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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항공우주 지식 담은 ‘AI 두뇌’ 구축…연구·행정 AI 전환 본격화

수십 년 쌓인 항공우주 연구 지식과 데이터를 AI와 연결한 '두뇌'를 만든다. 연구자료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자체 인프라에서 AI를 돌린다.

연구기관에 흩어져 있던 전문가 개개인의 지식과 데이터를, AI가 검색해 꺼내 쓰는 ‘지식 두뇌’로 통합하는 시도가 시작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수십 년간 축적한 항공우주 연구개발 지식과 데이터를 인공지능과 연결하는 지능형 플랫폼 ‘KARI BRAIN’을 구축하고, 연구·행정 전반의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을 본격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항우연은 이날 8개 최고부서에서 선정한 13명의 ‘AX 리더’를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과 첫 회의를 열고, 연구자와 현업 부서가 필요한 AI 활용 과제를 직접 발굴·실행하는 현장 중심 추진체계를 가동했다.

이 시도가 주목되는 이유는 개인과 부서에 흩어져 있던 연구 노하우를 조직 전체가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바꾼다는 데 있다. 그동안 연구기관의 전문지식은 담당자 개인의 경험이나 문서 파일에 묻혀 있어 조직 차원에서 활용하기 어려웠는데, 이를 AI가 검색·활용하는 지식 두뇌로 전환해 연구개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흩어진 연구 노하우를 ‘AI 두뇌’로 모은다

연구기관의 진짜 자산은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다. 하지만 이 지식은 대개 개인 연구자의 머릿속이나 부서별 문서 파일에 흩어져 있어, 정작 필요할 때 찾아 쓰기가 어렵다. 담당자가 바뀌거나 시간이 지나면 그 노하우가 사라지기도 한다. 조직 전체가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돼 있지 않다는 것이 오랜 한계였다.

‘KARI BRAIN’은 이 문제를 겨냥한 플랫폼 구상이다. 항우연의 전문지식과 데이터를 통합해, 항공우주 연구개발과 행정 분야의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지능형 시스템이다. 핵심은 개인과 부서에 쌓인 기술자료와 연구경험을 AI가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식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작동 방식은 단계적이다. 검증된 자료부터 차례로 연결해, 연구자가 질문하면 AI가 관련 지식을 찾아 답하고 지원하는 ‘두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사람이 일일이 문서를 뒤지는 대신, AI가 방대한 연구자료를 대신 훑어 필요한 정보를 꺼내주는 방식이다. 이름에 ‘두뇌(BRAIN)’를 붙인 것도 이런 지향을 담은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직도 갖췄다. 항우연은 지난 7월 부원장 직속으로 ‘AX추진실’을 신설했고, 이번에 선정한 13명의 AX 리더가 공통 기술·도구 보급과 운영기준 개선을 함께 추진한다. 위에서 일괄 도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의 연구자와 부서가 직접 필요한 AI 활용법을 찾아 적용하는 현장 중심 체계라는 점이 특징이다.

데이터 밖으로 안 내보낸다…자체 GPU로 대형 AI 운영

이 구상을 실현하려면 강력한 AI 인프라가 필요하다. 특히 연구기관에서는 ‘보안’이 관건이다. 민감한 연구자료를 외부의 상용 AI 서비스에 입력하면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항우연이 자체 AI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항우연은 지난해 5월 AI 활용 기반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뒤, 자체 생성형 AI 서비스와 고성능 컴퓨팅 환경을 갖춰 왔다. 올해 1월에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인 H200 GPU 4개를 탑재한 서버를, 4월에는 더 상위 모델인 B200 GPU 8개를 갖춘 서버를 추가로 구축했다. GPU는 AI 연산에 쓰이는 핵심 반도체로, 대형 AI 모델을 돌리려면 대량이 필요하다.

이 인프라를 바탕으로 항우연은 3,000억 개 이상의 파라미터를 갖춘 대형 AI 모델을 포함해 다양한 모델을 기관 내부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파라미터는 AI가 학습을 통해 조정하는 내부 값으로, 그 수가 많을수록 더 복잡한 작업을 다룰 수 있다. 핵심은 연구자료를 외부로 전송하지 않고도 내부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기관 내 생성형 AI 서비스 사용자는 836명에 이른다.

활용 범위는 연구와 행정 양쪽에 걸친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기술자료 분석, 설계·해석 지원, 시험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AI 활용을 넓히고, 행정 분야에서는 규정 검색, 문서 작성, 반복 업무 자동화 등을 추진한다. 반복적인 일을 AI에 맡겨 연구자가 핵심 연구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항우연은 2026년 8월부터 2027년 7월까지를 1차 이행기간으로 정하고, 현장 적용과 성과 측정을 거쳐 효과가 확인된 방법을 조직 전반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다만 이는 이제 막 본격화하는 단계로, 연구자료 보호와 AI 결과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관리체계도 단계적으로 마련해 나간다. 이상철 원장은 “축적한 전문지식과 연구데이터를 AI와 연결해 연구자의 전문성을 뒷받침하고, 반복 업무 부담을 줄여 핵심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