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교사는 앱으로 학생들의 기분을 확인한다
코펜하겐 근교에 위치한 한 학교. 이 학교의 5학년 학급에서는 덴마크 공립학교 전통에 따라 매주 케이크를 먹는 다과회가 열린다. 학생들이 초콜릿 케이크를 먹는 동안 교사는 칠판에 인포그래픽을 띄우고, 학생들의 감정에 관한 데이터가 막대그래프로 표시된다. 학급의 한 주간 ‘기분 풍경(mood landscape)’을 볼 수 있는 이 데이터에서 학급의 ‘분위기’ 점수는 5점 만점에 평균 4.4점이며, 아이들이 자신들의 ‘가정생활’에 만족하고 있음이 나타난다. 선생님은 “좋아요!”라고 양 엄지손가락을 공중에 치켜들며 외친다.
그다음 그녀는 건강한 수면 습관에 관한 인포그래픽으로 넘어간다. 학생들이 수면 위생을 지키기 어려워한다는 데이터가 나오자,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면 습관을 개선할 방법을 생각해 보길 권유한다. 학생들은 서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 후 ‘밤에 화면 보는 시간 줄이기’, ‘잠자기 전 명상하기’, ‘따뜻한 물로 목욕하기’ 등의 의견을 제안하고 이러한 계획을 실천하기로 함께 약속한다. 일주일 후 다시 다과회가 열리면 교사는 아이들에게 이 약속을 잘 지켰는지 물을 것이다.
이처럼 덴마크 학교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해 학생들의 복지를 조사하는 일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덴마크는 오랫동안 온라인 서비스 및 인프라 분야의 선두 주자로서 유엔(UN)의 전자정부 평가(UN e-government survey)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국가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덴마크 학교들 역시 이러한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2018년 고등학교 교구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400만~800만 달러(한화 약 52억 ~ 105억 원)를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할당하였으며, 2021년 이 금액은 약 700만 달러(약 92억 원)에 이르렀다.
이러한 투자는 어린이의 경험을 중시하고 대화형 학습을 장려하는 북유럽의 교육 전통에서 비롯됐다. 일부 북유럽 교육 연구자들은 아이들이 즐겁고 적극적인 태도로 교육에 임하는 데 기술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노르웨이의 교육과학자 마리 앤 레트네스(Mari-Ann Letnes)는 2018년 인터뷰에서 “기술은 연필과 도화지가 확장되는 것과 같다. 즉 기술은 어린이에게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주는 도구다”라고 말했다. 덴마크 교육부는 2019년 학교에서의 기술 사용 현황에 대한 보고서에서 “디지털 기술을 통한 창의성과 자기표현 활동은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동시에 이들이 다양한 능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밝혔다. 이제 일부 교사와 행정가들은 학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기술을 활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덴마크 학생들의 정신 건강은 덴마크에서 가장 큰 정당이 “인플레이션, 환경 위기, 국가 안보와 동급의 중요한 문제”라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유는 아무도 모르지만, 우울증을 앓는 덴마크 어린이와 청소년의 수는 불과 수십 년 만에 6배 이상 증가했다. 또 9학년 학생의 4분의 1이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문제는 덴마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청소년의 우울증은 2007년에서 2017년 사이 약 60%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청소년 자살률 역시 약 60% 급증했다.) 최근 덴마크의 학교 심리학자 1,000여 명은 그들이 현장에서 접하는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즉각적으로 조치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추세를 되돌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경고가 담긴 공개서한에 서명하였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덴마크의 몇몇 학교에서는 앞서 말한 5학년 교실에서처럼 ‘우프(Woof)’와 같은 플랫폼으로 아이들의 복지에 접근하려 하고 있다. 덴마크 기반의 스타트업이 개발한 이 플랫폼은 학생들에게 수시로 다양한 행복 지표를 조사하면서, 알고리즘을 사용해 학급에서 집중해야 할 특정 사안을 제안한다.
이러한 플랫폼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우프는 이미 덴마크 전역의 600개 이상의 학교에 도입되었으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이 회사의 설립자들은 우프가 기존 시스템의 중요한 빈틈을 채워준다고 생각한다. 이들에 따르면 덴마크 교사들은 정부에서 운영해 온 행복도 설문조사를 포함한 기존 체제에 불만을 표현해 왔다. 1년에 한 번 학교 감사를 위해 시행되는 이 설문조사는 결과 발표가 늦어 정책수립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업무를 위해 즉각적인 피드백이 필요한 교사들에게는 거의 쓸모가 없었다.
