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 추적 앱 ‘시티즌’은 미국 내 아시아인 증오 범죄를 막아줄 수 있을까?
*본 기사는 퓰리처 센터(Pulitzer Center)의 AI 책임 네트워크(AI Accountability Network)와의 협업을 통하여 작성되었다.
해가 져 어두워지면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조세핀 자오(Josephine Zhao)는 집까지 도보로 단 몇 블록 떨어진 거리에서도 가끔 문자 그대로 ‘몇 쌍의 눈’을 호출한다.
‘몇 쌍의 눈’을 호출하는 방법은 휴대폰에서 시티즌(Citizen) 앱을 연 후 ‘실시간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플랫폼 상담원 한 명과 연결하는 것이다. 자오는 앱에 연결하면 상대방이 자오의 GPS 위치를 추적하고 다른 버튼을 눌러 그녀의 휴대폰 카메라에 접속하여 ‘그녀가 보는 장면’을 함께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그녀는 상담원과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지만 ‘누군가가 나와 함께 걷는다’는 사실만으로 약간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시티즌 앱은 자오가 선택한 최신 자기 방어 수단 중 하나다. 또한 그녀는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고 도시 내에서 이동할 때는 손 안의 무기로 전환할 수 있는 밝은 분홍색 플라스틱 조각 모양의 길고 뾰족한 장치를 열쇠고리에 부착하여 휴대한다.
하지만 그녀는 시티즌이 사용자가 주변 범죄에 대한 정보를 보고하거나 그에 대한 알림을 받을 수 있는 근거리 생활권(hyper-local)앱으로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데이터에 기반한 자체(DIY) 안전 확보 수단은 자오가 오래 전부터 사회적으로 외면당했다고 생각하는 공동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양한 교육 NGO의 예비교사 겸 공동체 연락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자오는 “실제로 교육, 공공 안전, 주택,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시아계 공동체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고, 우리는 중요한 존재가 아닌 것처럼 취급된다. 우리의 요구는 존중되거나 실현되지 않는다. 우리를 무시하는 건 보수 세력이나 진보 세력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나는 진심으로 시티즌이 사회적 정의와 인종적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우리는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시티즌은 완벽한 도구”라고 평가한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 참여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주 베이 지역(Bay Area) 아시아 태평양계 미국인(Asian-American and Pacific Islander, AAPI) 공동체의 많은 구성원이 시티즌 앱을 반겼다. 인종 공격이 이어지고 최근 캘리포니아주 하프문베이(Half Moon Bay) 근처에서 수많은 아시아인 사상자를 발생시킨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편집자 주: 미국 현지시각 1월 23일, 67세의 중국계 이민자 춘리자오가 총기를 난사해 7명이 숨진 사건] 등 미국 전역에서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시티즌이 아시아인 혐오 문제를 해결하고 불안을 완화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시티즌은 정신적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정보 제공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시티즌의 재탄생
범죄에 대한 공포감을 키우고 백인 주민들이 인종 차별 행위를 하는 데 도움이 준다며 오랫동안 비판 받아온 앱이 어떻게 갑자기 긍정적인 반응을 얻게 되었는지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당초 자경단(自警團)이라는 뜻의 ‘비질란테(Vigilante)’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시티즌의 역사는 파란만장했다. 애플 앱스토어는 2016년 이 앱이 출시된지 일주일 만에 물리적 피해를 조장하지 않아야 한다는 개발자 검토 지침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앱스토어에서 퇴출시켰다. 또한 시티즌의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 자신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산불을 낸 주범으로 오인한 남성에게 30,000달러(한화 약 3,981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직원들에게 요구하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시티즌 사용자들은 인종 차별적인 발언으로 자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재 시티즌이 자오와 같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시티즌은 지난해 9월부터 오클랜드 상공회의소(Oakland Chamber of Commerce) 및 샌프란시스코의 중국계 미국인 상인 협회(Chinese American Association of Commerce in San Francisco)와 같은 지역기관이 함께 주최한 행사에서 베이 지역 노인들을 중심으로 중국인 및 기타 아시아계 주민들을 모집하며, 서비스에 가입하고 240달러(한화 약 32만 원) 상당의 1년 프리미엄 구독권을 무료로 받으라고 권유하고 있다(시티즌의 무료 버전은 사용자에게 주목할 만한 사건에 대한 경고를 전송하지만 상담원과 연결하여 실시간 모니터링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버전을 구입해야 한다). 사실 자오는 시티즌과 협력하여 앱 사용설명서를 중국어로 번역했고 이를 자신의 주변인들에게 나눠주었다.
