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X Prize is taking aim at aging with a new $101 million award

노화 시계 10년 되돌리면 상금 1억 달러(1,300억원)…X프라이즈 재단 새 대회 개최

노인들의 근육과 뇌, 면역 기능을 최소 10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면 막대한 우승 상금을 받을 수 있는 대회가 열린다.

X프라이즈(X Prize)의 창립자 피터 디아만디스(Peter Diamandis)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건강은 살 수 있기를 바란다.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세계 대회에 자금을 지원하는 재단인 X프라이즈는 최근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신체와 정신적 기능 감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재단 창립 이래 가장 많은 1억 100만 달러(약 1,300억 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2030년까지 인지, 면역, 근육 세 가지 기능 측면에서 노인들의 시간을 최소 10년 이상 되돌릴 수 있는 확실한 치료법을 개발하면 이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 

노화 전문가이자 X프라이즈의 건강 부문 부사장인 제이미 저스티스(Jaimie Justice)는 대회 발표 행사에서 “건강한 노화는 사치가 아닌 필수”라며 “이제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할 때”라고 밝혔다.  

디아만디스는 대회의 의도가 노화 자체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노화가 진행되면서 잃어버린 일부 기능을 회복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지난 세기 동안 인간의 평균 수명은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많은 사람이 노년기를 만성 및 노화 관련 질환에 시달리며 보낸다.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기분 좋고 활력 있게 사는 것이다.” 디아만디스의 말했다.

이 대회에 걸린 상금은 노화 연구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캠브리언 바이오(Cambrian Bio)의 제임스 페이어(James Peyer) CEO에 따르면 몇몇 유명한 억만장자들이 장수 관련 기업에 투자했지만 이 분야에서 투자금의 대부분은 노화로 인한 만성 질환을 포함한 특정 질환을 연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단일 질환에 초점을 맞추면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는 과정이 수월하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은 심장마비나 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환이 노화 과정 자체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이론적으로는 노화를 되돌리는 치료법이 있다면 이러한 질환도 예방하거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게 되는 셈이다. X프라이즈의 상금은 이러한 이론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에 자금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페이어는 “임상시험 결과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그 외 규제 기관에 제공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치료법을 승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65세에서 80세 사이의 건강한 사람들의 근육, 인지, 면역 기능을 10년에서 20년 전 사이로 되돌릴 수 있는 ‘선제적이고 접근성이 좋은 치료법’을 개발해야 한다. 그것은 쥐 실험에서 큰 가능성을 보여준 면역 억제제인 라파마이신(rapamycin) 같은 이미 승인된 약물일 수도 있고, 더 이상 복제되지 않지만 죽지 않는 ‘좀비’ 세포를 만들어내는 화합물이 될 수도 있다. 또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하여 노화를 되돌리는 급진적인 전략이 될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디아만디스는 “우리는 파괴적인 변화를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회에 걸린 막대한 상금이 수백 또는 수천 연구팀이 활발히 경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 대학교 의학 센터에서 노화를 연구하는 맷 캐벌린(Matt Kaeberlein)은 “X프라이즈 재단이 내세운 기준이 다소 높긴 하지만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사람들의 건강을 개선하는 것이 이 대회의 진정한 목적이며, 식단과 영양, 수면의 엄격한 관리만으로도 근육 기능을 10년 정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성공을 측정하는 기준은 제법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캐벌린은 “생물학적 나이 지표의 개선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근육 기능에서는 악력 테스트 등 비교적 간단한 측정 방법이 사용될 수 있고, 면역 기능의 경우 백신 반응 테스트가 일반적이지만 인지 기능의 측정은 훨씬 더 가변적”이라고 덧붙였다. 즉, 정확히 측정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X프라이즈 재단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확인하면 임상시험에서의 결과 지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근육 기능에서는 걷기나 운동 능력 테스트, 근육 부피 측정, 신체 성능 평가가 포함된다. 인지 기능에서는 기억력 테스트와 인지 기능 평가가 수행될 수 있다. 면역 기능에서는 백혈구의 수, 면역세포의 비율, 백신에 대한 항체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 저스티스는 발표 행사에서 “이 가이드라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기본적 틀에 불과하며, 앞으로 6개월 동안 측정 대상 및 측정 방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변경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임상시험의 결과 지표는 결정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뉴욕에 있는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 대학교 노화 연구소의 소장이자 X프라이즈 과학 자문회의 일원인 닐 바르질라이(Nir Barzilai)는 “임상시험 결과의 성패를 판단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바이오마커(biomarker·질병이나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마다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생물학적 지표가 되는 변화)가 부분적인 지표가 될 수 있겠지만 어떤 종류의 바이오마커를 적용해야 할 지 아직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캐벌린 생각에는 이러한 결정을 진행하는 팀이 충분히 명석하고 신뢰할 만하다. 그는 “존경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어 기쁘고 그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을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대회에 집중되는 이목