우프의 공동설립자인 마티아스 프로브스트(Mathias Probst)는 “일상적으로 아이들과 쉽게 의사소통하고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그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24명의 아이들과 모두 이야기를 나누기는 어렵다. 그렇게 하면 수업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15분이 훌쩍 지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이 모든 것에 데이터 구조(data structure)를 도입할 수 있는 존재” 자체가 교사들에게 혜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의 기분을 정량화하려는 이들은 우프뿐만이 아니다. 이외에도 덴마크 학교에서는 다른 몇몇 플랫폼을 채택하였고, 핀란드와 영국 학교에서도 기분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기보고식(self-report)의 정보 수집을 넘어 학생들의 이메일, 채팅 메시지, 학교에서 지급한 기기에서의 검색기록을 감시하는 등 학생의 우려스러운 행동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데까지 이 기술을 확대 사용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기분 모니터링 기술의 잠재력이 크다고 말한다. 학생 설문조사 도구인 ‘무드(Moods)’ 개발을 주도했던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Aarhus University)의 고(故) 카스텐 오벨(Carsten Obel) 공중보건학 교수는 2019년 한 영상에서 “우리는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여 24시간 내내 아이의 정서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 아이들의 수면 상태, 신체 활동,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어떠하고, 신체 활동 시간에 비해 스마트폰만 들여보고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이 바로 실제 아이들의 정서적 행복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접근 방식에 매우 회의적이다. 이들은 각종 정량화가 사회 문제 해결에 사용될 수 있다는 증거가 거의 없으며, 어릴 때부터 자기 감시 습관을 들이는 것은 아이들이 자기 자신이나 주변과 맺는 관계를 개선하기보다는 도리어 근본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펜하겐 대학교(University of Copenhagen)에서 가족 및 아동 역사를 연구하는 카렌 발고르다(Karen Vallgårda) 부교수는 “요즘에는 식당이나 극장에 갈 때조차 일일이 평점을 매기며 고객 만족도 조사에 답변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감정과 경험의 정량화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것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이상적인 접근 방식이 맞는지 우리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일각에서는 실제로 앱에서 수집하는 데이터의 종류나 용도를 어린이와 부모가 알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어떤 플랫폼은 개인 식별 데이터 수집을 최소화하거나 전혀 수집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일부 플랫폼은 어린이 개개인의 정신 상태, 신체 활동, 심지어 친구 관계까지 깊이 파고든다.
코펜하겐 디자인및기술학교(Copenhagen School of Design and Technology)의 예스퍼 발슬레브(Jesper Balslev) 연구컨설턴트는 그러한 플랫폼에 대해 “이들의 관행은 흡사 실리콘밸리와 같다. 데이터 투명성을 역설하지만 정작 그들은 투명하지 않다”라고 말한다. 발슬레브는 우프를 비롯한 플랫폼들이 적절한 규제나 검증 없이 성급하게 출시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아이들이 자기 의지에 따라 이러한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부재하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재 규제 기술은 끔찍하다”면서, 앞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다”고 덧붙인다.
우프는 코펜하겐 교외의 지하 사무실에서 세 명의 상근직원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 운영하고 있다. 설립자인 마티아스 프로브스트와 아말리에 댄커트(Amalie Danckert)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티치포아메리카(Teach for America)와 유사한 티치퍼스트덴마크(Teach First Denmark)를 통해 공립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프로브스트와 댄커트는 공립학교 제도에 발을 들이자마자 저소득층 지역 학교가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학교의 학생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가르치기가 더 험난하다. 그러니 과중한 스트레스와 번아웃으로 인해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고, 일부 교사들은 ‘더 쉬운’ 학교로 옮기고 싶어 한다. 여유가 있는 부모는 자녀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곳에 남은 학생들 가운데 문제아의 비율은 타지역보다 높아진다. 결국 교사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퇴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학생들이 이미 경험하고 있는 정서적 어려움을 악화시킨다.
교사가 되기 전 코펜하겐 사회서비스청(Social Services Administration)의 아동및청소년 부서에서 분석가로 일했던 댄커트는 “조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라고 말한다.
컨설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댄커트와 프로브스트는 학교의 부실한 상담시스템 탓에 중요한 시기를 놓쳐 아이들이 겪는 일이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로 발전하기 전에 학교가 이러한 상황을 관리할 방법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고안한 해결책인 우프는 아이들이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사용할 수 있는 웹앱이다. (2019년 연구에 따르면 10~15세 덴마크 어린이의 98%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앱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주로 강아지 그림이 등장해 아이들에게 생활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이 앱은 주 단위로 사용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아이들이 자기 기분과 삶의 여러 측면을 1~5점 척도로 평가하게 하여 학급의 ‘기분 풍경’을 그린다. 이 모든 점수는 합산되어 해당 학급의 어린이 복지에 대한 종합적인 이미지로 표현된다.
