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신 교차 접종이 면역력 높일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12종의 코로나 백신이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은 2회 접종이 필수이다. 보건 당국은 교차 접종(Mix and Match)에 대해 경고한 바 있으며, 백신은 검증된 방식으로 투여되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굉장히 드문 케이스이긴 하지만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Oxford-AstraZeneca) 백신 접종과 관련하여 혈전 유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보건 당국은 조만간 권고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 별로 다른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1차 접종을 완료한 젊은 연령층에게 2차 접종 시에는 백신 변경을 권고했다. 수백만 명이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을 마친 캐나다는 어떤 식으로 진행할 지 아직 미정이다.
미네소타 의과대학의 면역학자 데이빗 마소푸스트(David Masopust)는 백신 대부분이 같은 단백질을 타겟으로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최소한 이론상으로는 백신 변경이 효과가 있다.
조만간 더 좋은 방법이 등장할 것이다. 백신 혼합 접종의 위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몇 가지 실험이 진행 중이며, 첫 번째 결과는 이달 말 발표 예정이다. 만약 혼합 투여의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면, 국가들은 생산 지연, 예상치 못한 백신 부족, 또는 안전상의 우려 때문에 한 종류의 백신 공급량이 줄어들더라도 백신 배포를 계속 진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앞으로의 전략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흥미로운 계획이 또 있다. 백신을 혼합하면 면역력이 더 증가한다. 또한, 면역 체계를 회피하려는 바이러스의 시도를 차단할 수 있다. 결국, 교차 접종 방식은 우리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실험 단계인 백신 혼합
현재 사용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약간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한다. 백신은 대부분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세포에 침투하는데 사용하는 바이러스 표면 스파이크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데, 세포 침투를 목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화이자(Pfizer), 모더나(Moderna) 같은 백신은 mRNA 형태로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전달한다. 노바백스(Novavax)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 자체를 전달한다.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스푸트니크 V(Sputnik V) 백신은 트로이 목마같이,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무해한 바이러스를 사용한다. 시노팜(Sinopharm), 시노백(Sinovac)처럼 완전히 비활성화된 바이러스를 제공하는 백신도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연구에서 중국 식품의약품검정연구원(National Institutes for Food and Drug Control)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4 종류의 코로나 백신 조합을 실험했다. 그 결과, 일부는 면역 반응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해한 감기 바이러스에 의존하는 백신을 1차 투여한 후 다른 종류의 백신을 2차로 투여했을 때, 쥐의 항체 수치가 높아지고 T세포 반응이 호전되었다. 그러나 연구팀이 순서를 바꿔서 바이러스 백신을 두 번째로 투여하자, 개선되는 부분은 없었다.
백신 혼합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맡고 있으며, 매사추세츠 의과대학의 의사이자 백신 연구원인 샨 루(Shan Lu)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백신을 조합하면 왜 효능이 개선되는지는 미스테리다. 이 메커니즘을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는 있어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서로 다른 백신이 같은 정보를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제공한다. 이러한 차이가 면역체계의 다른 부분을 각성시키거나 면역반응을 예리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면역력을 더 오래 지속시키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이 결과가 사람에게도 적용될 지는 미지수이다.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백신 교차 접종 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에 착수하였다. 콤-코브(Com-CoV)라는 이 연구는 실험 참가자에게 화이자나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로 투여한다. 2차 접종 시, 참가자는 1차 접종 때와 똑같은 백신을 맞거나 모더나나 노바백스를 접종한다. 첫 번째 결과가 앞으로 몇 주 내에 발표될 예정이다.
