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북반구에는 봄이 찾아왔다. 내가 사는 런던의 공원과 창가 화단에는 수선화, 튤립, 히아신스가 만개했다. 지난 주말에는 교외로 놀러가 어린 양들을 보고 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도 내 머릿속은 나의 잔여 수명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지난해 나는 생물학적 나이를 가늠하는 테스트에 참여했다. DNA의 화학적 표지자를 평가하는 이 테스트의 목표는 현재까지 진행된 노화 정도와 앞으로 남은 수명을 예측하는 것이다.

이 테스트를 받았을 당시 내 실제 나이는 35세였다. 그리고 검사를 통해 예측된 내 생물학적 나이 역시 35세였다. 이는 내가 데이터가 확보된 다른 35세의 사람들과 비교할 때 정확히 일반적인 속도로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테스트를 진행한 회사는 내가 테스트를 받은 이후 해당 서비스를 업데이트했고, 몇 달 전에 내 검사 결과를 재분석하여 뇌, 간, 심장 및 혈액을 포함한 9가지 신체 구성 요소 각각에 대한 생물학적 나이를 알려주었다.

지난해 나는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규칙적으로 요가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적 나이가 평균보다 젊지 않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뇌의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4살이나 많다는 결과가 얼마나 충격적이었겠는가? 설상가상으로 내 간의 생물학적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7살이나 더 많았다. 나는 맥주 사랑이 대단한 영국인 중 한 명이긴 하지만, 스스로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체 이러한 결과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까?