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위기의 더 큰 재앙 피하려면 에너지 전환에 성공해야 한다
먼 미래의 위협으로 인식되던 기후 변화가 가장 시급한 글로벌 과제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지구 온난화, 빙하 붕괴, 거대 규모의 산불, 기상이변,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기후 변화 현상은 점점 더 강도를 높이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즉각적인 각성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적 조치와 적극적인 행동을 필요로 한다. IPCC 6차 보고서는 이를 4F로 정리했다. 첫째는 ‘Forward’로 즉각적인 도구 활용과 규모 있는 행동이며, 둘째 ‘Fairness’는 기후변화의 원인자와 기후변화의 피해자 간 불균형 해소, 셋째 ‘Finance’는 기후 분야의 투자 필요, 넷째 ‘Focus’는 경제발전에 있어서 기후라는 것이 변수가 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이다. 이것이 바로 기후 행동이라고 결론지었다. 조찬호 대기과학자는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 살 것인지, 아니면 깨달은 대로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이 세상은 미리 주어진 조건이 아니며,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과제다”라고 하면서 “미래가 불타고 있고 위험해 보여도 아직 기회는 있다. 미래를 바꾸려는 의지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행동력이 있다면 가능하다”고 전했다.
안녕하세요. 30년간 국립기상과학원에 계셨는데요. 30여 년 전과 후 기후 분야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대기과학자로서 느끼신 점을 말씀해 주세요.
조천호 대기과학자(이하, 조) 지구 평균 기온상승이 뚜렷해지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기상학계에서 기후변화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2001년 IPCC 3차 보고서에서 오늘날 기후변화가 인간 활동으로 일어날 확률이 67%라고 정량적으로 처음 발표했죠. 이후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지구 가열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5도 이상 상승할 경우, 파국적 위험에 처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이 확산되었고요. 2018년 인천에서 열렸던 IPCC 특별 총회에서는 연평균 기온이 1.5도만 상승해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탄소중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2019년 9월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우리나라 시민단체도 참여하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었습니다. 기업들도 세계 시장 요구에 따라 기후위기 대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기후위기는 우리나라도 해외와 거의 비슷하게 알려져있지만, 사회 전반의 관심도는 떨어집니다. 세계 흐름에 맞게 기후 위기 정책이 이루어지려면 장기적인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기후위기를 우선적으로 채택해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영향임이 명백해졌습니다. 인간의 과잉된 욕심으로 인한 산업화의 결과일 텐데요. 추측이 아닌 인간이 원인이라는 과학적 증거는 무엇입니까?
조 지구에 들어 온 태양 에너지는 그만큼 우주로 다시 빠져나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는 지글지글 끓게 됩니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우주로 빠져나가야 하는 열을 대류권에 가두어 기온을 높이지만, 그 위 성층권에서는 기온을 떨어뜨립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증가시킨 온실가스가 성층권에서는 냉각 효과로 나타납니다. 이것은 지구가열이 인간 활동으로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만약 기후 부정론자가 주장하듯 오늘날 기온 상승이 태양 에너지 증가나 도시화 효과로 발생했다면, 성층권에서 냉각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IPCC 6차 보고서에 의하면, 사회과학 분야의 평가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슈가 불평등이었다고 합니다. 저서에서 ‘기후변화와 불평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기후변화가 자연에서 사회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우리는 ‘정의(justice)’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하셨는데요. 기후변화로 인한 불평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고려해야 할 ‘정의’는 무엇인가요?
조 인류는 유일한 행성인 지구를 공유합니다. 인류는 더 많이 생산하는 데는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 왔으나, 공정하게 나누는 데는 무능함을 보였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지구에서는 소수가 누리는 단기적 이익이 모두의 장기적 이익을 파괴합니다. 사회의 불평등한 시스템은 기후위기를 가속해 자연도 사회도 함께 붕괴로 몰아갈 수 있습니다. 전 세계 기후 피해의 약 75%는 빈곤 국가에서 발생하지만, 온실가스의 약 80%는 우리나라가 포함된 주요 20개국(G20)이 배출합니다.
기후 정의는 부유한 국가의 무분별한 과잉과 빈곤 국가의 결핍에 대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탄소 배출 제로 달성은 공공 번영을 위해 사회 생산을 재분배할 때만 가능합니다. 이는 위계적 배려 차원이 아니라 부유한 국가와 사람들이 더 책임지는 공정에 기반해야 합니다. 또한, 기후위기는 기성세대가 미래 세대의 생존 여건을 파괴하여 지금의 편익을 누리고 있는 겁니다. 우리에게 지구를 맘껏 사용해도 되는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상으로부터 지구를 물려받았고 후손으로부터 지구를 빌렸을 뿐입니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망가뜨리는 세대가 될 겁니다. 우리 세대가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더라도, 다음 세대의 삶을 외면한 결과라면 그 업적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기후위기는 불평등으로 인해 서로 돌보지 않고 아끼지 않고 나누지 않아서 일어났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정의롭게 바꾸지 않으면, 기후위기로 인해 이 세상은 파국을 맞게 될 겁니다. 지금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의 지속가능성이 결정됩니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여정
우리에게는 기후변화를 되돌릴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투자 정책에서 늘 뒷전으로 밀렸던 기후 분야에 적극적인 조치와 행동이 취해졌더라면 어땠을까? 조천호 대기과학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1990년 리우 정상회담부터 2022년까지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회의를 27번 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배출량은 1990년 이후 2022년까지 무려 67%나 늘어났다. 1990년부터 배출량을 감소시켰다면 시간은 우리 편이었을 테고 지금 우리가 줄여야 하는 배출량 규모도 훨씬 적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온상승을 1.5℃에서 막으려면 2050년 초까지, 2℃에서 막으려면 2070년대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
출처: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인구, 사회, 경제, 재생에너지의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즉,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그 사회의 경제를 의미한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이고 어떤 대응책이 필요할까요?