교사와 행정 직원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보고한 전반적인 기분과 수면 생활 습관, 사회 활동, 학업 성취도, 신체 활동과 같은 요소가 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는 주간 보고서를 읽을 수 있다. 여기에는 학생들의 전체 점수와 부진했던 영역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이 화면에 나타난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이 자료를 함께 확인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서로 돕는다.
“어린이 대상 플랫폼에 개인 식별이 가능한 데이터가 너무 많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마티아스 프로브스트, 우프 공동설립자
우프의 데이터는 익명으로 처리되며 개별 어린이가 아닌 학급의 평균으로 보고된다. 댄커트는 우프가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법적, 윤리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를 넘지 않으려 했다고 말한다. 또한 프로브스트는 개별 어린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경우 이것이 악순환을 깨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종의 내러티브가 형성되어 그 안에 어린이가 가두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꼈다고 설명한다. 그는 “어린이 대상 플랫폼에 개인 식별이 가능한 데이터가 너무 많다는 점이 걱정스럽다”라고 말한다.
우프는 회사 창업 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2022년 가을에 정식 출시되었다. 정식 출시 전 30개 학교에서 수집한 베타 테스트 데이터에 따르면, 우프를 사용하는 학급의 80%가 한 달 이내에 1~5점 척도에서 평균 0.35점 정도 기분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우프는 이 플랫폼이 교사와 학생 간의 접촉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교사들에게 잘 짜인 개선 계획과 피드백을 지원하는 도구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우프의 효과에 의구심을 갖는다. 이들은 특히 플랫폼의 데이터가 자기 보고 형식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회의적이다.
발슬레브에 의하면 교육용 앱이 기존의 대면 의사소통 방식보다 더 좋다고 입증된 바는 없다. 가령 교사가 아이들에게 지난밤에 잘 잤는지 직접 묻는 것보다 앱을 활용하는 게 더 낫다는 증거는 없다. 그는 과거 여러 나라에서 학교를 디지털화하였을 때, 개선되리라 기대했던 문제들이 오히려 악화되어 결국 학습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2015년 OECD 연구의 교훈을 지적한다.
그는 “우리는 직관적으로 인간보다는 데이터나 정량적인 제도를 신뢰한다. 하지만 교육기술의 활용이 실제 교육 성과를 개선한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는 거의 없거나, 극히 드물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 보고 방식으로 복지를 측정한 데이터는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어린이들이 정보를 정직하게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발슬레브는 기술이 실제 지역 사회에 도입될 때 학생들이 기술이 의도했던 대로 협조적으로 행동할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그가 고등학생들과 진행한 인터뷰에 의하면, 학생들은 디지털 시스템을 속여서 과제 시간을 늘리거나, 글쓰기 연습량이 실제보다 많아보이게 하는 등의 일을 했다고 보고했다.
물론 정직하지 않은 답변도 있을 수 있지만, 프로브스트와 댄커트는 우프가 채택한 익명 접근 방식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답변의 진실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댄커트는 “저소득층 지역의 많은 학생들은 앱의 익명성 여부에 굉장히 민감하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생활이 공개되는 것도 매우 꺼린다”라고 말한다. 프로브스트는 “학생들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하길 주저하는데, 그 이유는 사회복지 기관이 자기 일을 사건화할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인다. 프로브스트와 댄커트는 익명 접근 방식이 이용자에게 신뢰를 구축하고 정직한 답변을 유도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교사들이 법적 의무대로 경찰이나 사회복지기관에 위험 사건을 보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학생들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학교에 도입된 복지 플랫폼은 우프만이 아니다. 이외에도 블룸사이트(Bloomsights), 무드(Moods), 클라세트리벨(Klassetrivsel, 덴마크어로 ‘교실 웰빙’이라는 뜻)과 같은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각 플랫폼은 우프보다 데이터 집약적이고 익명이 보장되지 않는 접근 방식을 채택한다. 이들은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추적하여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블룸사이트와 클라세트리벨은 학생들 사이의 관계를 면밀히 시각화한 네트워크 다이어그램인 ‘대인관계도(sociogram)’을 생성하기까지 한다.
블룸사이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일한 개인이 보고한 데이터를 ‘외로움의 징후’, ‘학업적 사고방식’, ‘괴롭힘의 징후’ 등의 지표로 변환한다. 블룸사이트는 미국 내 일부 학군에서도 잠재적인 학교 총격범을 식별하기 위한 ‘조기 경보 시스템’의 일환으로 사용되고 있다.
