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iscovery of Humanoid Robots - Future Superheroes to Save Human Life

인간 목숨 구하는 미래의 슈퍼히어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재발견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기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간 ‘쓸모없다’는 평가를 받던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치가 최근 새롭게 인정받으면서 다양한 기업 및 연구기관에서 다시금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기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간 ‘쓸모없다’는 평가를 받던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치가 최근 새롭게 인정받으면서 다양한 기업 및 연구기관에서 다시금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대표적 사례는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기업가 ‘일론 머스크’의 자동차 회사 ‘테슬라’다. 이 회사는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는데, 앞으로 2개월 이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머스크는 지난 21일 카타르 경제 포럼에서 “9월 30일 테슬라 ‘AI 데이’에 로봇 시제품을 전시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키 약 172cm에 시속 8km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힘도 매우 강해서 최대 68㎏의 물건을 들 수 있다. 공장 및 기타 작업 환경에서 위험하고 지루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볼트를 조립하는 작업 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공장 등에서 일하는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 쓸모없다는 평가를 받았을까?

휴머노이드 로봇이 한층 세상의 주목을 받던 것은 일본 혼다의 ‘아시모’와 우리나라 KAIST의 ‘휴보’가 인기를 끌던 2000년대의 일이다. 2010년 이후 여러 종류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한 관심은 크게 하락하는 듯했다. 더는 신기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당시 로봇 연구자들 사이에선 두 개의 극단적 시각이 존재했다. 첫째는 “기술적 홍보가 목적일 뿐 실제로 쓸모가 있는 것은 아니다”는 논리다. 보통 ‘휴머노이드 로봇 무용론’을 펼치는 타 분야 과학기술자들의 단골로 이야기하던 논리였다. KAIST 총장을 지낸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버트 러플린’ 박사도 학내에서 휴보’를 개발하고 있는 것을 보며 이런 논리로 강하게 혹평한 바 있다. 한편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았다. “연구개발 자체는 결코 쓸모없지 않다. 인간의 움직임을 기계장치로 구현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공학기술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주된 논리였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자’ 들이 주로 하던 이야기이다.

2009년 KAIST 연구진이 로봇 휴보의 달리기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당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는 ‘인간의 몸동작을 흉내내는’것을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 전승민

이 두 분야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을 듣고 있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연구를 하지 말자는 쪽과 열심히 하자는 쪽, 두 부류 모두 ‘인간형태의 로봇은 사실 쓸모가 없다’는데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두 손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뜻한다. SF(과학픽션) 영화 속에 단골로 등장하는 존재로, ‘로봇’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사람이 머릿속에 떠올리는 대표적인 존재다. 하지만 이런 로봇은 어디까지나 영화 속 이야기일 뿐, 막상 현실에선 그만한 성능을 보이기 어려웠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처음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의 효시로 불렸던 ‘와봇-1’ 등장한 것은 1973년이다. 완성된 형태의 로봇으로서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타이틀을 갖고 있는 일본 혼다의 ‘아시모’가 등장한 것은 2000년이다. 당시로서는 이런 로봇들의 미려한 보행동작에 감탄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기계가 어느정도 잘 걸어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에서 쓸모가 있다는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더 흐른 지금은 어떨까. 휴머노이드 로봇은 과연 아직도 쓸모없는 존재, 혹은 ‘로봇공학 기술의 발전에 유, 무형의 이바지하는 밑거름 같은 존재일 뿐일까?