시티즌의 최종 목표는 베이 지역의 AAPI 커뮤니티에서 2만명의 신규 사용자를 모집하는 것이며, 이 경우 회사는 500만 달러(약 6,635만 원) 상당의 연간 프리미엄 구독료를 지원하게 된다. 시티즌의 제품 총괄 책임자인 대럴 스톤(Darrell Stone)은 이미 700명이 신규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베이 지역 프로젝트는 시티즌 앱의 광범위한 개편을 테스트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애틀랜타주의 흑인 트랜스젠더 공동체부터 시카고 지역의 폭력배들을 막으려는 자발적인 개입자에 이르기까지 경찰과의 접촉을 꺼리는 수많은 취약 집단들을 사용자로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시티즌에서 정부 업무 및 공공 정책 담당 이사로 근무하며 베이 지역 시범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트레버 챈들러(Trevor Chandler)는 “나는 진심으로 시티즌이 사회적 정의와 인종적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이 지역의 아시아인 공동체에서 일하는 일부 운동가들과 취약 계층 내의 허위 정보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범죄 추적 기술과 신속한 정보 제공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시한다. 즉, 이들은 좀 더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는 앱이 아니라 실제로 더욱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코로나19 의 발병지가 중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팬데믹 기간 동안 수많은 괴롭힘, 폭행, 심지어는 살인 범죄의 표적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시티즌이 이와 같이 지역 및 국가 차원에서 장기간 충격적인 사건들을 경험해 온 집단의 불안감을 더욱 자극할 우려는 없는지 묻는다.
미국 전역에 40개의 지부를 두고 아시아인 공동체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복지를 대변하는 비영리 단체인 OCA의 공공 업무 부문 부사장인 켄달 코사이(Kendall Kosai)는 “여러분은 거의 매일 모든 소셜 미디어에 접속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일반 대중을 통해 제공된 정보가 기술 생태계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이동하는 방식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켄달은 휴대폰에 시티즌을 설치했는데 특정 사건에 대해 일부 사용자들이 쓴 댓글이 지나치게 편향된 내용을 담고 있어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댓글이 실제로 우리 공동체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러한 정보는 분명히 순식간에 통제 가능한 수준을 벗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올바른 정보’ 확보
인구의 약 3분의 1이 아시아인인 샌프란시스코 북부 지역인 리치먼드 디스트릭트(Richmond District)에서 남편과 함께 조스 아이스크림(Joe’s Ice Cream)을 운영하고 있는 49세 여성 앨리스 김은 “시티즌을 사용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 김씨 부부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기물 파손과 차량 유리 파손 범죄가 증가했다.
다른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김씨 부부는 오랫동안 지역 정치가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안전 문제를 외면해 왔다고 생각한다. 앨리스의 남편인 션 킴(Sean Kim)은 “그들은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2021년 몇 달 동안 이들의 가게에서는 세 차례의 침입 시도가 있었고, 사람들은 앨리스에게 몇 차례 쓰레기를 던지거나 그녀가 가게 화장실을 금지하자 말다툼을 벌였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가게에 문제가 없을지, 또 창문이 깨져 있지는 않을지… 나는 팬데믹 기간 동안 심각한 불안감과 공포감에 시달렸다”고 말한다.
