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패치 안에서 바로 판단하는 ‘AI 칩’ 개발…병원 밖 심장·환경 동시 감시
생체 신호와 주변 유해가스를 동시에 감지해 질병이나 위험 상황을 패치 내부에서 곧바로 판별하는 가슴 부착형 ‘온칩(on-chip) AI’ 기술이 개발됐다.
UNIST 전기전자공학과 김재준 교수팀과 기계공학과 정훈의 교수팀은 심전도·혈압 등 생체 정보와 함께 주변 유해 가스를 측정해 심혈관 질병이나 이상 상태를 즉시 판단할 수 있는 가슴 부착형 패치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핵심은 센서가 측정한 데이터를 외부 서버로 보내 분석하는 대신, 패치 안에 탑재된 인공지능 회로가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린다는 점이다. 그동안 소형 패치형 기기들은 실시간 진단에 필요한 AI 연산을 외부에 의존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통신과 외부 연산에 드는 전력이 배터리 수명을 갉아먹고 실시간성을 떨어뜨리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기술은 연산을 기기 안으로 끌어들여 이 문제를 줄였으며, 연구진은 대기오염에 민감한 기저질환자와 노약자의 맞춤형 건강관리, 밀폐 공간 작업자 모니터링 등에 쓰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보내지 않고 패치 안에서 판단한다
이 패치가 겨냥하는 문제는 명확하다. 고혈압과 부정맥 같은 심혈관 질환은 조기 발견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해 일상에서 상태를 점검하는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의 수요가 늘고 있는데, 사용자는 동시에 대기오염이나 유해가스 같은 환경 요인에도 노출되며 이런 요인은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연구진은 이 때문에 생체 신호와 주변 환경 위험을 함께 살피는 다중 모드(multimodal) 감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 패치는 아날로그 연산 기반의 온칩 인공지능 회로를 이용해, 센서가 측정한 데이터를 외부로 보내지 않고 패치 내부에서 곧바로 분석한다. 판단 결과는 블루투스로 외부에 전송할 수 있어, 관리자가 여러 명을 동시에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여기서 ‘온칩’은 데이터 분석을 컴퓨터나 서버가 아니라 칩 자체에서 처리한다는 뜻으로, AI가 패턴을 찾아 판단하는 신경망(neural network) 계산을 칩 안에서 수행한다.
이 방식의 이점은 통신에 있다. 처리하지 않은 무거운 원시 데이터(raw data)를 통째로 보내는 대신, 칩이 스스로 판단한 가벼운 결괏값만 전송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통신 끊김과 지연이 줄고, 통신 자체에 드는 전력 소모도 함께 줄어든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는 데이터 통신과 외부 연산에서 추가로 전력이 새어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키던 기존 패치형 기기의 한계를 겨냥한 설계다.
칩 구조는 역할별로 나뉜다. 연구진은 센서에서 들어온 신호를 읽는 판독 회로, 신호에서 진단에 필요한 핵심 정보만 골라내는 특징 추출(feature extraction)과 보정을 담당하는 전처리 블록, 그리고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이나 위험 상태를 판단하는 분류(classification) 단계의 온칩 컴퓨팅 회로로 칩을 구성했다. 특히 가슴 부위가 심혈관·환경 신호를 얻기에 유리하다는 점에 착안해, 광용적맥파(PPG)·심전도(ECG)·생체임피던스(BioZ)·심음도(PCG)와 가스 센서 채널을 하나로 통합한 저전력 인터페이스 칩을 만들었다. 광용적맥파는 피부에 빛을 쏘아 혈류량 변화를 재는 신호, 생체임피던스는 약한 전류를 흘려 호흡 등 체내 변화를 추정하는 신호, 심음도는 심장이 뛸 때 나는 소리를 기록해 심전도를 보완하는 신호다.

전력은 83% 줄이고, 진단 정확도는 90%대로
장시간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에서 가장 큰 숙제는 전력이다. 그중에서도 광용적맥파(PPG) 센서는 혈류량을 재기 위해 LED로 피부에 빛을 계속 쏘아야 해 전력 소모가 가장 크다. 보통은 장치를 주기적으로 껐다 켜는 ‘듀티사이클링’ 기술로 전력을 아끼지만, 켜져 있는 시간의 비율을 무작정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심장 박동에 맞춰 푸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핵심 기술인 RPT-PW(R-peak triggered PPG windowing)는 심전도 신호의 특징적 지점에 맞춰 광학 센서를 필요한 순간에만 켜고 끄는 저전력 기술로, 별도의 학습이나 아날로그-디지털 변환 과정 없이도 센서가 작동하는 시간 구간을 상황에 맞게 조절한다. 그 결과 연구진은 해당 센서부의 전력 소모를 기존 대비 약 83% 줄였다고 밝혔다. 또한 칩 내부에 맥파 전달 시간(PAT)과 심박 간격 계수기를 탑재해 혈압과 심박수를 정밀하게 추정하도록 설계했다. 맥파 전달 시간은 심장에서 나간 혈액이 피부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심전도와 광용적맥파 신호를 함께 이용해 혈압 변화를 추정하는 데 쓰인다.
성능 검증 결과도 함께 제시됐다. 이 패치는 고혈압이나 부정맥을 90% 이상의 정확도로 진단했으며, 여러 유해가스가 섞인 혼합물을 분류하는 실험에서는 92.46%의 진단 정확도를 기록했다. 즉 심혈관 이상과 환경 위험이라는 서로 다른 종류의 판단을 한 장의 패치가 모두 수행했다는 의미다.
착용성을 높이는 물리적 설계도 더해졌다. 패치의 접착면에는 미세 구조 기술이 적용돼 거친 피부에도 잘 붙고, 한쪽 방향으로 당기면 강하게 접착되지만 반대 방향으로 떼면 절개된 부위가 쉽게 들려 잔여물을 남기지 않고 제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