휴머노이드 연구의 패러다임 바꾼 ‘후쿠시마 원전사고’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용화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낮은 안정성 때문에 비롯됐다. 두 발로 이동하는 형태는 바퀴나 무한궤도(캐터필러) 등에 비해 훨씬 고도의 제어 기술을 요구했다. 넘어지는 등의 사고를 겪으면 스스로 몸을 추스르기도 힘이 든다. 그러나 시대가 점점 바뀌고 있다. 발전하고 있는 기계제어 기술 덕분에 이제는 ‘특정 상황에서라면 충분히 쓸만하다’는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 시작된 것은 ‘재난대응’ 분야다. 이른바 ‘로봇 구조대원(Rescue)’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바뀌었다. 이 계기가 된 것은 공교롭게도 2011년 ‘동일본대지진’ 사건과 그 당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 였다. 해일이 밀려들어 원전에 고장이 일어나면서 1차, 2차 폭발로 이어졌다. 원전 전문가들은 1차 폭발 이후 누군가 원전에 들어가 냉각수 밸브 등을 잠그고 나왔다면 2차 폭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미 방사성물질로 가득한 원전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엉망으로 파괴된 재난현장에서, 잔해를 해치고 현장에 들어가, 사다리를 기어 올라갈 수 있는 로봇은 그 당시 기술로는 찾을 수 없었다. 당시 도쿄전력 측은 미국의 군사용 궤도 로봇 ‘팩봇’을 투입했다. 폭발물 처리나 시가지 정찰 등을 목적으로 쓰는 로봇이다. 이 로봇을 통해 내부의 온도, 방사선량, 습도 등 다양한 정보를 얻어오는 데는 성공했으나 공장 내 시설을 조작하지는 못했다. 탱크 같은 ‘무한궤도’가 붙은 이 소형로봇은 사다리나 계단을 올라갈 수도, 밸브를 잠글 수도 없었고, 붙어있는 간이형 로봇팔은 충분한 힘을 발휘하기도 어려웠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결국 ‘재난 상황에선 인간 형태의 로봇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기에 이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당시까지 개발돼 있던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성능이 부족했다. 모두 ‘인간의 몸동작을 흉내 내는 것’을 연구목표로 삼고 있다 보니 안정성 자체는 크게 떨어졌다. 복잡한 재난현장에서 주위 상황을 스스로 파악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일만한 힘세고 튼튼한 인간형 로봇을 찾기는 어려웠던 탓이다.

이 상황을 안타깝게 여겼던 미국 국방성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거액의 상금을 걸고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 Darpa Robotics Challenge)’란 이름의 로봇기술경진대회를 2012~2015년 사이 개최했다. 가상의 원전사고 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복구 작업을 벌이도록 하고, 로봇이 △자동차운전 △문열기 △밸브잠그기 △벽에 구멍뚫기 △전원케이블 연결 △험지 돌파 △계단 오르기 △잔해제거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그 점수를 겨루는 대회다. 대회 당시만 해도 ‘로봇에게는 불가능한 미션’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 대회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불가능할 거라는 8개의 미션을 모두 해치운 팀이 적잖이 등장했다. 한국에선 ‘재난로봇경진대회’라고 불린 이 대회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 스텔스 전투기로 유명한 ‘록히드마틴’,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꼽히는 MIT(메사추세츠공대) 등 쟁쟁한 경쟁팀을 물리치고 한국 KAIST의 휴보 연구진이 최종 우승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간 로봇기술자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과제를 이 대회를 통해 처음 도전했고, 어느 정도 성과도 얻었다. 로봇이 인간 대신 최소한의 복구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2015년 열린 재난로봇경진대회(Darpa Robotics Challenge)에서 활약중인 한국형 휴머노이드로봇 ‘휴보’의 모습 사진: KAIST

재난현장에서 먼저 주목받는 까닭

휴머노이드 로봇이 재난현장에 유리한 이유는 ‘사람을 닮았기 때문’이다. 재난이란 결국 지진, 해일 등으로 인한 사람이 살거나, 일하고 있는 환경이 파괴되는 것이다. 이런 곳은 모두 인간에 맞춰 만들어져 있다. 문고리를 열고 사무실에 들어가 의자에 앉은 당연한 환경이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 재난현장에 투입하는 로봇 역시 ‘인간형’이 가장 유리하다.