션은 그전부터 앨리스에게 시티즌의 이점을 이야기해 왔지만 앨리스는 지난해 가을이 되서야 션에게 휴대폰에 시티즌을 설치해 달라고 부탁했다. 션은 시티즌이 AAPI 공동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기 전부터 앱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친구인 자오에게 무료 프리미엄 계정을 받을 수 있는 프로모션 코드에 대해 듣게 된 후 앱을 유료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그는 넥스트도어(NextDoor)처럼 지역 사회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추적하는 다른 앱보다 시티즌의 신뢰도가 더 높다고 생각한다(시티즌 직원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출처에서 보고된 긴급 상황 정보를 활용하는 동시에, 앱 사용자들이 보고한 범죄를 검토한 후 이를 앱에 게시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앱에서 제공된 정보]를 위챗 그룹에 보낼 때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션은 “[시티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검증하기 때문에 앞으로 사용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나는 적어도 지금 들린 건 총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티즌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한 채 ‘총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시티즌은 효율적인 도구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정보를 알기 때문에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앨리스는 시티즌의 프리미엄 기능을 통해 상담원과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실제 범죄 성립 요건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그녀를 불안하게 만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앱 지도 상의 빨간색 점은 사람이 자동차에 치이거나 무기를 이용한 신체적 폭행을 당하는 등의 심각한 사건에 대한 신고를 나타낸다. 노란색 점은 총기 소지자 신고 또는 가스 냄새 감지와 같은 경미한 우려 사항을 표시하고, 회색 점은 반려동물 분실처럼 주목할 필요가 있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은 문제를 의미한다.
김씨 부부와 마찬가지로 베이 지역의 많은 아시아인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묵살되고 있다고 느끼며 자체 정찰 활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김씨 부부가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AAPI 공동체 구성원들은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의 차이나타운 곳곳에 순찰대를 조직했다. 부부는 소유주 허락 시 경찰이 최대 24시간 동안 개인용 보안 카메라 영상에 접근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논란이 된 법안을 지지했다. 또한 부부는 다른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인근 오클랜드의 차이나타운 사업자들도 개인용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들에게 시티즌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감시하기 위한 또 다른 도구일 뿐이다.
챈들러는 시티즌에 대한 많은 부정적인 담론이 현실 속 범죄와 관련된 기능을 놓치고 있으며, 김씨 부부처럼 앱의 주요 사용자 중 일부는 그들의 일상에서 직접 범죄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이 앱을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챈들러는 “시티즌과 프리미엄 버전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 앱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기술로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막을 수는 없다. 핵심은 그게 아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소외된 공동체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방법이다”라고 말한다.
“아쉽게도 아직 중국인 상담원이 없다”
OCA의 코사이는 “시티즌의 아이디어는 훌륭하지만… 나는 우리 공동체의 특수성으로 인해 어느 정도 회의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분석했다. 나는 언제나 가장 취약한 구성원들의 접근 용이성을 고려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미국 내 아시아계 공동체에는 “50개의 민족과 100개의 언어”가 공존하며 “공동체마다 이러한 종류의 공공 안전 문제와 관련하여 현지의 법 집행 기관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재 시티즌은 영어로만 이용할 수 있다. 오클랜드 차이나타운 상공회의소(Oakland Chinatown Chamber of Commerce)의 전무이사인 제시카 첸(Jessica Chen)은 시티즌의 효용성을 크게게 강화하려면 중국어나 다른 아시아 국가의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시티즌의 스톤은 이메일에서 “앱을 실시간으로 다른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자연어 처리 기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세부적인 작업 내용이나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직 서비스 공급 측면만을 고려할 때, 구성원마다 기술 및 뉴스 활용 능력이 다르다면 어떤 집단이 기술을 채택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경우에는 더 힘들다. 특히 노인들은 플랫폼에 가입하는 단계부터 주된 정보를 해석하는 단계까지 모든 탐색 활동에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첸은 “나에게 그들을 가르칠 시간이 있는가? 내가 그들을 교육하기에 적합한 사람인가?”라고 묻는다.
