질 전체에 원자들이 얼마나 촘촘하게 들어차 있는지가 아니라 결함 주변의 금속 원자 사이 거리라는 사실을 이론 계산을 통해 증명했다고 20일 밝혔다.

그동안 열처리와 압축은 둘 다 원자 사이 거리를 줄이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소자의 문턱전압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바꿔,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이 모순을 ‘결함 주변 특정 원자 간 거리’라는 단일 기준으로 통합해 설명한 것으로,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메모리용 산화물 반도체의 열처리·박막 구조를 정하는 공정 설계의 토대가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화면 속 반도체를 흔드는 ‘산소가 빠진 빈자리’

산화물 반도체 IGZO(인듐·갈륨·아연 산화물, 낮은 온도에서 박막으로 만들기 쉬워 디스플레이 구동용 반도체로 널리 쓰이는 재료)는 인듐, 갈륨, 아연과 산소로 이뤄진 물질이다. 낮은 온도에서 박막으로 만들기 쉬워, 스마트폰과 TV 화면을 작동시키는 박막트랜지스터(화면의 각 화소를 켜고 끄는 반도체 소자)의 재료로 널리 쓰인다.

문제는 이 IGZO를 박막으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산소 자리가 듬성듬성 비는 결함, 즉 산소가 빠진 빈자리가 생긴다는 데 있다. 이 결함은 전류 흐름과 작동 전압을 바꿔 소자 성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산소가 빠진 자리에는 전자 두 개가 남는데, 이 전자가 빈자리 주변에 갇히느냐, 아니면 박막 전체로 퍼지느냐에 따라 소자의 작동 전압과 성능이 달라진다.

이번 연구는 그 갈림길을 결정하는 요인을 짚어냈다. 전자가 빈자리 주변에 갇히거나 박막 전체로 퍼지는 상태는, 산소 빈자리 주변의 원자 배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특정 금속 원자 사이가 가까워지면 전자가 빈자리 주변에 갇히고, 멀어지면 박막 전체로 퍼진다.

‘전체 밀도’가 아니라 ‘특정 원자 간 거리’가 답이었다

이 차이는 산소가 빠진 빈자리에 남은 전자가 머무는 에너지 위치인 ‘결함 준위’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결함 준위가 낮고 깊을수록 전자가 빈자리에 강하게 붙잡혀 빠져나오기 어렵고, 결함 준위가 높아지면 전자는 빈자리에서 빠져나와 박막 전체로 퍼지기 쉬워진다.

이 원리는 그동안 서로 맞지 않아 보였던 두 공정의 효과를 하나로 묶어 설명한다. 열처리(산화물 반도체의 원자 배열과 전기적 특성을 조절하기 위해 가열하는 공정)와 박막을 잡아당기는 인장은 모두 산소 빈자리 주변의 특정 금속 원자 사이를 벌려 결함 준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열처리를 하면 원자들이 더 안정적인 위치로 재배열되면서 금속 이온끼리 밀어내는 에너지까지 줄어, 전자가 퍼진 상태가 에너지 측면에서 더 안정한 상태가 된다.

이 설명이 중요한 이유는 기존 상식과 어긋나던 현상을 해소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열처리하면 박막 내부의 빈 공간이 줄고 전체 원자 밀도가 높아져 갇힌 전자가 박막 전체로 퍼진다고 봤다. 그런데 박막을 압축해도 마찬가지로 밀도가 높아지는데, 이때는 전자가 오히려 산소 빈자리 주변에 갇히는 정반대 현상이 보고돼 왔다. 연구팀의 이론은 결정 요인이 ‘전체 밀도’가 아니라 ‘결함 주변 특정 원자 간 거리’임을 밝혀, 이 모순을 일관되게 설명해냈다.

이론 계산으로 증명…”공정 조건으로 소자 특성 제어”

연구팀은 이 사실을 여러 이론 계산 기법을 결합해 밝혀냈다. 원자와 전자의 상태를 계산하는 밀도범함수이론과 구성좌표 분석(결함 주변 원자 배열이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뀌는 과정을 에너지 변화와 함께 분석하는 방법), 그리고 열을 받은 원자들의 움직임을 시간에 따라 재현하는 제일원리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활용했다.

정창욱 교수는 “산소 빈자리 결함은 산화물 반도체에서 피하기 어려운 결함이지만, 그 결함의 전기적 역할을 공정 조건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이번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열처리 조건이나 박막에 걸리는 응력을 설계하면 문턱전압, 전류가 켜지고 꺼지는 특성, 신뢰성을 함께 제어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리는 결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성질을 공정으로 다루는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산소 빈자리의 깊이와 전자가 갇히는 정도를 원자 간 거리 관점에서 예측할 수 있어, 공정 조건을 전기적 특성으로 연결하는 설계 기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케미스트리 오브 머티리얼즈(Chemistry of Materials)』에 6월 23일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