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에딧 이근우 대표 “한계 돌파하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 이제 시작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가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질병 치료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CRISPR를 비롯한 유전자 치료 기술은 이전에는 치료가 불가능했거나 어려웠던 많은 질병을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나노갤럭시 플랫폼’으로 유전자 표적 치료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고 있는 이근우 진에딧 대표를 만나 유전자 치료 기술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유전자 정보, 즉 DNA(Deoxyribo Nucleic Acid)는 우리 몸을 구성하기 위한 설계도의 역할을 한다. 4종의 염기가 서로 결합한 염기쌍으로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약 30억 개에 달하는 염기쌍은 인간의 신체를 구성한다. 그리고 이 염기쌍의 집합 즉 유전체(Genome)에 대한 지식이 쌓여가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불치병, 혹은 난치병으로 여겨지던 많은 질병들의 원인을 알 수 있게 됐으며, 심지어 유전자가위와 같은 유전자 편집 기술이 등장하면서 문제가 되는 염기쌍을 찾아서 지우거나 추가해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가 미래의 질병 연구와 치료 방법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의료 산업의 재편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노갤럭시 플랫폼(NanoGalaxy platform)’이라는 맞춤형 친수헝 폴리머 조합 라이브러리(Combinatorial Library of Hydrophilic Polymers)를 이용해 다양한 유전적 문제에 최적화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발표한 진에딧의 이근우 대표를 만나 최신 유전자 조작 기술과 이를 이용한 치료 기술이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약속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나의 DNA에 새겨진 자아는 ‘사이언티스트’”라고 말하는 이근우 진에딧 CEO (사진: MIT Technology Review Korea)

유전자 치료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이근우 대표(이하, 이) 예전부터 신약을 만드는 바이오테크 혁신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UC버클리나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를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이 두 학교에서 나오는 혁신들이 좋았고 선택은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유전자 치료제 쪽이 새로운 혁명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20여 년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특히 휴먼 게놈(Human Genome)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바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DNA와 RNA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가고 있었고 이것이 미래에 치료제가 되고 혁명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학생 때부터 피부로 느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2016년 진에딧을 창업하면서 유전자 치료를 통해 광범위한 질병을 치료하여 많은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그간의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습니다.

CRISPR 유전자가위에 대한 연구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의 유전자가위 연구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 교수가 2012년 <박테리아 적응 면에서 프로그램이 가능한 두 개의 RNA로 가이드 되는 DNA 엔도뉴클레아제 효소>라는 논문을 발표했을 때, 연구실로 바로 찾아갔습니다. UC 버클리는 학제 간 연구가 자유롭게 열려 있어서 좋은 연구가 있으면 같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우드나 교수 연구실을 방문해 논문은 매우 흥미롭지만, 결국 치료제 만들기 위해서는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지 않은지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결국 같이 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2017년에는 공동저자로 참여한 논문까지 발표했습니다. 유전자 편집기로 불리는 CRISPR(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Cas9 기반 치료제, 특히 HDR(Homology Directed Repair) 기술을 이용한 근위축증 치료를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FXS(Fragile X Syndrome)에 걸린 쥐의 자폐 증상을 완화하는 연구를 선행했습니다. 특히 이 경우는 운반체 바이러스 없이 직접 분자를 신경 세포 속에 넣는 데 성공해, 바이러스 사용 시 통제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치료법 개발해 실제 질병 치료에 적용하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광범위한 유전자 치료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전학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는 무엇입니까?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는 최초의 치료제가 나온 것입니다. 버텍스 파마슈티컬(Vertex Pharmaceuticals)의 카스거비(Casgevy, 미국명 exa-cel)이 미국 FDA에서 CRISPR 유전자가위 치료제로써는 처음으로 승인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매우 큰 이슈입니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수없이 많은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현재 버텍스 파마슈티컬이 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겸상 적혈구 빈혈증 치료제인데, 이는 한 번의 치료로 거의 완치시킬 수 있는 최초의 치료제입니다.

문제는 220만 달러(한화 약 29억 원)에 달하는 치료 비용입니다. 이런 혁신적인 기술이 많은 곳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치료 방법이 쉽고 단가를 낮출 수 있어야 합니다. 카스거비와 같은 치료제가 비싼 이유는 주사를 통해 원하는 장기로 전달할 방법이 현재는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골수에서 세포를 빼내 유전자를 정상으로 치환한 뒤 다시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방법 대신 주사제로 치료할 수 있다면 훨씬 간단하고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진에딧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이런 영역입니다.

진에딧의 ‘나노갤럭시 플랫폼’이 치료제를 원하는 장기에 전달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CRISPR를 비롯한 많은 유전자 치료제들이 갖고 있는 문제인 원하는 장기까지 치료제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종류의 질병에 대응하는 단일한 전달 기술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는 방대한 라이브러리와 이런 라이브러리에서 최적의 물질과 방식을 찾는 컴퓨팅 플랫폼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젠에딧은 종국에는 은하수처럼 많은 하나하나의 나노 입자들이 모여야 된다고 생각해 ‘나노갤럭시’라는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모아 놓은 다양한 구조체 외에도 스크리닝을 통해 더 많은 나노 입자를 선별해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근육에 사용하는 치료제와 뇌에 사용하는 치료제가 다르며, 전달되어야 할 장기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질병에 대해 개별적인 요소를 하나하나 찾아내야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플랫폼을 만든 것입니다.

진에딧의 폴리머 나노입자 개발 구조도 (출처: genedit)

진에딧이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향후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진에딧의 목표는 모든 종류의 질병, 유전자 치료에서 진에딧의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mRNA 기술은 코로나 백신 개발에 사용된 이후, 암 치료나 자가면역 질환 치료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검토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이처럼 진에딧의 플랫폼 또한 점차 더 많은 종류의 질병과 유전자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가 만들고 싶은 미래입니다.

과학적인 진보는 계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의학적인 진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누가 더 좋은 약을 만들 수 있는가가 관건입니다. 진에딧은 이런 신약을 만들고 끊임없이 진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박수연 에디터 pksyn@technologyrevie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