지난 40년 동안 오클랜드에 거주했고 금융 교육자로 일하며 정기적으로 차이나타운으로 통근하는 75세의 조세핀 후이(Josephine Hui)는 오클랜드의 안전 문제를 다루는 비영리 단체인 아시아 범죄 위원회(Asian Committee on Crime)와 오클랜드 차이나타운 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하고 시티즌이 후원한 한 행사에서 앱에 대해 알게 된 여러 노인 중 한 명이었다. 조세핀은 오클랜드 경찰국이 준비한 공공 안전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보기 위해 행사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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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석한 그녀는 “나는 [시티즌]이 거리 위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티즌에는 아직 중국인 상담원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녀는 앱 사용 방법을 꼭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팬데믹 기간 동안 고립감을 느꼈고 아시아인에 대한 공격이 증가했을 때 밖에 나가지도 못한 채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는 앱을 사용하기도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앱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애플(Apple) 계정의 암호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섞인 신호
오클랜드 차이나타운 상공회의소 회장인 칼 찬(Carl Chan)은 차이나타운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보안 조치를 추진해 왔으며 시티즌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그는 고령의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국어로 되어 있지 않은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중국어나 베트남어 등의 외국어로 번역이 지원되지 않으면 일부 구성원들이 시티즌의 경고를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그는 앱 사용 방법에 대해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할 경우 해당 구성원이 특정 위치에서 경고 알림을 받은 후, 실수로 다른 플랫폼에 사건 발생 지역을 잘못 알려 허위 정보와 불필요한 두려움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걱정한다.
찬은 “우리는 사람들에게 [앱에서 제공된 정보]를 위챗(WeChat) 그룹에 보낼 때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변호단체인 펜 아메리카(PEN America)에서 일하며 아시아 공동체 내의 허위 정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연구하는 디아니 시트라(Diani Citra) 역시 범죄에 대한 대규모 정보 제공이 의도된 효과와 다르게 이미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되지 않을지 우려한다.
시트라는 시티즌과 같은 앱이 주류 언론에서 다루지 않거나 정보가 적절한 언어로 제공되지 않아 특정 집단의 사람들이 뉴스의 사각지대에 놓이며 생기는 정보 격차 또는 ‘데이터 공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대다수의 소외된 공동체에서는 반드시 범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지역 사회의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 이러한 정보의 부재 때문에 사람들에게 시티즌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티즌을 사용한다면 ‘위기감이 증폭’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챈들러는 시티즌이 내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시아인들이 시티즌을 통해 받는 정보는 왓츠앱(WhatsApp), 위챗 및 바이버(Viber)와 같은 다양한 뉴스 사이트와 소셜 플랫폼으로 세분화된 미디어 생태계로 유입되고 있다. 해당 사이트 및 플랫폼 중 일부는 이미 아시아인 혐오 공격에 대한 상반된 정보와 거짓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이야기로 오염되었을 수 있다.
“개별 사례로 다뤄져야 할 현상이 추세로 이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8월 아시아 태평양계 미국인 국가 위원회(National Council of Asian Pacific Americans)와 인종 차별적인 허위 정보를 시정하는 비영리 단체인 디스인포 디펜스 리그(Disinfo Defense League)에서 발표한 허위 정보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자는 흑인이고 피해자는 아시아인인 범죄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뉴스 제공업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2020년 5월 위조 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체포된 비무장 흑인 청년을 백인 경찰이 목을 무릎으로 눌러 질식사시킨 후 미국 전역에서는 대규모의 평화적 시위와 함께 약탈, 방화를 동반한 폭동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뉴스 언론은 아시아인들의 피해의식을 악용하여 반(反) 흑인 정서를 유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사 편집 과정에서 아시아인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내걸거나 주류 언론이 흑인이 저지른 반아시아인 범죄를 축소 보도했다는 증거로 오래 전 사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보고서는 “주류 언론과 뉴스에서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보도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각종 소식통과 온라인 허브를 통해 정보 공백을 해소하게 되었다. 이러한 공백은 기존의 구조화된 여성혐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및 외국인 혐오 감정을 중심으로 편향된 이야기를 확산시킨다”고 주장한다.