조 탄소중립은 유엔 파리기후협약에서 논의된 사항입니다. 국제 정치적으로 강제되는 프레임이며, 세계 주류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프레임이기도 합니다. 우리 스스로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사회∙윤리적 책무의 영역만이 아닙니다.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인지 도태할 것인지 결정하는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월마트, 이케아, BMW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납품 기업에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상품과 부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에 대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할 예정이고요. 탄소 배출로 인한 관세를 내게 되면 우리 상품은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될 겁니다. 미국도 준비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국내 기업은 에너지 전환 시대에 큰 타격을 입을지 모릅니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 발맞춰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트렌드가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이 패러다임의 변화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면 재앙은 불가피합니다. 기존 틀에 사로잡혀서는 아무리 좋은 전략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를 완화하려면 온실가스 감소가 반드시 필요할텐데 화석연료를 줄이는 것이 답일까요? 재생 에너지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조 2022년에 발간된 IPCC 6차 저감 평가보고서는 “기술적으로 실행 가능하고”, “점점 더 비용이 효율적이며”, “시민의 지지를 받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온실가스 1톤당 비용이 100달러 이하인 탄소 저감 방법으로 2030년까지 2019년 수준보다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온실가스 1톤당 비용이 20달러 미만인 탄소 저감 방법이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시장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합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비용이 각각 85%와 55%가량 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력망 기술의 혁신, 그 기술을 실현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 가격도 지난 10년 동안 약 85% 이상 하락했다고 했습니다. (편집자 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intermittent power generation)은 기상 조건에 따른 발전량 변동을 말하며, 원자력 발전과 달리 에너지 저장 시설을 필요로 한다.) 그동안 재생에너지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나라는 정부 보조금을 줄이거나 없애도 화석연료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습니다. 기술이 부족하고 돈이 없어 탄소 중립에 도달 못 하는 게 아닙니다. 목표의 달성 여부는 정부 정책에 따라 결정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기후변화의 모든 시나리오는 머지않아(IPCC 6차 보고서는 30개월 후, 2025년으로 특정) 1.5도를 넘어설거라고 예측합니다. 연평균 기온이 1.5도가 되지 않도록 하는 과정 속에서 오버슈트(overshoot)와 같은 상황이 생긴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요?
조 가장 지속가능한 시나리오(SSP1-1.9)에서는 지구가열이 일시적으로 1.5℃를 살짝(0.1℃ 이하) 넘은 후 2100년에 1.4℃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처럼 기온 상승이 일시적으로 1.5℃를 넘는 것을 오버슈트라고 합니다. 이는 배출량을 줄여도 발생할 텐데 기후시스템 여러 구성 요소의 반응이 지연되기 때문입니다. 또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 햇빛을 차단해 기온을 낮추는 에어로졸과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들어 기온 상승은 불가피합니다. 대기 중 온실가스의 지속시간은 종류에 따라 십 년에서 수만 년이지만, 에어로졸은 수일에 불과하므로 온실가스보다 에어로졸을 줄이는 효과가 일시적으로 빠르게 나타납니다.
오버슈트 동안에는 인간과 자연 시스템에 더 많은 위험이 가해집니다. 오버슈팅이 없는 경로에 비해 사회와 생태계는 극심한, 다시 말해 더 크고 광범위한 기후변화에 노출되어 인프라, 저지대 해안 거주지 관련 생계 위험이 증가하게 됩니다. 1.5°C를 초과하면 극지방, 산악과 해안 생태계와 같이 복원력이 낮은 특정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요.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 상승도 빨라집니다. 오버슈트는 산불 증가, 나무 대량 고사, 이탄 지대 건조, 영구 동토층 녹음, 자연 토지 탄소 흡수원 약화 등 심각한 위험을 야기하며, 이러한 영향은 온실가스 방출 증가로 이어집니다.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한 기후 조절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지구공학은 기후변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조 많은 사람이 새로운 기술로 기후위기가 해결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지구공학(geoengineering) 또는 기후공학(climate engineering)이라 부르는 기후 조절 기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와 기후 어느 쪽도 희생하지 않고 조절 기술을 통해 지구를 지켜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한 기후 조절은 인간에 의한 자연 지배를 증명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이 서사의 실체는 사실 보잘것 없습니다. 지구공학은 개별적인 증세에만 초점을 맞춘 단편적인 접근 방식이며, 본질적으로 자연을 기계로 보는 대응 방법입니다. 즉,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기계처럼 문제가 된 부분만 수리하면 정상적인 작용을 다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구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 거대한 자기 조절 시스템입니다. 작은 차이에 의해 큰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 비선형 체계이고, 임계 상태를 넘으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 체계입니다. 그러므로 지구가열을 막기 위한 공학적 대응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지구시스템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구공학을 통한 섣부른 기후 조작을 하려다 더 큰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습니다.
달라진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조 미래 세상은 미리 주어진 조건이 아니기에 기후위기는 불가피한 미래가 아닙니다. 우리는 기후위기로 인한 문제의 원인과 대응 방안을 알고 있기 때문에 파멸은 일어나게 될 결론이 아니라 선택일 뿐입니다. 위기는 사람들을 각자도생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이 개인이나 국가의 수준을 넘어 광범위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위기는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고 서로 돕고 보살피고 이타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바야흐로 모든 것이 가능한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습니다. 나 하나의 힘이 아니라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저는 저대로 과학 논문에 기반한 IPCC 보고서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매거진 Vol. 10
새로운 기후 시대의 생존 방안
본 기사는 <MIT 테크놀로지 매거진> 2023년 9·10월호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