물론 아직은 실용화까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온갖 잔해가 널려 있는 재난현장에서 사람처럼 똑바로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탓이다. 이런 환경을 로봇 스스로 파악하고 대응하려면 주변 환경을 완전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과정에서 주변을 인식하는 카메라, 적외선 및 초음파 센서, 레이저 스캐너(라이다) 등에서 오는 신호를 완전하게 해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 로봇이 이런 정보를 종합적으로 해석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고성능 인공지능 기술 개발도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제한적인 상황,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위험 상황에서 일말의 기대를 걸어볼 로봇의 형태는 어디까지나 ‘인간형’ 이어야 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다리를 기어 올라가고, 두 손으로 전동공구를 집어 들어 사람 대신 일을 할 수 있는 로봇은 휴머노이드 형태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DRC 이후 휴머노이드 로봇기술 개발 방향은 크게 바뀌었다. 과거에는 인간과 비슷한 동작을 기계로 구현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보는 것이 목표였던데 비해, 이 대회 이후부터는 ‘특정 상황에 필요한 기능성을 갖추는 것’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의 목적이 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 KAIST, IHMC로보틱스, NASA(미국항공우주국) 등 DRC대회의 주축이 됐던 기업이나 연구기관들은 지금까지 ‘재난대응’을 목적으로 휴머노이드의 성능을 꾸준히 높여나가고 있다.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기업이나 연구기관도 같은 길을 걷는 경우가 많다.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를 개발한 일본 혼다 자동차는 DRC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이에 자극을 받아, 아시모 개발을 중단하고 그 뒤를 이어 독자적인 재난대응 로봇 ‘E2-DR’을 공개한 바 있다. 두 발로 걷고 사다리를 기어오르며, 긴 팔을 이용해 개나 말처럼 네발로 걸을 수도 있다. 사람처럼 좁은 공간에선 옆으로 걸으며 빠져나갈 수도 있다. 폭 30㎝의 공간만 있으면 걸어서 빠져나갈 수 있다. 168㎝, 몸무게 85㎏에 달한다.

특수 목적에선 실용화 가치 높아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격은 싸지 않다. KAIST가 개발한 재난구조 로봇 ‘DRC휴보’의 가격은 대당 수억 원, 미국 ‘보스톤다이나믹스’ 사가 개발한 고성능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경우 대당 가격이 수십억 원에 달한다. 더구나 운영과 유지보수도 어렵다. 더구나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최고 성능의 로봇도 결국 사람이 직접 일을 하는 것보다 정확도가 낮고 작업속도도 느리다.

미국 보스턴다이나믹스에서 개발한 로봇 ‘아틀라스’. 현재까지 개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중 가장 운동성능이 뛰어난 로봇으로 꼽힌다. 사진: 보스턴다이나믹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꼭 필요한 일을 할 수만 있다면 비싸고, 굼뜨고, 많은 인력이 필요한 로봇이라도 투입해야 할 큰 가치가 생기기 때문이다. 재난현장은 그 단편적인 사례일 뿐이다.

2015년 DRC 대회 종료 이후 경과한 시간은 7년. 인간형 로봇기술의 수준은 그때에 비해 한층 더 진화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운동성능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신형 아틀라스 모델은 체조 동작인 ‘백플립(뒤로 재주 넘기), 눈 덮인 야외 경사지를 조깅하듯 뛰어가는 기술도 공개하는가 하면, 파쿠르(장애물을 통과하며 이동하는 기술) 시범까지 보이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여전히 인간처럼 모든 상황에서 활약하는 ‘완전한 범용성’을 갖기는 이를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는 비록 특수 목적에서나마 다양한 상황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테슬라처럼 공장 산업현장에 적용하려는 노력은 물론, 우주산업, 실험실 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하려는 노력도 계속 늘고 있다.

러시아 연구진은 국제우주정거장(ISS) 비상상황에 인간 대신 우주선 조종작업을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스카이봇(Skybot) F-850’을 개발하고 있다. 이 로봇은 일부에서 러시아의 유명 이종격투기 선수 ‘표도르 예멜리야넨코’의 이름을 따 ‘표도르 로봇’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키 180㎝, 무게 160㎏에 달해 대단히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가는 편이다. 긴급 상황을 위한 작업용 로봇으로, 24억 루블(약 580억 원)을 투입해 우주정거장 등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이 로봇은 2019년 8월 22일, 러시아의 ‘소유스 MS-14’ 유인우주선에 실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운송된 바 있다. 3인의 우주인이 탑승하는 소유즈 우주선을 개조해 표도르 하나가 탑승하는 좌석을 만들어 우주로 쏘아 올린 것이다. 표도르는 당시 17일간 ISS에 머물며 러시아 우주인의 조수 역할을 하면서 우주 공간에서의 성능을 시험받는 한편, 몇 가지 과학실험에도 참여했다.