다른 연구도 진행 중이다. 현재 60세 이상만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할 수 있는 스페인에서는, 연구팀이 600명의 실험대상자를 모집하여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이 화이자 2차 접종과 매칭될 수 있는지 여부를 테스트할 계획이다. 엘 파이스(El País)의 보도에 따르면, 약 백만 명이 1차 접종을 완료했지만 2차 접종 대상 연령은 아니라고 한다. 보건 당국은 권고안 발표에 앞서 연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실험 참가자 모집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작년 말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는 스푸트니크 V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가말레야 연구소(Gamaleya Institute)와 제휴해, 백신을 조합할 경우 어떻게 복합적으로 작용하는지를 테스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험 시작은 3월, 중간 결과 발표는 5월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실제 시작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중국 정부 관리들도 효능 증대를 위해 백신 혼합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효능이 낮은 백신을 혼합 접종할 때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은 보호 기능이 뛰어나다. 콜럼비아 대학의 면역학자인 도나 파버(Donna Farber)는 “안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백신을 혼합할 경우, 보호 기능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 백신 및 일부 중국 백신의 보호 기능을 개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언급한 백신 중 상당수가 효과가 꽤 좋지만, 백신 혼합으로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존슨앤존슨, 스푸트니크 V,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칸시노(CanSino)에는 모두 감기 바이러스를 포함한 아데노바이러스가 들어 있다. 이 제약회사들은 바이러스를 조작하여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DNA 청사진을 세포에 전달한다. 이 백신으로 인체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스파이크 단백질을 운반하는 아데노바이러스에도 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차 접종은 아데노바이러스에 대해 면역 반응을 촉발하고 접종 효과를 낮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슨앤존슨과 칸시노는 1차 접종만 한다. 스푸트니크 V는 두 차례에 걸쳐 접종 하지만, 1차 접종과 2차 접종 시 다른 종류의 아데노바이러스를 포함한다.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는 두 차례 접종을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에 의존한다. 이런 방식으로 백신은 기존의 면역성을 회피할 수 있고, 이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는다. 또한, 1차 백신 용량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2차 백신을 투여하는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실험에서 실수로 1차 용량을 낮게 투여했을 때 효과가 더 좋았던 이유는 바로 이것으로 추측하는 연구원들이 있다. 루 교수는 “인체는 아데노바이러스에 강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스파이크 단백질에는 여전히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그는 3차 접종(Booster Shot)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마소푸스트는 “변종이 늘어나면서 매년 추가 접종이 필요할 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아데노바이러스에 의존하는 백신은 인체의 기존 면역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백신 추가 혼합
이미 사용 중인 백신을 혼합하는 것은 교차 접종의 한 방법일 뿐이다. 백신 표적(Vaccine Target)을 섞는 것은 또 다른 옵션이 될 수 있다.
코로나 변이가 급증하면서, 어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기존 백신의 표적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변화시킴으로써 결국 인체의 항체 반응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면역체계는 T세포라는 또 다른 방어선이 있다.
백신 접종 후, 면역 체계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분에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생성한다. 바이러스와 접촉하면, 항체는 스파이크 단백질과만 결합할 것이다. 마소푸스트는 “T세포는 세상을 다르게 본다”고 주장한다. T세포는 또한 바이러스 내부의 단백질 조각과 더 많은 것들을 인식할 수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과 기타 단백질을 함유하는 백신은 백신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회피 가능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T세포는 감염을 막지는 않지만 바이러스 제거에 유용하다.
또한, 강력한 T세포 반응은 피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T세포가 인식하는 여러 단백질은 스파이크 단백질만큼 빠르게 변형되지 않는다. 이 사람의 T 세포는 저 사람의 T 세포와 다른 단백질 조각을 인식할 수 있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한 명의 T세포를 놓쳐도, 집단적으로(Population Level) 면역반응을 회피하지는 못할 것이다. 마소푸스트는 “T세포 면역력이 높으면 변이 바이러스에 훨씬 덜 취약하다”고 한다.
미네소타 의과대학 면역학 센터의 마크 젠킨스(Marc Jenkins) 소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T세포 반응을 높이기 위해 백신 표적을 더 추가하는 것은 흥미로운 생각이다.” 바이러스 내에서 발견된 핵단백질(Nucleoprotein)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젠킨스 소장은 또한 이렇게 말한다. “핵단백질과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면역 반응을 이끌어냄으로써 T세포와 항체 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T세포와 항체가 많을수록 바이러스를 제거하기에 좋다.”
파버는 장점을 제공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백신 혼합을 구상 중이다. 이것은 주사 가능 백신과 코로 주입하는 백신을 결합한 형태이다. 2차 백신을 코로 주입하면 폐에 면역 반응이 일어나서 T세포가 활성화(Priming)된다. 조직에 사는 T 세포는 사람들이 심각한 폐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보호해준다. 파버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폐렴 같은 병에 걸리기 쉬운 노인에게 이런 종류의 혼합 백신을 투여하면 좋다”고 주장한다.
백신을 혼합하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는 증거가 있지만, 아직 실제로 수용되지는 않았다. 백신 개발은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루는 “한 회사가 성공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꼭 두 개의 다른 백신 개발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런 종류의 백신 결합 방식을 개발하기 위해 회사가 굳이 타 업체와 협력할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이제는 팬데믹으로 백신 개발 환경이 바뀌었고, 백신 조합 개념이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파버는 ‘지금이 아주 좋은 시기’라고 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