X프라이즈의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막대한 상금은 ‘급진적 혁신’을 이끄는 경쟁에 불을 붙인다. 이 방법은 때때로 효과가 있었다. 1996년에 열린 첫 번째 X프라이즈 대회는 최초의 민간 우주 비행으로 이어졌다. 물론 실패한 경우도 없진 않다. 2013년 X프라이즈 재단은 목표가 혁신에 뒤처졌다는 이유로 게놈 기술 대회를 취소했다. 2018년의 달 탐사를 위한 X프라이즈 대회는 우승자 없이 종료되었지만, 재단은 이듬해 달에 충돌 착륙한 한 회사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수여했다. 

노화 치료법을 목표로 하는 X프라이즈 대회는 지난 수년 동안 추진되어 왔다. 디아만디스를 비롯해 장수 관련 투자자 세르게이 영(Sergey Young), 괴짜 미래학자이자 연구자인 오브리 드 그레이(Aubrey de Grey), 장수 애호가이자 페이스북 소유의 가상현실 회사 오큘러스(Oculus)의 공동 창립자인 마이클 안토노프(Michael Antonov) 등이 이 논의에 참여했다. 특히 영과 안토노프는 대회 목표의 실현 가능성 연구에 초기 자금을 제공했다. 

디아만디스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글로벌 건강수명 서밋(Global Healthspan Summit)에서 1억 100만 달러(약 1,300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이번 대회를 발표했다. 서밋 행사를 주최한 헤볼루션(Hevolution)은 사우디 왕실에 의해 2021년 출범한 비영리 단체로 노화 연구에 매년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사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헤볼루션은 이번 대회 상금 중 4,000만 달러(약 522억 원)를 지원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주요 상금 지원처로는 룰루레몬(Lululemon)의 창립자 칩 윌슨(Chip Wilson)이 설립한 SOLVE FSHD가 있다. SOLVE FSHD는 윌슨을 포함해 전 세계 3만 명이 앓고 있는 근육 장애인 안면견갑상완 근위측증(FSHD)의 치료법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SOLVE FSHD는 2,600만 달러(약 340억 원)를 상금으로 지원했으며, 안면견갑상완 근위측증 환자의 근육 기능을 10년가량 개선하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팀에 추가로 1,000만 달러(약 131억 원)를 전달할 예정이다. 

대회의 우승 상금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수여된다. 디아만디스는 2년 후 최대 40개 팀을 선정해 각각 25만 달러(약 3억 원)를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팀들이 어떻게 선정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디아만디스는 객관적이기보다 주관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3년이나 4년 후애 10개 팀을 선정해 각각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수여할 예정이다. 그리고 남은 8,100만 달러(약 1,100억 원)의 주인공이 될 최종 우승팀의 발표는 2030년에 진행할 계획이다. 

최종 우승팀이 20년의 노화를 개선할 수 있음을 증명하면 온전한 상금을 받을 수 있다. 15년의 개선은 7,100만 달러(약 927억 원), 10년의 개선은 6,100만 달러(약 796억 원)를 받는다. 

버크 연구소에서 노화 생물학을 연구하는 고든 리스고우(Gordon Lithgow)는 이번 발표를 ‘환상적’이라며 극찬했다. 그는 대회의 상금이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과 테스트, 노화의 측정,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이전 등 노화 연구 분야에서의 병목현상을 해결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화 연구에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며 본인도 대회에 참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