블룸사이트의 미국 지사는 콜로라도에 위치하고 있다. 공동설립자인 애덤 로켄바흐(Adam Rockenbach)는 복지와 공동체에 대한 북유럽적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미국에 블룸사이트를 도입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앱이 디스토피아적인 ‘빅 브라더’가 아니라 교사들이 이미 하는 일의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어떤 학생이 전보다 지각이 잦고 다소 흐트러진 모습으로 수업에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자. 좋은 선생님이라면 2~3분 정도 시간을 내어 학생과 소통할 시간을 마련할 것이다. 가령 ‘저기, 요즘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선생님이 도울 방법이 있을까?’라고 말을 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로켄바흐는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위치한 학교에서 6년 동안 교사로 일한 경험을 언급하면서, 교사가 조직 폭력과 빈곤으로 얼룩진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징후가 명확하지 않을 때 블룸사이트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로켄바흐는 익명 데이터의 경우 교사 및 교육자가 어떤 학생에게 문제가 있고 도움이 필요한지 찾는 데 부차적인 노력을 들여야 하므로 조기 개입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는 개별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웹앱을 통해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우프와 유사한 자기 보고 측정 방식을 사용한다. 매달 실시되는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은 정신적, 육체적 행복 수준을 의미하는 여러 지표와 학습 환경을 평가한다.
하지만 블룸사이트는 학생들이 누가 자기 친구인지, 누구와 소통하고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한 보고를 바탕으로 구축한 대인관계도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로켄바흐는 이러한 사회관계도가 사회적 고립을 감지하는 중요한 도구이며 괴롭힘에 취약한 어린이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플랫폼이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근거로 학교의 평가 보고서를 언급한다. 하지만 그는 “블룸사이트를 사용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를 비교하는 본격적인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그러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한다”라고 덧붙인다.
실제로 일부 교사들은 이 앱이 얼마나 유용하고 윤리적인지 궁금해한다. 블룸사이트를 사용하는 코펜하겐 교외지역 학교의 교사 나야 마리 노르드(Naya Marie Nord)는 “앱에서 매우 사적인 내용을 물음에도 아이들은 누가 이 정보를 보게 될지 알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물론 교사로서 학생들의 기분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지만, 나는 그런 정보를 컴퓨터로 받기보다는 학생과의 내밀한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라고 말한다. 노르드는 현시점에서 직접 가르치지 않는 아이들의 데이터에도 교사들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녀는 이 앱이 학생들의 사생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칠지 고려할 때 윤리와 비윤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르드는 “아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방법이 없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고 누가 그 데이터를 볼 수 있는지 거창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 우리가 학생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면, 학생들로부터 정직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교사들이 열람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누구까지 그 데이터를 볼 수 있는지 학생들이 실제로 이해한다면 답변이 진실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익명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플랫폼 중 하나인 클라세트리벨의 데이터 정책에 따르면, 이 앱은 교실에서 사용되기에 앞서 부모나 자녀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클라세트리벨을 개발한 회사는 앱이 공공기관에서 ‘복지 목적’으로 사용하는 통합 도구이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에 관한 공공기관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요건을 면제하는 덴마크 법률 조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플랫폼은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정보 사회 서비스’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유럽연합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에 따른 부모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
기존 판례들은 데이터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 클라세트리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2019년 한 학부모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데이터 기반 복지 플랫폼이 자녀를 강제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덴마크 데이터보호국(Danish Data Protection Agency)에 불만을 신고했다. 이 학부모는 ‘행복도를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은 복지를 개선하는 것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데이터보호국은 학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앱은 학교의 책임에 속하는 ‘중대한 사회적 관심’에 해당하는 업무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간주되었다.
덴마크 데이터보호국의 IT 분야 변호사인 앨런 프랭크(Allan Frank)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제3자 앱은 공공기관을 대신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범위 안에서만 법적인 권한이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데이터를 올바르게 저장해야 하며 필요 이상으로 수집하여서는 안 된다. 또한 정부의 승인 하에 운영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지자체나 교육부의 감독 없이 임의의 교사나 학교가 갑자기 앱을 설치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덴마크에서는 부모가 이러한 앱을 통해 자녀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원하지 않는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다. 블룸사이트에 의하면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로켄바흐는 일반적으로 학부모가 학교에서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의 목록이 적힌 서류에 1년에 한 번 서명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앱들은 교육적인 맥락에서 사용되고, 이타적인 것으로 포장되기 때문에 학교나 정책 입안자 모두 경계심을 늦추는 경향이 있다. 우프를 사용하는 한 5학년 학생의 학부모인 얀니 힌드보리 크리스티안센(Janni Hindborg Christiansen)은 “부모로서 아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앱은 많지만, 학교에서 사용하는 앱은 틱톡이나 유튜브처럼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적어도 우프는 통제된 환경에서 사용되며 선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다른 앱보다 우프를 더 신뢰한다”라고 덧붙인다.
