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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 ‘빛 색깔’로 미세조류 생산성 1.5배 높였다

빛의 색만 바꿔도 미세조류가 만드는 오메가3와 후코잔틴 생산량이 달라진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그 원리를 세포 단위로 규명했다.

빛의 색(파장)이 미세조류의 성장과 유용 성분 생산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사실이 세포 단위 분석으로 규명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 이준 박사 연구팀은 해양 미세조류 ‘티소크리시스 루테아(Tisochrysis lutea)’를 흰빛·붉은빛·푸른빛에서 키운 결과, 붉은빛 환경에서 성장과 오메가3 지방산·후코잔틴 생산량이 가장 높았으며 그 이유가 세포가 서로 뭉치지 않고 균일하게 자라는 데 있음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빛의 색이 미세조류 생산성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 자체는 알려져 있었지만, 왜 특정 빛에서 생산성이 높아지는지, 또 세포가 어떤 상태로 자랄 때 유용 성분을 더 많이 만드는지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생산량이라는 결과뿐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드는 세포 상태의 변화까지 함께 설명함으로써, 새로운 설비나 첨가물 없이 빛의 색만 조절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배양 조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건강기능식품과 친환경 양식용 사료, 바이오소재 산업의 대량배양 공정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붉은빛에서 생산성 1.5배…식물호르몬보다 빛의 색이 더 큰 변수

이번 연구의 대상인 미세조류(microalgae)는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광합성 생물로, 물속에서 빛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자라며 종류에 따라 색소와 지방산, 단백질, 다당류 등 다양한 유용물질을 만든다. 연구팀이 다룬 티소크리시스 루테아는 바다에 사는 단세포 미세조류로, 항산화 기능 등으로 주목받는 갈색 계열 천연 색소인 후코잔틴(fucoxanthin)과 인체·동물 건강에 중요한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 지방산을 함께 만들 수 있어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 높은 종으로 평가된다. 오메가3의 대표 격인 DHA는 그동안 주로 어류에서 얻었지만,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대체 원료로 미세조류가 부상하고 있으며 특히 양식용 사료 분야에서 미세조류 기반 오메가3 생산 기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연구팀은 흰빛·붉은빛·푸른빛 환경에서 미세조류를 키우고 식물호르몬을 처리한 뒤, 성장 정도와 후코잔틴·오메가3 지방산 생산량 등을 비교 분석했다. 여기서 빛의 색 또는 파장 특성을 뜻하는 광질(light spectrum)은 미세조류에게 단순한 에너지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데, 빛의 색에 따라 자라는 속도와 세포 상태, 색소·지방산 생산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흰빛과 붉은빛(660nm), 푸른빛(460nm) 세 조건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 미세조류의 성장과 유용 성분 생산에는 식물호르몬보다 빛의 색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붉은빛(적색 LED) 환경에서 키운 미세조류는 세포 수가 가장 많이 늘었으며, 생산성은 흰빛보다 약 1.5배, 푸른빛보다 약 1.4배 높게 나타났다. 후코잔틴과 오메가3 지방산을 포함한 총 지방산 함량 역시 붉은빛 조건에서 가장 높게 확인됐다.

이는 미세조류를 키울 때 어떤 첨가물을 넣느냐보다 어떤 색의 빛을 비추느냐가 생산성을 가르는 더 결정적인 변수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붉은빛이 티소크리시스 루테아의 성장과 후코잔틴 생산, 지방산 생산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유리한 배양 조건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얼마나 자랐나’에서 ‘어떻게 자랐나’로…세포 단위로 원리 규명

연구팀은 생산량 비교에 그치지 않고, 왜 붉은빛에서 생산성이 높아지는지를 세포 하나하나의 상태에서 찾았다. 이를 위해 활용한 것이 이미지 기반 단일세포 분석(image-based single-cell cytometry) 기술이다. 이 기술은 현미경 이미지로 개별 세포의 크기와 모양, 세포끼리 뭉치는 정도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배양액이 얼마나 진해졌는지만 보는 기존 방식과 달리 세포 하나하나가 어떤 상태로 자라고 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 분석에서 붉은빛 환경의 미세조류는 서로 뭉치지 않고 작은 크기의 건강한 단일 세포 상태를 유지하면서 효율적으로 증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흰빛이나 푸른빛 환경에서는 세포들이 서로 뭉치거나 분열 중인 세포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붉은빛에서 미세조류가 뭉치지 않고 고르게 자라면서 빛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했고, 이러한 특성이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결과는 빛의 색이 미세조류의 성장량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포가 자라는 방식과 유용물질을 만드는 방향까지 함께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미세조류가 얼마나 많이 자랐는지, 특정 물질을 얼마나 만들었는지를 주로 평가했다면, 이번 연구는 여기에 세포 상태 분석을 더해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세포가 균일하게 자라는 특성은 산업적으로도 이점이 있다. 세포가 서로 뭉치지 않고 고르게 자라면 빛을 더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고, 배양과 수확 과정에서도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책임자인 이준 박사는 “이번 연구는 빛의 색이 미세조류의 성장과 기능성 물질 생산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확인한 연구”라며 “향후 대량 배양 공정에 적용하면 오메가3 지방산과 후코잔틴의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배양 전략이 건강기능식품과 친환경 양식용 사료, 바이오소재 분야에 활용될 수 있으며, 생명연 생물자원센터(KCTC)가 보유한 미세조류 자원의 특성을 정밀 분석해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