시티즌이 이러한 가설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증명하거나 시티즌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를 보여주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시트라는 이미 허위 정보와 분열적인 담론에 이미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고령의 아시아인들이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범죄 정보를 이해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주장한다(시티즌은 앱에서 잘못된 정보가 제공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포함하여 일련의 후속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시트라는 “개별 사례로 다뤄져야 할 현상이 추세로 이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티즌의 변화 가능성
시티즌은 미국 내 경찰의 역할에 대한 갈등이 이미 고조된 상황에서 AAPI 공동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시티즌이 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취약 공동체 중 다수는 경찰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거나 경찰에 협조하는 것을 꺼린다(실제로 여러 명의 공동체 관리자는 많은 아시아 공동체 구성원들이 사건 신고를 위해 경찰에 전화하는 것을 기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때때로 상황을 약간 개선하는 즉각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는 관심이 많지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시티즌과 같은 기술은 일반적으로 공식 정부기관에 실망감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많은 안전 문제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티즌은 ‘두려움의 문화’를 유발하고 민간에 의한 임의적인 법 집행을 조장하며, 전직 시티즌 직원의 표현처럼 ‘비정상적으로 인종 차별적’인 댓글을 남기는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챈들러는 이러한 묘사가 시티즌과 같은 앱의 주요 사용자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그저 수도 없이 많은 범죄를 접하기 때문에 인근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주의하기 위한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챈들러는 시티즌이 범죄없이 살 수 있는 ‘특권’을 가지지 못한 사용자를 위한 강력한 정보 배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챈들러는 시카고에서의 경험담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그는 통계적으로 북부보다 더 위험한 남부 지역의 일부 사람들은 매일 범죄가 만연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남부 지역의 시민 사용자들은 챈들러에게 가족의 안전을 위해 앱에서 더 큰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는 총격이나 자동차 사고의 발생 여부 등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챈들러는 시카고에 있는 이러한 사용자들이 “[시티즌 때문에] 겁을 먹게 될 일은 없다. 그들은 이미 두려움 속에 살아가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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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과 겨울, 챈들러는 베이 지역 정치인 및 공동체 관리자들과 접촉했고 타지역 시장 및 인근 조직에 해당 지역의 몽족 및 베트남 공동체에 무료 계정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2022년 말까지 시티즌이 그동안 앱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아시아인 인구가 많은 새크라멘토 카운티에 서비스를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앞으로 회사가 무료 버전에 얼마나 더 투자할지는 미지수이다. 2023년 1월 초, 챈들러는 33명의 다른 직원과 함께 해고되었다.
챈들러는 최근 문자 메시지를 통해 “AAPI 공동체와 힘을 합쳐 아시아인 혐오 범죄 증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이를 저지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낀다. 더 이상 시티즌에서 이러한 활동을 추진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챈들러는 시티즌이 베이 지역의 아시아인에게 20,000개의 무료 프리미엄 구독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으며, 스톤 역시 “프로그램에 대한 마케팅 및 지원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챈들러는 회사가 그의 업무를 대신 수행할 사람을 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다른 담당자가 해당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뉴욕시의 아시아인에게 정기적으로 호신술을 가르치는 조직인 소어 오버 헤이트(Soar Over Hate)의 회장인 켄지 존스(Kenji Jones)는 공동체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중시한다. 그는 시티즌이 베이 지역에서 진행한 지원 서비스에 감명을 받았다. 특히 그는 상담원이 앱 사용자의 곁을 지킨다는 아이디어가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무료 구독 기간이 1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저소득 아시아인들이 이를 갱신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존스는 “1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시티즌은 영리 회사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회사는 바로 지금 심각한 위기 의식을 느끼는 공동체를 상대로 돈을 벌고 있다. 따라서 나는 개인적으로 무료 구독을 1년 밖에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상당히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때때로 상황을 약간 개선하는 즉각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는 관심이 많지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또한 존스는 그의 조직에서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교훈 중 일부는 자신감과 권한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며, 이러한 감정은 시티즌 사용으로 인해 약화될 수 있으며, 그 결과 사람들이 “자신의 안전에 대해 더 큰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그는 아시아인으로서 “우리 중 많은 사람이 위축되어 살아가는 데 익숙해졌다고 느낀다. 자신감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감정이지만 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글을 쓴 램 투오 보(Lam Thuy Vo)는 데이터 분석과 현지 보도를 결합하여 시스템과 정책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저널리스트이다. 그녀는 현재 미국 브라운 대학교(Brown University)의 정보 미래 연구원, 퓰리처 센터(Pulitzer Center)의 AI 책임 연구원, 크레이그 뉴마크 저널리즘 대학원(Craig Newmark Graduate School of Journalism)의 주재 데이터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