자녀의 이러한 플랫폼 사용을 원하지 않는 경우, 학부모가 참여를 거부하기란 간단하지는 않다.
이 5학년 반의 담임을 맡고 있는 헨리에테 비스쿰(Henriette Viskum)은 우프 수업이 수학 과목과 같은 학급의 핵심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며, 부모가 자녀를 프로그램에서 빼려면 교사와 면담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스쿰은 “만약 부모가 이 프로그램에 크게 반대한다면 우리는 다른 방식을 찾을 것이며 학생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교사로서 나는 왜 부모가 학생 복지를 위한 일에 그토록 강력하게 반대하는지 큰 의문이 든다. 나는 이에 대해 약간 걱정하고 궁금해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교사와 학생 사이의 친밀감 또한 익명성의 정도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 비스쿰은 예를 들어 반 전체가 가정생활에 높은 점수를 주었는데 한 아이만 그렇지 않다면 교사는 대개 그 아이가 누구인지 알아채고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슬레브에 의하면 이처럼 세련되어 보이는 데이터 기반 솔루션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진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에서는 이따금 교육과 그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기술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는 까다로운 사회적, 교육적 문제에 직면한 정부 관리들에게 교육 기술 기업이 제시한 단순한 인포그래픽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발슬레브는 “디지털 솔루션에 기반한 계획은 정치인들을 더 적극적이고 진보적으로 보이도록 포장한다. 이러한 정책은 정치인들이 내세우기 좋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이들에게 효율성은 그다지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말한다. “수치상으로 설득력 있어 보이는 지표를 몇 개 만들기는 아주 쉽다. 하지만 인포그래픽은 현실에 대해 극히 단편적인 진실을 보여줄지언정 상황의 핵심을 건드리지는 않는다”라고 말한다.
“인포그래픽은 현실에 대해 극히 단편적인 진실을 보여줄지언정 상황의 핵심을 건드리지는 않는다.”
예스퍼 발슬레브, 코펜하겐 디자인및기술학교 연구컨설턴트
코펜하겐 대학교의 카렌 발고르다 교수는 이 기술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감시 패러다임’이 아이들의 자기 이해(self-understanding)에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발고르다는 “정량적인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모니터링하도록 하면, 분노나 슬픔처럼 삶의 길목에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을 문제가 있는 감정 반응으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잘못되었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고, 이는 문제를 개선하기보다는 아이들의 행복에 있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한다.
“일상을 꾸리는 방법, 식습관, 특정 맥락에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명확한 이상이 제시된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자기 감시가 스며들면, 아이들 스스로 불행이라는 감정 때문만이 아니라 이상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좌절감 때문에 ‘이중적인 불행’을 겪을 위험이 있다.
발고르다의 우려는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이들은 아이들의 행복 여부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정상적인 삶의 기복을 병리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행복감의 감소는 개인적인 요인보다는 환경적, 사회적 압력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고르다는 학교가 양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에 자원을 쏟아붓기보다는 교사나 학교 심리학자와 같은 전문가를 고용하고 육성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은 이처럼 인력을 충원하고 양성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 초등 5학년 교사인 비스쿰은 학교의 예산이 빠듯하고, 학교 심리학자와의 상담 예약 대기자가 무척 많다고 지적한다. 물질적인 차원에서 현실을 고려할 때, 교육 기술의 효과를 뒷받침할 결과가 거의 없더라도 그 매력이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아이들의 삶을 정량화하는 것에 대해 학계에서 거부감을 보이는 와중에도 필자가 만난 아이들은 우프를 사용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이들이 우프에서 특히 좋아했던 점은 이제 아이들이 서로에게 더 친절하게 대화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필자가 방문한 저소득층 지역의 한 학교(이 학급은 기분 점수 3.4점을 받았다)의 한 교사는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도구가 생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우프의 프로브스트에게 발고르다의 비판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그는 아이들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들과 달리 교실에서 매일 아이들과 부대끼는 교사들은 추상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론가로서 특정 일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는 것도 좋지만, 교실에는 그 나름의 현실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실제 상황에서 교사들은 수업 중에 눈물을 흘릴 정도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글을 쓴 아리안 카메네(Arian Khameneh)는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언론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