스카이봇 F-859 FEDOR, 일명 효도르(FEDOR) 로봇의 모습.
스카이봇 F-859 FEDOR, 일명 효도르(FEDOR) 로봇의 모습(2)

최근 이런 연구 사례는 적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22년 3월에는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은 2종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새롭게 선보였다. 로봇의 이름은 ‘RHP 칼레이도(Kaleido)’와 ‘PHP 프렌즈(Friend)’. RHP 칼레이도(Kaleido)는 60㎏에 달하는 짐을 옮길 수 있다.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건설 현장 등에서 유지보수, 건축 등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PHP 프렌즈’는 환자 돌봄용 로봇이다. 가와사키 사는 전시회 현장에서 이 로봇이 휠체어를 제어하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카와사키 중공업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RHP 칼레이도'(오른쪽)와 ‘PHP 프렌즈'(왼쪽)
사진: 로봇스타트

이달(2022년 6월) 들어 인간 대신 위험한 화학실험을 할 수 있는 로봇도 등장했다. 독일 항공우주센터(DLR) 연구팀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데이비드’는 7자유도 로봇팔과 5개 손가락이 달려 있는 7자유도의 로봇팔을 갖고 있는데, 이 손으로 피펫(실험용 초정밀 스포이드)를 조작하는 고급 조작 기술을 시연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사람처럼 자유로운 손동작이 가능한 이 시스템에 ‘손가락 내(in hand) 조작 기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참고로 데이비드는 지난 2010년 처음으로 공개됐으며, 이번에 고급 조작 기술의 구현을 통해 인간에보다 가까운 유연성과 강건성을 갖게 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데이비드가 손가락 조작 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DLR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로봇 이야기를 하면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그중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은 상당히 크다. 다른 형태의 로봇보다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기술이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면서 이런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사람이 육체적인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일부 산업 분야에선 로봇의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등장하는 등,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다소 일어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사회 전체로 시각을 넓혀서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는데, 로봇을 통해 생산력이 증대되는 점, 로봇을 만들고, 공급하고, 정비하는 새로운 산업이 다시금 생겨나면서 생산력이 산업의 규모가 더 커지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자동차가 공급되면 인력거 산업 종사자는 피해를 보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다양한 산업이 생겨나며 큰 이익이 생긴 것을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자동차가 사회에 도입되면 운전기사가 필요하고, 세차를 해야 하고, 정비업체가 생겨나고, 각종 부품을 판매하는 도매상도 필요하다.

관건은 함께 인간과 로봇이 함께 어우려져 살아가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의 정립이다. 현재 기술로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는 한 사람의 노동자보다도 일을 잘 하지 못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1대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최소한 전문가 몇 사람이 필요하다. 단순히 로봇을 움직이는 데만 여러 명의 석 박사급 기술인력이 매달려야 한다는 의미다. 기술이 점차 더 발전해 로봇 한 대가 연봉 수천만 원 상당의 직장인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준비과정에서 그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받는 과학기술자 십수 명과 반드시 협업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로봇의 개발과 생산, 공급 및 수리 시스템 등을 감안하면,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용화되면서 도리어 다양한 새 직업군이 출현할 공산이 크다. 로봇 개발자는 물론 로봇 조종사, 로봇 정비사, 로봇 판매업자, 로봇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군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의 발전은 산업의 발전으로 연결된다. 새로운 산업의 등장은 반드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의 창출로 이어진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급격한 발전을 두고 일자리 문제 등 일부 사회 시스템 변화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인간이 사회 속 역할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으로 인해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간을 닮은 존재가 인간의 일을 돕는 것은 대단히 효율적이다. 휴머노이드 로봇기술이 점점 더 발전해 갈수록, 우리 인간이 해야 할 위험한 일을 점점 더 줄어들고, 그만큼 우리 인간의 생활모습도 더 다양해질 거라고 기대해 본다.

* 이 글의 필자 전승민 과학기술전문저술가는 동아일보 과학팀장, 동아사이언스 편집장 및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저널리즘(공학석사)을 전공했다. 저서로는 『휴보이즘』,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의 미래』, 『미래로봇』, 『나는 AI와 일한다』, 『소설로 알아보는 바이오사이언스』, 『알기 쉬운 백신 이야기』 등이 있다. 공저로 『미래가 온다? 우리가 간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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